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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2-06-21 22:37:23
  • 수정 2022-10-09 15:5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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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Why Times]


30년 이상 지속된 친구들과의 우정이 있다. 여기서 친구라 함은 함께 있으면 이런저런 설명 없어도 어제 만난 것처럼 반갑고 만나고 나면 가슴에 훈훈한 기운이 채워지는 사람을 말한다. 그런 친구들이 몇 그룹 있는데 그중에서 서울을 떠나 신도시에 살던 시절 목요밥상을 나누던 벗들이 있다. 자주 만나서 글을 쓰고 친교를 나누는 것은 물론 여행도 함께 가고 부부 동반으로 식사를 나누며 친밀하게 지냈다. 그러다 목요일마다 소박한 밥상을 공유하는 모임으로 동아리를 이루었는데 그것이 벌써 십여 년 전의 일이다.


정들었던 도시를 떠나 새로운 동네로 이사를 가면서 각자 바쁘게 살다가 코로나 팬데믹 시대를 보내면서 이러다 다시 못 볼 수도 있겠다 싶어서 돌아오는 목요일 드디어 해후를 하기로 했다. 신앙생활을 하고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며 삶의 현장에서 여전히 열심히 일하는 친구들이 문득문득 보고 싶고 생각날 때가 많았지만 잘 지내겠지 하면서 보낸 시간이 꽤 길어지고 말았다. 요즘 들어 생각해보니 그 시절에 어렴풋이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를 꿈꾸었다는 것을 깨달으며 좀 더 잘 키워갈 것을 하는 아쉬움이 남아 있다.


지난 2년 간 집체교육이 많이 줄어들고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적었는데 최근에 다시 강의 제안이 들어온다. 바로 농촌이 새로운 공동체로 거듭나기 위한 주민역량강화 워크숍이 이어지고 있다. 그 프로그램에서는 지역의 특성에 따른 마을사업을 구상하고 추진하는 것 외에 원만한 대인관계를 세우기 위한 의사소통과 갈등관리가 꼭 필요하다.


본인들의 자원에 따라 일과를 끝낸 저녁 7시에 모인 분들은 10명 정도의 지역 리더들과 소통 교육을 하면서 50대 이상의 세대만 남은 산마을의 한계와 가능성을 동시에 볼 수 있었다. 한 마을에 살면서 같은 목적으로 마음을 합한다면 그보다 좋을 수 없는 일이지만 혈연과 지연이 있다고 해서 언제나 화목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나이가 많아질수록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협력하면 힘을 덜 들이고도 소정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다른 농촌마을의 예를 들어보니 마을회관에서 공동취사를 하는 예가 늘어난다고 한다. 연세가 드신 분들이 스스로 하루 세 끼 혼자만의 밥상을 차리는 것이 어려운 일이고, 중년세대는 일거리가 필요하기 때문에 서로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이 공동취사와 공유식탁 운동이 서서히 번져나가리라 예상한다.


친구들과 나부터 나이가 들어가고 홀로 우두커니 외로운 노후생활을 하고 싶지는 않기에 다시금 노인생활공동가정에 대한 꿈이 되살아난다. 각자 독립된 공간에서 생활을 하고 주방과 식당, 거실, 서재, 텃밭 등은 공유를 하는 모델이다. 이와 같은 생각을 하는 이유는 시설이 좋은 노인주거시설에서 지낸다 해도 무료함과 공허함은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다.


그래서 등장하는 것이 제6차산업이라고 하는 치유농업이고 농사를 통해 먹을거리를 제공할 뿐 아니라 도시의 배후에서 도시인을 자연과 치유의 공간에 초대하며 쉼과 힘을 제공하는 모델이다. 문제는 좀 더 많은 젊은이들이 농촌에서 비전을 보고 농업경영에서 가능성을 찾아 자신만의 사업으로 키워나갈 수 있는 환경이다. 다음에 찾아가는 마을에는 비교적 젊은 층이 많다고 하니 그들과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어야겠다.


30대에 공동의 목표와 비전을 가지고 공동체 실험을 했던 친구들을 만나면 앞으로 다가오는 시대의 목요밥상 시즌 2는 어떻게 엮어 나갈지 미래 청사진을 그려보고, 은퇴하고 농부가 된 사촌이 마늘밭에 마늘쫑 거두는 시기니 빨리 와서 가져가라는 초대에 응해 어머니를 모시고 가야겠다.


어쩌면 인류는 비대면 시대를 지나면서 내게 가장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를 깨우쳐 가는 게 아닌가 싶다. 무엇이든 대규모로 이뤄지던 일들이 가족이나 소규모의 집단으로 상생하는 길을 찾아가고 있다. 다시금 드라마 초원의 집전원일기처럼 가족과 지역공동체로 모여들어 일과 삶을 나누는 생활이 최적의 모델이 될 수도 있다.


내가 꿈꾸는 미래는 친구들과 가까이 살면서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모여 다시 목요밥상을 되살리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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