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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자신의 오른팔 해임한 푸틴, 도대체 무슨 일이? - "푸틴, 야전 총사령관 경질…돈바스 점령 지연에 불만" - 흔들리는 러시아 군부, 은폐와 희생양을 만드는 문화 퍼질듯 - 장군들 잇따른 전사에 퇴역장군들까지 차출하는 푸틴, 과연?
  • 기사등록 2022-06-28 13:18:47
  • 수정 2022-06-28 14:5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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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야전 총사령관 경질…돈바스 점령 지연에 불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의 현장 총사령관 알렉산드르 도보르니코프(대장급)를 경질했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25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의 현장 총사령관 알렉산드르 도보르니코프(대장급)를 경질했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25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영국 국방부 관계자는 텔레그래프에 “크렘린궁이 최근 여러 장성을 해임했다”며 “드보르니코프의 경질은 러시아군 지휘부의 중대한 변화를 의미한다”고 전했다.


지난 4월 10일 총사령관으로 임명된 드보르니코프는 그동안 한달 이상 지나도록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거취 문제가 도마에 올랐었다. 그런데 텔레그래프는 “크렘린궁이 공식 입장을 밝히진 않았지만, 러시아의 동부 돈바스 점령 작전이 예상보다 지체된 것이 해임 사유로 꼽힌다”고 보도한 것이다.


중요한 것은 푸틴 대통령이 전쟁 초반 키이우 점령에 실패한 뒤 드보르니코프를 앞세워 돈바스 점령을 새로운 목표로 설정했는데, 이마저도 투입한 자원에 비해 성과가 만족스럽지 않아 인사조치를 단행했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새뮤얼 라마니 영국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 연구원은 “(푸틴 대통령은) 루한스크주 요충지 세베로도네츠크를 10일까지 점령하라는 기한을 줬지만 드보르니코프가 이를 지키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군은 지난 25일에야 세베로도네츠크를 점령했다고 발표했다. 이마저도 우크라이나군의 저항에 부딪혀 기대한 만큼 점령지역을 확보하지는 못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드보르니코프는 누구인가?]


드보르니코프는 한마디로 푸틴의 오른 팔이라 해도 좋을 만큼 전적인 신뢰를 받고 있던 인물이다. 드보르니코프는 지난 2015년 러시아가 시리아 내전에 개입할 당시 민간인 피해를 고려하지 않고 군사 작전을 밀어붙여 ‘알레포의 도살자’란 악명을 얻은 인물이기도 하다. 실제로 시리아 북서부의 알레포에선 러시아군의 포위 공격으로 수만 명의 민간인 희생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또한 드보르니코프는 지난 1월에는 대규모 유혈 시위가 벌어진 카자흐스탄에 2000명의 러시아 공수부대와 함께 들어가 사태를 진압하기도 했다.


이렇게 혁혁한 전공을 세웠기 때문에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초기 계획이 무너지자 푸틴은 ‘가장 믿을 맨’인 드보르니코프를 총사령관으로 임명하면서 푸틴의 뜻대로 전쟁을 이끌어주길 바랐으나 결국 이마저도 제대로 시행이 안되면서 드보르니코프마저 경질되게 된 것이다.


일각에서는 “드보르니코프가 지나치게 술을 많이 마신다는 점도 푸틴 대통령의 신뢰가 사라진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고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영국의 한 탐사보도 매체는 드보르니코프가 과거 시리아에 파견됐을 때도 과도한 음주로 장교들의 신뢰를 받지 못했다고 주장한 바 있으며, 실제로 그는 과거 시리아에 파견됐을 때도 잦은 과음이 문제가 됐다고 한다.


[흔들리는 러시아 군부]


그런데 진짜 문제는 푸틴 대통령이 지난 3월에도 키이우 점령에 실패한 책임을 물어 최소 8명 이상의 장군을 파면한 적이 있다는 점이다. 또한 충성심을 보여주지 않았다며 정보기관 수장들도 해임했으며, 우크라이나 침공 전에 확보한 정보가 부실했다며 연방보안국(FSB) 수장도 교체했다.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도 한때 실각설이 제기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익명을 요구한 러시아군 분석가는 “많은 장성이 바뀌면서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군의 지휘 체계가 흐트러진 것은 물론이고 군사 조직은 큰 혼란을 겪고 있다”며 "최전선에서 최고 장성이 전술 지휘관 역할을 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자 절망의 신호"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러시아군 지도부의 잦은 경질로 인해 러시아 군부가 급격하게 흔들리고 있다. 미국의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5월 20일(현지시간) 영국 국방부의 정보보고서를 인용해 “러시아가 대외적으로는 승리를 주장하고 있지만 우크라이나에서의 군사작전 실패로 인해 내부에서 극한 비판이 나오고 있다”면서 “이는 사실상 러시아군이 현재의 상황에 대해 참담하게 느끼고 있다는 증거”라고 보도한 바 있다.


NYT는 이어 “지난 5월 18일(현지시간) 영국의 정보보고서는 정예 제1 근위 전차군을 지휘한 세르히 키젤(Serhiy Kisel) 중장이 하르키우 함락 실패로 직무가 정지됐다고 보고했다”면서 “이 전투에서 우크라이나군은 반격에 성공했을 뿐만 아니라 러시아 국경까지 진격했다”고 전했다.


또한 “러시아 흑해 함대를 지휘한 이고르 오시포프(Igor Osipov) 중장은 4월 순양함 모스크바호 침몰 이후 직무정지된 것으로 보이며, 발레리 게라시모프 총참모장(합참의장격)은 자리에 남아있기는 하지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신임을 유지하고 있는지는 불확실하다”고 NYT는 덧붙였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4월에는 게라시모프 총참모장을 예전엔 여러 사령관들이 나눠 맡았던 것을 하나로 묶어 우크라이나 침공 총책임자로 임명했었다.


이와 관련해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도 올렉시 아레스토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보좌관의 말을 빌려 “게라시모프 총참모장이 직무정지 상태일 수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아레스토비치 보좌관은 인디펜던트에 “사전정보에 따르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그의 측근들은 게라시모프에게 군 지휘권을 계속 맡겨야 하는지를 평가하고 있다”며 “이는 게라시모프가 평가를 받는 동안 직위를 떠나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게라시모프의 해임 가능성에 대해 러시아는 공식적으로 확인하지 않고 있다.


이미 우크라이나 침공 초기 단계에 부진한 성과를 낸 고위 사령관들을 해임한 바 있는 푸틴 대통령은 이전에도 정보 확보 실패를 이유로 연방보안국(FSB)이 맡던 우크라이나 첩보 업무를 군 첩보부대에 넘겼다.


이와 관련해 영국 국방부는 “은폐와 희생양을 만드는 문화가 러시아 군에 만연할 것으로 보이며, 우크라이나 침공에 참여한 군인들은 작전 차질시 책임을 면하려는 노력을 더 많이 기울일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러한 흐름은 당연히 장교들이 중요한 결정을 상급자에게 미루면서 러시아의 중앙 집권적 지휘 명령 체계에 더 부담이 생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니 러시아가 이런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의 주도권을 되찾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영국 국방부는 진단한 것이다.


한편, 영국 더 타임스는 서방 군사 소식통을 인용해서 “푸틴 대통령과 게라시모프 총참모장이 통상 대령이나 여단장이 맡을 것으로 예상되는 수준의 전술적 의사결정에 관여한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조그마한 승리가 문제가 아니다]


이러한 러시아군의 상황은 결국 전장에서의 조그마한 승리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보다 지금 러시아군 전체가 흔들리고 있어서 이 후유증이 어떻게 나타나게 될 것인가가 더 중요한 관심거리로 떠올랐다. 그래서 러시아군이 무지막지한 포탄을 우크라이나에 퍼붓기는 하지만 생각보다 진전은 더디고 또 앞으로 탄약 등의 보급품에 문제가 생기면서 진짜 위기가 닥쳐올 수도 있다고 진단하는 것이다.


이러한 전황은 이미 지난 5월 중순부터 뚜렷하고 나타나고 있다. 그때나 한달이 훨씬 지난 지금이나 우크라이나에서의 전선은 별다른 차이가 없다. 돈바스 지역에서 한두 도시를 빼앗은 것 말고는 특별한 승리라고 말할 수 있는 근거 조차가 없다는 것이다. 특히 루한스크주에서의 조그마한 소도시 세베로도네츠크 점령이 전세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도 아니다.


영국의 BBC는 지난 5월 19일(현지시간) 민간인 학살 등 잔혹 행위를 벌여 ‘푸틴의 충견(忠犬)’으로 불리는 인물인 람잔 카디로프 체첸 자치공화국 수장이 전날 모스크바에서 열린 회의에서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가 보낸 용병과 무기 때문에 우크라이나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체첸군은 수도 키이우와 마리우폴 공격에 참여해 상당한 피해를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러시아 군사 전문가인 미하일 호다료노크 예비역 대령도 5월 17일 국영 TV ‘로시야1′에 출연, “러시아가 (스웨덴과 핀란드 등의 나토 가입으로) 지정학적으로 고립됐다”면서 “전 세계가 러시아에 등을 돌리고 있다”며 비관론을 내비쳤다.


이런 상황에서 푸틴 대통령이 군부까지 뒤흔들면 그 다음 전장에서 어떠한 결과로 나타나게 될지 주목된다. 지금의 전쟁 상황이 사실 군 지휘부의 잘못이 아니라 그 원초적 책임이 푸틴에게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번 작전을 치르면서도 푸틴이 직접 작전상황에 일일이 간섭하고 소소한 지시까지 했다는 것은 이미 다 알려진 바다. 그래놓고 전쟁에서의 실패에 대해 군지휘관들에게 책임을 묻는다면 누가 푸틴을 위해 희생하겠다고 나서겠는가?


상황이 이런데다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10여명의 장성들까지 전사하면서 지휘관들이 부족해지자 푸틴 대통령은 70을 바라보는 노장(老將)까지 전장에 투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중 대표적인 인물이 파벨장군이다. 1980년대 아프가니스탄전 참전 경험이 있는 특수부대 출신의 파벨은 5년전 전역했는데, 지난 5월 현역으로 복귀하라는 푸틴 대통령 부름을 받고 다시 돈바스 전장으로 향했는데, 현역때와는 달리 겉잡을 수 없이 불어난 몸무게 때문에 과연 지휘관으로서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렇게 도저히 지휘관으로서 일할 수 있을지 의문인 퇴역장성들까지 전장으로 부르는 현실이 지금 푸틴의 처지를 말해 준다. 이렇게 푸틴은 갈수록 사면초가의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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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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