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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최대위기 맞은 시진핑, 중국에 광풍 몰아칠까? - 중국 곳곳서 '봉쇄 반대' 시위 확산, 중국정부 초긴장 - 카타르 월드컵이 시위 확산 불쏘시개 역할 - 가디안, "중국 당국 무력진압 나설 것" 전망
  • 기사등록 2022-11-29 05:5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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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곳곳서 '봉쇄 반대' 시위 확산]


거의 3년에 걸친 가혹한 '제로 코로나' 정책에 중국인들의 분노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영국의 더타임스는 28일(현지시간) “시진핑의 제로 코로나 정책에 대한 항의 시위가 이젠 중국을 뒤흔들고 있다”면서 “천안문 시위 이후 최대 규모의 시위가 중국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 영국의 더타임스는 28일(현지시간) “시진핑의 제로코로나 정책에 대한 항의 시위가 이젠 중국을 뒤흔들고 있다”면서 “천안문 시위 이후 최대 규모의 시위가 중국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더타임스는 이어 “30여년만에 최대 규모의 대학생 시위가 베이징의 두 대학구내를 가득 메웠고, 상하이에서는 ‘중국 공산당 타도’와 함께 ‘시진핑 물러나라’는 요구까지 나오면서 중국 당국이 긴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베이징에서의 시위는 시진핑 주석의 모교인 칭화대에서도 벌어졌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8일 “상하이에서 전날 늦은 오후 시작된 새로운 시위가 밤까지 이어졌다”며 “경찰이 오후 5시 전에 안푸와 우위안 교차로를 봉쇄하고 바리케이드를 설치했지만 이후 더 많은 사람이 모여들었다”고 전했다.


이어 “사람들은 국가(國歌)와 인터내셔널가(국제 공산당가)를 불렀고, '인민 경찰은 인민을 위한 것이다', '구금자를 석방하라', '인민 만세' 등의 구호를 외쳤다”고 덧붙였다.


중국에서의 시위는 전국적으로 확산됐다. 남서부 청두에서도 “폐쇄가 아니라 자유를 달라”고 외쳤으며, 북서부의 시안, 남부의 하이커우, 동부의 광저우와 항저우에서도 시위가 보고됐다. 크라우드 소싱 비디오에 따르면 전국 53개 대학에서 시위가 벌어졌다.


하나 영 국제앰네스티 지역 부국장은 성명을 통해 “이 전례 없는 시위는 사람들이 과도한 코로나19 제한에 대한 인내심이 한계에 이르렀음을 보여준다”면서 “중국 정부는 코로나19 정책이 적절하고 시한이 있는지 즉시 검토해야 하며, 개인의 안전을 위협하고 불필요하게 이동의 자유를 제한하는 모든 방역 조치를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월드컵이 시위 확산 불쏘시개 역할]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이번 카타르 월드컵이 중국인민들의 불만을 폭발시키는 불쏘시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다시말해 카타르 월드컵 대회가 '제로 코로나'에 질린 중국 민심을 자극했다는 것이다.


홍콩 명보는 28일 “월드컵은 뜨겁고 여론은 질적으로 변화했다”며 “월드컵이 시작된 지 며칠 만에 중국 인터넷에서 방역 정책에 대한 목소리가 빠르게 바뀌었다. 사람들은 최근 분노를 공개적으로 표현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이어 “사람들은 (월드컵을 보면서) 해외에서 '탕핑'(躺平·몸과 마음이 지쳐버리면서 아예 더는 노력하지 않는 태도) 이후 감염률이 높아진 것에 대해 더는 놀라지 않는 듯하다”며 “대신 사람들은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제로 코로나'를 유지해야 하는 의미에 대해 질문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명보는 이어 “중국의 '제로 코로나'가 언제 끝날지 아무도 모른다”며 “사람들은 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 이후 방역 완화에 대한 신호를 찾았지만, 변화가 없고 풀뿌리 간부들은 방역의 고삐를 더 조이는 가운데 월드컵을 계기로 여론이 변화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일부 중국 누리꾼은 월드컵 중계로 중국 본토인들이 TV로 다른 세상을 볼 수 있게 되면서 중국에서 월드컵 중계가 곧 중단될 수도 있다고 비아냥대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지난 22일 한 누리꾼이 중국 방역 당국을 겨냥해 소셜미디어에 코로나19 방역에 관한 '열 가지 질문'이라는 글을 올린 바 있는데, “카타르 월드컵 경기를 관람하는 관중은 마스크를 쓰지도 않았고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요구하지도 않는다. 그들이 중국인과 같은 행성에 사는 게 맞느냐. 코로나19 바이러스는 그들을 해치지 않느냐”고 꼬집은 바 있다.


중요한 것은 중국 대표팀이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지 못했지만, 중국인들의 월드컵 시청 열기는 역시 뜨겁다는 점이다. 이렇게 월드컵 경기가 중국내 시위를 더욱 불타게 하는 요인으로 자리잡게 되자 중국 당국은 이제 월드컵 중계화면도 검열하기 시작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중국중앙TV(CCTV)는 27일 월드컵 일본-코스타리카전을 생중계하면서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국기를 흔드는 관중들의 모습을 클로즈업한 화면을 선수나 코치, 경기장 화면으로 바꿔 내보냈다.


AFP는 “같은 경기를 중계한 중국 동영상 플랫폼 더우인의 화면과 CCTV 화면을 비교해 보니 CCTV는 관중석 장면을 사람들의 얼굴을 구별하기 어려운 원경과 비교적 관중이 적은 곳을 담은 영상으로 내보냈다”고 밝혔다.


중국 당국의 이러한 화면 조작은 가득 들어찬 관중석에서 마스크 없이 즐겁게 경기를 관람하는 외국인들의 모습이 월드컵 중계를 통해 '어쩔 수 없이' 중국 안방에 공개되면서 파문이 일자 당국이 손을 쓰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홍콩의 명보는 “3년간 이어진 '제로 코로나'에 따른 억압적인 분위기가 여론의 질적 변화를 이끌면서 지난 몇 년간 분열됐던 온라인 세상을 뜻밖에 하나로 만들었다”며 “최근 많은 오피니언 리더와 홍색(紅色) 인사들이 방역 정책에 반대하기 시작했으며 이러한 '반골'적인 공개 질의는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명보는 이어 “지난 2주 동안 대중의 불만은 보기 드문 저항을 촉발했다”며 “검문소 뚫고 탈출하거나 집회와 시위 등 위법의 위험을 무릅쓰고 일상의 혼란에 대한 절망과 좌절을 표출했다”고 지적했다.


명보는 “그럼에도 현재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봉쇄의 확대가 불가피해 보인다”며 “오랫동안 쌓였지만 배출할 곳이 없던 분노가 올겨울 더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충격받은 중국공산당, 여론 무마 나섰지만...]


베이징을 비롯한 중국 전역에서 제로 코로나 정책에 반발하는 주민 시위가 잇따르면서 중국 당국이 당황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특히 '시진핑 물러나라! 공산당 물러나라!' 등 최고 지도자에 대한 공개 항의 구호까지 등장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자 당국은 일선 지방정부에 책임을 전가하며 신속하게 진화에 나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28일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중국 방역 당국인 국가위생건강위원회와 질병통제예방센터가 각 지방 정부에 코로나19 방역 상황을 감독하기 위한 실무단을 파견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국무원이 이달 초 '과학방역·정밀방역'이라는 이름으로 밀접접촉자 격리기간 단축과 대규모 봉쇄 자제 등을 담은 20가지 정책을 발표했음에도 지방정부가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정부 정책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졌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인민일보를 비롯한 또다른 관영매체들도 일제히 정밀방역을 강조하며 지원사격에 나섰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이날 1면에 '과학적이고 정밀한 방역을 통해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제목의 중인(仲音) 논평을 통해 “감염자를 제때 발견하고 밀접접촉자를 정확히 판정하며 위험구역을 적절히 확정하는 조치는 감염병 통제의 기선을 선점하는 것”이라며 “어렵고 힘들 때일수록 방역 정책의 효율성을 높이고 정부가 발표한 정책을 확실하게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영통신 신화사도 사설에서 “방역 정책의 유일한 목표는 국민을 행복하게 하는 것으로, 모든 사람의 건강을 지키는 것”이라며 “방역 정책이 주민 생활에 불편을 끼쳐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마디로 관영언론들이 총동원되어 시진핑 주석에게 향하는 비난의 화살을 지방 당국의 잘못된 정책에 초점을 맞춰 표적을 변경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고 보여진다. 문제는 그러한 당국의 위계책이 성공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중국 인민들이 바보가 아니기 때문이다.


제로 코로나 정책 자체가 시진핑 주석의 제일가는 업적이었고, 지금도 제로 코로나 정책 시행을 밀어붙이고 있어서다. 중국 정부는 봉쇄 중심의 고강도 코로나19 방역에 반대하는 자국 내 시위 확산 사실을 부정하며 방역에서 성공할 것을 믿는다고 밝혔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8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내 시위가 확산하는 상황에서 '제로 코로나' 정책 종료를 고려하고 있느냐는 외신 기자 질문에 “당신이 거론한 관련 상황은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면서 “중국은 '다이내믹 제로 코로나'의 전반적 방침을 일관되게 견지하며 현실 상황에 맞춰 계속 방역 정책을 조정하고 있다”고 답했다.


[중국 공산당, 전국적 시위에 어떻게 대응할까?]


분명한 것은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시위를 중국 공산당 당국이 그냥 두고보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물론 제로코로나 정책을 전면적으로 완화하면서 대중의 분노를 다스리는 방법도 있겠지만 제로 코로나 정책이 시진핑 주석의 핵심 지침이라는 점에서 그렇게 민심에 후퇴하는 방식은 사용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영국 가디언은 27일(현지시간) “시 주석이 역사적인 3연임에 성공한지 5주만에 심각한 민심 폭발에 직면했다”면서 “시진핑 주석은 이를 중국공산당과 자신의 권위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여 홍콩을 탄압했던 무자비한 방식으로 시위를 진압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이와 관련해 영국 가디언은 27일(현지시간) “시 주석이 역사적인 3연임에 성공한지 5주만에 심각한 민심 폭발에 직면했다”면서 “시진핑 주석은 이를 중국공산당과 자신의 권위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여 홍콩을 탄압했던 무자비한 방식으로 시위를 진압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가디언은 이어 “현재 진행중인 반정부 시위는 주도세력이 없는 상태에서 중국 전역으로 확산하고 있으며, 심지어 ‘시진핑 하야’ 요구까지도 나오고 있다”면서 “중국 같은 권위주의 사회에서 이런 주장을 공개적이고 명시적으로 할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난 충격이 아닐 수 없다”고 전했다.


가디언은 특히 “이번 시위가 베이징 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 시 주석이 3년째 계속하고 있는 제로 코로나 정책을 끝낼 생각이 없는 만큼 시위자들이 국가 운영 방식에 보다 더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는 점 등이 주목할만 하다”면서 “시진핑은 이번 시위가 단순한 제로 코로나 문제를 넘어 공산주의 이데올로기와 권위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러한 무력진압방식에도 고민이 있다. 시진핑 주석은 이제 3기 체제에 진입하게 되는데 그 시작부터 무자비한 방법으로 시위를 탄압하게 되면 당장 외교적으로도 심각한 문제가 생기면서 중국이 더욱 더 외교적 고립상태에 빠지게 될 것이고, 이는 곧 ‘차이나 보이콧’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제로 코로나 정책에 반대하는 시위를 탄압했을 때, 곧바로 잠잠해질 것인가의 여부도 관심거리다. 이에 대해 지난 1989년 6월 4일의 천안문 시위에서의 학생지도자였던 왕단은 페이스북에 “베이징에서 청두, 상하이에서 우한까지 다양한 규모의 대규모 시위가 일어났으며 이들 모두 정치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면서 “베이징 당국이 만약 폭력적인 단속을 실시한다면 세상을 바꾸는 중대한 사건으로 발전되게 될 것”이라 경고했다.


이렇게 황제자리에 오르면서 장기집권을 꿈꾸고 있는 시진핑 주석은 3기 출범을 앞두고 최대의 위기를 맞게 됐다. 과연 시진핑은 이 고비를 어떻게 넘기려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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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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