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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탈출, 또 탈출, "중국, 역사의 변곡점 맞나?" - 중국 최고의 관심사, “중국에서 탈출하기” - 중국 역사의 변곡점마다 벌어지는 이민 현상 - 미국 및 한국기업들도 중국 대탈출
  • 기사등록 2022-06-21 13:34:30
  • 수정 2022-06-22 07:3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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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최고의 관심사, “중국에서 탈출하기”]


“중국에서 탈출하기”. 극단적인 봉쇄를 동원한 중국 정부의 ‘제로 코로나’ 정책에 환멸을 느낀 중국인들의 요즘 최대의 관심사가 중국에서 탈출하는 것이고 특히 이런 이들이 이민을 모색하면서 이른바 ‘탈출학’이 인기를 끌고 있다.


▲ 홍콩 명보는 19일, “올봄 상하이의 전염병 상황은 우한(武漢) 이후 최악이었는데, (우한 사태와의) 차이점은 봉쇄 기간 많은 주민이 엄청난 정서적 환멸을 느꼈고 봉쇄가 해제되자 이사를 하거나 이민을 준비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상하이 봉쇄의 여파를 5건의 기사를 통해 집중 조명했다.


홍콩 명보는 19일, “올봄 상하이의 전염병 상황은 우한(武漢) 이후 최악이었는데, (우한 사태와의) 차이점은 봉쇄 기간 많은 주민이 엄청난 정서적 환멸을 느꼈고, 봉쇄가 해제되자 이사를 하거나 이민을 준비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상하이 봉쇄의 여파를 5건의 기사를 통해 집중 조명했다.


특히 명보는 “상하이 봉쇄 기간 인터넷에서 최고 화제를 모은 학문은 ‘윤학(潤學·runxue)’이었다”면서 “언뜻 보면 삶을 윤택하게 하는 학문인 듯하지만 실제로는 중국에서 도망 나가는 방법을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서 “‘윤(潤)’의 중국어 병음은 ‘룬(run)’으로, ‘뛰다’ ‘달아나다’는 뜻의 영어 ‘런(run)’과 같다”고 명보는 부연했다.


명보는 이어 “사실 ‘윤학’은 이민에 대해 연구하는 학문으로 일부 이민 컨설턴트들은 상하이 봉쇄 기간 평소보다 문의가 10배 이상 늘어났다고 말했다”면서 “일부 학부모들은 국제학교 교사들이 중국을 떠날 것을 우려해 미리 이민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미국과 중국 합작 자산관리회사 비안인터내셔널은 “기존 고객은 주로 컨설팅·투자 고객 위주였으나 최근에는 이민을 문의하는 학부모가 늘어났다”면서 “현재 미국 투자 이민 프로그램(EB-5 비자)의 대기줄이 긴데 모두 어떻게 하면 좀 더 빨리 진행할 수 있느냐고 묻고 있으며, 이민을 고려하지 않던 사람들도 지금은 이민을 고려할 정도로 중국 탈출을 원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EB-5 비자는 최소 90만 달러(약 11억 6천만원) 투자가 요구되는 투자이민 프로그램으로 그간 부유한 중국인들이 많이 신청해 왔다.


명보는 또한 중국 포털 바이두 인덱스 자료를 인용하면서 “4월 중국 여러 소셜미디어에서 ‘이민’이라는 검색어의 조회수는 전달보다 400배 급증했고, 5월에는 4월보다 300배 이상 급증했다”고 전했다.


특히 지난 4월 바이두의 ‘캐나다 이주 요건’에 관한 검색량은 전달 대비 2846%, ‘어느 곳으로 출국하는 게 좋은가’ 검색량은 245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민 검색이 급증한 지역은 상하이, 톈진, 광둥성이었는데, 이 지역들은 코로나19 확산으로 고강도 봉쇄 조치가 취해진 곳들이다. 이민 목적지로 가장 많이 검색된 나라는 호주, 미국, 캐나다 순이었다.


그러면서 명보는 “1985년 이후에 태어나 미국에서 유학한 후 2018년 상하이에 정착한 자사 기자 양모씨도 봉쇄를 계기로 현재 태국 이민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양씨는 “상하이가 봉쇄되자 지역사회에서는 날마다 다툼이 벌어졌고, 주민들은 기본적인 동정심도 잃었다. 많은 사람이 상하이를 떠났다”고 말했다는 사실도 전했다.


양씨는 또한 “한 코로나19 감염자가 객혈을 하자 놀란 주민들이 그가 돌아다니지 못하도록 묶어놓자고 건의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면서 “불확실성이 너무 많다. 위챗 단톡방부터 오프라인까지 사람들은 논쟁을 벌이고 있고 '다바이'(大白·방역요원)들은 문을 쾅쾅 두드려 매우 불안하다. 이것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다”고 토로했다.


양 씨는 이어 “이번 일로 상하이에 대한 주민들의 애착이나 소속감이 약해졌다”며 “내 친구들은 이민을 가지 않으면 고향이나 홍콩 등 다른 곳으로 떠났다”고 말했다.


명보는 그러면서 “봉쇄 기간 만성 질환자들이 필수 의약품을 구하지 못해 사투를 벌인 일도 사람들을 질리게 했다”는 사연도 소개했다. 상하이의 지식인 가정에서 유복하게 자라난 리키 씨는 “90대인 내 외할아버지는 의사이고 외할머니는 교수인데 이번 봉쇄 기간 당뇨와 고혈압 약을 구하지 못해 애를 먹었다”면서 “그분들이 말년에 이런 고생을 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고 말했다.


리키 씨는 이어 “기존 상하이 출신 관리들은 실용적이고 현장의 문제를 일선에 나가 해결하려고 했지만, 최근 베이징에서 내려 보낸 관리들은 현장에 가지도 않고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지도 않았다”고 성토하면서 “상하이인들은 그간 상하이가 세계의 중심이라는 자부심이 있었으나 이제 상하이는 점점 고유의 특색이 없어지고 있고, 점점 더 많은 관리가 베이징에서 파견되면서 상하이는 이제 베이징의 한 구와 같아져 버렸다”고 지적했다.


[중국 역사의 변곡점마다 벌어지는 이민 현상]


중국 역사를 되돌아보면 중요한 역사의 변곡점마다 중국인의 대대적인 해외 이주가 있었다. 지난 1989년의 톈안먼(天安門) 사태때도 그랬고, 또한 1987년의 홍콩의 중국 반환, 그리고 2018년 시진핑 주석의 임기 제한을 폐지하면서 장기집권을 노리는 개헌을 했을 때도 이른바 ‘출국열(出國熱)’이라고 하는 해외 이민·유학 러시가 일어났었다.


그런데 시진핑 주석에 의한 ‘제로 코로나(칭링·淸零)’ 정책에 따라 도시가 무차별 봉쇄되자 중국 사회에 염증을 느끼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또다시 중국탈출 러시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중국 내부에서 이러한 ‘중국탈출학’이 강하게 일어나는 것은 단순하게 제로코로나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올 가을의 시진핑 3연임에 이어 중국 사회가 갈수록 전체주의화 되어 가는 것에 대해 희망을 잃은 이들이 더 이상 중국에서 버티기 힘들다고 판단해 환멸을 느끼고 중국을 ‘걸어나가는 것’도 아니고 ‘뛰쳐나가기 위해’ 이민을 고려하는 것이 아닌가 보인다.


[미국인도 중국 대탈출]


중국 탈출 러시는 중국인에게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중국에 거주하는 미국인들과 미국기업들 역시 마찬가지다. 니컬러스 번스 주중 미국 대사는 지난 17일 미국 싱크탱크 브루킹스인스티튜트와의 화상 대화에서 “이동 제한과 도시 봉쇄가 핵심인 중국의 강력한 ‘제로 코로나’ 정책이 내년에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미국 기업의 활동 거점인 상하이 봉쇄로 많은 미국 기업인이 중국 탈출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번스 대사는 이어 “외국 기업이 완전히 철수하기엔 중국 시장이 매우 중요하긴 하지만, 기업인들 얘기를 들어보면 이동 통제 등 불확실성 때문에 추가 투자를 망설이고 있다”면서 “많은 외국인들이 중국을 떠나면서 외국 기업은 중국에서 근무할 주재원을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한국 기업들도 탈출에 동참]


미국 기업 뿐 아니라 한국 기업들 역시 중국 탈출 대열에 함께 하고 있다. 미국의 블룸버그 통신은 지난 9일(현지시간) “중국 시장의 매력이 줄면서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 사업의 진로를 고심하는 가운데 한국 기업들이 탈(脫) 중국 흐름을 선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멀게는 2016년 한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이유로 한 중국의 보복, 가깝게는 '코로나 제로' 정책 고수에 따른 경기 부진과 공급망 훼손 등으로 불확실성이 커진 중국에서 한국 기업들의 현지 사업 재정비와 탈출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블룸버그의 진단이다.


블룸버그는 그러면서 중국 대탈출의 맨 선두에 서 있는 기업으로 롯데그룹을 지목했다. 롯데는 중국 랴오닝성 선양(瀋陽)의 테마파크 사업을 최소 16억달러(약 2조원)에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롯데그룹이 중국 법인 본사를 폐쇄하는 막바지 단계에 있으며 아시아의 다른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불룸버그는 전했다.


한류를 타고 2016년 중국에서 2천80억원의 이익을 내기도 했던 아모레퍼시픽도 코로나 팬데믹 이후 중국 내 1천 개 이상의 화장품 매장을 폐쇄하면서 아예 미국과 동남아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삼성, LG, 현대차 등도 마찬가지다. 삼성은 이미 중국 공장 최소화 작업에 들어갔으며 LG전자 역시 지난해 중국 내 공장 2곳의 문을 닫았다. 이렇게 한국 기업들도 중국 시장에 큰 매력을 못 느끼면서 중국을 떠나고 있는 것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지난해 12월 조사에서 국내 131개 기업 중 86%가 지난 10년간 중국 경제 상황이 악화했다고 답했다. 더 이상 중국에서 사업할만한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중국 대탈출을 계획하게 되는 가장 큰 이유는 중국의 정치적 리스크가 그 첫 번째이고 외국 기업에 대한 차별·미중 무역 갈등·강화된 환경 규제·높은 생산 원가 등도 중요한 원인이었다.


물론 블룸버그의 지적대로 “전기차 배터리용 흑연을 포함해 228개 핵심 수입품 가운데 80%를 중국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한국 기업들이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완전히 없애기는 불가능할 것”이기는 하지만 더 이상 중국에 대해 ‘기회의 땅’이라는 허상은 이미 접었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중국은 이렇게 중국인들로부터도 탈출해야 하는 나라로 인식되면서 외국 기업들마저 짐을 싸는 최악의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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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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