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정세분석] 카자흐스탄에서 정면 충돌한 중국과 러시아 - 러시아와 거리두기하는 카자흐, 그 틈 파고드는 중국 - 카자흐, 러시아의 우크라 침공으로 영토보존 불안감 - 중국, 카자흐에 러시아 침공으로부터 안전보장 약속
  • 기사등록 2022-11-21 13:02:41
기사수정



[중국과 러시아 집중 조명받는 카자흐스탄]


중앙아시아 최대 경제국인 카자스흐탄이 돌연 중국과 러시아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20일(현지시간) 치러지는 조기 대선 때문이다. 주요 외신들은 “중앙아시아에서 영향력을 넓히려는 미국·중국·러시아가 카자흐스탄의 대선 결과에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단 이날 치러지는 대통령선거의 결과는 현 대통령인 아마티드당의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가 대승을 거둘 것으로 보인다. 나머지 야당 후보들이야 기껏해야 5% 미만의 득표율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원래 카자흐스탄 대선은 오는 2024년이었지만 지난 9월 5년 중임제인 대통령 임기를 7년 단임제로 바꾸는 개헌안을 국민투표에 부쳐 77%의 압도적 지지로 통과되면서 조기 대선을 치르게 됐다.


[카자흐스탄 대선이 집중적 관심을 받는 이유?]


그렇다면 카자흐스탄 대선이 이렇게 미국, 러시아, 중국 등의 뜨거운 관심을 받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한마디로 그동안 러시아의 위성국이라 생각할 정도로 친 러시아, 친 푸틴 국가였던 카자흐스탄이 러시아와 완전한 거리두기를 하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토카예프 대통령은 최근 러시아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서방·중국과 밀착하는 다자 벡터 외교 행보로 주목받고 있다. 이에 대해 포브스는 “중립성을 바탕으로 모든 글로벌 강국과 우호적 관계를 맺으며 자국 경제를 발전시키겠다는 게 토카예프의 계획”이라고 정리했다.


이러한 토카예프 대통령의 구상은 푸틴의 심기를 완전히 뒤틀리게 만들었다. 특히 토카예프 대통령이 내세운 ‘중립 외교’가 단적으로 러시아와의 거리두기에 방점이 찍혀 있다는 데 대해 푸틴의 불만은 엄청나다.


사실 카자흐스탄은 1991년 구소련 붕괴 후 독립해, 최근까지도 러시아의 강력한 영향 아래 있었다. 심지어 지난 1월, 전 대통령측의 사주를 받은 것으로 보이는 대규모 소요사태 때는 러시아를 중심으로 한 옛 소련권 안보협의체 집단안보조약기구(CSTO) 회원국들이 2천500명 규모의 평화유지군을 파견해 사태를 진정시키기도 했다. 러시아, 벨라루스,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아르메니아 등 옛 소련 소속 6개국으로 구성된 CSTO는 회원국이 외부 위협을 받으면 집단방어 차원에서 군대를 파견한다는 규정이 있다. 말이 CSTO 연합군이지 실은 러시아군이 주축으로 된 군대였다고 봐도 될 것이다.


이렇게 사실 러시아의 품 안에 있는 나라로 여겨졌던 카자흐스탄이 돌연 중립외교를 선언하면서 러시아와의 거리두기를 하게 된 것이다. 가장 큰 요인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때문이다. 푸틴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논리대로라면 카자흐스탄 역시 언제든지 러시아의 침공 대상이 될 수도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래서 토카예프 대통령은 지난 6월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투자포럼에서 푸틴 대통령을 앞에 두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공식적으로 비판했으며 “친러 분리독립 세력이 장악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에 대한 러시아의 영토권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공개적으로 발언해 파문을 일으켰다.


또한 지난 8월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인 튀르키예와 정보공유 협정을 맺어 러시아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 이는 카자흐스탄이 러시아의 지배로부터 벗어나려는 시도라고 푸틴은 판단했다.


또 지난 9월 카자흐스탄 외무부는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한스크인민공화국(LPR), 우크라이나 헤르손주, 자포리자주 등 4곳에서 러시아와의 합병을 위해 시행한 주민투표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입장도 내놨다.


이밖에 토카예프 대통령은 러시아의 부분 동원령을 피해 자국으로 들어오는 러시아인들에 대한 안전을 보장한다는 방침도 밝힌 바 있다.


더불어 지난 10월에는 자국 주재 우크라이나 대사를 추방하라는 러시아의 요구를 거부했다. 이에 대해 외교전문지인 디플로매트는 “러시아는 카자흐스탄의 태도 변화를 배신으로 간주하고 은밀한 위협을 가하는 중”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카자흐스탄은 중국과의 교류를 대폭 늘렸다. 우선 경제교류를 대폭 증강했다. 이에 따라 1992년에는 3억 달러(4000억 원) 수준이던 양국 교역액이 올해 1~7월에만 176억 달러(23조6000억 원)로 급증세를 보일 정도로 대폭 확대됐다.


이러한 카자흐스탄의 움직임에 중국도 적극적으로 화답했다. 그동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일대일로(一帶一路) 이니셔티브의 핵심 거점인 카자흐스탄에 각별한 공을 들여 왔었다. 2013년 일대일로 구상을 첫 발표한 장소도 카자흐스탄이었고, 지난 9월 코로나19로 중단했던 외유를 재개하며 첫 순방지로 택한 곳도 카자흐스탄이었다.


이렇게 시진핑 주석은 카자흐스탄에 공을 들이면서 러시아와의 관계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고 있는 카자흐스탄에 ‘영토보존’을 약속했고, 그러면서 러시아를 향해서는 “카자흐스탄을 불안하게 만들지 말라”고 경고를 날렸다.


[카자흐스탄 거드는 미국과 유럽국가들]


사실 카자흐스탄은 러시아나 중국과 긴 국경선을 마주하고 있다는 점에서 지정학적 중요성이 매우 강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외교전문지인 디플로매트는 “미국에게 러시아는 현재의 위협, 중국은 미래의 위협”이라면서 “카자흐스탄은 이 두 나라와 모두 국경을 맞댄 곳으로 지정학적 중요성이 매우 크다”고 언급한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카자흐스탄에 대해 미국과 유럽 등의 서방세계도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 특히 카자흐스탄이 중국과 러시아의 갈등을 빚어낼 수 있는 중요한 지정학적 국가로 부상되면서 여기에 서방세계도 깊은 관여를 원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6~11일 도널드 루 미국 국무부 중앙아시아 담당 차관보는 카자흐스탄을 방문해, 중앙아시아의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해 2500만 달러(335억 원)를 제공하기로 했다.


또한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를 줄이려는 유럽 국가들도 카자흐스탄을 새로운 에너지 구입처이자 유럽~아시아를 연결하는 국제 육로의 거점으로 주목하고 있다.


동시에 외교적인 응원도 병행하고 있다.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17일(현지시간) 중앙아시아 국가들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을 지지하지 않는 것에 감사한다"는 뜻을 밝혔다고 EFE통신이 보도했다.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를 방문 중인 보렐 대표는 “관계와 근접성, 때에 따라 러시아에 의존하는 상황 때문에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갖는 제약을 충분히 이해한다”며 “이런 까닭에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을 지지하지 않고, 러시아가 서방 제재를 회피할 수 있도록 돕지 않는 것에 더욱 감사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 지역 모든 국가가 국제질서와 주권, 영토보전을 수호해야 한다”며 “이는 EU와 중앙아시아 국가들과의 관계를 강화할 수 있는 좋은 이유가 된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16일 카자흐스탄 수도 아스타나를 찾은 보렐 대표는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대통령과 무흐타르 틀례우베르디 외무장관을 만난 자리에서도 국가 영토보전에 관한 유엔헌장에 대한 확고한 지지에 감사의 뜻을 표했다.


[중국과 러시아는 어차피 한 배 탈 수 없다!]


사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그동안 옛소련권 국가였던 중앙아시아 국가들로부터 러시아에 대한 신뢰를 완전히 무너지게 만들었다. 러시아가 자신들을 보호해주는 국가가 아니라 언제든지 침범하면서 영토를 노릴 수 있는 국가라는 인식을 갖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불안감에 빠져 있는 중앙아시아 국가들에 대해 중국은 안전보장을 해 줄 수 있다면서 중국과의 관계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발 빠르게 보여준 것이다.


블룸버그는 지난 16일(현지시간) “시진핑 주석은 푸틴과 같은 외교적 고립을 원하지 않는다”면서 “시진핑은 푸틴과 의도적인 거리두기를 하면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외교적 공백이 생긴 나라들과 밀착하려 하고 있다”고 밝혔다.


물론 대외적으로는 중국과 러시아가 여전히 친밀한 외교관계를 누리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왕이 외교부장은 이번 G20정상회담에서 푸틴의 대리인으로 참석한 라브로프 외무장관과 회담하면서 모스크바를 미국 권력에 도전하는 귀중한 파트너로 선언했다.


“그러면서도 중국은 러시아를 비판하는 일부 국가들과 의도적으로 관계를 회복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면서 “푸틴과 시진핑은 동맹을 맺은 관계가 아니라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블룸버그는 진단했다. 블룸버그는 이어 “중국의 외교적 전환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군을 몰아내면서 승세를 굳히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분석했다.


이렇게 중국과 러시아는 결코 완전한 한 편이 될 수 없다. 그래서 우방국은 될지언정 동맹관계는 될 수가 없는 것이다. 이러한 중국과 러시아의 관계가 이번 카자흐스탄을 통해 여실히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TAG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whytimes.kr/news/view.php?idx=13493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추부길 편집인 추부길 편집인의 다른 기사 보기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정치더보기
북한더보기
국제/외교더보기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