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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2-01-18 08:4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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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저마다 많은 사람들 틈새에 홀로 서서 살아간다. ‘나’라는 존재는 사람들 사이에 일개 개체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수많은 숲 속의 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지만 나무들이 한결같이 홀로 서 있듯, 거문고가 한가락에 울려 퍼지지만 그 줄이 따로따로이듯이 인간은 본질적으로 혼자다.


한평생 살다 죽을 때도 결국 혼자인 걸 보면 인생 자체가 영구히 혼자인 것이다. 한 생명이 태어나 빛을 보는 순간, 그는 우주와 만난다. 동시에 새 생명 자체도 하나의 소우주가 되어 세상이라는 엄숙한 무대 위에 올려진다. 한 사람의 무게가 지구의 무게와 같다는 얘기는 한 인간이 갖고 있는 정신세계가 무한대며 강대무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가 ‘나’이며 다만 내가 ‘나’이며 내가 ‘나’인 한 필연적으로 나는 홀로일 수밖에 없다. 이 세상에는 나를 대신해줄 사람이 아무데도 없거니와 나를 위하여 아파주고 싶어도 아파줄 수 없기에 숙명적으로 우리는 고독하고 외롭다. 외로운 사람들이 만나 좋은 인연을 맺고 두고두고 끈끈한 정과 믿음으로 살 수 있다면 아름다운 일인데도 만날 때는 죽네 사네 했건만 그 맹목적인 열기가 식어지면 빛이 바랜다.


매끄러운 인간관계를 유지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사람들의 얼굴이 모두 다르고 사람들의 생각이나 마음이 제각각인 세상에서 지나친 기대는 스스로 자충수를 두는 격이 된다. 삼라만상이 변하는 것처럼 사람도 저마다 처한 현실에 따라 변하게 돼 있다.


인간사라는 것이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이 있기 마련이고, 잃는 것이 있으면 반드시 얻는 것이 있는 법이다. 세상 이치가 그러함에도 우리들은 얻기만을 바라고 갖기만을 원한다.


좋은 것을 취하고 궂은 것을 버리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지만 이익만 쫓아 살면 사람의 마음을 잃기 쉽다. 마음속에 의지하고 있는 것을 잃었을 때 그것처럼 서운한 일이 없을 것이다. 더구나 사람을 잃어버리면 오죽하겠는가.


재물은 잃어도 언젠가는 다시 모을 수도 있다지만 사람을 한 번 잃게 되면 떠난 사람은 좀처럼 돌아오지 않는다. 사람을 얻는다는 것은 소우주를 얻는 것처럼 어렵지만 사람을 잃는 것은 순간이다. 사람은 한평생을 사는 동안 사람을 번다. 사람 버는데 실패한 사람은 인생을 실패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어쩌면 사람을 벌기 전에 스스로를 버는 일이 시급한 일인지 모른다.


진정한 나의 모습을 잃고 산다는 것은 딱한 일이다. 자기 모습을 모르고 살면 정신적 실향민 신세가 된다. 그게 바로 부평초 인생인 것이다. 쉬운 일 같지만 나를 제대로 바라본다는 것이 생각처럼 쉽지 않다. 스스로 바라볼 수 없다면 홀로 설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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