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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北 핵실험·ICBM 발사 재개? 위기 치닫는 한반도 - 북한, 핵-ICBM 실험 모라토리움 폐기 선언 - 北의 미사일 발사, ‘공격’으로 규정한 미국 - 중국의 북한 감싸기, 자충수 될 가능성
  • 기사등록 2022-01-20 21:00:26
  • 수정 2022-01-21 07:5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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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김정은, 핵-ICBM 실험 재개 시사]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그동안 잠정적으로 중단했던 핵실험 및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 선언하고 나서 귀추가 주목된다.


▲ 김정은 위원장은 19일 열린 노동당 정치국 회의를 주재하면서 “미국에 대한 신뢰조치를 전면 재고하고 잠정적으로 중단했던 모든 활동을 재가동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김정은 위원장은 19일 열린 노동당 정치국 회의를 주재하면서 “미국에 대한 신뢰조치를 전면 재고하고 잠정적으로 중단했던 모든 활동을 재가동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고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 등이 20일 보도했다.


이는 지난 2018년 4월 노동당 중앙위 전원회의에서 핵실험장을 폐기하고 핵실험 및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었는데 이를 4년만에 전면적으로 폐기하고, 미국을 겨냥해 핵실험과 ICBM 발사를 재개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의미다.


북한 선전매체들은 “정치국 회의는 미국의 날로 우심해지고 있는 대조선(대북) 적대행위들을 확고히 제압할 수 있는 보다 강력한 물리적 수단들을 지체 없이 강화 발전시키기 위한 국방정책과업들을 재포치했다”면서 미국과의 장기적인 대결에 철저히 준비할 것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북한이 핵-ICBM 실험 모라토리움을 폐기한 이유?]


북한이 이렇게 핵실험과 ICBM 발사를 하지 않기로 했다가 돌연 태도를 바꾼 이유는 미국의 ‘적대시 정책’ 때문이다. 북한 선전매체들은 “정치국은 싱가포르 조미(북미) 수뇌회담(정상회담) 이후 우리가 조선반도 정세 완화의 대국면을 유지하기 위해 기울인 성의있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적대시 정책과 군사적 위협은 묵과할 수 없는 위험계선에 이르렀다고 평가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국가의 존엄과 국권, 국익을 수호하기 위한 우리의 물리적 힘을 더 믿음직하고 확실하게 다지는 실제적인 행동에로 넘어가야 한다고 결론을 냈다”고 했다.


이어 “회의에서는 최근 미국이 우리 국가의 정당한 주권행사를 부당하게 걸고 들면서 무분별하게 책동하고 있는 데 대한 자료가 통보됐다”며 “미국은 우리 국가를 악랄하게 중상모독하면서 무려 20여차의 단독 제재조치를 취하는 망동을 자행했다”고 비난했다.


[북한의 핵-ICBM 실험 모라토리움 폐기 선언의 의미]


우선 주목할 것은 북한이 스스로 핵실험과 ICBM 발사와 관련한 모라토리움을 선언했다가 이에 대한 폐기선언을 한 시점이다. 북한의 이 같은 반응은 바이든 행정부가 지난 13일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첫 제재를 발표한 지 일주일 만에 나왔다. 또 북한이 이러한 모라토리움을 발표한 날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 1주년이 되는 날이라는 점이다.


결국 김정은 위원장의 입장에서 지난 1년간 미국의 새로운 행정부와의 줄다리기를 해 왔지만 지금과 같은 대화 방식으로는 북한이 원하는 것을 전혀 얻을 수 없다고 판단하고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특히 북한의 입장에서 미국이 먼저 대북제재 완화라든지 북한이 말하는 소위‘ 대북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면서 북한과 협상 재개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전략적 인내의 부활이라 할 정도로 북한 내부의 경제적 위기 상황을 역이용해 시간끌기를 하고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은 더 이상 미국의 전략적 인내를 수용할 수 없으니 이제 결판을 내자는 의미에서 핵실험과 ICBM 발사에 대한 모라토리움을 폐기했다는 것이다.


또 하나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지금 러시아와 미국간의 충돌, 곧 우크라이나 사태를 두고 강경 대치를 하고 있는 상황에다 미국과 중국간의 패권싸움까지 벌어지고 있어서 이런 위기를 틈타 김정은까지 이 전쟁판에 끼어들어 주가를 높이겠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실 우크라이나 사태는 러시아의 말도 안되는 요구, 곧 옛 소련의 세력권을 다시 러시아의 품으로 복원할 것이니 이에 대해 미국을 비롯한 서방세계가 서면으로 인정해 달라는 억지 요구에 대해 유럽이나 미국이 강력하게 반발하면서 이를 거부하고 있는 모양새라고 정리할 수 있다. 그러니 당연히 미국 입장에서도 물러설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도 대만을 향한 칼을 빼들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다. 물론 대만을 향한 전면 공격은 아니더라도 대만이 실질 점유를 하고 있는 섬들을 타격해 점유하는 그러한 도발을 할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미국의 외교가 혼란한 틈에 북한도 끼어 든 것이다. 북한이 도발을 해도 미국과 맞서는 러시아와 중국이 북한을 비호해 줄 것이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에 김정은이 저렇게 핵실험과 ICBM 모라토리움 폐기를 선언하면서 미국을 자극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북한 감싸기에 나선 중국]


이렇게 신년 벽두부터 미사일을 도발하는 북한에 대해 중국은 예상대로 적극적으로 감싸기를 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보면 베이징 동계 올림픽이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중국에게 결코 달갑지 않을 것이다. 중국의 앞마당에서 위기가 조성되는 것이 평화로운 올림픽 축제 분위기 조성에 결코 도움이 안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중국은 북한의 이러한 행동을 비판하기 보다는 감쌌다.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9일 정례 브리핑에서 "지금 말할 수 있는 것은 안보리가 이른바 대북 제재 결의 초안을 토론할 계획이 없다는 것"이라며 "안보리 구성원들이 대국적인 견지에서 장기적으로 내다보며 현재 정세를 신중하게 보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 프로세스를 추진하는 데 초점을 맞춰 중국 측의 제안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정세를 안정화하기 위해 상호 신뢰를 쌓고 대화를 재개하는 데 적극적으로 노력하기를 바란다"고 주장했다.


중국은 지금 북한의 도발에 대해 제재를 추가하거나 이에 대한 군사대응을 하는 것에 대해 적극적으로 반대한다. 그동안 중국은 북한이 도발할 때마다 쌍궤병진(雙軌竝進·비핵화와 평화체제 동시 추진)과 대북 제재 철회를 주장해 왔다.


그렇다고 실제 그러한 쌍궤병진을 위해 중국이 노력한 흔적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그저 방관만 하고 있다는 의미다. 중국의 노림수는 북한의 도발로 인해 미국이 군사행동을 하는 것을 철저하게 막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 북한의 도발에도 북한을 거칠게 다루지 말고 외교적인 말로 풀어가자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의 이러한 현상유지 전략이 앞으로도 계속 통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많다. 북한이 ICBM을 도발하고 더불어 주한·주일미군기지를 공격할 수 있는 미사일들을 계속 시험발사하면서 미국을 자극한다면 미국 입장에서는 미군을 보호하기 위해 중국이 “전략적 위협”이라고 주장했던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보다 훨씬 강력한 공격·방어 수단이 한국에 배치할 수도 있다.


마하 10의 극초음속 미사일, 변칙적으로 비행해 요격이 어려운 순항미사일, 소형화된 전술핵 등을 북한이 실전배치라도 한다면 미국 입장에서는 당연히 이에 대응하는 첨단 무기 도입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한 북한이 실제로 ICBM을 태평양을 향해 발사한다면 미국은 진짜로 북한에 대한 군사대응을 고려할 수도 있다. 이번 북한의 극초음속미사일 발사에 대해 미국이 실제로 이에 대한 대응타격을 준비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결국 중국이 북한을 그저 감싸면서 옹호하기만 하는 동안에 북한의 위협이 레드라인을 넘는다고 미국이 판단하게 되면 중국의 앞마당인 한반도는 베이징 당국의 기대와는 전혀 다르게 흘러갈 수 있다는 의미다.


[北의 미사일 발사, ‘공격’으로 규정한 미국]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 발사를 지켜보는 미국의 대응도 심상치가 않다. 이미 미 해군의 가장 강력한 전략핵 무기인 오하이오급(級)의 핵추진 전략잠수함인 ‘네바다함(USS Nevada)’이 태평양의 괌 기지인 아르파항구에 기항(寄港)한 사실을 이례적으로 공개하면서 중국과 북한에 분명한 메시지를 보낸 미국은 최근 북한의 잇단 미사일 발사를 ‘공격’으로 규정하면서 대북 제재를 논의하기 위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소집을 요청했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18일(현지 시각) 워싱턴포스트와의 화상대담에서 최근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북한에 대한 압박을 계속 강화하겠다”면서 “그들의 공격은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중요한 것은 미국이 북한의 무력시위에 대해 ‘도발’(provocation)이라는 용어 대신에 한층 수위가 높은 ‘공격’(attack)이란 표현을 썼다는 점이다.


미국 입장에서 안보리에서 북한 문제를 논의해도 해결책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안다. 중국이 미국의 대북제재 추가안에 대해 반대할 것임을 이미 예고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미국이 계속 유엔안보리에 대북제재를 거론하는 것은 북한에 대한 미국의 행동에 대해 명분을 쌓기 위함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미국의 태도도 강경해질 수밖에 없다. 때마침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북 담당 국장을 지낸 서니 루지에로 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량살상무기 담당 선임국장이 CNBC 방송에 출연, "바이든 대통령은 대북 관여 정책만을 선택했다'며 "그는 지난해 북한의 미사일 시험에 어떤 제재도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싱크탱크 민주주의 수호재단(FDD)에 근무중인 루지에로 전 국장은 "이는 북한의 네 번에 달하는 미사일 시험으로 잘못이라는 것이 드러났다"며 "북한은 미사일을 발사하고, 미국이 과잉 반응하고, 그 뒤에 협상을 제안하는 수순을 밟지만 그들은 절대 협상에 나서지 않고, 대신 무언가를 요구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루지에로 전 국장은 "바이든 대통령이 할 일은 압박을 높이는 것"이라며 "대화 의지를 밝히면서도, 동시에 북한이 미사일 시험을 하는 한 제재는 계속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바이든의 전임자(트럼프 전 대통령)가 저지른 실수는 대화 시작 자체를 업적으로 여겼다는 것"이라며 "이는 절대로 그렇지 않다"고도 했다. 루지에로 전 국장은 이어 "지난해 가을처럼 탄도 미사일 발사에도 제재로 대응하지 않으면, 북한은 이것을 괜찮다는 사인으로 받아들인다"며 "이제 바이든 행정부가 그렇지 않다고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루지에로 전 국장의 이러한 발언은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대한 미국의 강경한 대응을 주문하는 것으로 미국내 여론을 대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측면에서 미국 국방부가 18일(현지시간) “북한의 잇단 미사일 발사 시험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며 이 위협을 평가절하하지 않는다”고 밝힌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14일(현지시간) CNN 인터뷰에서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도발이 한국과 일본을 위협한다”며 “이런 미사일 발사와 도발이 계속되면 확실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결론적으로 북한의 핵실험과 ICBM 발사 관련 모라토리움 폐기선언은 한반도 주변에 엄청난 군사적 긴장감을 가져다 줄 것으로 보인다.


이미 군사적 대응을 할 수도 있다고 선언한 미국의 대응이 과연 어느 수준까지 가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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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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