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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푸틴의 오판과 결정적 실수 - 푸틴, 전략도 전술도 부재한 군에 분노, “믿을 수 없는 결과" - 러시아군에 대해 과신하고 우크라 너무 우습게 본 탓 - 서방세계의 결집력에 대해 너무 만만하게 평가한 푸틴
  • 기사등록 2022-03-01 21:59:33
  • 수정 2022-03-02 07:4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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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의 분노, “믿을 수 없는 결과”]


우크라이나에 대해 전격적인 침공 명령을 내렸던 푸틴이 엄청나게 당황하고 있으며 이러한 전황 전개에 대해 분노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의 폭스뉴스는 지난 26일(현지시간) 에스토니아 국방부 장관을 지낸 리호 테라스 유럽의회 의원이 우크라이나의 정보 보고서를 인용해 "푸틴은 우크라이나 침공을 '쉬운 전쟁'으로 생각하고 1~4일 안에 끝날 것이라 믿었지만, (그렇지 못한 데 대해 믿을 수 없는 결과라며) 분노하고 있다"며 "러시아군은 적절한 전술이 없는 데다 병참 차질을 빚고 있다"고 트위터를 통해 전했다고 보도했다.


리호 테라스 의원은 이어 "러시아군이 준비한 미사일은 3~4일 치라 아껴 쓰고 있는 중"이라며 "우크라이나가 열흘만 버티면 러시아는 (퇴로를 열기 위한) 협상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폭스 뉴스는 테라스 의원의 트윗을 보도했으나 "(내용의 진위는) 자체적으로 확인되지는 않았다"고 단서를 달았다.


리호 테라스 의원의 지적이 아니더라도 사실 지금 우크라이나 사태는 어느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군사전문가들은 물론이고 심지어 세계의 언론들마저 막강한 러시아의 군대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게 되면 2~3일도 채 견디지 못하고 우크라이나가 손들 것으로 봤다. 그러나 지금의 우크라이나 상황은 이러한 예상을 완벽하게 깨뜨리면서 러시아가 오히려 수세에 몰리는 국면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이다.


현재 우크라이나 상황에 대해 영국의 가디언은 27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의 초기 공세에 대해 침공 후 첫 나흘 동안 러시아군은 이상하리만큼 계획성이 없고, 심지어 무모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가디언은 로렌스 프리드먼 영국 킹스칼리지 교수의 말을 인용해 "이 전쟁의 첫 번째 놀라움은 러시아군 사령부가 군사력 증강을 고려한 효과적 전략을 설계하지 못한 점"이라며 그래서 "작전 실수를 연발 중"이라고 말했다.


심지어 가디언은 28일(현지시간) “푸틴 대통령이 이미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사실상 패배했다”면서 “우크라이나 전투에서 승리한다 해도 거대한 전쟁에서의 실패를 만회하지는 못할 것”이라 단정했다.


가디언은 이어 “푸틴의 도박이 실패했다는 것은 이미 분명해 지고 있다”면서 “우크라이나 주민들의 처절한 저항은 온 세계인의 주목을 받고 있다”고 했다. “설령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점령한다 해도 우크라이나를 러시아인이 직접 지배할 수는 없을 것이고, 또한 우크라이나인이 이를 허용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가디언은 예상했다.


가디언은 또 “현재 상황에서 푸틴이 우크라 전쟁에서 이기는 길은 무자비한 전쟁을 치르는 것인데 그렇게 되면 러시아는 전 세계를 잃게 될 것”이라 했다. 그러니 “러시아가 우크라와의 전쟁에서 이긴다고 해서 이기는 것이 아니고 더 큰 패배의 길로 가고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그렇다면 막강한 러시아군이 왜 이렇게 우크라이나 전투에서 고전하고 있는 것일까? 여기에는 푸틴 대통령의 결정적 오판과 실수가 겹친 결과로 지금의 이 상황을 연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푸틴의 오판 1: 전략 부재 러시아군]


푸틴의 오판 중 첫 번째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위해 투입된 러시아군이 그야말로 전략부재에 주먹구구식의 대응을 했다는 점이다. 러시아군이 이렇게 규모의 전쟁을 제대로 치르지 못한데는 ‘강군 러시아’라는 허상만 믿은 탓이다.


물론 이 배경에는 우크라를 너무 우습게 본 탓에 그런 것도 있을 것이다. 수많은 탱크와 미사일 공격을 앞세우면 전쟁다운 전투를 할 필요도 없을 것으로 봤다. 일단 러시아군은 우크라의 수도 키예프 함락을 1~2일이면 충분할 것으로 봤다. 이렇게 우크라와의 전쟁을 너무 가볍게 본 탓에 곳곳에서 허점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군의 결정적인 전략 미스는 지난 24일 전쟁을 개시하면서 곧바로 키예프 인근 호스토멜 공항에 공수부대를 투입해 인근 지역을 장악하려던 계획에서 확실히 드러난다. 일단 미사일로 초토화한 다음 러시아군의 최정예 부대인 공수전단을 투입하면 모든 것이 간단하게 정리될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이는 엄청난 오판이었다. 점령은커녕 나흘 동안이나 교전을 했지만 결국 포기하고 물러났다. 러시아군의 자기 과신에 오만이 결정적 패인이었다.


27일에는 러시아군이 하르키우 도시 장악을 위해 진입했다. 그런데 탱크도 아닌 경장갑차만 투입했다.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우크라이나군의 강력한 저항 때문에 결국 퇴각하고야 말았다. 서방 군사 전문가들은 이러한 결과가 전략 부재와 함께 후방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탓이라 분석했다.


지상군만 그러는 것이 아니다. 심지어 러시아가 최강이라 자랑하는 공군마저도 러시아 공군의 실체를 그대로 노출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


영국 싱크탱크 왕립연합서비스연구소(RUSI)의 저스틴 브롱크 연구원은 "대부분의 러시아 전투기가 활동 반경이 크지 않다는 사실이 놀랍고 혼란스럽다"고 했다. 우크라이나의 러시아제 Su-27이 여전히 상공에서 러시아군과 교전 중이라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더불어 전쟁의 기본인 러시아군의 병참마저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7일(현지시간) 미 국방부 관계자를 인용해 “우크라이나군의 격렬한 저항과 연료 부족, 병참 차질로 인해 러시아군의 진격 속도가 늦어졌다”고 보도했다.


그 대표적인 것 중의 하나가 키예프로 진격하던 러시아군 탱크의 연료가 떨어져 스톱하는 일이 발생한 사건이다. 한마디로 전쟁의 기본중의 기본인 보급계획 자체가 아예 없었다는 반증이다.


앞서 26일(현지시간) 가디언과 폭스뉴스 등은 우크라이나 동부 수미 지역에서 연료가 떨어져 길에 서 있는 러시아 탱크를 촬영한 한 우크라이나 운전자의 영상을 보도했다. 영상에서 러시아 기갑병들은 '어디로 가냐'고 묻자, "모른다"고 답했다. 이에 우크라이나 운전자는 "러시아까지 (탱크를) 견인해줄까"라고 말했다고 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포로로 잡힌 러시아군 병사가 수백명에 달하며, 탱크·장갑차에서 내려 자진 항복하는 경우도 수두룩하다.


또 하나 있다. 러시아가 주변국들을 위협하는 대표적인 무기가 미사일이다. 미 국방부에 따르면 러시아는 침공 후 27일까지 320발의 미사일을 발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러시아의 미사일이 재고가 거의 없다는 보도가 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


호주 육군 소장 출신의 믹 라이언은 WSJ에 "정밀 유도무기 고갈로 덜 정확하고 더 치명적인 구형 무기를 사용해야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때문에 앞으로 72시간 동안 전장에서 더 높은 치사율이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푸틴의 오판 2: 우크라이나를 얕본 푸틴]


푸틴의 두 번째 오판은 우크라이나를 너무 우습게 봤다는 것이다. 물론 푸틴의 그러한 판단에는 잘못된 정보 보고도 한 원인인 것으로 보인다. 옛 소련 정보기관인 KGB출신의 푸틴은 심리전을 좋아한다. 그래서 푸틴은 우크라이나 국민들을 상대로 세뇌작업을 포함한 심리전을 펼쳐왔었다.


어떻게 보면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의 푸틴 연설도 이러한 심리전의 일환이었을 것이다. 푸틴은 우크라이나를 러시아의 일부라고 주장했으며 우크라이나는 CIA(미 중앙정보국)가 러시아 견제를 위해 세운 가짜 정부라고 주장했다. 그래서 우크라이나 공격 명분도 ‘탈(脫)나치화’라고 했다.


이런 관점을 가지고 이번 전쟁을 우크라이나인들을 위한 해방전쟁이라 판단했기 때문에 러시아군이 진입하게 되면 당연히 우크라인들이 러시아군을 대대적으로 환영할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이러한 푸틴의 생각이 오판이었다는 것을 깨닫기까지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우크라인들이 대동단결하면서 反 푸틴 운동에 나섰기 때문이다. 그것이 우크라인들의 대대적 저항으로 나타나고 있다.


‘우크라이나 해방전쟁’이라는 명분이 무너지자 당장 러시아군의 사기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러시아군에는 우크라이나 혈통을 가진 자들도 많다. 그렇기 때문에 우크라 혈통의 러시아군인들이 우크라인들을 향해 발포 명령을 이행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이것이 오히려 러시아군의 사기를 떨어뜨리는데 결정적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보인다.


[푸틴의 오판 3: 서방세계의 대응에 대한 오판]


푸틴의 정말 큰 오판 가운데 하나는 서방세계의 대응을 너무 가볍게 여겼다는 점이다. 푸틴이 우크라이나 공격 개시 직전의 연설에서 "우리를 방해하거나 나아가 우리나라나 국민에 위협을 가하려는 자는 러시아의 대응이 즉각적일 것이며 그 결과는 당신들이 역사에서 한 번도 마주하지 못한 것이 될 것임을 알아야 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푸틴 대통령은 이러한 경고로 인해 서방진영의 국가들이 하나로 단결하지는 못할 것으로 봤다. 그래서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것으로 판단했다. 그런데 이는 푸틴의 오판이었다.


푸틴의 이러한 경고는 오히려 역효과를 낳았다. 서방진영은 이번에 푸틴의 압박에 굴복하게 되면 다음 차례는 자신의 나라가 러시아의 공격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을 낳았다. 그래서 오히려 똘똘 뭉쳐 일치된 합의를 본 것이다.


사실 러시아를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에서 배제하는 것만 해도 러시아의 우크라 침공 전 미국이 제안했을 때에는 유럽사회가 일치된 합의를 보지 못했다. 그러나 푸틴의 연설 직후 유럽은 곧바로 하나로 뭉쳤다. 그래서 러시아가 상상할 수 없는 제재들이 러시아를 향해 가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심지어 그동안 러시아 제재에 소극적이던 독일마저 강력한 제재쪽으로 돌아서면서 오히려 우크라에 대해 무기를 제공하기로 했고, 중립국 스위스마저 대러 제재에 동참하기로 했다. 결국 푸틴이 서방세계를 너무 만만하게 봤다는 의미다.


[푸틴의 결정적 실수]


이렇게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시작하면서 수세로 몰리고 있는 가운데 푸틴은 결정적 실수까지 저질렀다. 핵위협 카드까지 꺼내들었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사탄(악마) 2’라고 불리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보유하고 있다. 이 정도면 프랑스 크기 정도의 국가는 한 방에 초토화시킬 수 있는 위력을 갖고 있어서 NATO는 이 무기에 대해 사탄이라는 무시무시한 코드명을 붙인 것이다.


그리고 스텔스 전략핵잠수함인 러시아의 블라디미르함은 수중발사 ICBM 20기를 싣고 수심 400m까지 내려가 잠항할 수 있다. 또한 장거리 전략핵폭격기 투폴레프-160은 이륙 중량이 270t으로 세계에서 가장 무거운 항공기이면서 가장 빨리 나는 전폭기로 통한다.


물론 이러한 전략핵무기를 러시아가 사용하지는 않을 것이다. 다같이 죽자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술핵을 사용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전술핵무기는 보통 20kt 이하의 폭발력을 가진 소형 핵무기를 말한다. 그런데 20kt이라도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떨어진 원자폭탄이 각각 15kt과 21kt이었던 것과 비교한다면 만만치 않은 파괴력을 갖는다.


그런데 푸틴이 바로 이 전술핵을 사용할 수도 있다고 전 세계를 향해 겁박한 것이다. 그러면서 이러한 핵무기 사용이 자위권이라 했다. 자위권? 지금 누가 누구를 공격했기에 감히 자위권이라는 말을 쓰는가? 지금 러시아가 일방적으로 우크라이나를 공격하고 있는데 여기에 자위권이라는 말이 해당되는가? 이는 푸틴의 엄청난 실수다.


그래서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핵전쟁 가능성을 단호하게 부정한 것이다. 미 국방부는 또한 “오판하면 상황을 더욱 위험하게 만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렇기 때문에 푸틴은 결코 핵무기를 사용할 수 없을 것이다. 핵무기를 사용하는 순간 러시아도 멸망의 길로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영국의 월러스 국방부 장관은 28일(현지시간) "러시아의 핵 태세를 살펴봤는데 중요한 변화는 없다"면서 “12살 아들에게 핵전쟁은 없을 것이라고 안심시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월러스 장관은 “푸틴 대통령도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주의를 돌리고 러시아의 핵 억지력을 떠올리게 하려고 말을 한 것이지 핵 사용을 원치 않는다고 설명했다”고 했다.


한마디로 지금의 우크라 상황이 마음대로 흘러가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해 서방진영을 향해 엄포를 놓기 위해 큰소리치는 블러핑을 한 것이지 실제로 그럴 가능성은 낮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푸틴의 그러한 발언은 엄청난 실수다. 그 말로 인해 푸틴은 확실한 전범으로 낙인찍히게 생겼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국제형사재판소(ICC) 검찰부는 28일(현지시간) 푸틴 대통령에 대해 전쟁범죄 가능성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이것이 지금 푸틴이 처한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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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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