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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쿠바에 러시아 군사기지? 발끈한 미국 - 美-EU-NATO등과 협상에서 아무것도 못 건진 러시아 - 러시아, 美 자극하여 양보 얻어내려 쿠바에 미사일기지 발언 - 러시아의 쿠바 미사일기지 배치, 현실성 거의 없어
  • 기사등록 2022-01-17 14:40:26
  • 수정 2022-01-17 14:4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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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쿠바 등에 군사인프라 배치할 수도"]


미국·유럽과 우크라이나 사태를 두고 연쇄 담판을 벌이고 있는 러시아가 안보 협상에서 합당한 결론을 내지 못한다면 미국의 앞마당인 중남미 쿠바나 베네수엘라 등에 군사 인프라를 배치하는 초강수를 빼들 수도 있다고 경고하자 미국이 강력 반발하면서 사태의 추이가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국과의 안보 협상에서 러시아 대표단을 이끌었던 세르게이 랴브코프(Sergei Ryabkov) 외무차관은 13일(현지시간) 러시아어 국제 TV 방송 RTVi와의 인터뷰에서 “협상이 실패할 경우, 무엇도 확언하거나 배제하지 않겠다”며 “쿠바나 베네수엘라에 러시아군을 배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중요한 것은 이 같은 발언이 지난 10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미국과 러시아 간 양자 회담, 그리고 12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러시아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담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유럽안보협력기구(OSCE)와 러시아 간 회담이 모두 뚜렷한 합의를 도출해내지 못한 가운데 나왔다는 점이다.


랴브코프 차관은 “모든 것은 미국 동료들의 행동에 달려 있다”면서 “러시아는 서방이 러시아에 대한 군사적 압박을 강화할 경우 러시아군이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있는지 이미 여러 차례 얘기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군사적 해결을 원하지 않으며 외교적 합의를 이뤄야 한다”고 협상을 통한 위기의 외교적 해결 필요성을 강조했다.


[러시아의 쿠바 미사일 배치 발언 배경]


러시아의 외무차관 입에서 쿠바에의 러시아 미사일 기지 배치가 거론된 데는 푸틴 대통령이 앞서 “만일 우크라이나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에 가입하고 미국과 나토 미사일이 우크라이나 영토에 배치되면, 이 미사일들이 모스크바까지 도달하는 데는 최대 5분까지 줄어들 것”이라면서 여러 차례 우려를 표명한데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동시에 “러시아가 개발한 신형 '치르콘' 극초음속 순항미사일로 무장한 군함들이 공해상에 배치될 때도 (쿠바 배치와) 비슷한 전력을 확보할 수 있다”면서 “우크라이나에 서방 미사일이 배치되는 상황이 오면 러시아도 해군 등을 동원해 군사적으로 대응할 것”임을 시사했다.


랴브코프 차관은 이어 “미국과 나토의 러시안 영토 인근에서 군사 훈련은 매우 불안정하다”며 “미국의 전략 폭격기가 러시아 국경에서 불과 15㎞ 떨어진 곳으로 날아갔다”고 했다. 그는 더불어 “동부나 서부 해안 미군 기지에서 우리 폭격기가 15㎞ 이내로 비행하면 미국인들이 어떻게 반응할지 궁금하다”고 반문했다.


이러한 발언은 냉전 시절인 1962년 옛 소련이 공산권 쿠바에 군사기지를 건설하고 미국을 겨냥하는 핵미사일을 배치하려 시도했던 '쿠바 미사일 위기' 사건을 연상시키는 것으로 미국과 러시아간 긴장을 고조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일촉즉발의 핵전쟁 위기로까지 치달았던 1962년의 쿠바 미사일 위기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러 관계가 가장 최악의 상황으로까지 번졌다.


당시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과 흐루쇼프 소련 정권은 대립각을 세웠다. 하지만 군사 전력상 미국 등 동맹국에 크게 뒤처지고 있던 소련은 미국 본토를 자국의 미사일 사정거리 안에 넣기 위해 플로리다 반도 끝에서 불과 230㎞ 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쿠바에 중거리 탄도미사일 기지를 건설하려 했다.


실제 후르쇼프 당시 소련 정권과 카스트로 쿠바 정권은 미사일 기지 건설에 합의하고 군사 인프라 등을 쿠바에 운송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사실이 1962년 9월 미국의 언론을 통해 보도되자 케네디 대통령은 즉각 쿠바에 대한 해상봉쇄를 단행했고, 소련이 핵 미사일 기지의 철거와 파괴에 응하지 않으면 전면전쟁도 불사하겠다는 등 강경한 입장을 통보했다.


결국 소련은 10월 26일 미국이 쿠바를 침공하지 않을 것으로 약속하면 미사일을 철거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미국은 소련의 제안을 수락하면서 쿠바 사태는 겨우 마무리 됐다.


그만큼 미국이 국가적 명운을 걸고 강력 저지할 것이 뻔한 쿠바의 러시아 미사일 배치 가능성 시사 발언을 한 것은 우크라이나 사태가 러시아가 원하는 방향으로 협상이 진전되지 않는 배경에 미국이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랴브코프 차관은 이날 인터뷰에서 “지난 10일 미국과의 제네바 안보 협상 이후 미국과 가까운 시일 내에 협상을 재개할 근거를 찾지 못하고 있다”면서, “러시아가 전달한 안전보장 문서의 핵심 요소들에 대해 미국과 그 동맹국들이 동의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러시아는 서방측의 구두 성명이나 논평이 아니라 종이로 작성된 문서가 필요하다”면서, “서방 동료들이 이 방향으로 나아가면 공식 대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협상 성공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는 “가능할 것이란 확신이 없는 편이지만 그럼에도 끈질기게 올바른 진전을 이루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결국 러시아 입장에서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협상을 이끌기 위해 미국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쿠바와 벨라루스에의 군사기지 배치 가능성을 제기한 것으로 보인다. 다시말해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의 키를 쥐고 있는 미국에 서로 양보해 사태를 최악의 국면으로 몰고가지 말자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는 의미다.


이러한 발언이 우선 푸틴 대통령의 입에서 나온 것도 아니고, 랴브코프 차관을 통해 제기되었다는 점, 또한 랴브코프 차관이 "우리는 (군사적 방법이 아닌) 여전히 대화를 원한다"며 "미국이 긴장 완화를 위한 신호를 보낸다면 우리는 기꺼이 대화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는 점 등을 통해 러시아의 의지를 읽을 수 있다.


물론 러시아가 이들 국가와는 아직 논의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가 사실상 일방적으로 아이디어 차원에서 그러한 발언을 불쑥 꺼내 놓은 것이 아닌가 보인다는 것이다.


[미국, “단호하게 대응할 것”]


러시아의 미사일을 쿠바와 벨라루스 등에 배치할 수도 있다는 발언이 러시아 외교당국의 입을 통해 나오자 미국은 “러시아의 엄포에 대응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위협이 현실화되면 '단호한 대응'을 할 것”이라면서 일축했다.


미국이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내놓지 않고 사실상 무시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이유는 러시아가 쿠바 등에 미사일을 배치할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미국은 러시아측의 발언을 엄포라고 판단한다는 것이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은 13일(현지시간) 국무부 브리핑에서 러시아의 "엄청난 양의 허풍이 끊임없이 있다"며 "우리는 러시아측으로부터 다른 이야기를 들었다. (러시아의 입장이) 어디에 있는지 조금 불분명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블링컨 장관은 “러시아에는 대화와 외교 혹은 대결이라는 두 가지 길이 있다”고 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어 “우리는 (대화와 외교의 길이) 최선의 길이며 우크라이나 상황을 처리하는 가장 책임 있는 방법이라고 믿고 있다"며 "러시아가 대결을 선택한다면 우리는 만반의 준비가 돼 있다. 엄청난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와 함께 ”우크라이나에 대해 러시아가 도발한다면 우리는 경제와 금융 그리고 그 밖의 매우 중대한 제재를 가할 것이고, 우리가 이전에 하지 않았던 것들이 포함될 것“이라며 ”필요하다면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군을 포함해 우크라이나 접경지대 방어 강화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은 특히 ”이 문제는 우크라이나를 넘어서는 사안“이라며 ”일국이 무력으로 국경을 새로 그을 수 없고, 일국이 이웃을 무력으로 독재할 수 없다는 국제 평화와 안보에 관한 기본 원칙“이라며 강경 대응 방침을 강조했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별도 브리핑을 통해 ”기본적으로 외교적 해법이 여전히 남아 있다고 본다“며 ”정보기관들은 러시아가 정확히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대응을 취하기로 결정했다는 관측을 내놓지 않고 있는데, 이는 러시아가 협상 테이블로 돌아올 기회가 있다는 의미“라고 했다.


그러면서 설리번 보좌관은 “러시아에 대한 제재 방안으로 금융 제재와 전략적 수출 통제에 우선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밝혔다.


[긴박한 우크라이나]


러시아가 쿠바에의 러시아 미사일 기지까지 거론하면서 미국을 자극하게 된 것은 결국 우크라이나 문제 때문이다. 특히 지난 10일 미국과 러시아 고위급 실무회담, 12일 나토와 러시아 회담, 그리고 지난 13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러시아와 서방 사이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회의가 끝났지만 뚜렷한 성과가 나타나지 않자 러시아는 사실 상당히 초조해 하면서 초강수 발언까지 꺼낸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입장에서는 미국 및 유럽과의 협상을 통해 우크라이나에서 철군을 할 수 있는 명분을 얻어야 하는데 성과를 하나도 손에 쥐지 못하면서 사실상 좌불안석이라 보면 될 것이다.


기본적으로 러시아는 명분 싸움에서 지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금지를 법적으로 보장하라고 요구했으나, 미국과 유럽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은 우크라이나의 주권 문제라고 맞서고 있다. 사실 미국과 유럽의 주장대로 우크라이나의 주권 문제에 대해 다른 나라들이 왈가왈부하는 것은 맞지 않다. 또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극력 반대하는 것도 내심 우크라이나를 언젠가는 반드시 복속시켜야 할 대상으로 여기면서 그러하는 것이기 때문에 미국이나 유럽을 설득시킬 수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합리적으로는 미국과 유럽국가의 양보를 얻어낼 방법이 없어지자 러시아는 급기야 쿠바에의 군사기지 검토 카드를 꺼내면서 미국의 양보를 얻어내려 하지만 어찌 보면 이는 오히려 러시아의 자충수가 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되려 미국이 러시아에 양보해 줄 카드가 나올 수 있는 가능성을 전면 차단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이클 카펜터 유럽안보협력기구 미국 대사가 “유럽 안보에 위기가 닥쳤다”면서 “전쟁의 북소리가 요란하게 들리고, 수사도 날카로워졌다”고 말하기까지 한 것이다.


유럽안보협력기구 러시아 대사 알렉산더 루카쉐비치도 13일 트위터에 “국가안보에 대한 받아들일 수 없는 위협”에 대한 러시아의 인내가 점점 끝나가고 있다는 글을 올렸다. 그는 이후 “러시아는 평화를 사랑하는 나라다. 하지만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평화를 바라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강경 자세에서 한발 빼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그럼에도 우크라이나는 지금 그야말로 긴박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14일(현지시간) 미 CNN 방송은 미국 당국자를 인용,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명분을 만들기 위해 '공격 자작극'을 벌이려고 공작원을 배치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고 보도해 파문이 일고 있다.


한마디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군을 공격했다는 누명을 씌우기 위해 러시아가 자국 군대를 공격할 특별 요원을 훈련중”이라는 것인데 이는 “우크라이나 국방부의 성명과 일치한다”고 CNN은 전했다.


CNN은 이어 “이러한 위장 작전을 시행할 공작원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쪽 지역에 이미 배치했으며, 이들은 시가지 전투와 러시아의 '대리 군대(proxy forces)'를 공격하기 위한 폭발물 설치를 훈련중”이라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존 커비 국방부 대변인도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믿을 만한 정보라면서 "침공 구실을 만들기 위해 적극 활동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정보를 확보했다. 러시아가 가짜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 공작원들을 미리 배치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고 확인했다.


또한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도 “러시아의 침공이 1월 중순에서 2월 중순 사이에 시작될 수 있다”고 말했으며, 또 다른 미 당국자는 “러시아의 계획은 미국, 유럽과의 외교가 실패할 경우 실행에 들어가려는 것”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서방세계는 러시아가 과거 우크라이나와 조지아에 대한 공격 전에도 개입을 정당화하기 위해 거짓 정보를 흘리고 가짜 사건을 만들었다고 비난하지만, 러시아는 이를 부인하고 있다.


특히 이러한 미국의 주장이 우크라이나의 70개 가량 정부 기관이 대규모 해킹으로 인해 피해를 봤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제기된 것이어서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보 당국에서는 “이번 해킹에 러시아가 배후에 있음을 99.9% 확신한다”는 발언까지 나왔다.


이렇게 우크라이나의 긴장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을 중국 역시 민감하게 주시하고 있다. 미중간 갈등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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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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