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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대혼란 빠진 중국 외교부, 러시아통 전격 좌천 이유는? - '中 차기 외교부장 후보'에서 탈락한 러시아통 러위청 - 중국, 미국을 1순위에 두는 대대적 외교전환 가능성 - 중국 외교가, 온건파가 장악. 시진핑도 그 노선에 따를 것
  • 기사등록 2022-06-24 06: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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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차기 외교부장 후보'에서 탈락한 러시아통 러위청]


중국 외교부가 대혼돈 속으로 빠져 들었다. 중국 차기 외교부장(장관) 후보로 강력하게 거론되었던 러위청(樂玉成·59) 외교부 부부장이 돌연 중국의 TV·라디오 방송 등을 총괄·관리하는국가광전총국 부국장으로 자리로 수평 이동을 했기 때문이다.


이번 인사에 대해 일부 언론들에서는 중국 당국이 '전랑(戰狼·늑대전사) 외교'로 불리는 중국의 강경한 대외 정책을 중국 국민들에게 선전하고 설명하는데 주도적 역할을 부여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들이 나왔었다.


그런데 러위청 부부장의 광전총국 부국장 이동에 대해 도대체 지금 중국 외교부 내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며, 이번 인사를 하게 된 배경이 무엇인가에 대해 다양한 분석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만큼 이례적인 인사이기 때문이다.


러위청은 외교부 상무 부부장으로서 왕이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 치위(齊玉·61) 외교부 당위원회 서기에 이은 외교부 서열 3인자였다. 또한 4명의 외교부 부부장 중 서열 1위였고, 여기에 유일한 중국 공산당 19기 당중앙위원회 후보위원으로, 왕이 부장의 뒤를 이을 차기 외교부장 후보로 손꼽혔다.


그런 러위청이 광전총국 국장도 아닌 상무부국장으로 수평 이동했다는 것은 당연히 강등인사라고 봐도 무방하다. 당장 광전총국 국장으로 승진할 가능성도 거의 없다. 왜냐하면 얼마 전에 쉬린(徐麟·59) 국무원 신문판공실 주임이 광전총국 수장으로 이미 임명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장 강력한 외교부장 후보였던 러위청이 승진 경쟁에서 고배를 마셨다는 분석들이 나오는 것이다.


▲ 싱가포르 매체인 연합조보(联合早报)는 지난 15일, “올해 59세인 러위청으로선 사실상 정부장급(正部長級·장관급) 승진 기회를 잃었다”며, “내년 부부장급 연령 제한인 60세 정년을 채우고 광전총국 부국장 경력을 끝으로 은퇴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대해 싱가포르 매체인 연합조보(联合早报)는 지난 15일, “올해 59세인 러위청으로선 사실상 정부장급(正部長級·장관급) 승진 기회를 잃었다”며, “내년 부부장급 연령 제한인 60세 정년을 채우고 광전총국 부국장 경력을 끝으로 은퇴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했다.


[러위청은 왜 외교부장 반열에서 탈락했을까?]


그렇다면 대표적인 러시아통인 러위청이 왜 외교부 부장 후보 대열에서 탈락했을까하는 궁금증이 남는다. 러위청은 지난 1986년 외교부에 들어와 구소련·동유럽사(司,국)에서 일을 시작했는데, 주로 러시아, 동유럽, 중앙아시아 업무를 담당해왔다. 대사직도 러시아, 카자흐스탄, 인도 등지에서 지냈으며 중국이 러시아와의 밀월관계가 지속되면서 2018년 외교부 부부장으로 승진했다. 당연히 러시아어에도 능통하다.


그렇다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와의 관계가 더욱 밀착되는 것으로 보이는 시점에서 대표적인 러시아통을 외교부장으로 승진시키지 않고 오히려 비외교파트로 전직시켜 버린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여기에 대해 연합조보는 “러위청의 이번 인사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판세를 오판한 것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면서 “러위청은 '러시아통'으로 외교부 내에서 러시아·동유럽 관련 업무를 맡아왔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연합조보는 이어 “당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중국 지도부가 충분히 예상하고 준비하지 못해 우크라이나 교민 철수나 서방국의 비판에 중국이 피동적으로 대응했다는 평가가 나왔다”고도 했다.


사실 러위청은 지난 2월 베이징 동계 올림픽 개막 당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간 정상회담을 한 이후 “중·러 관계는 상한선이 없다. 종착역은 없고 주유소만 있을 뿐”이라면서 양국간 밀월 관계를 묘사한 바 있다.


그런데 연합조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의 이러한 중-러 밀착은 서방국가에서 중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암묵적으로 지원하고 있다고 비난하는 계기가 됐다”면서 중국의 러시아 밀착 전략이 오히려 중국에게 있어서 돌이킬 수 없는 외교적 손실을 가져왔다는 점을 깨닫게 만들었고 이것이 러위청의 경질 배경이 되었다고 해석을 한 것이다.


사실 중국은 우크라이나 사태 발발 후 줄곧 “객관적이고 공정한 입장을 견지한다”는 중립적 입장을 표명해왔지만 서방세계는 이를 전혀 믿지 않았고, 지속적으로 러시아와 밀착하는 중국을 비난해 왔다.


▲ 닛케이아시아(Nikkei Asia)도 23일 “중국의 차기 외교부장으로 거론되는 러위창의 강등은 국내외에 충격을 주었다”고 보도했다.


그런데 일본의 닛케이아시아(Nikkei Asia)도 23일 “중국의 차기 외교부장으로 거론되는 러위청의 강등은 국내외에 충격을 주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닛케이는 “러위청의 강등은 한마디로 러시아 푸틴을 오판한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러시아 전문가인 러위청이 최소한 푸틴이 우크라이나를 실제로 침공하려는 것에 대해 감지하고 이를 시진핑 주석에게 귀띔해 줄 수 있었어야 하나 러위청은 그러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닛케이는 이어 “시진핑이 설사 러시아와의 관계 심화를 승인했다고 해도 전문외교관인 러위청으로서는 전쟁의 후과에 대해 판단할 수 있었어야 하고, 또한 최소한 러시아와 서방세계와 중재할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을 만들었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닛케이는 또 “러위청의 중러관계 밀착 발언은 미국 행정부나 미국 의회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와의 군사적·경제적 밀착을 비판하는 중요한 근거로 사용되고 있다”면서 “러위청의 사실상 해임은 중국의 외교가 방향전환을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결국 러위청을 외교에서 배제시킨 것은 중국의 외교 대전환을 시작하는 첫걸음일 수 있다고 본 것이다.


특히 러위청이 한때 당 중앙외교위원회 비서실 부국장을 지내면서 시진핑 주석을 가까이서 보좌해 왔었다는 점에서 그의 강등은 더욱 눈길을 끈다. 특히 “그의 전격적 인사가 시진핑과 푸틴이 전화를 통한 회담을 하기 하루 전에 이루어졌는데, 아마도 러시아는 대표적인 러시아통의 외교적 강등에 어리둥절했을 것”이라고 닛케이는 내다봤다.


닛케이는 그러면서 “러위청의 전격 경질 배경을 이해하려면 인사조치가 있기 하루전 중국의 최고 외교책임자인 양제츠 정치국원이 룩셈부르크에서 제이크 설리번 미국 국가안보보좌관과 4시간 30분간 대화를 나눴다는 점을 상기시킬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싱가포르에서 미국과 중국의 국방장관 회담이 이루어진 직후 이어진 양제츠-설리번 만남은 시진핑과 바이든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추진하기 위해 이루어졌다”고 정리한 닛케이는 “중국의 외교가는 온건파가 장악을 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미국과 러시아가 균형 유지하기를 원하는 은퇴한 당의 원로와 노회한 당 간부들이 배경에 있다”고 지적했다.


바로 이러한 온건외교노선 추종자들이 러위청의 경질을 주도했다는 것이다. 특히 러위청의 발언들이 중국을 겨냥한 제재 등의 법제정에 악용되었다는 점을 이들이 주목했다는 것이 닛케이의 분석이다.


그렇다면 시진핑 주석은 왜 러위청에 대한 강등 성격의 경질을 용인했을까? 닛케이는 여기에는 외교정책 그 이상의 내용이 숨겨져 있을 수 있다고 봤다. 다시말해 올 가을 당대회에서의 지도부 개편, 그리고 내년 3월의 전국인민대표자대회(전인대)에서의 중국 외교단 구성과 직결된다는 것이다.


양제츠는 이미 72세로 은퇴하게 될 것이고, 그 후임으로 현재로서는 왕이 외교부장이 유력하다. 물론 왕이의 외교담당 정치국원 승진은 ‘7상8하’라는 정년규정에는 위배되지만 현재로서는 눈에 띄는 경쟁자가 없다.


그러나 왕이 부장의 최대 약점은 미국과 관련된 경력이 없다는 점이다. 그런데 만약 왕이 부장이 양제츠의 뒤를 이어 외교의 제1인자가 되고 친 러시아파인 러위청이 왕이의 후임이 된다면 중국의 외교노선은 누가 보더라도 늑대전사 외교의 전형을 보여주는 것이라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좋던 싫던 미국과 외교관계를 심층적으로 펼쳐가야 할 중국으로서는 왕이-러위청이라는 카드가 사실상 심각한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봤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시진핑 주석이 69번째 생일을 맞은 푸틴에게 전화를 걸어 축하했을 때, 그 자리에는 평소와는 달리 러위청은 배석하지 않았다. 그 전날 경질되었기 때문이다. 닛케이는 시진핑-푸틴간의 생일 축하를 위한 전화 통화 내용은 그래서 크게 마음에 담을 필요가 없다고 했다. 그저 의례적 인사이기 때문이다.


우리 신문도 지난 17일 “중러관계 밀착하지만, 숨길 수 없는 두려움”이라는 제목의 정세분석(유튜브 정세분석 1500회)에서 “시진핑 주석이 푸틴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한 말 자체가 그저 푸틴 귀에 듣기 좋은 말만 했을 뿐이지 그대로 시행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정리한 바 있다.


중국의 이러한 변화는 결국 중국의 외교가 러시아가 아닌 미국을 제1순위에 두는 방향으로 대전환을 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닛케이도 “시진핑은 중국 외교당국에 바이든과의 회담을 최우선 과제로 준비하라고 지시하고, 푸틴 대통령과의 전화 회담을 앞두고 친러 외교의 핵심 인물인 러위청을 하차시킨 것”이라 분석했다. “그렇게 함으로써 차기 외교부장 선출을 완전히 백지상태에서 그릴 것이라는 점을 보여주었다”는 것이다.


닛케이는 그러면서 “한 가지 구체적인 시사점은 당의 전국대표대회를 앞두고 외교정책의 최우선 과제가 미국과의 중국 외교를 재건하는 것”이라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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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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