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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러시아 어머니들 분노 폭발, 전전긍긍하는 푸틴 - 러시아 '어머니의 날' 맞아 대규모 집단 반발 가능성 - 푸틴, 긴급히 징집병 어머니들 만나 분위기 진정 시도 - 러시아 내부 반발 격화, 전전긍긍하는 크렘린
  • 기사등록 2022-11-27 06:4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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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참전군인 가족 불만 폭발, 긴장 고조]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군이 사실상 대패를 당하면서 많은 군인들이 전사하고 있는데다 블러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군사동원령으로 강제징집된 예비군들이 매우 열악한 환경에 처한 채 총알받이로 내몰린다는 사실이 널리 확산되면서 러시아에 남겨진 가족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미 주간지 뉴스위크는 25일(현지시간) 영국 국방부가 트위터를 통해 발표한 내용을 인용해 “지난 9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발동한 예비군 동원령 때 소집된 러시아 군인들이 일부 전선에서 막대한 사상자를 내고 있다”면서 “이들은 또한 제대로 된 훈련이나 장비를 받지 못한 채 전투에 투입되고 있으며, 의료 서비스 여건이 마땅치 않아 일부 다친 군인들은 치료를 받지도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 뉴스위크는 25일(현지시간) 영국 국방부가 트위터를 통해 발표한 내용을 인용해 “지난 9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발동한 예비군 동원령 때 소집된 러시아 군인들이 일부 전선에서 막대한 사상자를 내고 있다”면서 “이들은 또한 제대로 된 훈련이나 장비를 받지 못한 채 전투에 투입되고 있으며, 의료 서비스 여건이 마땅치 않아 일부 다친 군인들은 치료를 받지도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 국방부는 특히 “루한스크주 스바토베 인근에서 우크라이나군의 포격 속에 참호를 파던 예비군이 대거 전사했고, 도네츠크주 바흐무트 일대에선 우크라이나군과 교전 과정에서도 많은 사상자가 나왔다”고 밝혔다.


▲ 25일 트위터에 올라온 영국 국방부 발표


영국 국방부는 그러면서 “러시아 예비군의 가족들이 27일 러시아의 '어머니의 날'을 맞아 당국에 체포되는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이에 항의하는 시위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러시아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형성하는 반전 단체인 '아내와 어머니 위원회' 등 러시아 군인 가족으로 구성된 단체들은 최근 푸틴 대통령이 동원한 예비군들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고 있다고 불만을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황한 푸틴, 예비군 가족들 만나]


이렇게 예비군 가족들의 분노가 갈수록 심상치 않게 번져가자 푸틴 대통령과 크렘린궁은 최근 예비군 가족을 의식한 듯 이들과 접촉을 늘리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25일(현지시각) “푸틴 대통령이 다가오는 러시아 어머니의 날을 기념해 이날 참전 군인의 어머니 17명을 모스크바 외곽에 있는 노보-오가료보 관저에 초대했다”고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은 참석자들과 함께 차와 케이크 등을 먹으며 함께 두 시간이 넘도록 이야기를 나눴는데. 러시아 당국은 이 모습을 영상으로 녹화해 언론을 통해 공개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어머니들의 불안과 우려, 아들을 잃은 이들의 고통을 이해한다”면서 “나와 국가 전체 지도부가 여러분의 고통을 공유한다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특히 어머니에게 있어서 아들의 죽음을 대신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이해한다”고 말했다. “푸틴은 이 얘기를 하면서 숨을 몰아쉬고 자주 목을 가다듬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 어머니들에게 “여러분들의 아들들이 ‘새로운 러시아’를 지지했으며 자신의 눈에는 그들이 영웅으로 보였다”면서 “온라인을 통해 퍼지는 가짜뉴스를 믿지 말라”고도 당부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니나 프셰니치키나는 “우크라이나 도네츠크 지방에서 아들이 사망했다”면서 “아들의 죽음이 러시아에 합병된 우크라이나 지역을 조국의 일부로 만들기 위해 더욱 열심히 노력하도록 자신에게 영감을 줬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푸틴은 그녀를 향해 “그의 목표는 달성됐다”며 “그것은 그가 헛되게 죽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푸틴은 이달 초에도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감지한 듯 징집된 예비군들과 관련된 가족들 관리에 만전을 기하라고 내각에 지시한 바 있다.


그러나 이러한 행사에 대한 비판도 만만치 않다. 푸틴이 소위 우크라이나 전쟁에 보내진 예비군들의 어머니를 만나 위로하고 격려했다는 그 행사 자체가 철저하게 연출된 것이라는 주장이다. 실제로 ‘어머니와 아내 위원회’ 대표인 올가 츠카노바는 “자신은 푸틴과의 면담을 원해 모스크바까지 갔지만 허용되지 않았다”면서 “어머니들은 사전에 합의된 ‘올바른’ 질문을 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츠카노바 대표는 이어 “미리 선정해 합의한 어머니들이 아니라, 다른 여러 지역에 있는 진짜 어머니들을 만날 용기가 있는가”라 물으면서 “당신의 대답을 기다린다”고 했다.


‘어머니와 아내 위원회’는 체첸전쟁을 치르던 1990년대에 만들어진 기관으로 러시아 내부에서는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데, 현재 89개 도시에 지부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1980년대부터 권리 침해와 폭력적인 괴롭힘으로부터 군인들을 보호하기 위해 활동해 온 러시아 군인 어머니 위원회 연합(Union of Committees of Soldiers' Mothers of Russia)도 푸틴 대통령의 회의에 초대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격렬해지는 러시아 내부의 반발]


블룸버그는 지난 2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전쟁의 최전선에 내보내진 아들과 남편을 구출해 내려는 러시아 여성들의 절박감이 크렘린에 대한 불만으로 확산되면서 크렘린궁이 전전긍긍하고 있다”면서 “어머니와 아내들이 속속 분노를 공유하면서 폭발할 가능성이 커지자 크렘린 궁을 비롯해 당국자들이 이들의 분노를 잠재우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이 25일 17명의 예비군 어머니들을 만난 것도 이러한 노력의 일환인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당국은 강제 징집괸 예비군들의 가족들에게 일일이 전화해 적절한 장비와 돌봄을 잘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하고 있으나, 정작 가족의 생사조차 확인하지도 못하는 이들이 늘고 있어 이들의 분노가 앞으로 어떻게 퍼져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와 관련해 러시아의 독립매체인 뵤르스트카(Verstka)는 “강제 징집된 예비군들과 관련된 시위가 적어도 15군데 이상의 지역에서 벌어졌으며, 그중 가장 큰 규모의 시위는 우크라이나 국경 근처에서 일어났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남부도시 헤르손에서 철수한 이후 푸틴이 이끄는 전쟁에 대한 지지가 급속하게 하락하고 있다”면서 “50만명에 달하는 러시아인들이 국가를 탈출하게 만든 동원령에 대해 엄청난 반감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어머니와 아내 위원회’ 활동을 포함한 러시아 정부를 향한 시위나 관련 여론은 국영언론들을 통해서는 전혀 보도가 되지 않고 있으며, 대신 소셜미디어를 통해 널리 확산되고 있다.


뵤르스트카(Verstka)는 지난 11월 9일 우크라이나 동부 루한스크 지역에 파견된 징집병 200여명이 우크라이나군으로부터 포격을 받은 후 30여명을 제외한 나머지 병사들이 전사했다는 영상을 올렸다.


또한 11월 10일에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국경에 위치한 20여명의 여성그룹들이 “남편과 아들을 찾기 위해 전쟁터로 직접 찾아가겠다”는 동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이렇게 SNS를 통해 반발이 확산되자 러시아 당국은 이 집회에 참여한 이들에 대한 압박과 탄압을 이어가고 있다. 한 학교 교사에게는 침묵하지 아니하면 체포하겠다는 협박을 했고, 다른 이들도 더 이상 집회에 참석하지 말라는 경고를 받았다.


영국의 더타임스도 25일(현지시간)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위해 자신의 아들들이 전쟁 소모품으로 내버려지고 있다는 강력한 항의에 직면해 있다”면서 “‘어머니와 아내 위원회’를 비롯한 여러 단체들이 이번 전쟁에서 일어나고 있는 모든 책임을 푸틴 당신이 져야할 것이라는 강경한 성명서도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전긍긍하는 크렘린]


상황이 의외로 악화되어 가자 크렘린궁은 전전긍긍하고 있다. 특히 안톤 게라셴코 우크라이나 내무장관 고문이 최근 자신의 트위터 글을 통해 “러시아가 내년 1월에 2차 동원령을 발령할 준비를 하고 있다”면서 “50만~70만 명을 동원할 계획”이라고 주장한 바 있고, 러시아 매체인 프라우다까지 “푸틴 대통령이 연말까지 연방 의회 연설을 통해 사병과 장교 등을 보충하기 위한 국가동원령을 발표할 것”이라고 보도하고 나서면서 여론이 극히 나빠지자,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25일(현지시간) 스푸트니크 통신에 “푸틴 대통령이 국가동원령을 발표할 것이란 언론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히면서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강제징집에 대한 불만은 심지어 병사들 사이에서도 터져 나와 당국을 당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겅제징집된 병사들은 당초 징집에 응하게 되면 30만 루블(약 700만원)을 지급하기로 약속했으나 이에 대한 시행이 미뤄지면서 시위까지 하는 일들도 벌어지고 있다. 이러니 징집병들의 사기가 어떠할지는 보지 않아도 뻔하다.


또한 전장에 배치된 징집병들이 집단 저항하는 사태도 벌어지고 있다. 미국의 워싱턴포스트(WP)는 20일(현지시간) “푸틴 대통령의 징집령으로 31만 8000명이 전장으로 보내졌지만 이들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무기나 병참 지원도 되지도 않고 조직적 대응도 이뤄지지 않으면서 이들이 오히려 푸틴에 대해 반대하는 이들로 변화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WP는 이어 “실제로 전장에 오기 전까지만 해도 열렬한 푸틴 지지자였고, 전쟁 찬성론자였던 상트페테르부르크 출신의 운송 노동자 야나는 막상 전장에 배치된 후 완전한 반전론자로 변했다”고 전했다. 자신들이 전장에 왜 왔는지, 아무 것도 주지 않으면서 어떻게 싸우라고 하는 것인지 현실을 깨닫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푸틴에 의한 무리한 전쟁 시도는 이제 러시아 국민들로부터도 보이콧 당하는 형국으로 몰려가고 있다. 과연 푸틴은 이러한 거센 전쟁반대 여론을 어떻게 극복해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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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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