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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마크롱 대통령의 위기, 프랑스 정치 혼돈속으로 - 총선에서 의회 장악 실패한 마크롱, 과반수서 44석 모자라 - 마크롱의 개혁정책 좌초 위기, 집권 2기 중대한 타격 - EU의장국으로서 대외정책 집행에도 부정적 영향
  • 기사등록 2022-06-21 13:26:49
  • 수정 2022-06-21 15: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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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에서 의회 장악 실패한 마크롱]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주도하는 범여권이 19일(현지시간) 치러진 총선(의회선거) 결선투표에서 의석수의 과반 확보에 실패했다.


프랑스 내무부는 이날 하원 결선투표의 집계를 마무리한 결과 마크롱 대통령이 이끄는 르네상스당을 비롯한 여권 '앙상블'이 전체 577석 중 245석을 얻었다고 밝혔다. 지난 2017년 마크롱이 대통령에 처음 당선되었을 당시 치러진 총선에서는 350석을 획득했었다.


마크롱의 여권 '앙상블'은 가장 많은 의석수를 획득한 다수당이기는 하지만 과반의석인 최소 289석에 44석 모자라 법안 단독처리가 불가능하게 됐다. 이렇게 프랑스 집권 세력이 하원에서 과반의석을 장악하지 못한 것은 1988년 집권한 프랑수아 미테랑(François Mitterrand) 이후 20년 만에 처음이다.


이번 총선에서는 앙상블을 비롯한 중도진영의 부진 속에 좌우 극단진영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좌파 장뤼크 멜랑숑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 대표가 이끄는 좌파연합 ‘뉘프’(NUPES)는 135석을 얻었다. 뉘프는 녹색당(EELV), 프랑스공산당(PCF), 사회당(PS)이 연합한 신생 좌파연합으로, 이번 선거를 통해 제1야당으로 뛰어올랐다.


또한 유럽의 간판 극우 정치인인 마린 르펜이 이끄는 국민연합(RN)은 89석을 얻었다. 국민연합은 61석을 얻은 중도우파의 전통적 간판인 공화당(LR)을 제치고 프랑스 의회에서 우파 간판 정당으로 부상했다.


[타격 불가피한 마크롱 대통령]


범여권의 과반의석 달성 실패에 따라 마크롱 대통령의 취임 2기 국정운영 주도권은 적잖은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중도진영의 침체 속에 좌우 극단진영이 약진하면서 프랑스 정치 지형이 격변, 프랑스의 대내외 정책이 혼선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일단 마크롱 대통령은 주요 정책 추진을 위해 같은 중도를 표방하는 공화당과의 제휴를 추진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렸다. 동시에 감세와 복지제도 개정, 은퇴연령 65세 상향 조정을 비롯한 연금법 개정, 시민사회 참여 확대 등 쟁점 법안 처리에 있어 우파 성향을 띤 마크롱표 법안의 처리가 더 불투명해졌으며, 이제는 다른 당의 도움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정책추진 동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게 됐다.


이와 관련해 엘리자베트 보른 프랑스 총리는 TV성명을 통해 “우리가 처한 난제를 고려할 때 이와 같은 상황은 국가 위기에 해당한다”며 우려를 표시하면서 “(다른 정파와의 제휴를 통해) 최소 과반의석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AFP통신과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 등 주요 언론들도 마크롱의 위기를 지적했다. AFP통신은 “마크롱 대통령의 집권 2기 계획이 중대한 타격을 받았다”면서 “프랑스 정치가 혼돈에 빠져 입법 활동 마비와 무질서한 합종연횡 가능성도 제기된다”고 평가했다.


또한 도미니크 루소 프랑스 소르본대 법학과 교수는 AFP통신 인터뷰에서 “개혁이 까다로워질 것”이라며 “통치가 훨씬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도 “마크롱이 정치적으로 마비될 위험에 직면했다”고 지적했고, 다른 유력지인 일간지 르피가로도 “마크롱 대통령의 새 임기가 '사산아'가 될 위험이 있다”는 극단적 비유를 썼다.


르몽드나 르피가로가 이렇게 극단적 표현을 쓰는 이유는 마크롱의 범여권이 공화당과 연정을 이루기 원하지만 정작 공화당은 그럴 가능성에 대해 일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의 유력 일간지인 더타임스(The Times)는 20일(현지시간) “공화당 원내대표인 브루노 리테일로는 마크롱과의 동맹 의사가 없음을 밝혔다”면서 “두 진영이 공공 지출이나 이민문제, 교육 이슈 등에 대해 다른 견해를 갖고 있는 상황에서의 연정은 유권자를 배신하는 것이라 밝혔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도 리테일로는 “물론 정년, 감세, 원자력 확대 등에 대한 이슈만큼은 마크롱의 정책을 지지한다”고 덧붙였다.


결국 마크롱 대통령은 이번 선거 결과로 말미암아 감세와 복지 개혁, 정년 연장이라는 야심찬 2기 개혁을 예정해 두고 있었으나 이번 선거 결과 모든 계획이 흐지부지될 위기에 처했다.


[마크롱은 왜 패배했을까?]


그렇다면 마크롱이 이끄는 범 여권 ‘앙상블’은 왜 이번 총선에서 과반수를 차지하지 못했을까?


더타임스는 20일(현지시간) “마크롱의 범여권이 과반수를 차지하지 못한 것은 치솟는 생활비에 대한 불만, 마크롱의 오만함에 대한 비판의식, 그리고 지난 4월 대선 2차투표에서 마지못해 마크롱을 지지했던 이들의 이탈이 패배의 주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총선에서 마크롱의 범여권을 패배로 이끈 가장 큰 힘은 역설적으로 지난 대선에서 마크롱에게 패배한 르펜으로부터 나온 것으로 보인다. 특히 르펜이 이끄는 국민연합(RN)은 지난 1986년 36석을 차지한 이래 이번 총선에서 89석을 얻으면서 마크롱의 범 여권에 치명타를 안겼다.


또한 좌파 멜랑숑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 대표는 마크롱에 대한 공격을 주도했다. 멜랑숑 대표는 대선에서 3위로 낙마했으나 이후 녹색당(EELV), 프랑스공산당(PCF), 사회당(PS)과 함께 25년 만에 좌파연합을 꾸리며 선거 흐름을 바꿔버렸다.


멜랑숑 대표는 “이번 총선 결과는 결국 마크롱의 패배”라며 “대통령의 정당이 궤멸당해 다수당이 없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총선 기간 동안에 마크롱 대통령은 선거캠페인에서 한발짝 물러 서 있었다”면서 “투표일 직전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이우를 방문하는 길에 공항에서도 ‘국가의 최우선 이익’을 강조하면서 지지를 요청했지만 그럼에도 이번 총선에서 투표율이 46%에 그칠 정도로 낮았고, 프랑스 국민들은 마크롱의 반대편에 더 많은 투표를 했다”고 했다.


사실 마크롱 대통령이 총선 투표일 직전에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것은 어찌보면 우크라이나를 총선에 활용하려는 얄팍한 노림수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도 우크라이나를 전면에 내세웠었다. 그런데 이번에도 투표 사흘 전엔 독일, 루마니아 정상과 키이우를 방문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만나는 모습을 보였다.


그 전에는 세계가 혼란한데 프랑스까지 그렇게 되면 안된다면서 의회 과반을 확보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그럼에도 1차 투표 때보다도 결과가 좋지 않았던 것을 보면 이 전략은 썩 효과적이지 않았고, 견제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꽤 컸던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이번 총선에서 마크롱의 측근이나 내각 장관들 가운데서도 낙선자가 나와 충격을 줬다. 브리지테 부르기뇽 보건장관과 쥐스틴 베냉 해양장관, 아멜리 드 몽샬랭 환경장관 모두 이번 선거에서 패배했고, 마크롱 대통령의 가까운 동맹인 리샤르 페랑 하원의장과 크리스토프 카스타네르 전 내무장관도 졌다.


이러한 투표 결과와 관련해 마크롱 정부의 올리비아 그레고아르 대변인은 19일(현지시간) 프랑스 2 텔레비전에 “우리는 일부 프랑스 국민을 실망시켰다”면서 “선거 결과가 주는 메시지는 분명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실망스러운 1위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1위”라며 “마크롱 대통령의 연정은 의회에서 ‘나라를 발전시키려는 모든 사람들’과 함께 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크롱의 패배가 외교에 미칠 영향은?]


이번 총선에서 패배한 마크롱 대통령에게 닥친 가장 큰 문제는 당장 최악의 경우 입법부 활동이 마비되고, 범여권이 과반을 점하기 위해 새로운 야당에 손을 뻗쳐도 혼란스러운 연정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특히 “마크롱 대통령은 유럽연합(EU)의 핵심 지도자로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국제 사안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하지만 이번 선거 패배로 국내 문제에 시선을 빼앗길 위험이 크다”고 AFP는 진단했다.


대외적으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책임을 묻는 대러 제재나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이 영향을 받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히 멜랑숑 대표의 '뉘프'는 유럽회의론자이며 친러 성향이고, 르펜 대표는 푸틴과 가까운 사이라는 점도 변수가 될 여지가 있다.


[변수는 있다!]


이렇게 마크롱 대통령 앞에 첩첩산중이 놓여 있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변수는 있다. 녹색당(EELV), 프랑스공산당(PCF), 사회당(PS)이 연합한 신생 좌파연합 ‘뉘프’(NUPES)의 스펙트럼이 워낙 넓다는 것이다. 이러한 연합 덕에 제1야당이 되었지만 원자력 확대와 치안유지 등 정책에 이견이 있어 언제든 분열할 위험이 있다. 특히 사회당과 녹색당이 떨어져 나올 공산이 크다.


마크롱의 범여권 ‘앙상블’은 바로 좌파의 단일대오에 대한 공격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어찌되었건 마크롱의 프랑스는 당분간 상당한 혼란과 함께 마크롱의 대외적 지도력 약화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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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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