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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결국 러시아에서 터져 나온 푸틴 탄핵 결의안 - 탄핵 여부 관계없이 푸틴에겐 정치적 타격 - 푸틴 반대 및 반전운동 확산 계기될 수도 - 우크라이나전 수세 몰리면서 푸틴 책임론 확산 가능성
  • 기사등록 2022-09-14 06:4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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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서 나온 푸틴 탄핵 결의안, 푸틴 충격]


철옹성같았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해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나라를 위기에 빠뜨렸다며 반역죄로 탄핵해야 한다는 결의안이 러시아 내부에서 쏟아지면서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미국의 정치전문매체 더힐(The Hill)은 12일(현지시간) “최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시 스몰닌스코 구의회 의원들이 이달 7일 러시아 하원(국가 두마)에 대통령 탄핵을 요청하는 결의안을 제출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정치전문매체 더힐(The Hill)은 12일(현지시간) “최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시 스몰닌스코 구의회 의원들이 이달 7일 러시아 하원(국가 두마)에 대통령 탄핵을 요청하는 결의안을 제출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결의안에서 “푸틴 대통령의 ‘특별군사작전’이 반역죄에 해당한다”면서 “푸틴 대통령의 특별군사작전 개시 결정은 러시아 안보와 국민에 해로운 일”이라고 주장했다. 특별군사작전은 러시아 당국이 자국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칭하는 말이다.


이들은 이어 “푸틴 대통령이 지난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로 한 결정이 막대한 인명 손실을 초래했고, 수많은 러시아 군인을 장애 퇴역 군인으로 만들었다”면서 “이 일로 러시아 국가 경제가 악화됐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동쪽으로 세력을 빠르게 확장했으며, 우크라이나의 군사화를 부추겼다”고 비판했다.


더힐은 이와 관련해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시 세메노프스키 지역 대표인 제니아 토르스트렘은 지난 12일 트위터를 통해 '푸틴 대통령 사임 독려 서명서'를 공유했다”고 전했다.


그가 올린 게시글에는 “우리 러시아 (지자체) 대표 18명은 푸틴 대통령이 조국에 해롭다고 믿는다”면서 “우리는 푸틴 대통령이 대통령직을 사임할 것을 촉구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밖에 “청원 문구는 매우 간략하며 누구도 ‘비난하지’ 않는다”면서 “지역 대표 누구라도 참여하는 것을 환영하며 서명운동에 참여해달라”는 내용도 담겼다.


푸틴의 고향인 상트페테르부르크시 외에 모스크바의 로모노소프스키 시의회도 스몰닌스코예 구의회 의원들과 비슷한 내용으로 푸틴 대통령의 사임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표결했다.


모스크바 시의회는 지난 8일 “푸틴의 견해와 국가 운영 방식은 개선의 여지없이 낡았다”며 “러시아의 발전에 심각한 방해가 된다”고 지적했다.


이날 청원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래 처음 실시된 지방선거에서 친정부 후보들이 크게 승리한 뒤 나왔다.


[탄핵 여부 관계없이 푸틴에겐 정치적 타격]


워싱턴포스트는 이에 대해 “실제로 푸틴 대통령의 탄핵은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이같은 비판이 공개적으로 나왔다는 점에서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고 전했다.


다시말해 러시아 정부당국이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정부에 대한 비판을 엄격하게 단속해왔지만 러시아의 핵심 정치인들이 전쟁 반대와 함께 푸틴에 대한 책임론을 들고 나왔다는 것은 푸틴에게는 물론이고 지도부에게도 상당한 충격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경우에도 호소문이 공개되자마자 하루만에 스몰닌스코예 구의원 7명이 현지 경찰에 소환됐다. 정부에 대한 신뢰를 실추시킨 혐의다. 현재 일부 인원은 풀려난 상태로 전해진다.


지난 3월 러시아 의회는 자국군에 대한 가짜뉴스 양산 등 정부 발표와 다른 내용을 유포하는 행위에 대해 최고 15년의 징역형에 처하는 법을 통과시킨 바 있다. 이로 인해 정부를 비판했던 모스크바의 한 구의원이 징역 7년을, 슈퍼마켓 가격표에 ‘전쟁 반대’ 스티커를 붙였던 한 여가수가 징역 10년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이런 전례가 있기 떄문에 이번에 푸틴 탄핵 발의를 한 의회 의원들도 최소 벌금형 이상의 사법 처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이들 중 유페레프 의원은 지난 2년전 회의장에 걸린 푸틴 대통령의 초상을 찢어 논란을 일으킨 사건의 주인공이기도 해 파문은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당시 유페레프 의원은 페이스북에 “회의 도중 구청 측이 회의실에 있던 알렉산드르 푸시킨(19세기 러시아 대문호) 초상을 치우고 푸틴 사진을 내걸었다”면서 “이에 의원으로서 대응 조치를 취했다”고 말했다.


이후 그는 경찰 조사를 받았고, 크렘린궁 측은 “해당 행위를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는 없다. 하지만 관청에 대통령 초상을 걸도록 하는 규정은 없고 있을 수도 없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사건은 일단락 됐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호소문 작성에 앞장선 니키타 유페레프 의원과의 인터뷰를 통해 “푸틴 대통령은 단 한 방울의 눈물도 흘리지 않을 것이고 이 작전을 중단하는 일도 없을 것이란 걸 우리는 잘 알고 있다”며 “이번 요청은 러시아에 남은 사람, 전쟁을 반대하는 사람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 등을 위해 작성했다”고 말했다.


[푸틴 반대 및 반전운동 확산 계기될 수도]


중요한 것은 푸틴을 탄핵해야 한다며 호소문을 내건 의회의원들이 푸틴의 정치적 고향이라 할 수 있는 상트페테르부르크와 모스크바에서 일어났다는 점이다.


사실 러시아 내부에서는 그동안 쉬쉬하고 있었지만 전쟁 반대 움직임이나 푸틴에 대한 비판 시위들이 계속 일어났었다. 지난 8월 24일 로이터통신은 “러시아 예카테린부르크의 예브게니 로이즈만 전 시장이 군의 평판을 훼손한 혐의로 구금됐다”고 보도했다. 로이즈만 전 시장은 유튜브 영상을 통해 우크라이나 전쟁을 특수군사작전이라 말하지 않고,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표현한 것이 러시아군의 평판을 훼손한 것으로 보고 조사를 받았으며 구금에 이르게 되었다는 것이다.


로이즈만 전 시장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정적으로 현재 투옥 중인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의 지지자이며, 2013년 예카테린부르크 시장으로 선출된 뒤 푸틴 대통령을 집중적으로 비판해왔다.


이와 관련해 야당 국가두마(하원) 의원인 드미트리 구드코프는 텔레그램에 “로이즈만의 구금은 전쟁의 진실을 말하는 데 대해 반년째 계속되고 있는 복수”라고 적었다.


이런 식으로 러시아 내부에서는 푸틴의 전쟁에 반대하거나 비판하는 이들에 대한 구금과 압박이 갈수록 극심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인권감시단체인 'OVD-인포'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에서 반전운동으로 체포되거나 구금된 사람은 1만6000여명이 넘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푸틴에 반대하는 반체제 인사들 역시 수시로 구금되고 또 고문 등으로 사망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전으로 가면서 러시아내에 분위기가 악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푸틴 정권은 반체제 인사들에 대한 저인망식 탄압에 나서고 있다.


영국의 시사주간지인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지난 7월 4일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이 시베리아의 도시 노보시비르스크에서 췌장암으로 투병하고 있는 물리학자인 드미트리 콜케르 박사를 간첩혐의를 씌워 체포했는데, 그는 체포 이틀만에 사망했다.


또한 노보시비르스크에 있는 이론·응용수학 연구소의 과학자 아나톨리 마슬로프도 콜케르 박사와 같은 혐의로 FSB에 체포됐다.


푸틴 정권의 반대파에 대한 정치적 탄압은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지만 최근 체포된 인사들은 공개적으로 비판의 목소리를 내지 않은 의외의 인물이다. 그런데 이러한 인물들까지 저인망식으로 체포하고 구금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반 푸틴 여론이 조성되는 것을 막기 위해 러시아 당국이 안간힘을 쓰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의문사도 잇따르고 있다. 올해는 특히 에너지 업종 거물들의 의문사가 최소 8명이 확인됐다. 그런데 이들의 공통점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반대했다는 점이다. 물론 외부에 알려진 사인(死因)은 ‘자살’이지만,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비판적 입장 때문에 정권의 미움을 받아 살해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1일에도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은 “러시아 최대 민영 석유업체 ‘루크오일’의 라빌 마가노프(67) 이사회 의장이 모스크바 중앙임상병원 6층 창문에서 추락해 숨졌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로이터통신 등 서방 언론들은 “마가노프의 측근 상당수가 ‘그가 자살했을 것으로 믿지 않는다’는 입장”이라고 보도했다. 의도적 타살(他殺)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특히 루크오일 이사회는 지난 3월 이번 전쟁을 “비극적 사태”라고 칭하며 “협상을 통해 가능한 한 빨리 무력 분쟁이 종결되기 바란다”는 성명까지 내놓은 적이 있어서 푸틴의 미움을 산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러한 반전, 반푸틴 움직임이 러시아내에서 끊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의 모스크바와 쌍트페테르부르크 의회에서의 전쟁 반대 및 반푸틴 서명 움직임은 러시아내에 반 푸틴 운동을 불지피는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


아무리 철권통치를 하는 독재자 푸틴이라도 러시아 국민들의 반대 여론을 완벽히 잠재울 수는 없다는 점, 특히 최근들어 우크라이나전 상황이 푸틴의 계획과는 완전히 다르게 흘러가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푸틴이 그동안 주장해 왔던 대로 러시아의 완벽한 승리가 아닌 패배의 기운이 감돈다면 그 다음 무슨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는 것이다.


과연 푸틴은 안녕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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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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