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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푸틴의 궤변, “서방이 러 침공하려 했다!” - 푸틴 "미국과 앞잡이들이 핵무기 위협…위험 매일 커졌다" - 퇴로 없는 푸틴의 어쩔 수 없는 선택 - 미소짓는 서방세계, 더 강하게 밀어붙인다
  • 기사등록 2022-05-09 20:10:14
  • 수정 2022-05-10 08:3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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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미국과 앞잡이들이 핵무기 위협…위험 매일 커졌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제2차 세계대전 전승절을 맞아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미국과 그 앞잡이들이 핵무기로 러시아를 위협했으며 그로인해 위험이 매일 커졌다”면서 “지난해에는 서방 진영이 러시아가 장악하고 있는 돈바스와 크름반도를 공개적으로 공격할 준비를 하면서 러시아를 위협해 어쩔 수 없이 선제적·강제적·주권적 결정으로 긴급군사작전을 펼치게 됐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9일 오전 10시(현지시간, 한국시간 오후 4시)부터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진행한 전승절 기념식에서 이같이 말하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의 책임을 서방세계에 돌린 것이다.


푸틴은 이어 “서방은 우크라이나에 핵무기를 도입하려는 등 우리의 안보를 위협했다”고 한 후 “서방의 계획은 우리로 하여금 우크라이나에 군사 개입을 하게 만들었다”면서 자신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합리화했다.


미국의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푸틴의 연설에 대해 “평소보다 길었지만 알맹이는 전혀 없었다”면서 “자신에 의한 우크라이나 침공을 정당화하는데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으며 항상 자신을 변명할 때 그랬던 것처럼 이번 우크라이나 침공 역시 ‘불가피하고 시의적절했으며 어쩔 수 없는 올바른 결정’이었다고 변명했다”고 보도했다.


NYT는 이어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세계 제2차대전의 연장선상으로 보고 있으며 우크라이나를 나치로 포장하고 있다”고 한 뒤 “푸틴은 전쟁에 참여한 군인들에게 ‘조국과 미래를 위해 싸우고 있다’면서 제2차 세계대전의 승리와 연결시키려 노력했다”고 전했다.


NYT는 그러면서 “러시아는 전승절 행사를 위해 그동안 국영 TV 등의 선전매체를 총 동원해 우크라이나를 나치로 규정하면서 호전적인 메시지를 내보냈으며, 이를 통해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범죄를 합리화했다”고 밝혔다.


NYT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명분은 ‘나치’라는 단어에 집중되어 있다”면서 “푸틴은 사실 지난 2014년부터 우크라이나의 친서방 정권을 파시스트 쿠데타라고 명명하면서 공격해 왔지만 지난 2월 침공 후부터 아예 ‘나치’라는 단어를 전쟁의 명분으로 삼고 있다”고 전했다.


NYT는 이어 “푸틴이 우크라이나를 나치라고 비방하는 것은 그의 잘못된 고정관념과 왜곡된 현실, 그리고 그가 제2차 세계대전에 대한 트라우마를 보여준다”면서 “푸틴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러시아와 악과의 싸움’, ‘나치 독일에 승리했다는 자부심’을 애국전쟁 개념으로 몰고가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러시아인들이 적극적으로 지원해주길 바라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이날 전승절 행사에서는 에어쇼를 준비했지만 날씨 관계로 취소되었는데 원래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에어쇼에서 핵 공격을 견딜 수 있는 지휘통제기(Il-80) '둠스데이(최후의 심판일)'를 포함, 항공기 77대를 동원한 공중분열식을 실시할 예정이었으며, 미그-29 전투기 8대가 모스크바 붉은 광장 상공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승리를 상징하는 표식 'Z'를 그리며 비행할 예정이었다.


[퇴로 없는 푸틴의 어쩔 수 없는 선택]


이날 러시아 전승절에서의 푸틴 대통령 연설은 크게 3가지의 의미를 던져 준다.


(1) 선택의 여지가 없는 푸틴의 한계


이날 전승절에서의 푸틴의 연설은 한마디로 퇴로가 전혀 없는 푸틴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준다. 애당초 푸틴은 지난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때만 해도 1주일 안에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이우를 점령하고 친 러시아 정권을 내세운 다음 5월 9일에 수도 키이우에서 대대적인 열병식을 개최하려고 했다.


그러나 이러한 구상이 일찍이 깨지면서 그 대안으로 동부 돈바스의 완전한 점령, 그리고 마리우폴과 오데사항 인근을 전면 장악하면서 러시아의 영토화를 기획했다. 그리고 전승절에 마리우폴에서 대대적인 퍼레이드를 준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계획 또한 무너졌다. 우크라이나 동남부의 완전 점령은커녕 장악했던 지역들에서조차 밀리는 형국으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푸틴은 러시아 국민들에게 우크라이나 전쟁 개시에 대한 이유를 설명할 수도 없고 더불어 70일 이상 진행된 전쟁의 성과를 내세울 것도 없었다.


NYT가 푸틴의 이날 연설 내용에 알맹이가 없었다고 평가한 것은 바로 이러한 푸틴의 상황을 그대로 말해준다. 전쟁 성과도 뚜렷이 내세울 것도 없고 그렇다고 앞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결정적인 카드를 내세울 것도 없었다는 것이다.


물론 러시아군이 지난 4일(현지시간) 발트해에 있는 자국의 역외 영토인 칼리닌그라드에서 전술핵탄두 탑재 미사일 공격 시뮬레이션 훈련을 처음 실시하면서 이를 실제 쏠 수 있다는 제스처를 보였지만 서방 세계가 이에 대해 위축되기는커녕 오히려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면서 러시아와 맞대응을 준비하고 있어서 이날 전승절 행사에서 푸틴이 핵전쟁 카드를 꺼내 놓을 수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가 핵무기를 사용한다는 것은 곧 러시아의 멸망과 해체를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여기에는 푸틴의 종말도 포함된다. 그러니 그러한 단어를 푸틴이 러시아 국민들 앞에서 함부로 사용할 수가 없는 것이다. 이러한 한계가 이날 전승절 행사의 푸틴 메시지에 오롯이 담겨 있다고 할 것이다.


(2) 전쟁 명분을 찾아야만 하는 푸틴의 위기


이날 전승절 연설에서 푸틴이 가장 중점적으로 의미를 둔 것은 바로 전쟁의 명분이었다. 푸틴은 지난 2월 우크라이나 침공을 개시하기 전 대국민 연설에서 침공의 명분으로 가장 먼저 내세운 것이 바로 '탈나치화'(Denazification)와 ‘탈군사화’였다.


여기서 탈나치화란 우크라이나에서 신나치 성향 인사들, 곧 현재 집권중인 젤렌스키 내각을 몰아내겠다는 뜻이라고 크렘린궁이 직접 설명했다. 페스코프 대변인도 “우크라이나를 해방하고 이 나라에서 나치주의자, 친나치 성향 인사들을 제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탈군사화란 우크라이나를 중립국화하겠다는 의미였다. 다시말해 우크라이나를 친러시아화하여 러시아를 위협할 소지를 전혀 주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그러면서 푸틴 대통령은 “돈바스 지역 특수 군사작전의 목표는 지난 8년 동안 우크라이나 정부의 조롱과 대량학살 피해를 본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랬던 푸틴이 전쟁 개시 70여일이 지나도록 전쟁 초기의 목표를 전혀 달성하지 못하자 돌연 서방세계가 지난해부터 러시아를 위협했으며, 더불어 돈바스와 크름반도를 공개적으로 공격할 준비를 해 어쩔 수 없이 우크라이나를 공격했다고 궤변을 늘어놓은 것이다. 또한 푸틴은 서방세계가 러시아를 상대로 핵전쟁을 벌이려 한다는 핑계도 댔다.


모두가 거짓이고 그야말로 말도 안 되는 왜곡이다. 어찌보면 그렇게 대놓고 가짜뉴스를 말하는 것은 그 대상이 러시아 국민들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만큼 푸틴은 지금 우크라이나 전쟁을 일으킨 것에 대해 명분도 없고 또한 내세울 것도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한 궤변이 과연 언제까지 통할 수 있을까? 이번에는 러시아 국민들에게 공개적인 사기를 쳤다치고 앞으로 진짜 전쟁에서 푸틴이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그때는 뭐라고 또 현실을 왜곡할지 궁금해진다.


(3) 결국 장기전으로 갈 수밖에 없는 푸틴


우크라이나 전쟁은 별수 없이 장기전으로 갈 수밖에 없게 생겼다. 이유는 간단하다.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은 이미 푸틴이 패배한 것이다. 러시아가 투입한 군사력의 최소 10% 정도가 전사를 했으며 부상당한 병력까지 합친다면 거의 20% 이상 손실되었기 때문이다. 이 정도면 전쟁 전문가들은 궤멸 수준에 이르렀다고 평가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푸틴의 딜레마는 패배를 인정할 수가 없다는 데 있다. 자신이 패배를 선언하게 되면 곧바로 권좌에서 물러날 각오를 해야 한다. 어디 그뿐인가? 전쟁 범죄자로 국제적인 심판대에 올라가야 한다.


그러니 지금 푸틴의 입장에서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일단 전쟁을 질질 끌면서 다음 기회를 엿보는 것이다. 푸틴은 아마도 극적인 돌파구를 만들기 위해 진짜로 핵전쟁을 위협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미국 등 서방진영이 이미 그럴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철저하게 대비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푸틴이 진짜로 핵무기를 사용하려 한다면 미국이 직접 나서 선제타격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러시아는 망한다. 당연히 푸틴도 끝난다. 그러한 도박을 푸틴이 과연 할 수 있을까? 아마도 그렇기 때문에 이번 전승절 행사에서 푸틴이 핵전쟁 위협을 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또 하나의 딜레마는 전쟁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불리한 쪽은 러시아라는 점이다. 러시아를 향한 경제제재는 날로 촘촘해지고 있고, 이젠 러시아의 생명줄인 에너지에 대한 제재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되면 러시아 경제는 버틸 길이 없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가 채무불이행(디폴트)까지 당하게 된다면 전쟁 패배 선언 이전에 러시아에서 폭동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아마도 푸틴에게 있어서 전승절 이후 행보는 살얼음판일 것이다. 자신의 정치생명뿐 아니라 러시아의 운명까지 걸린 도박판에서 푸틴은 과연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승리의 의지 보이는 우크라이나]


반면 전승절에서의 푸틴의 모습을 바라보는 우크라이나의 젤렌스키 대통령은 의기양양하다. 푸틴의 연설 직후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승리할 것이며, 어떤 영토도 양도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우리는 반(反)히틀러 연합의 다른 국가들과 함께 나치즘을 패배시킨 우리의 조상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그러면서 “우크라이나인들은 역사상 수차례 영토를 지키기 위해 싸웠으며 앞으로도 우리 역사의 한 조각도 주지 않을 것”이라 선언했다.


[미소짓는 서방세계, 더 강하게 밀어붙인다]


그렇다면 푸틴의 전승절 메시지를 바라보는 서방세계의 반응은 어떠할까? 대표적인 반응이 영국의 국방장관으로부터 나왔다. 벤 월러스 장관은 이날 “푸틴 대통령과 그의 측근, 장군들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함으로써 70년 전 (나치의) 파시즘과 독재의 모습을 보여줬다”면서 “이들의 최후는 당연히 결국 (나치와) 같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쟁에서 패한 나치 전범들은 2차 세계대전 직후 뉘른베르크 재판에서 심판을 받았다. 24명이 기소된 재판에서 12명이 사형, 3명이 종신형, 4명이 유기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월러스 장관은 이어 “러시아 장군들은 파시즘을 물리치며 더 높은 목적을 위해 희생한 그들 선조의 자랑스러운 역사를 이용하는 푸틴 대통령과 공모했다”고 비판하면서 “이들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양측의 막대한 손실에 책임이 있으며 군사재판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마도 월러스 장관의 발언이 지금 푸틴의 러시아를 대하는 서방세계의 심정을 대변하는 것으로 보인다. 과연 이러한 서방세계의 의지에 푸틴은 어떻게 대응하려 할까? 푸틴의 미래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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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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