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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막 나가는 러시아 푸틴 - 러시아 국제금융망 퇴출에 푸틴 분노, 핵위협카드 꺼내 - 우크라이나 침공, 예상밖 전개에 당황한 푸틴 - 러시아 경제 심각한 충격받을 것, 국내혼란 가능성도
  • 기사등록 2022-02-28 22:37:58
  • 수정 2022-03-01 07:4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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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 위협 카드’ 꺼낸 푸틴]


우크라이나를 공격한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 점령이 의외의 저항에 부딪쳐 늦춰지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를 향한 서방의 경제 제재가 최고조에 달하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7일(현지 시각) 핵무기 운용부대에 경계 태세를 강화할 것을 지시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러시아 대통령궁]


푸틴 대통령은 이날 TV 연설을 통해 “서방 국가들이 경제 분야에서 러시아에 대해 비우호적인 행동을 할 뿐아니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고위 관리들까지 러시아에 공격적인 발언을 서슴지 않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핵 억지력 부대의 특별 전투임무 돌입을 국방부 장관과 총참모장(합참의장 격)에게 지시했다”고 밝혔다.


여기서 푸틴이 언급한 러시아의 ‘핵 억지력 부대’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핵무기를 관장하는 부대를 일컫는다. 이는 푸틴이 결국 핵위협 카드를 꺼내들었다는 점에서 푸틴의 그 다음 행보가 주목된다고 할 것이다.


이와 관련해 AP통신은“ 핵무기의 발사 준비 태세를 강화하라는 이 같은 지시가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현 위기가 의도된 것이든 실수든 핵전쟁으로 비화할 수 있다는 공포를 불러일으킨다”고 지적했다.


[푸틴이 핵위협 카드까지 꺼낸 이유?]


*푸틴의 핵위협카드 배경 1: 우크라이나 사태의 예상 밖 진전


푸틴이 사실상 전 세계를 위협하는 핵카드까지 꺼낸 배경에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모든 것들이 자신의 뜻대로 흘러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우크라이나의 수도인 키예프와 주요 도시들에 대한 점령작전이 하루 이틀안에 끝날 것이라 생각했지만 공격 5일이 넘은 28일 현재까지 오히려 수세에 몰리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심지어 러시아군이 생포되고 사망하는 일까지 발생하면서 러시아내에서도 반전여론이 일기 시작했다. 우크라이나 주민들의 필사적 저항도 푸틴에게는 엄청난 부담이다.


문제는 이미 우크라이나를 공격한 푸틴의 입장에서는 이 전쟁이 더 이상 길어지면 안된다는 것이고 단시간 내에 마무리하려면 미국을 비롯한 자유진영 국가들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막아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푸틴은 일단 서방진영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의 손길을 끊기 위해 유럽연합(EU)을 비롯해 서방진영 국가들을 향한 강력한 경고의 의미로 핵위협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보인다.


*푸틴의 핵위협카드 배경 2: 스위프트 퇴출까지 나온 대러 제재


두 번째는 러시아에 대한 제재가 예상보다 더 강력해지고 있어서 이러한 제재 조치가 시행되기 전에 브레이크를 걸어야 할 필요성을 느껴 핵위협 카드까지 꺼내든 것으로 보인다.


사실 미국을 비롯한 유럽 등의 서방국가들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 초반에는 빠른 시간안에 함락될 것으로 판단해 상황을 관망한 측면이 있다. 그래서 초강력 제재라기보다는 푸틴대통령이나 외무장관, 그리고 국방장관에 대한 개인 제재 등만 러시아 제재 카드로 올렸었다.


그런데 예상외로 우크라이나의 저항이 거세고 또한 이로 말미암아 러시아가 오히려 수세로 몰리자 미국도 가장 강력한 카드, 곧 러시아를 ‘금융의 핵무기’라고 불리는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스위프트) 결제망 배제 결정을 내린 것이다.


미국과 유럽연합(EU)·영국 등은 지난 26일 대러시아 제재의 일환으로 “러시아를 국제 금융으로부터 고립시키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주요 7개국(G7)도 동참했다, 이 조치를 내리면서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전쟁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책임이 있고, 전략적으로 실패한 것이라는 점을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SWIFT는 1만1천 개가 넘는 전 세계 금융기관들이 안전하게 결제 주문을 주고받기 위해 쓰는, 고도로 높은 보안을 갖춘 전산망으로, 여기에서 퇴출되면 러시아는 사실상 무역 자체가 봉쇄되는 효과를 낳게 된다. 그래서 한 국가에 대한 제재로는 가장 강력하다는 점에서 일각에서는 '금융 핵 옵션'으로도 부른다.


러시아 SWIFT 협회에 따르면, 러시아 은행 300여 곳이 스위프트에 가입해 있으며, 전체 국제 금융거래의 80%를 SWIFT에 의존하고 있다. 또 러시아는 미국 다음으로 SWIFT 결제 건수가 많은 국가다. 은행들이 SWIFT를 활용하지 못하면 사실상 국가 간 송금을 하지 못하게 된다. 러시아 은행들을 SWIFT에서 배제하면 러시아 기업과 개인은 수출 대금을 받거나 수입 대금을 지급하는 것을 비롯해 해외에서 대출하거나 투자하는 것이 힘들어진다.


서방진영은 또한 러시아 중앙은행의 외화 접근도 제한하기로 했다. 현재 러시아 중앙은행의 외환보유액은 6430억달러(약 774조5000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보유 외화가 동결되면 러시아 재정에 직접적인 타격이 불가피하다.


이번 러시아에 대한 SWIFT 배제는 미국이 처음 강력하게 주장했지만 독일을 비롯한 일부 유럽국가들의 반대로 초기 제재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사실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한 연설에서 "우리를 방해하거나 나아가 우리나라나 국민에 위협을 가하려는 자는 러시아의 대응이 즉각적일 것이며 그 결과는 당신들이 역사에서 한 번도 마주하지 못한 것이 될 것임을 알아야 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었다. 여기서 푸틴이 말한 “러시아에 위협을 가하는 행동”이란 바로 군사적인 측면에서는 우크라이나에 군대를 파견하는 일이고 경제적으로는 미국 주도의 스위프트 퇴출이었다.


그런데도 미국과 서방세계가 결국 러시아를 스위프트에서 퇴출하기로 결정을 하자 푸틴은 서방진영이 자신의 말을 무시한다고 판단해 급기야 핵위협 카드까지 꺼내들게 된 것이다.


*푸틴의 핵위협카드 배경 3: 푸틴의 개인재산 동결


더불어 푸틴이 핵위협카드까지 꺼낸 세 번째 이유는 푸틴의 개인재산까지 동결된 것에 대한 분노의 표시로 판단된다. 뉴욕타임스(NYT)는 26일(현지시간) “공식적으로 푸틴 대통령은 매년 약 14만 달러(약 1억6천800만원)를 벌고 작은 아파트만 소유한 것으로 나오지만 그의 숨겨진 재산은 1천억 달러(약 120조원)를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가 전 세계 유명 인사들의 탈세와 부패 실태 등을 폭로한 문건인 이른바 '판도라 페이퍼스'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의 연인으로 보도된 한 여성은 모나코에 410만 달러(약 49억원)짜리 아파트를 소유하는 등 그동안 축적한 자산이 1억 달러(약 1천2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또 프랑스 남부에는 푸틴 대통령의 전처와 연결된 고가 빌라도 있다.


이렇게 푸틴의 재산들은 전 세계에 다양하고 폭넓게 산재해 있어서 정확한 것은 추정하기 힘들지만 한때 러시아의 최대 투자사였던 영국 헤지펀드 투자자 빌 브라우더는 2017년 미 의회에 출석해 푸틴 대통령의 재산이 총 2천억 달러(약 240조원)에 달할 수 있다고 증언한 바 있다.


'러시아의 정실 자본주의' 저자인 앤더스 애슬런드 조지타운대 부교수는 푸틴 대통령의 재산이 약 1천250억 달러(약 150조원)이며 이 중 많은 부분이 푸틴 대통령의 친구나 친척 등의 이름으로 해외 피난처에 숨겨져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물론 미국을 비롯해 서방 동맹국들이 푸틴 대통령과 직접적으로 연결지을 수 있는 재산이 거의 없기는 하지만 이번 서방진영의 푸틴에 대한 제재 조치가 앞으로 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점에서 주목되고 있다. 다시말해 미국이 푸틴 대통령의 부를 제한적으로 파악해, 할 수 있는 것만이라도 제재를 한다면 제재를 받는 이들에게 영향을 주기 때문에 이것만으로도 가치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래서 한 유럽 외교관도 이번 제재를 '정치적으로 중요한 신호'라며 상징적 가치를 강조했다.


또 하나 푸틴이 분노하는 이유는 미국의 '특별지정 제재대상'(SDN)에 푸틴의 이름을 올림으로써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 등 작지만 악명 높은 국가의 원수들과 푸틴을 나란히 놓게 됐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체면이 말이 아니라는 것이다.


[푸틴의 핵위협에 강력하게 반발하는 미국]


러시아 푸틴의 핵위협 발언이 나오자마자 미국은 “용납할 수 없다”며 반발했다. 린다-토머스 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CBS와의 인터뷰에서 “푸틴 대통령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방식으로 이 전쟁을 계속 확대하고 있음을 의미한다”며 “우리는 가장 강력한 방법으로 그의 행동을 계속 막아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러시아의 핵위협이 계속된다면 더욱 더 강한 제재로 맞서겠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ABC방송에 출연해 푸틴 대통령의 지시에 대해 "정당한 이유 없는 긴장 고조와 위협을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비판했으며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 가능성에 대해서는 "모든 것이 테이블 위에 올라 있다"며 지금껏 사용하지 않은 대러시아 에너지 제재 가능성을 언급했다.


여기서 ‘대러시아 에너지 제재’란 러시아산 원유와 천연가스에 대한 국제거래 중단을 말한다. 미국이 아직까지도 ‘러시아 에너지 제재’ 카드를 꺼내들지 않고 있는 것은 원유 거래를 제재할 경우 국제 유가 급등으로 러시아가 볼 피해보다 세계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방진영의 마지막 카드로 러시아산 원유에 대해 제재를 가한다면 러시아는 심각한 충격에 빠질 수도 있다. 러시아 GDP에서 원유와 천연가스 수출이 무려 20%를 차지하는 주력산업이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행정부는 2018년 이란핵합의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해 이란의 원유와 가스 수출을 원천 차단하는 제재를 강행했다. 이란은 그 여파로 원유 수출 규모가 전년 대비 80%까지 줄어드는 경제적 고통을 겪은 바 있다.


[스위프트 퇴출 이후 러시아, 앞으로 어떻게 될까?]


스위프트에서 러시아가 퇴출되게 되면 당장 러시아의 모든 무역거래가 사실상 차단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이러한 스위프트 퇴출에 대한 대안이 러시아에게는 있을까?


물론 회피방안이 있기는 하다. 국제금융거래를 완전히 70년대 이전으로 되돌리는 것이다. 다시말해 러시아 은행들이 SWIFT 이전에 쓰던 메시지 시스템인 텔렉스를 사용하면 된다, 그런데 이 방법의 문제는 효율이 낮고 비용이 많이 드는 데다가. 텔렉스에 연결된 외국 은행은 23곳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또다른 대안은 중국을 활용하는 방법이다. 중국은 자체 결제 시스템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러시아가 달러가 아닌 위안화를 사용해 러시아-중국간 거래를 강화하면서 어느 정도 서방진영의 제재를 회피하는 방법을 사용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제한적이다. 또한 중국이 애매한 유탄을 맞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그래서 중국이 대놓고 러시아와 직접 금융거래를 하면서 러시아 제재에 대한 회피통로를 열어줄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또한 러시아에 대한 금융제재뿐 아니라 미국과 EU 등은 첨단제품에 필수적인 반도체나 소프트웨어 등에 수출 규제를 가해 미래 먹거리까지 옥죄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워싱턴포스트(WP)는 “서방의 추가 제재가 러시아에 엄청난 압박을 가할 것”이라며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과 루블화 가치 폭락, 국내 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결국은 러시아의 경제가 앞으로 크게 휘청거릴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그래서 S&P가 러시아의 국가 신용등급을 정크(투자부적격) 수준으로 강등한 것이다.


그러나 러시아 경제는 치명타를 입겠지만 이로인해 세계경제도 일정부분 역풍이 불 수밖에 없다. 또한 서방 은행들이 러시아에서 대출을 회수하기 어려워진다는 것도 문제다.


어찌되었건 러시아는 앞으로 상당한 충격을 받게 될 것이다. 그래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이 “러시아의 목표는 우크라이나 파괴다. 그러나 실은 자신들의 미래가 무너지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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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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