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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중국에서 부패척결 운동이 강력하게 일어나는 이유? - 부패로 흥하고 부패로 망하는 나라, 중국 - 중국의 부패스캔들 대대적 보도, 당내 기강잡기용 - 중국의 부패 사정, ‘시진핑에 충성하라’는 의미
  • 기사등록 2022-01-19 14:01:26
  • 수정 2022-01-19 15:5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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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공안 前2인자의 몰락이 보여주는 의미]


중국 관영 CCTV가 지난 15일부터 반부패 다큐멘터리 시리즈 ‘무관용(零容忍)’편을 연속으로 내보내고 있다. 제1편에는 중국 공안의 2인자였던 쑨리쥔(孫力軍)이 등장했다. 그는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중국 경찰 조직 공안부의 2인자인 공안부 부부장을 지냈다가 2020년 당시 코로나가 심각했던 우한을 방문한 후 공식 석상에서 사라졌고, 지난해 9월 당적(黨籍)과 공직이 박탈됐다. 현재 뇌물 수수, 불법 무기 보유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 중국 관영 CCTV가 지난 15일부터 반부패 다큐멘터리 시리즈 ‘무관용(零容忍)’편을 연속으로 내 보내고 있다. [사진=CCTV갈무리]


그는 CCTV의 다큐 프로그램에서 “권력에 취해 재물을 탐하고 사단을 만들었으며 교통 신호조차 지켜본 적이 없다”며 스스로를 혹독하게 비판했다. 2022년판 ‘자아비판’을 TV에서 한 셈이다.


이날 프로그램에서 쑨리쥔은 “2011년 당시 중국 랴오닝성 다롄시 공안국장이었던 왕리커(王立科)가 두 달에 한 번 꼴로 베이징을 찾았는데, 매번 내게 작은 해산물 상자에 30만 달러(약 3억6000만 원)를 넣어서 줬다”고 공개 자백했다. 한마디로 경찰인 공안이 공안책임자에게 상상을 초월하는 뇌물을 제공한 셈이다.


쑨리쥔은 “1990년대부터 고향 랴오닝에서 범죄조직을 비호한 대가로 부를 축적한 왕리커는 해산물 상자, 은행 카드, 기업 주식 등으로 총 9000만위안(168억5000만원) 이상을 자신에게 건넸다”면서 “왕리커가 자신의 사람이라 생각했으며, 2013년 왕리커가 장쑤성 공안청장으로 승진하도록 힘을 썼다”고 시인했다.


쑨리쥔은 이어 “내 힘은 점점 커졌고 더 엄중한 죄를 지었다”며 “과거에는 교통 신호를 위반한 적이 없었는데 공안부에 부임한 후에는 신호 위반을 매우 정상적인 것으로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쑨리쥔은 또한 “2010년 이후 지방 공안청 시찰, 회의 등을 통해 이른바 ‘쑨리쥔 사단’도 만들었다”면서 “궁다오안(공道安·58) 전 상하이시 공안국장, 류신윈(劉新雲·60) 전 공안부 인터넷안전보위국 국장, 덩후이린(鄧恢林·57) 전 중국공산당 중앙정법위원회 판공실 주임 등이 자신의 사단에 속했다”고 했다.


2010년 열린 전국 지방 공안국장 연수에서 알게 된 후베이성 셴닝시 공안국장이었던 궁다오안(龔道安)을 쑨리쥔은 공안부 기술정찰국 부국장으로 스카우트했다. 이 부서는 통신 도·감청을 정보를 쥔 핵심 부서다. 쑨리쥔은 궁다오안의 자녀에게 고급 아파트를 주고 가족 취업 문제도 해결해줬다. 궁다오안는 공안부 기술정찰국장(2012~2017년), 상하이시 공안국장까지 승승장구했다.


류신윈(劉新雲·60) 전 공안부 인터넷안전보위국 국장은 2014년 산둥성 지난시에 회의를 하러 갔다가 만난 후 발탁되었는데, 후에 공안부 인터넷안전보위국 국장으로 발령내면서 “인터넷에서 일어나는 일은 즉시 나에게 보고하라”고 했다고 한다.


2015년 쑨리쥔은 후베이성 이창시 공안국장이었던 덩후이린(鄧恢林)을 추천해 중국공산당 중앙정법위원회 판공실 주임으로 끌어올렸다. 중앙정법위는 중국의 공안·사법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조직이다.


쑨리쥔 추천으로 중국 공안 핵심 자리에 앉은 이들은 당연히 쑨리쥔에 대한 보답으로 고급 정보를 보고했다. 공안부 기술정찰국, 인터넷안전보위국 국장이 된 이들은 규정을 위반해 다량의 인터넷 여론과 통신 정보를 쑨리쥔에게 넘겼다.


중국 공산당 중앙기율위원회 관계자는 CCTV방송에 출연해 “권력과 권력, 권력과 돈, 권력과 색(色)의 거래”라고 했다. 다만 성 관련된 내용은 방송에 포함되지 않았다.


궁다오안을 포함해 소위 쑨리쥔 사단에 속했다는 이들은 쑨리쥔의 낙마 후 이들 또한 모두 당적과 공직이 박탈돼 각자 재판을 받고 있다.


CCTV방송은 이날 다큐에서 쑨리쥔의 야심에 대해서도 상당한 분량을 할애해 설명했다. “2018년 공안부 부부장이 된 쑨리쥔은 이른바 ‘15년 계획’을 세워 5년에 한 단계씩 오르겠다고 주변 기업인들에게 떠벌렸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시진핑 3기가 본격 출범하는 2023년에는 공안부장, 2028년에는 중앙정법위 서기를 거쳐 중국 최고 지도부인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까지 노렸다는 의미다. 이런 이유로 중국 당국이 쑨리쥔을 체포하면서 “쑨리쥔이 정치적 야심을 품었다”고 말했던 것이다. 하지만 2020년 쑨리쥔이 낙마하면서 이 꿈은 물거품이 됐다.


이와 관련해 중국 공산당 최고 감찰 조직인 중앙기율위원회 관계자는 CCTV에 “쑨리쥔 패밀리 사건은 정치와 경제 문제가 결합된 부패의 전형”이라며 “개인 세력을 키워 이익집단을 만들고 정치적 안정을 위협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시진핑 집권 2기 최대 부패 스캔들 가운데 하나”라고 했다.


[중국이 부패스캔들을 대대적으로 보도하는 이유]


중국이 새해벽두부터 중국 관영 CCTV를 통해 다큐멘터리 형식의 5부작으로 부패스캔들을 대대적으로 방송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이러한 방송의 배경에 분명한 정치적 목적이 있다.


우선 알아야 할 것은 중국에서의 부패스캔들은 정적(政敵)을 공격하고 숙청하는 무기로 자주 활용된다는 점이다. 그래서 중국에서 부패스캔들이 터졌다 하면 또다시 중국내에서 권력투쟁이 심해졌다는 것이고, 이는 역으로 당 지도부가 그만큼 흔들리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그런데 지금의 중국 상황이 그렇다. 우리 신문은 최근 여러 차례에 걸쳐 중국내에 권력투쟁이 격화되고 있다고 분석해 보도한 바 있다. 그것도 당내의 노선 투쟁에 파벌 투쟁까지 겹치면서 결국 시진핑 주석이 직접 나서야 할 지경까지 이르렀다고 설명한 바 있다.


*관련기사: [정세분석] 중국 권력투쟁 점입가경, 시진핑 직접 나섰다! (1월 12일)

*관련영상: [Why Times 정세분석 1238] 중국 권력싸움 점입가경, 시진핑 직접 나섰다!


이런 상황에서 CCTV방송이 5부작의 다큐멘터리 프로그램까지 만들면서 대국민 선동을 시작했다는 것은 시진핑 3연임으로 가는데 있어 가장 큰 난관 중의 하나가 시진핑 3연임 반대파들의 움직임이라고 봤다는 뜻이다.


이번 쑨리쥔에 대한 방송 내용에서도 보여지듯 중국 공산당 당국은 우선 쑨리쥔의 자아비판 형식으로 스스로를 격렬하게 비난하게 만들었다. 전형적인 공산당식 선전선동술이다.


다시말해 강압에 의하거나 정적을 해치는 정치적 목적이 아니라 스스로가 부패했기 때문에 처벌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는 투로 쑨리쥔에 대한 자아비판이 이어진 것이다. 물론 이렇게 방송까지 하기까지에는 어느 정도의 딜도 이루어졌을 것이다.


당연히 쑨리쥔과 그 일파들은 숙청당하고 또 정치적으로도 몰락하게 될 것이지만 이러한 과정을 통해 중국 공산당은 시진핑의 3연임을 반대하는 이들, 또 이에 동조하는 사람들에 대해 엄중 경고와 함께 더 이상 시진핑의 길을 방해하지 말라고 선포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공산당 내부에 만연한 부패]


사실 중국에서의 공산당 간부들의 부패 문제는 특별한 사람에게서만 보이는 범죄행위가 아니다. 쑨리쥔이 스스로 공개한 범죄 내용을 보더라도 가장 크게 눈에 띄는 것은 경찰이 경찰에게 보통 사람들이 상상할 수도 없는 뇌물을 바쳤다는 것이다.


그 말은 뇌물을 받은 쑨리쥔도 문제지만 뇌물을 공여한 다롄시 공안국장이었던 왕리커(王立科) 역시 그 많은 뇌물을 윗선에 바치기 위해 또 얼마나 많은 뇌물을 받았겠는가? 이렇게 중국 고위층들의 뇌물이나 부패는 특별한 일이 아니라 거의 모든 관료들에게 만연화되어 있다는 것이다. 단지 그 규모가 크냐 작냐의 차이일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공산당 지도부에서 누군가를 낙마시키고 또 구속시키려 마음만 먹으면 어느 누구든지 이 쥐덫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지난 1월 10일 스위스 은행인 UBS와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가 공동으로 발표한 억만장자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억만장자 수는 415명으로 나타났다. 이 숫자는 2018년의 325명보다 무려 90명이나 늘어난 것이다. 이들 총자산 규모도 1조 7000억 달러에 이른다. 물론 이것도 어느 정도 공개된 것만 그런 것이고, 비공개로 해외에 자본을 유출한 사람이나 금액은 거의 알 수가 없다.


그렇다면 중국에서 어떤 이들이 사실상 재산의 해외 도피나 다름없는 엄청난 자산들을 누리고 있을까? 당연히 그 구체적 내막은 알 수 없지만 과거에 미국 중앙정보국(CIA)과 국가안보국(NSA)에서 일하다가 해외로 망명한 드워드 스노든은 지난 2013년 해외로 빠져나간 중국 자금이 4조8천억 달러(약 5765조)에 이른다고 밝힌 바 있다. 이것도 일부이고 그 후 10년이 훌쩍 지난 지금의 해외 자산도피 규모는 어마어마할 것이다.


분명한 것은 그러한 해외도피 자금의 주인들이 최소한 중국 공산당의 고위급들이고, 그들이 해외로 빼돌린 자본은 상상을 초월한다는 것이다.


한때 중국내 부동산 재벌이었다가 미국으로 망명한 궈원구이(郭文貴) 정취안홀딩스 회장은 중국 최대의 부패집단으로 장쩌민(江澤民·96) 일가를 지목했다.


또한 지난해 8월에는 시진핑 주석의 집권 초반 중국의 사정 작업을 주도했던 왕치산(王岐山) 국가 부주석의 측근이 800억 원 넘는 뇌물을 받은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는 사실도 공개됐다.


사정·감찰기구인 중앙순시조 부조장을 지낸 둥훙(董宏)이 4억6천만여 위안(약 832억원)을 받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동훙은 그동안 왕치산 부주석의 수석 집사 노릇을 해 왔다. 홍콩 명보의 보도가 그렇다. 그렇다면 그러한 돈이 어디로 흘러갔을지는 보지 않아도 뻔하다.


지난 2016년 4월에는 각국 지도층의 해외 재산 도피·탈세 정황을 담은 이른바 '파나마 페이퍼스'에 중국의 시진핑 주석의 인척 이외에 다른 정치국 상무위원 2명의 친·인척도 등장한다는 사실이 밝혀져 충격을 주었다.


영국 BBC에 따르면, 시 주석의 매형 덩자구이(鄧家貴)를 비롯해 얼마전 중국의 테니스 스타 펑솨이에 대한 강제적 일탈로 손가락질을 받았던 정치국 장가오리(張高麗), 그리고 류윈산(劉雲山) 상무위원의 친·인척도 조세 회피지에 재산을 도피한 사실이 확인되었다. 이렇게 되면 중국 공산당 정치국 위원 9명 중에서 3명의 친·인척이 탈세·재산 도피 의혹을 받게 된 것이다.


여기에 리펑(李鵬) 전 총리의 딸 리샤오린(李小琳) 중국전력국제발전유한공사 사장과 자칭린(賈慶林) 전 상무위원의 외손녀 리즈단(李紫丹) 등 전직 상무위원 5명의 가족 및 친·인척도 등장했다.


한마디로 반부패를 외치면서 사정작업을 주도하는 현재 중국 공산당 최고위층들의 민낯이 그대로 공개되었던 것이다. 당연히 중국 당국은 당황하면서 철저한 언론 봉쇄작업을 펼쳤다.


또한 지난해 9월 미국서 출간된 ‘홍색 룰렛(Red Roulette)’이라는 책은 지금 중국의 권력을 잡은 자들의 사악한 민낯을 속속들이 파헤쳐 주목을 끌었다. 책의 부제도 ‘현대 중국의 부와 권력, 부패, 복수에 대한 내부자의 이야기’일 정도로 중국의 부패를 적나라하게 들여다 볼 수 있다.


하나 더. 지난해 8월 28일 관영 중국망(中國網)은 “중국공산당 사정·감찰기구인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샤오페이(肖培) 부서기가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 기자회견에서 ‘당은 18차 당대회 이래 부패 혐의로 408만 9천명을 적발해 그중 374만 2천명에 대해 기율에 따라 처분을 내렸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렇게 중국 사회에서의 부패는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만연해 있는 것이다. 이런 사회에서 부패척결을 한다는 것은 우리 편이 아닌 반대파들을 숙청하기 위한 도구일 뿐이고, 혹시 자신들의 편 사람을 숙청했다 하더라도 음참마속(泣斬馬謖)의 심정으로 더 큰 거물을 잡기 위한 쇼를 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중국의 부패 사정, ‘시진핑에 충성하라’는 의미]


중국의 정치 시스템은 공산당이 모든 것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당연히 부패가 만연할 수밖에 없다. 권력이 개입하면 안되는 일도 될 수 있고, 될 일도 안된다. 그러니 당연히 권력의 힘의 크기에 따라 부패의 규모도 달라지는 것이다. 이런 사회에서 부패척결을 논한다는 것 자체가 코미디다.


지난해 시진핑 주석 이름으로 펴낸 ‘2021년 공산당 전면적 강론’에서는 당내의 불협화음에 대해 직접 지적하면서 최고 지도자를 중심으로 단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진핑 주석이 지목한 당내 분열세력이란 후진타오 전 주석과 장쩌민 전 주석 추종자들을 겨냥한 것이다.


이러한 세력들을 향해 중앙기율위원회는 지난해부터 지속적으로 “당의 핵심에 대해 음모를 꾸미는 당내의 배신자들에 대해 경고”하면서 마오쩌둥이 지난 1938년에 제창한 ‘4가지 복종(四个服从)’을 언급했던 것이다.


여기서 ‘4가지 복종(四个服从)’이란 “개인은 조직에 복종하고, 소수는 다수에 복종하며, 하급 간부들은 상급자에게 복종하고, 그리고 당 구성원 모두가 중앙(핵심 지도자)에 복종한다”는 내용을 말하는 것이고 ‘중앙’이란 시진핑을 말한다.


이렇게 중국내의 권력투쟁은 아직도 진행형이고 이들을 꺾기 위한 시진핑파의 전면 공세는 또다시 시작되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결국 중국에서 어느 누구든지 부패라는 이름의 죄목에 걸리지 않으려면 시진핑에 충성하면 된다. 지금 중국내에서 강력하게 불고 있는 부패척결 운동이 바로 이 점을 말해 주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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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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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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