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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더는 잃을 것도 없다”, 이란 뒤덮은 대규모 시위 - ‘히잡 미착용’ 이란 여성 의문사 일파만파 - 강경 대응하는 이란 당국, 시위대에 발포도 - 한목소리로 규탄하는 국제사회, "탄압 멈추라!"
  • 기사등록 2022-09-26 16:4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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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잡 미착용’ 이란 여성 의문사 일파만파]


이란에서 히잡을 느슨하게 착용했다는 이유로 구금돼 끝내 숨진 22살 여성 ‘마흐사 아미니(Mahsa Amini)’의 죽음을 계기로 이란의 여성인권 문제가 국내적으로도 반정부 시위의 격화를 불러왔고, 동시에 국제사회의 주요 이슈로 부각됐다.


▲ 뉴욕타임스(NYT)가 24일(현지시간) 보도한 바에 따르면 아미니는 지난 13일 테헤란을 방문했다 히잡으로 머리를 제대로 가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하철역 밖에서 체포됐다. 그런데 구금되었던 이미니는 3일만인 16일 혼수상태에 빠진 채 사망했다.


뉴욕타임스(NYT)가 24일(현지시간) 보도한 바에 따르면, 아미니는 지난 13일 테헤란을 방문했다 히잡으로 머리를 제대로 가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하철역 밖에서 체포됐다. 그런데 구금되었던 아미니는 3일만인 16일 혼수상태에 빠진 채 사망했다. 노르웨이 오슬로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비정부단체 이란인권(IHR)은 아미니가 체포된 이후 머리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다고 했다.


이란 경찰은 아미니가 구금 당시 심장마비가 일더니 혼수상태에 빠져 사망했다고 주장했지만, 아미니의 아버지 암자드 아미니는 22일(현지시간) CNN과 인터뷰에서 “정부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 그들은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내가 아무리 애원해도 그들은 (구금된) 내 딸을 보지 못하게 했다”고 말했다.


아미니의 죽음은 이란 시민들의 분노를 촉발시켰다. 아미니의 의문사가 알려지면서 아미니의 고향인 이란 사케즈에서 가장 먼저 시위가 시작됐다. 시위에 참여한 여성들은 히잡을 벗어 흔들고 불태웠다.


그리고 수도 테헤란과 제2도시 마슈하드로 반정부 규탄 시위가 번져가기 시작했다. NYT에 따르면, 의문사후 1주일여가 지난 24일(현지시간)에도 이란에서는 80여개 지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시위가 벌어졌다.


시위대는 “여성, 삶, 자유”를 외치면서 시위에 임했다. 시위 현장의 모습과 시위 내용을 전하면서 트위터에서 공유되는 해시태그 ‘#Mahsa_Amini’는 500만번 이상 언급됐다.


이 시위와 관련해 AP 통신은 “이란 젊은이들은 아미니의 의문사를 ‘인권 억압의 상징’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시민들의 항의 시위에 기름을 부은 것은 당국의 과도한 대응이었다. 이란 혁명수비대의 자원봉사 조직인 ‘바시지’가 지난 며칠 사이 시위대를 향해 몽둥이를 휘두르는 모습이 포착됐다.


또한 언론들과 SNS를 통해 전파되는 내용들을 보면 수도 테헤란을 비롯해 여러 도시에서 보안군이 시위대를 향해 발포했고, 테헤란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는 경찰이 최루탄을 던지고 창문을 향해 사격했다. 한편에서는 시위대가 보안군을 구타하고 차에 불을 질렀으며, 여성의 복장 등을 감시하는 '풍속 단속 경찰'의 본부를 폭파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이 시위와 관련해 이란 국영 TV는 “이달 17일 시위가 시작된 이래 23일까지 최소 35명이 숨졌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유혈시위의 성격으로 봤을 때, 시위대와 치안당국 양측 모두에서 사망자가 급증했을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여기에 시위가 처음에는 아미니의 의문사 문제가 초점이었으나 지금은 곳곳에서 이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를 겨냥해 이슬람 공화국의 신정 통치를 끝내자는 구호가 나오고 있다. 테헤란 대학 시위대는 “독재자에게 죽음을”, “히잡에 죽음을, 우리가 언제까지 그런 굴욕을 참아야 하나”라고 외쳤다고 NYT는 전했다.


쿰이나 마슈하드와 같이 종교 색채가 깊은 도시에서도 여성들이 히잡을 찢어 불에 태우거나 시위대 앞에서 머리카락을 자르면서 항의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현재 상황에 대해 분석가들은 거듭된 개혁·개방 실패로 정치적·경제적으로 위기를 느낀 이란 국민이 히잡 사건을 계기로 보수 성향의 라이시 대통령을 위시한 이란의 지도자들을 향해 분노를 쏟아내고 있다고 진단했다.


NYT도 “이번 시위가 이란 공화국 건국 후 처음으로 테헤란 북부 고층 아파트에 사는 부유한 이란인과 남부 테헤란의 시장 상인 등 노동계급, 쿠르드족과 투르크족, 기타 소수민족 등 계층과 지역, 민족을 망라한 전방위적인 동참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제위기그룹(International Crisis Group)의 알리 바에즈 이란 책임자는 “젊은 세대가 이런 위험을 감수하는 것은 잃을 것이 없고,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기 때문”이라며, “지도부가 계속해서 개혁을 저지함으로써 사람들이 이 시스템으로 개혁할 수 있다는 것을 더는 믿지 않는 상황을 만들어버렸다”고 NYT에 지적했다.


[강경 대응하는 이란 당국]


사태 전개에 당황한 이란 당국은 시위가 격화되자 일단 소셜미디어 등 인터넷 접속을 제한하며 언론 통제에 나섰다. 이미 페이스북·텔레그램·트위터·유튜브 등의 접속 장애가 보고되는 중이다. 인터넷 접속 차단 감시단체인 ‘넷블록스’는 이란에서 사용자가 몇백만에 이르는 인스타그램의 접속이 안 되고 있으며, 휴대폰 통신망도 일부 접속이 제한되고 있다고 말했다.


동시에 이란 정부는 강경 진압에 나섰다. 지난 2009년 부정선거 의혹, 2017년 경제정책 실패, 2019년 유가 인상을 계기로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을 당시에도 정부는 보안군을 보내 과격 진압한 바 있다.


21일 에브라힘 라이시(Ebrahim Raisi) 이란 대통령은 미국 뉴욕에서 열린 제77차 유엔 총회에 참석해 마흐사 아미니의 사망 사건에 대한 진상 조사를 약속하면서도 “정부는 어떤 상황에서도 국가와 대중의 안전이 위태로워지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시위대에 경고했다.


또 정보부는 이란 내 모든 휴대폰 사용자에게 이란의 주적이 조직한 시위에 참여할 경우 샤리아(이슬람 율법)에 따라 처벌될 것이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이란 내 언론인보호위원회에 따르면, 아미니 사망 사건을 처음으로 보도한 일간지 기자 닐루파 하메디를 포함해 최소 17명의 언론인이 체포됐다.


사실상 이란 정부의 강경대응은 이미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 통신은 경찰이 쏜 산탄총과 최루탄을 맞고 시민 5명이 숨졌다고 보도했다. 이란 인권단체 헹가우는 시위대 6명이 숨지고 450명이 부상당했다고 주장했다.


이란 정부는 최소 1000여 명의 시위대가 체포됐으며, 시위로 인해 경찰 1명이 숨지고 4명이 부상당했다고 발표했다. 소셜미디어에서는 피 흘리는 이란 시위대의 모습을 쉽게 확인할 수 있으며, 불타는 자동차나 테헤란 거리의 모습이 쉼없이 공유되고 있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이란 당국의 인터넷 접속 차단조치가 무력 유혈진압의 전조일 수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이란내 한 인권운동가는 “2019년 연료값 인상에 항의하는 시위가 전국으로 확산했을 때도 인터넷을 먼저 차단한 뒤 본격적인 강제진압에 나섰다”며 “이번에도 그런 수순으로 가는 것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2019년 시위 땐 당국의 강경진압으로 무려 1500여명이 숨졌다.


[한목소리로 규탄하는 국제사회]


국제사회는 한목소리로 이란을 규탄하고 있다. 나다 알 나시프 유엔인권고등판무관 대행은 20일 발표한 성명에서 이란 공권력의 대응에 우려를 표하며 “아미니의 비극적인 죽음과 고문 및 부당대우 혐의는 독립적인 주체가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국제사회의 인권단체들도 이란내 시위에 대해 반인권적 모습을 공개하면서 이란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23일(현지시간)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국(OHCHR)은 이란 종교경찰이 최근 몇 달간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여성들을 겨냥해 순찰을 확대해왔음을 보여주는 증거 영상을 공개했다.


증거 영상에는 이란 여성들이 히잡을 느슨하게 착용했다는 이유로 종교경찰로부터 뺨을 맞고, 곤봉으로 구타당하고, 경찰 차량 안에 잡혀가는 모습이 담겨 있다.


나다 나시프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은 “아미니의 비극적인 죽음 그리고 (이란 종교경찰의) 고문과 학대 혐의는 독립적인 권한 있는 조사당국에 의해 신속하게 밝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발빠르게 압박에 나섰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21일 유엔 총회에서 “우리는 기본적인 권리를 지키려고 시위하는 이란의 용감한 시민과 여성들의 편”이라고 말했다. 미국 상무부는 19일 이란 항공기 183대 등을 수출규정 위반을 이유로 제재 목록에 올렸다.


제임스 클레벌리 영국 외교장관 또한 “이란 지도부는 국민들이 그들이 취한 방향에 불만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며 핵무기에 대한 열망과 반대파 탄압을 멈추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나세르 카나아니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이란의 내정과 관련된 미국 당국의 개입적 발언을 단호히 거부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이란에서의 대대적 시위는 그동안의 어떤 시위보다 국민들이 더 결집하고 있으며, 그 어느때보다 대담하다. 특히 청년들이 대대적으로 결집하고 있다는 것은 이번 시위가 쉽게 끝나지 않을 것임을 암시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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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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