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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결국 좌초된 중국의 일대일로 - 中, '1조달러' 일대일로 사업 수술중 - 국제사회와 협력 모색하는 중국, 사실상 실패 인정 - 결국 일대일로에서 손 떼는 수순으로 갈 듯
  • 기사등록 2022-09-28 13:2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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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1조달러' 일대일로 사업 수술중]


중국이 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사업인 일대일로(一帶一路) 프로젝트가 무려 1조 달러를 투입하고도 저개발국에 '채무의 덫'을 채웠다는 비난에 직면한데다 사업 부실로 투자금 회수마저 어려워지자 결국 대대적인 수술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7일(현지시간) 이같은 사실을 보도하면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2년 집권 다음 해인 2013년부터 추진해온 대외 경제 전략인 일대일로 사업이 벽을 만났다”고 보도했다.


▲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7일(현지시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2년 집권 다음 해인 2013년부터 추진해온 대외 경제 전략인 일대일로 사업이 벽을 만났다”고 보도했다.


일대일로 프로젝트의 원래 취지는 저개발국의 풍부한 자원을 중국 자본으로 개발해 서로 경제 발전을 꾀하자는 것인데, 중국 정부는 이를 위해 2013년 이 사업 시작 후 올해 상반기까지 저개발국들의 광산과 철도 건설 프로젝트에 총 9천310억달러(약 1천222조원)를 쏟아부은 것으로 전해졌다.


시진핑 주석은 일대일로 사업을 시작하면서 '세기의 프로젝트'라고 강조했는데 사실 그 속내는 이 사업을 통해 중국의 영향력 확대로 세계 질서를 재편하려는 야심을 품었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 2015년 주식시장 붕괴로 소비가 위축됐을 때, 중국은 일대일로 대상국들에 자국의 공급 과잉 철강과 섬유 등을 수출해 '윈-윈'의 성과를 내기도 했다.


그러나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돈을 투자하는 중국은 치밀한 계획이나 이를 관장하는 전문가도 없이 대외적 홍보성 프로젝트에 더 치중하면서 자멸의 길을 걸어 왔다. 다시말해 돈을 빌려주는 중국은 해당국에 수익 전망이 거의 없는 프로젝트를 요구하는 사례가 허다했고, 여기에 전세계 경기 침체와 고물가, 금리상승 등으로 중국에 빚을 진 나라들이 갚지 못해 수백억달러의 차관이 상환불능 상태에 빠지면서 수많은 개발 계획이 중단될 위기에 빠지게 된 것이다.


결국 중국 돈을 받은 국가들은 빚더미에 올라앉았고, 중국 역시 대출금을 회수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빠져들었다. 그러다보니 중국은 문제가 있는 사업의 대출금을 회수하지도 못한 채 새 대출을 제공하기까지 하면서 중국의 금고는 바닥을 드러내면서 중국조차도 곤혹스러운 처지가 된 것이다.


이와 관련해 WSJ은 “일대일로 사업은 주로 아시아와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의 저개발국에 집중됐다”면서 “이미 파키스탄, 스리랑카, 앙골라 등은 심각한 상황에 빠졌다”고 지적했다.이를 가리켜 미국과 유럽에선 중국의 '채무 함정 외교'라고 꼬집고 있는 것이다.


[일대일로사업, 전면 재조정 들어간 중국]


그런데 일대일로 사업이 위기에 봉착할 것이라는 진단은 이미 지난해 2월에 영국의 싱크탱크에 의해 이미 지적된 바 있다. 영국의 해외개발연구소(ODI, Overseas Development Institute)는 일대일로 관련 보고서를 통해 ”중국 우한시에서 전 세계로 확산돼 왔다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COVID-2019)로 인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경제 영토 넓히기' 전략으로 추진한 일대일로 프로젝트가 잇따른 취소와 지연, 차단, 중단 등의 각종 어려움에 맞닥뜨렸다“고 지적했다.


보고서 집필자 중 한 명인 레베카 나딘(Rebecca Nadin) ODI 글로벌 리스크 및 탄력성 담당 국장은 “탄자니아와 나이지리아의 일부 유명한 프로젝트는 유행병보다는 부패와 정쟁 불안과 같은 전통적인 정치적 위험을 이유로 중단되거나 취소되었다”면서 “대규모 인프라 프로젝트와 관련된 정치적 위험은 다른 투자자들만큼 중국 투자자들에게도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국가안보나 지정학적 요인 역시 다수의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됐다. 여기에는 호주, 인도, 루마니아, 베트남 등지의 일대일로 프로젝트가 차단된 경우에 주목했다.


이렇게 일대일로 프로젝트가 어려움을 겪으면서 중국에게는 두 가지의 심각한 숙제를 던져주고 있다는 것이 이 보고서의 주장이다. 하나는 중요한 일대일로 프로젝트들이 좌초됨으로써 일대일로 사업의 효율성이 극히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고, 둘째는 중국이 해외에 막대한 투자를 했는데 이 투자가 계획대로 회수되지 못함으로 인해 중국 경제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눈여겨볼 것은 두 번째 항목이다. 이에 대해 무디스의 마이클 테일러 아시아태평양 총괄 디렉터는 “중국의 채무국 중 상당수는 경제규모가 작고, 원자재나 관광, 해외에서의 송금에 의존하는데 전부 코로나로 큰 타격을 입었다”면서 “이렇게 엄청난 투자를 했음에도 회수나 순환 자체가 막혀 버리니 이 모든 것들이 고스란히 중국 경제에 타격으로 돌아온다”고 지적했다.


중국이 거액을 빌려준 파키스탄, 탄자니아, 앙골라와 같은 국가들은 디폴트 선언을 한 잠비아와 비슷한 재정적 어려움에 시달리고 있다. 이들이 제때 돈을 갚지 못하거나 인프라 프로젝트를 연기하면 주요 자금 공급원인 중국개발은행, 중국진출구은행 등 국영기업들이 타격을 입게 된다. 그런데 이러한 우려가 이미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이런 영향으로 중국의 가계, 정부, 비금융사 부채가 급증하면서 중국이 외부보다 내부 문제에 집중할 수밖에 없게 되고, 또 그렇게 하다보면 일대일로에 대한 지속적 투자도 불가능해지면서 더욱 더 수렁으로 빠질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세바스찬 혼, 카르멘 라인하트 등 저명 경제학자들의 국가 부채 관련 연구 결과 2010년 5%에 불과했던 중국의 해외 부실 대출액 비율은 현재 60% 수준까지 이르렀다.


그러자 중국도 어쩔 수 없이 일대일로 사업 투자금을 줄이고 전반적인 재조정에 들어가게 된 것이다. 실제로 중국 푸단대 녹색금융개발센터가 공개한 '2022년 상반기 일대일로 투자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 중국은 지금까지와는 달리 러시아와 스리랑카, 이집트의 일대일로 사업에 한 푼도 투자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국제사회와 협력 모색하는 중국, 사실상 실패 인정]


분명한 것은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이 완전한 실패로 끝났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중국은 일대일로 사업을 어떤 방식으로든 이어가려 할 것이다. 그것이 시진핑 주석의 최대 치적 중의 하나라고 홍보해 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국 당국이 내놓은 방안이 ‘일대일로 2.0’이다. WSJ은 “중국 내에서조차 일대일로 사업이 ‘점점 복잡해지고 있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으며, 위험 부담을 줄이려면 국제사회와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WSJ은 “중국이 22개 채권국 국가의 비공식 그룹으로 채권 회수와 함께 저개발국에 대해 지원도 하고 있는 파리클럽과의 협력도 모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그동안 파리클럽과는 거리를 둬 왔지만 상황이 어려워지다 보니 파리클럽과 손을 잡고 난국을 타개해 보려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중국 외교부는 “국제사회와 협력해 일대일로 협력의 질적 발전을 촉진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대외적인 명분용이고, 사실은 부채 회수에 진력하고 일대일로 프로젝트와 적당히 거리두기를 하려 한다고 보면 될 것이다.


실제로 중국은 차드, 에티오피아, 잠비아 등의 부채를 회수하는 데 주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잠비아는 2020년 말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한 바 있으며, 지난달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13억달러 구제금융 지원을 약속받았다. 현재 잠비아는 작년말 기준 173억 달러의 부채를 안고 있으며 그 중 3분의 1이 중국이다.


이렇게 부채는 최대한 회수하고 투자회수가 확실한 곳에만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수행하겠다는 식으로 방향전환을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그동안의 중국식 일대일로와는 완전히 다른 방식이다. 중국과 상대국이 윈-윈하는 방식에는 중국이 관심없고, 오직 일대일로를 통해 상대국을 속박하려는 의도만 가득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국 외교협회의 브래드 세서 선임연구원은 “일대일로 사업이 지속 가능해지려면 중국은 대출에서 벗어나 보조금과 여타 다른 지원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진단했다.


[결국 일대일로에서 손 떼는 수순으로 갈 듯]


중국은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하면서 그 속뜻은 미국 등 서방 중심의 국제 질서를 재편하겠다며 막대한 자금을 개도국의 사회기반시설 개발 등에 투입했지만 결과적으로 해당 개도국이 원리금 상환조차 어려운 상황에 빠지는 사례가 속출하면서 원대한 중국몽도 무너지게 되었다. 결국 일대일로 프로젝트도 사실상 사멸의 길로 가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블룸버그통신은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참가했던 개도국들의 잇따른 채무불이행 위험은 중국의 소프트파워 전략에 큰 걸림돌로 작용 중”이라고 평가했다.


과연 개발도상국을 향한 중국의 태도가 어떻게 달라질지가 관심거리다. 중국이 국제사회에 대한 욕심을 내려놓는다면 중국도 재평가를 받을 수 있겠지만 과연 중국이 그럴 생각이 있는지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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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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