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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2-05-30 22:5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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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부당합병 의혹을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48차 공판을 하기 위해 26일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출석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반도체 왕조’ 인텔 CEO(최고경영자)를 만나 미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최대 라이벌이면서 동반자인 두 기업의 수장이 만나, 협력 관계를 모색 중이라는 점에서 업계의 관심이다.


이 부회장은 30일 한국을 방문 중인 팻 겔싱어(Patrick Gelsinger) CEO와 서울 모처에서 회동했다. 겔싱어 CEO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 연례총회에 참석 후 귀국길에 한국을 들른 것으로 알려졌다.


겔싱어 CEO는 이날 삼성전자와 사업 협력 가능성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회장과 겔싱어 CEO, 양사 경영진이 참석한 가운데 ▲차세대 메모리 ▲팹리스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 ▲PC·모바일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협력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누며 릴레이 회의를 가졌다.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 노태문 MX사업부장, 이정배 메모리사업부장,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장, 박용인 시스템LSI사업부장 등도 배석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이재용 부회장과 팻 겔싱어 회장의 면담을 통해 지금까지 지속되어 온 양사의 협력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두 회사는 전 세계 반도체 시장 1위 자리를 놓고 엎치락뒤치락 경쟁하는 호적수지만, 때로는 '미래 개척'을 위해 긴밀하게 협력하기도 했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문은 매출 기준 시장 점유율에서 인텔에 앞섰다. 삼성전자가 12.3%(731억9700만 달러·약 90조원), 인텔이 12.2%(725억3600만 달러)로 1, 2위를 앞다퉜다. 두 회사의 점유율 격차는 불과 0.1%p(6억6100만 달러·약 8000억원)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8년 '반도체 종가' 인텔을 처음 앞질렀으나 이듬해 인텔에 추격을 허용했고, 그러고 3년 만인 지난해 다시 역전했다.


반면 협력을 통한 상호 '윈-윈(Win-Win)' 관계를 구축하기도 했다.


인텔은 PC의 두뇌에 해당하는 CPU(중앙처리장치) 최강자다. 전 세계 컴퓨터의 표준을 제시하는 기술 선도 기업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CPU가 정보를 저장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압도적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


이 때문에 두 회사는 그동안 오랜 기간 메모리와 CPU간 호환성 테스트를 하는 등 긴밀하게 협력을 이어왔다. 특히 차세대 반도체 제품을 개발하고,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양사 간 협력 없이는 불가능할 정도다. 반도체뿐만 아니라 삼성전자의 최신 기술이 집약된 노트북 "갤럭시 북 프로' 시리즈는 최신 인텔 CPU와 그래픽카드가 장착되는 등 세트 부문에서도 협력이 공고하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산업은 경쟁자이면서도 동반자이기도 한 복잡한 비즈니스 관계가 얽혀 있다"며 "이재용 부회장과 같은 '오너'의 의사결정 능력과 글로벌 네트워크가 중요한 이유는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두 회사가 앞으로 어떤 식으로 협력을 이어갈지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일각에서는 대만 TSMC 독주 체제인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시장에 강력한 연합군이 출범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됐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와 인텔이 파운드리 산업에 대대적인 투자 계획을 연이어 발표하면서 치열한 혈투를 벌일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다. 하지만 두 사람의 회동으로 협업설이 재조명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1월 팻 겔싱어 CEO는 실적 발표 자리에서 "우리의 포트폴리오를 고려할 때 특정 기술과 제품에 대한 외부 파운드리 사용은 더 늘려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당시 이를 놓고 업계에서는 인텔이 주력 제품인 CPU는 자체 생산하고, 나머지 칩셋 등은 삼성전자와 대만의 TSMC 등 파운드리 업체에 생산을 맡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인텔이 글로벌 반도체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10나노 이하 첨단 미세공정을 보유한 삼성전자와 TSMC와의 협력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도체 업계 1, 2위 수장의 만남으로 전 세계가 처한 공급망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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