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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한중관계 시즌 2, “한국은 당당했다!” - 건방지기 짝이 없는 중국 왕이 부장, 5가지 사항 요구 - 한중관계, '구존동이'에서 '화이부동' 시대로! - 회담장에서 150여km 떨어진 곳에선 사격훈련, 외교적 결례
  • 기사등록 2022-08-11 07:3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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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수교 30주년과 한중관계 시즌2]


취임 후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한 박진 외교부 장관이 9일 산둥성 칭다오에서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회담했다. 이번 회담은 지난 정부에서 사드사태를 계기로 사실상 수직적 관계를 강요해 왔던 중국과 새로운 외교관계를 세울 수 있는 기회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다행히도 우리가 바라던 ‘한중관계 시즌2’로 안정적인 진입을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한마디로 중국에 대해 할 말 다하고 동시에 우리의 요구도 당당하게 요구하면서 중국의 수직적 관계 요구도 단호하게 거부하는 계기를 만들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 취임 후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한 박진 외교부 장관이 9일 산둥성 칭다오에서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회담했다.[사진=외교부]


[중국 왕이 부장의 요구]


중국의 왕이 부장은 확대회담 모두발언에서 “수교 30주년을 계기로 지금까지 성공을 이룩해 온 유익한 경험을 정리하고 양국관계의 큰 국면을 잘 파악해야 한다”며 양국이 해야 할 '다섯 가지'를 거론했다.


⓵ 미래 30년을 향해 중한 양측은 독립자주를 견지하고 외부의 장애와 영향을 받지 말아야 한다.


⓶ 선린우호를 견지해 서로의 중대 관심사항을 배려해야 한다.


⓷ 윈윈을 견지해 안정적이고 원활한 공급망과 산업망을 수호해야 한다.


⓸ 평등과 존중을 견지해 서로의 내정에 간섭하지 말아야 한다.


⓹ 다자주의를 견지해야 한다.


왕이 부장은 이 다섯 가지가 “중한 양국 국민 뜻의 최대공약수이자 시대적 흐름의 필연적 요구”라고 강조했다.


[건방지기 짝이 없는 왕이 부장]


그런데 한국의 외교부장관에게 요구한 이 다섯가지 사항 면면을 보면 마치 자신이 대한민국의 총독인 듯 오만과 건방짐이 드러나 보인다.


우선 왕이 부장이 말한 ‘독립자주’라는 말만 봐도 중국이 한국을 얼마나 얕보고 있는지 말해 준다. 한마디로 한국이 미국의 속국처럼 미국의 요구대로 따라가는 나라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한국의 외교는 국익에 따라 자주적 노선을 걷고 있다. 한국은 미국이 요구한다고 다 들어주는 그러한 수동적 국가가 아니다. 사실 왕이가 말한 ‘독립자주’란 말의 속뜻은 미국에 끌려다니지 말고 그동안 해왔던 대로 중국을 우선시하는 그런 외교를 하라는 것이다. 그게 ‘독립자주’인가? 그렇다면 자유진영의 대부분 국가들이 중국과 디커플링을 하면서 손절을 하고 있는데 이 모두가 그 국가들이 독립적이고 자주적이지 못해 그런 것인가?


왕이의 ‘독립자주’ 발언은 그런 면에서 매우 불쾌하다. 과거에는 그러한 복속주의적 망령이 통했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분명히 다르다. 왕이의 그러한 발언은 한마디로 세상의 흐름을 중국 중심으로 보는 오도된 세계관에서 비롯된 것이다.


두 번째, 왕이는 “원활한 공급망을 수호하고 내정 간섭을 하지 말자”고 했다. 여기서 ‘원활한 공급망’이란 미국 주도의 공급망 재편에 함께 하지 말라는 요구다. 또한 ‘내정간섭’이라는 말은 아마도 대만 문제에 대해 끼어들지 말라는 경고인 듯 보인다.


그런데 왕이 부장이 ‘내정간섭’ 운운한 것은 전형적인 내로남불이다. 그동안 중국은 한국의 내정에 얼마나 깊이 간섭을 해 왔는가? 사드 문제에다 칩4동맹에 대해, 또 한미동맹에 대해 얼마나 시시콜콜 간섭해 왔는가?


더더욱 근본적인 문제는 이러한 다섯가지 요구를 회담 서두에 꺼내들면서 회담의 의제 및 성격, 그리고 가이드라인까지 일방적으로 제시했다는 점이다. 이는 오만의 극치다.


사실 중국 외교부의 한중외교장관회담 결과발표를 보면서 왕이가 5가지 원칙을 제시했다는 표현을 보는 순간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찌보면 새롭게 취임한 한국의 외교장관이 중국에 당당하게 맞설 것을 대비해 아예 중국에 대항하는 것을 봉쇄하려는 협상 전략이었다고도 할 수 있다.


중국이 의도한 대로, 또 중국이 요구하는 대로 회담을 끌고 나가겠다는 왕이의 생각이 오롯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를 ‘중국의 오만’으로 표현하는 것 말고는 달리 표현할 방도가 없다.


왕이는 이 다섯가지 원칙 요구를 통해 사드 3불 원칙을 재요구하려 했고, 동시에 한국이 미국 주도의 ‘칩4’ 협의체에 참여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실상 반대 의사를 밝혔다. 서로 내정간섭 하지 말자고 해놓고 왕이 자신은 버젓이 한국이 독자적으로 국익을 고려해 결정한 외교안보 정책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던 것이다.


하나 더 있다. 한국은 새로운 정권이 출범했고, 또 새로 취임한 외교부장관과의 만남이라면 중국이 먼저 한국측의 의도를 파악하고 수용하려는 자세를 취했어야 했다. 그런데 회담장의 코 앞에서는 왕이가 마치 협박이라도 하듯 5가지 요구를 들이대며 종주먹을 대는듯한 형세를 보였고, 회담장에서 150여km 떨어진 롄윈강 앞바다인 서해(중국의 황해)에서는 사실상 한국을 겨냥한 실탄 사격훈련을 했다.


여기에다 중국의 관영언론들은 한국을 향해 협박성의 논조들을 토해냈었다. 관영 환구시보는 9일 사설에서 “한국은 친구가 건네준 칼을 절대 받아서는 안 된다”며 한국의 사드 배치를 거칠게 비판했다.


어찌보면 한국의 박진 장관을 중국땅에 불러 놓고 앞뒤 그리고 공중에서 협박과 위협을 하는 모양새를 보인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이번 왕이부장과 박진장관의 회담은 중국의 본모습을 완전히 드러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 박진 외교부장관 [사진=외교부]


[한국의 박진 장관, 어떻게 대응했나?]


그렇다면 그렇게 오만불손한 중국의 왕이에게 한국의 박진 장관은 어떻게 대응했을까? 박진 장관은 한마디로 외교의 베테랑이다. 아무리 왕이 부장이 어르고 달래는 식으로 협박한다 해도 겁먹을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의미다.


박진 장관은 이날 “한·중 양국이 인류보편적 가치와 규범에 입각해 한반도와 동북아를 넘어 인도·태평양 지역과 세계의 자유·평화·번영을 위해 상생 협력해 나가길 기대한다”면서 “국익과 원칙에 따라 화이부동(和而不同·공동의 이익을 찾되 차이점은 인정한다)의 정신으로 중국과의 협력을 모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진 장관이 서두에 이 말을 꺼낸 것은 한국의 외교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가치에 따라 움직인다는 걸 강조한 것으로 중국 배제 같은 편협한 기조 위에 외교를 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강조했다. 이는 중국이 한국과 미국이 ‘중국 배제’라는 틀 안에서 새로운 외교노선을 잡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 기본적인 전제 자체가 잘못되어 있다는 것을 분명히 지적했다고 볼 수 있다.


이 말은 역으로 중국이 세계 패권 장악을 목표로 주변 국가들과의 갈등, 그리고 중국 중심의 세계관으로 한 정치·외교·경제 전략을 펴 나가는 것에 대해 인류보편적 가치와 규범으로 되돌아가야 한다는 것을 암시했다고 할 수 있다.


박진 장관이 서두에서 ‘화이부동’을 꺼낸 것도 의미가 있다. 사실 그동안의 한중 외교의 근본은 ‘구존동이(求存同異)였다고 할 수 있다. 구존동이란 갈등이 있거나 차이가 나는 것은 가급적 문제 삼지 말고 서로 이익이 되는 것을 찾아 확대, 발전시켜 나가자는 뜻이다.


그런데 구존동이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그 바탕에 양쪽의 공감대가 있어야 한다. 차이가 비록 존재하지만 공동이익이 많기 때문에 그 차이마저 서로가 존중해 주어야 한다는 그 공감대다. 그러나 그동안 중국은 그 공감대를 여지없이 뭉개버렸다. 중국의 이익만 중요했고 한국의 이익은 무시해도 되는 것으로 여겼다는 것이다. ’사드3불‘도 그러한 배경에서 나온 것이었다.


또 그러한 구존동이의 개념 때문에 중국은 한국을 우습게 보게 되었다. 가장 중요한 체제의 차이는 전혀 거론하지도 않고 이익만 쫓다보니 한국은 잘만 구슬리면 중국이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다는 착각까지 갖게 만든 것이다.


그러나 지금 시대는 달라졌다. 무엇보다도 자유민주주의적 가치관이 국익을 좌우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그렇게 만든 장본인들이 바로 러시아와 중국이다. 이는 구존동이의 시대가 끝나고 화이부동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의미한다. 한마디로 중국에 대해 체제와 이념의 차이를 분명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말은 대한민국이 지향하는 방향이 중국과 같은 체제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의미다. 물론 체제와 이념이 달라도 협력하고 공존·공영할 수는 있다는 전제는 기본적이다.


이런 점에서 박진 장관은 중국에 대해 당당하개 국익을 기반으로 한 한국의 외교노선을 설명한 것이다. 이른바 '사드 3불'(사드를 추가하지 않고, 미국 미사일방어·한미일 군사동맹 불참)에 대해서도 합의나 약속이 아니라는 점을 중국 측에 분명히 밝혔다. 박 장관은 “사드 문제 관련해 북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한 대응은 자위적 방어 수단이며 우리의 안보 주권 사안임을 분명하게 밝혔다”고 했다.


칩4문제도 한국은 당연히 들어갈 수밖에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으며, 한국이 오히려 중국입장을 칩4에 설명하는 가교 역할을 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박 장관은 또 대만해협의 긴장에 대해 우려를 표시하기도 했으며, 주중 한국대사관의 고위 관계자는 지난 5일 한·중 관계에서 상호 존중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문재인 전 정부의 지난 5년간 “한국이 (중국으로부터) 충분히 존중받지 못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렇게 한중관계가 달라지고 있다. 당당하게 할 말 다하고 우리의 이익도 챙기는 ’한중관계 시즌2‘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 오랜만에 보는 시원한 외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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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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