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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대만에 부는 바람, “중국과 내통 정치인 쫓아내라!” - 11월 지방선거 출마자에게 '‘불항복서약서' 서명 요구 - UMC 창업자 차오싱청 회장, 반중 투쟁 전면에 나서 - 민간 저격수 30만명 육성, 무인기 100만대 생산계획도
  • 기사등록 2022-09-23 12:5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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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마지막 전투, 중국 공산당과 싸우는 것”]


대만에 정치의 분위기를 완전히 바꾸는 새바람이 전개되고 있다. 한마디로 중국과 내통하는 정치인들을 정치계에서 완전히 쫓아내자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운동의 한 중심에 한때 친중파였다가 지금은 완전히 반중으로 전환한 한 재벌이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21일(현지시간) 대만 최초의 반도체 기업 UMC 창업자 차오싱청(曹興誠) 회장이 이젠 싱가포르 국적을 대만으로 바꾸면서 죽을 때까지 대만을 위해 싸우겠다고 선언했다”고 전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21일(현지시간) 대만 최초의 반도체 기업 UMC 창업자 차오싱청(曹興誠) 회장을 소개하면서 “지난 50여년동안 대만의 업계 경쟁자들과 싸웠고, 대만 정부에 도전장을 내기도 했으며, 검찰과 싸우고 정치인들과 충돌하기도 했던 75세의 친중파 재벌 차오싱청 회장이 이젠 싱가포르 국적을 대만으로 바꾸면서 죽을 때까지 대만을 위해 싸우겠다고 선언했다”고 전했다.


FT는 이어 “명분있는 싸움을 좋아하는 차오 회장은 이제 그의 생애에서 가장 위대한 전투인 중국과 맞서고 있다”면서 “앞으로 2~3년안에 대만의 누구도 중국을 두려워하지 않고 우리 모두가 저항할 준비를 하도록 할 것이라 밝혔다”고 보도했다.


차오 회장은 제2차 세계대전 영국 도시에 대한 독일군의 폭격을 예로 들면서 “무엇보다 중국과 대항하기 위한 높은 사기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차오 회장은 이렇게 대만인에게 중국에 대한 투쟁 의지를 높이고, 동시에 실제로 중국에 당당하게 맞설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크게 3가지 분야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고 FT는 밝혔다.


① ‘흑곰용사’ 300만명 육성위한 ‘흑곰학원’ 설립


차오 회장이 품은 첫 번째 계획은 민방위 훈련 기관인 ‘흑곰학원(黑熊學院·Kuma Academy)’을 설립해 앞으로 3년 동안 300만명의 민방위 대원을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응급구조, 무인기 조종법, 라디오 통신 훈련 등 다양한 군사기술을 훈련함으로써 이를 통해 향후 중국이 침공하거나 위협할 경우 민방위 대응 역량을 높이겠다는 의도다.


차오 회장은 이를 위해 30억 대만달러(약 1335억원)의 사재를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② 민간 저격수 30만명 육성


차오 회장의 또다른 계획으로는 4억 대만 달러(약 178억원)를 들여 민간 저격수 30만명을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이 저격수들은 중국의 침공이 벌어질 경우 대만 본섬으로의 진입을 늦추기 위한 예비전력으로서 운용된다.


③ 무인기 100만대 생산


차오 회장의 세 번째 계획은 대만의 방위력 강화를 위해 무인기(드론) 100만대 생산하겠다는 것이다. 차오 회장은 이를 위해 대만의 무인기 제조업체와 관련 사안을 접촉하고 있으며, 저자본으로 신속하게 공격용 무인기 100만대를 생산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차오회장은 "만약 중국군 부대의 상륙 또는 중국 군함이 대만해협을 통과할 때 (무인기를 통해) 그들을 공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과 내통하는 정치인 축출하자!]


대만이 당당하게 중국과 맞설 수 있도록 준비하자는 차오 회장의 담대한 선언이 더욱 주목을 끄는 것은 차제에 중국과 내통하거나 중국 우호적인 정치인들을 아예 정치판에서 축출하자는 국민운동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오는 11월 26일은 대만의 지방선거가 실시된다. 4년마다 실시되는 대만의 지방선거는 흔히 ‘구합일(九合一) 선거’로 불리는데, 이는 9명의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을 한 번의 선거로 뽑기에 붙여진 이름이다. 여기에는 직할시 시장, 직할시 의원, 시장과 현장, 시의원과 현(縣)의원, 향진시(鄕鎭市)의 수장, 향진시의 주민대표, 직할시 원주민구 수장과 대표, 이장과 촌장이 포함된다. 다가오는 지방선거에는 1만9000여명의 후보자가 이미 등록을 마쳤다.


그런데 지금 대만에서는 선거운동을 앞둔 이들에게 이른바 ‘불항복서약서(不投降承諾書)’에 서명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여기서 ‘대만을 지키고, 절대로 항복하지 않겠다는 서약서(捍衛臺灣 絶不投降 承諾書)’라는 이름을 가진 ‘불항복서약서’란 “대만이 중국과 그 맹방으로부터 받는 무력과 안전의 위협에 직면하여, 최고의 경각심으로 외부 적대세력의 침투를 막고, 말이나 행동, 혹은 기타 방식으로 (중국에) 항복하거나 저항을 포기하고 적과의 평화회담을 하자고 고취, 선전, 유세, 혹은 지지하는 어떠한 주장도 하지 않을 것”임을 서약하라는 것이다.


또한 “중국이 군사적 방법으로 대만을 침략·위협하고, 대만과 중국 간에 무력충돌이 발생하는 경우, 죽음으로 대만의 안전을 보위하고 침략에 반격하며 절대로 항복하지 않을 것”임을 약속하라는 요구도 담겨 있다.


결국 대만의 지방선거에 출마하려는 후보자들이 ‘중국의 군사 위협에 굴복하지 않고 끝까지 맞서 싸울 것’을 국민 앞에 약속하라는 것이다. 특히 이 서약서는 ‘항복론’과 ‘평화적 대화론’을 모두 거부한다.


한마디로 ‘위장된 평화’라는 이름으로 ‘중국에의 항복론’을 거론하는 것 자체를 전면 반대한다는 것이고, 더불어 무력 위협하의 평화적 담판이란 담판이 아니고, 협박하의 평화는 진정한 평화가 아니며 굴복이자 항복일 뿐이라는 의미다.


이 서약서에 대한 서명 결과는 오는 11월 11일 발표되는데 서명은 자유지만 서명 여부는 만천하에 그대로 공개된다. 그런데 대만내에 반중 여론이 높은 가운데 서약서의 서명 여부는 당연히 당락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러한 국민운동의 한 중심에 차오 회장이 있다. 차오 회장은 “대만 인민은 ‘안(대만)에서 밥을 먹고 바깥(중국)과 내통하는’(吃里玑外) 정치인에게 절대 투표해서는 안 된다”면서 “‘자유 대만’을 지키기보다 ‘중국과의 통일’을 주장하는 정치인에게 표를 주지 말라”는 운동을 대대적으로 펼치고 있다. 한마디로 정치인의 자질에 국가보위의 개념을 맨 우선적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차오 회장이 설립한 흑곰학원의 공동설립자인 션보양(沈伯洋)은 “일반인들은 전쟁 발발 시 지방정부 장(長)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모른다”면서 “민방위 차원에서 사실상 가장 중요한 일들(의료, 식량, 화생방 대비 등)은 촌장·이장 차원에서 이루어진다”고 강조했다.


션 회장은 이어 “이번 서명운동은 국민이 자치단체장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각 지역 유권자들은 자신이 투표하고자 하는 후보자가 전쟁 시 민간 방위의 역할을 제대로 할 후보인지 파악해야 하고, 만약 후보가 그런 역할을 떠맡지 않으려 한다면, 그는 당신이 지지해야 할 후보는 아닐 것”이라고 강조했다.


[친중파였던 차오회장, 그는 왜 돌아섰나?]


이렇게 중국과 인생의 마지막 전쟁을 벌이겠다고 선언한 차오 회장은 원래 철저한 친중파였다. 대만 최초로 민간 반도체 제조업체인 유나이티드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UMC)를 설립한 그는 한때 통일에 대한 국민투표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할 정도로 친중파였다. 그는 중국에 칩제조공장을 설립하기도 했고, 대만 검찰에 의해 기소되기도 하는 악연도 있다. 그래서 그는 국적을 싱가포르로 바꿨던 것이다.


그러나 차오 회장은 2019년 베이징 당국이 홍콩을 탄압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런 평화적인 시위, 합리적인 요구, 그러나 너무나 잔인한 탄압은 나를 격분시켰다”면서 “나는 다시는 본토, 홍콩, 마카오에 가지 않고 공산주의자들과 싸우기로 결심했다”고 선언하게 된다.


그는 중국의 본질에 대해 이렇게 설파한다. “중국의 민족주의는 반문명주의인 반면 대만은 이성, 과학, 진보, 평화, 인권, 법치, 민주주의를 중시하는 문명의 편이다. 그래서 우리는 그들과 함께 할 수 없다.”


나라를 팔아먹는 친중파 정치인들을 정계에서 축출하자는 운동을 벌이는 대만이 그저 부럽기만 하다. 한국은 소위 ‘짱깨주의’와 ‘종북주의’가 정치의 한 축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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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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