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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中외교부 2인자, "2억 가구, 아직 푸세식" 치부공개한 이유? - 中외교 2인자, ”미국 따라잡을 생각 전혀 없다! - 中 외교노선 전환 움직임과 맞물려 주목 끌어 - 中, 미국과 다시 고위급회담 추진
  • 기사등록 2022-01-21 13:56:17
  • 수정 2022-01-22 07:2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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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외교부 2인자인 러위청(樂玉成) 외교부 상무부부장(차관) [사진=중국 외교부]


[中외교 부부장, "미국 따라잡을 생각 전혀 없다!"]


중국 외교부 2인자인 러위청(樂玉成) 외교부 상무부부장(차관)이 18일 중국의 적나라한 현실을 공개하면서 “중국은 미국의 패권도전에는 관심도 없다”고 말해 그 발언 배경이 주목되고 있다.


중국 외교부가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러위청 부부장의 발언은 베이징의 인민대학교 주최 거시 정세 포럼에서 행한 연설에서 나온 것이다.


러위청 부부장은 이날 “중국의 경제 총량이 미국을 넘어 서느냐 마느냐에 우리는 관심이 없고, 우리가 추구하는 바도 아니다”라며 “14억 중국 인민을 잘살게 하고, 인민들의 아름다운 삶에 대한 동경을 충족시키는 것이 중국 공산당의 분투 목표”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러위청 부부장은 “중국은 아직 10억 명이 비행기를 타본 적이 없고, 2억이 넘는 중국 가정에 수세식 변기가 없으며, 대학 학부 이상의 교육을 받은 인구 비율이 4%에 불과한 반면 미국은 25%에 달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러위청 부부장은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고도로 중시하고 변화시키려 노력해야 할 일”이라며 “우리는 국내총생산(GDP)이 미국을 넘어섰느냐, 아니냐보다 사상관념, 통치능력, 세계에 행한 공헌 등에서 따라잡거나 추월하는지를 더 중시한다”고 덧붙였다.


러위청 부부장은 또 “미국은 중국에 강경외교론을 들먹이면서 ‘협박외교’라는 딱지까지 붙여줬다”면서 “미국은 중국을 ‘최고의 라이벌’로 규정해 중국을 압박하고 내정간섭을 일삼고 있다”고 주장했다.


러위청 부부장은 이어 “최근만 해도 미국은 신장지역에서의 인권 문제, 홍콩 입법회 선거에 대해 끊임없이 중상모략하고 있다”면서 “(미중간) 극한의 경쟁에서 중국이 제물로 도살당하는 양이 되기를 바란다면 그것은 100여년 전 제국의 오래된 꿈일 뿐이며, 이제 깨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날 미중관계가 이렇게 악화된 것은 순전히 미국의 잘못된 대 중국 정책 때문”이라면서 “잘못된 대 중국 인식, 잘못된 시대관과 세계관으로 인한 중국 위협론에 깊이 빠져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러위창 부부장은 또한 “중국은 어떤 전쟁도, 신냉전도 원하지 않는다”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신냉전을 하지 않겠다고 한 그 약속대로 미국과 중국은 미래를 향해 함께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미중관계가 경쟁의 시대가 아닌 평화공존의 시대로 나아가야 한다”고 한 것이다.


한마디로 중국은 미국의 패권에 대해 관심도 없고 오직 전 중국 인민의 더 나은 생활을 위해 진력하고 있는데 미국이 쓸데없는 경계심으로 중국을 자극하고 중국의 앞길을 훼방하고 있다고 비난한 것이다.


그러면서 러위청 부부장은 지난해 있었던 미국 국회의사당 난입 사태,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철군, 전 세계 코로나19 대확산 등을 거론한 뒤 "개별 국가는 아예 책임을 남에게 전가하고 심지어 신냉전을 도발하고 세계를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며 미국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러위청 부부장은 또한 대만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을 했다. 러 부부장은 “대만은 중국의 신성한 영토”라고 전제한 후 “미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말하면서도 실제적으로는 대만 독립을 지원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이어 “대만 독립에 반대하고 '하나의 중국'을 수호하는 문제에 대해 중국은 양보할 여지가 없으며 어떤 타협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中외교부 2인자의 발언을 주목하는 이유]


미중충돌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 외교부 2인자의 발언에 대해 주목하는 것은 최근의 중국 동향과 연관해 볼 때 상당히 의미가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우선 러위청 부부장은 은퇴 연령을 넘긴 왕이(王毅·69) 현 외교부장의 후임 0순위로 꼽히는 유망주라는 점이다. 따라서 그의 발언이 단순한 외교부 2인자의 발언을 넘어 앞으로 중국 외교의 방향을 제시했다고도 볼 수 있어 주목하게 된다.


▲ [사진=중국 외교부 홈페이지]


또 하나 러위창 부부장의 발언을 주목하는 것은 중국 외교부가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내용들 때문이다. 중국 외교부는 지난 18일 있었던 러위창 부부장의 인민대학교 주최 거시 정세 포럼 연설 전문을 게재했다. 그리고 이 연설 내용의 하이라이트를 8개 꼭지로 나눠 재조명을 했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러위창 부부장의 중국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공개하면서 “미국 패권에 도전할 생각이 없다”고 한 부분은 정작 홈페이지에 게시된 연설문 전문에서는 등장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외교부는 별도의 섹션까지 만들어 러위창 부부장이 그러한 발언을 했다고 공개한 것이다.


이는 이 발언이 원래 준비한 연설문 원고에는 없었는데 현장에서 연설하면서 즉석으로 추가해 발언을 했기 때문에 독립된 섹션으로 특별히 강조하기 위해 삽입된 내용을 가능성이 크다.


어찌 되었건 중요한 것은 중국은 지금 앞으로 가야할 길, 다시 말해 아직 비행기도 타 보지 못한 인민들의 수가 10억이나 넘고 아직도 중국내에서 2억 가구가 푸세식이라는 적나라한 현실을 말하면서 중국은 결코 미국의 패권에 도전할 생각도 없고 그럴 겨를도 없다고 말했다는 점이다. 또 이를 일부로 강조하기 위해 중국 외교부가 별도의 코너까지 만들면서 러위창 발언의 핵심 발언으로 소개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중국내부에서 번지는 외교노선 자성론]


러위창 부부장의 발언은 중국 앞에 닥친 경제적 위기와 맞물려 난국 타개의 방안으로 외교노선의 전반적 재검토와 함께 방향의 대전환이 내부적으로 시도되고 있다는 전망을 낳는다.


일본의 닛케이아시아(Nikkei Asia)는 지난 17일 “중국의 가장 전투적인 선전매체인 환구시보의 후시진 편집장 퇴임은 중국 외교의 방향전환을 의미한다”고 보도했다.


특히 “후시진의 환구시보에 대해 시진핑 주석이 칭찬하면서 ‘그를 본받으라’고 할 정도로 중국 외교에 있어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했던 후시진 편집장이 사퇴한다는 것은 중국 외교정책에서 광범위한 진로 수정을 의미하는 것”이라 분석한 것이다.


닛케이는 “이러한 중국 외교정책 수정의 이유로 급격하게 쇠퇴해가는 중국 경제의 위기로 성장모델이 무너지고 있다는 점, 중국 외교의 고립으로 인한 존재 위기의 문제” 등을 들었다.


닛케이는 이어 지난해 12월 20일 베이징(北京)에서 중국국제문제연구원(CIIS)과 중국국제문제재단이 공동으로 주최한 '2021년 국제정세와 중국외교 토론회'에서 2013년 5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8년여 간 주미대사로 재임하며 미국의 3개 정권(오바마·트럼프·바이든)을 경험한 바 있는 추이톈카이(崔天凱) 전 주미 중국대사가 “원칙적으로 준비 안 된 싸움, 자신 없는 싸움, 오기로 하는 싸움과 소모전은 해서는 안 된다”면서 중국이 당장 미국과 ‘강 대 강’으로 맞설 것이 아니라 이길 수 있는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던 점도 주목했다.


추이톈카이의 이러한 발언은 한마디로 "新도광양회(韜光養晦·빛을 감춘 채 때를 기다림) 밑그림"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크게 주목받았다. 이는 지금 시진핑 공산당 정권이 취하고 있는 '전랑(戰狼·늑대전사) 외교'로 통칭되는 중국의 현 대외 정책과는 완전히 결이 다른 주장이어서 눈길을 끌었던 것이다.


이러한 추이텐카이의 발언에 대해 홍콩 명보(明報)는 지난해 12월 25일자 사설에서 "추이 전 대사 발언뿐 아니라 왕이 외교부장의 발언으로 미뤄볼 때 미국의 대 중국 정책에 대해 중국 정부는 이미 새로운 인식을 하고 있으며, 바이든 임기와 그 후 중미관계의 발전에 대해 환상을 버렸다"고 정리했다.


명보는 이어 “외교부의 홈페이지에 왕이 부장의 발언 뿐 아니라 추이텐카이 전 대사의 발언까지 전문으로 게재되어 있다는 것은 이 두 사람의 발언이 중국의 공식입장을 대변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평가하면서 추이텐카이 발언에 상당한 의미를 두었다.


이는 결국 시진핑 주석의 3연임을 앞두고 미국과 최대한 충돌을 자제하면서 대외 관계를 안정화하겠다는 방향으로 중국의 외교 책략이 변화되었음을 의미한다.


[다시 미국과 협상 추진하는 중국]


이런 가운데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1일 “양제츠(楊潔篪) 중국 외교담당 정치국원과 제이크 설리번(Jake Sullivan)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사이에 재회담이 추진되고 있다”고 특종 보도를 했다.


SCMP는 “양측이 핵심 국가안보 문제와 관련한 회담을 추진하고 있지만, 의제와 의전 문제를 놓고 심한 이견을 보이고 있다”면서 “회담에 누가 참여할 것인지, 어떤 의제까지 논의할 것인지를 놓고도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SCMP는 이어 “미국은 군축 등 국가안보 문제를 논의하길 원하고 있으나 중국은 관세 철회 등 경제문제에 집중하고 싶어 한다”면서 "미국 측은 안보 문제 논의를 위해 중국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 쉬치량(許其亮) 부주석과 웨이펑허(魏鳳和) 국방부장(장관), 혹은 인민해방군 실무급 대표 등 군 인사들도 이번 회담에 함께 하길 원하고 있지만 중국 측은 꺼리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현재 양국 관계가 매우 미묘한 시점에 미국이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한다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이와 관련해 워싱턴에 있는 중국미국연구소(Institute for China-America Studies)의 소우랍 굽타(Sourabh Gupta) 선임연구원은 “중국 측이 양제츠-제이크 설리번 회담에 주저하는 데는 미국의 베이징올림픽 외교적 보이콧뿐만 아니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대만을 포함한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개최하고 위구르 강제노동방지법에 서명한 것도 이유”라고 진단했다.


SCMP는 이어 “양국 모두 현재의 긴장이 충돌로 이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최소한 대화채널을 열어 두어야 하기 때문에 설리번-양제츠 회담이 성사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한마디로 미국은 계속 중국을 몰아붙이고 있다. 미국은 시간이 갈수록 중국은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 듯 하다. 이미 중국 경제가 기울어지기 시작했고, 주변 상황도 이러한 중국의 위기를 타개할 수 있다고 보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중국의 아킬레스건이라 할 수 있는 인권 문제 부각에도 힘을 기울이고 있다. SCMP는 이날 보도에서 한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과 동맹들이 미첼 바첼레트(Michelle Bachelet)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인권 최고대표)에게 베이징올림픽 개막 전 신장 인권탄압에 관한 보고서를 발간할 것을 압박하고 있다”고 전했다.


과연 이러한 미국의 성동격서 전략에 중국이 어떻게 대응할지 관심거리다. 더불어 이러한 미국의 몰아치기에 중국은 어떻게 대응하면서 위기 극복을 꾀하려 할지도 주목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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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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