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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2-05-29 08: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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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여성에게는 꽃이 없고, 아이들에게는 장남감이 없다.” 19세기 말 가난한 조선의 현실을 한 선각자는 그렇게 말했다. 그런가 하면 “쓰레기통에서 장미꽃이 필 수는 없다.”고 20세기 중반의 한국을 질타한 서양인 기자도 있다. 6.25전쟁 당시 대한민국 국회의원들의 막가파식 대립과 몰염치를 목도하고 내뱉은 말이었다.  


그로부터 한 세기가 안 되어 대한민국은 풍요가 넘치는 나라가 되었다.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자 과학기술, 정보통신, 문화예술, 토목건설, 사회치안 등 각 분야에서 맹렬히 선진국들을 추월하고 있다. 여전히 일부 사회 집단의 일탈과 역주행이 있지만, 대한민국은 세계의 초강대국이 될 날도 멀지 않았다고 본다.  


한국의 이런 성장은 많은 시련을 딛고 이룩한 것이다. 19세기의 선각자와 현대의 국가 리더, 그리고 각 분야 전문가들의 희생, 기업과 노동자들의 땀, 전 국민의 근면함이 이를 가능하게 하였다. 정신적으로는 순국선열과 전몰장병의 희생과 애국심이 큰 기둥이 되었고, 그동안의 시련도 치욕이 아니라 오늘의 성장을 이루는 자양분이 되었다.


흔히 한국근현대사는 비극의 역사 혹은 첫 단추를 잘못 끼운 역사로 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저자 이민원은 세계사에서도 유일한 위대한 성공의 역사라고 보고 있다. 


최근 한국 근현대사의 주요 인물들에 대해 평전 형식의 단행본이 꾸준히 등장하고 있지만, 국가의 정책 결정권자들에 대한 학술적 평전은 상대적으로 드물다. 정책 결정에 따른 시비의 소지가 많고 연구 분석의 어려움도 있다. 거기에 다른 이유도 없지 않아 보인다.  


대한민국의 역사 혹은 한국근현대사를 부정적으로 보다보니 리더들의 역할을 비판을 넘어 매도하는 수준에서 보는 경우가 대세이다. 전통을 파괴 대상으로 삼아온 맑시스트들, 시대의 답답함을 예리하게 비판한 선각자들, 일제하의 왜곡, 그리고 우리의 무지가 뒤섞인 것 같다.  


모든 국가 리더들에게는 공과가 있다. 이들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학자들의 연구와 평가를 기다려 줄 필요가 있다. 일부 정치가나 기관장, 단체장들의 역사 인물에 대한 ‘내로남불식’ 극단적 비난과 매도는 학자들의 진지한 연구 의욕을 저하시키는 독약과 같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은 고종의 생애를 군주로서의 역할에 초점을 두어 살펴본 것이다. 고종은 망국의 군주로 혹은 개명군주로 심지어는 매국노로 지칭되는 인물이다. 그러나 필자 이민원은 이런 평가의 함정에 빠지고자 이 책을 쓴 것이 아니다. 여전히 잘 모르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전반부에서는 고종의 출생과 왕실의 관계, 고종의 즉위와 소년기의 학습내용, 청년기 고종의 국가 정책 추진 반향과 그가 직면했던 내외의 난관, 조선의 붕괴를 불러온 청일전쟁 당시의 정황 등을 다루었다. 후반부에서는 고종의 러시아 공사관 피난과 그 직후의 대책, 고종의 황제즉위와 대한제국 선포, 황제 고종의 국가 운영 구상과 정책, 러일전쟁 전후의 상황과 고종의 대응을 다루었고, 헤이그 특사에 반영된 고종의 의도와 결과, 퇴위 이후 덕수궁 이태왕으로서의 전재, 그리고 그의 최후와 삼일운동의 연계성을 다루었다. 


필자는 이 책을 쓰면서 크게 아쉬웠던 것은 고종이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을 기록으로 남긴 것이 드물고, 내면세계를 엿볼 수 있는 자료 역시 그러한 점을 들고 있다. 이에 필자가 단정적 평가를 내려 독자의 시야를 제약하기 보다는 사건과 정책의 전후 맥락을 서술하여 고종이란 인물과 그의 시대에 대해 독자 스스로 생각할 여지를 제공하고자 하였다.


고종을 향한 필자 이민원의 진정성을 엿볼 수 있는 책, ‘고종 평전’. 일독을 권한다. 


필자 이민원은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 역사학과에서 석사와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충북대, 교원대, 경희대 등에서 한국사, 근대동양외교사 등을 강의하였으며 국사편찬위원회 사료연구위원, 국제한국사학회 회장 등을 역임하였다. ‘문명전환의 길목에서’라는 부제를 단 이 책은 총 340쪽으로 도서출판 선인에서 출간했으며 값은 26,000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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