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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2-05-25 23:28:12
  • 수정 2022-10-09 15: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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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Why Times]


'나의 해방일지'라는 드라마가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다. 무엇으로부터의 해방을 말하기에 시청자의 큰 공감을 받을까. 누구나 벗어나야 할 억압과 속박이 있고 해방과 자유가 필요하다는 전제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요즘 치열하게 살면서 자기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 유명인사들 중에 공황장애와 우울증으로 고생하는 사람이 많고, 사회적으로 은둔형 외톨이가 늘어나는 추세다. 무엇이 사람들을 그토록 질주하게 하고 소진 되어 쓰러지게 할까.


매일 한 가지 주제로 글을 쓰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용서와 복수-용서는 가장 큰 복수일까라는 주제가 올라왔다. 오래 전 용서에는 일련의 과정이 있다는 걸 배운 적이 있다.


'미워하고, 용서하고, 사랑하라.'


엄혹했던 시대에 학교라는 둥지를 떠나 사회로 나가는 제자들에게 들려준 은사의 졸업식 격려사였다. 불의에 대한 미움과 의분이 없다면 세상의 변화가 과연 가능하기나 하냐고 끊임없이 묻던 시절이었다. 미움은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감정이라 덮어둔다고 해서 없어지는 것도 아니고 무조건 부정할 수도 없는 정서다. 미움이 없으면 용서도 없고, 용서할 수 없으면 사랑할 수 없다는 걸 살아가면서 깨닫고 있다. 미움은 허락도 없이 우리의 마음에 들어와 자리를 잡지만 용서와 사랑은 우리에게 더 높은 차원의 미션을 부여한다.


어린 시절 이민 가서 교사의 인종차별적인 말과 조롱, 친구들의 따돌림에 가슴에 멍이 시퍼렇게 든 청년이 유년 시절과 청소년기에 경험한 어려움을 말했다.


'그래, 한국 애들은 호랑이 같은 엄마 덕에 수학이나 잘 할까 창의성이라곤 없는 종족이다.'


이런 말을 반복해서 들으며 낯선 환경에서 청소년기를 보냈다니 얼마나 힘들었을지 짐작이 간다. 미친 듯이 공부해서 아이비리그에 진학하고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여 IT 회사에 입사했다. 우울증과 양극성 장애를 오가며 사투를 벌이는 그에게 '너를 대체할 인력이 없다. 치료 받으면 극복할 수 있으니 좋아지면 다시 오라.'5년 동안 반복되는 휴직과 복직을 기다려주는 회사가 있었지만 그는 일종의 복수심으로 내달렸고 용서 없는 질주로 번아웃을 반복했다.


그림자처럼 따라붙는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와 현재 주어진 삶에 대한 고마움 사이에서 갈등하던 그는 어느 날 SNS에 글을 올리며 그동안 자신이 시달렸던 정신적 어려움에 대해 커밍아웃 했다.

'며칠 간 집에 틀어박혀 있다가 주치의에게 가려고 외출했는데 거리의 노숙자들이 눈에 띄었다. 나도 기다려주는 가족과 회사의 지지와 격려가 없었다면 치료조차 못 받고 거리에 나가서 떠도는 인생이 되었겠구나.'


초등학교 때 이민을 갔는데도 한국어를 매끄럽게 구사하고 중국어까지 능통한 그는 발음이 특이해서 늘 놀림을 받았던 본인 이름의 뜻을 풀어 쓰면서 영어 이름 대신 우리말 이름을 쓰는 이유를 말했다. 여전히 내면에서 일어나는 미움과 분노로 그의 마음이 그을릴 때가 있지만 그 모든 사실을 드러내고 노숙자를 바라보며 새로운 관점을 갖는 것은 '자유'를 얻기 위함이라고 했다.


연약하고 무력했던 시절의 미움과 분노가 상처가 되어 많이 아팠으나 자기 본연의 삶을 찾기 위해 힘써 젖은 날개를 털기 시작하는 그에게서 큰 용기를 본다. 용서라는 용맹스러운 독수리 앞에서 복수심이란 출구를 모르고 제 머리를 유리창에 반복해서 찧어대는 작은 새와 같다. 새는 출구를 찾아야 비로소 해방이 되고 살아날 수 있다.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는 본인의 잘못이나 어리석음이라기보다는 성격과 환경, 부모의 양육태도가 영향을 끼친다. 타고난 성향과 회복탄력성이 차이가 있으니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방법도 저마다 다르겠지만 개인적인 노력만으로는 벗어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몸에 입은 외상이 적절한 치료가 필요하듯 정신적인 외상도 다각적인 도움과 지지그룹의 협조가 필요하다.


미워하고, 용서하고, 사랑하라.'의 과정에서 아직 사랑까지 도달할 힘이 모자랄지라도 자신보다 약한 사람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열리고 감사의 마음을 선택할 수 있다면 축 처진 그의 날개가 점점 가벼워지면서 날아오를 힘도 생기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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