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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이 ‘멸공’ 외치는 이유? - 보편적 가치관을 이념의 틀로 단죄하는 사회풍토에 일침 - ‘정용진 스타일’, 지금의 정치권이 배워야할 리더십 - 정용진 인스타 삭제논란, 표현의 자유 위축 실감
  • 기사등록 2022-01-07 16:01:04
  • 수정 2022-01-09 08: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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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공 또 멸공’ 외치는 정용진 부회장]


일명 '노빠꾸(No back)'로 유명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SNS가 뜨거운 화제로 부상했다. 인스타그램에서 73만 5천명이 넘는 팔로워를 거느린 정용진 부회장이 잇달아 ‘공산주의자를 멸한다’는 뜻인 ‘멸공(滅共)’이라는 단어를 쓰면서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 정용진 부회장 인스타그램


7일에는 인스타그램에 “네이버에 반공-방첩을 검색하면 이렇게 나온다”면서 “인천 송림에 있는 고깃집인데 한 번 방문해 볼 예정”이라고 썼다. 그러면서 고깃집 간판에 ‘반공 방첩’이 쓰여져 있는 사진을 첨부했다.


정부회장의 이 사진 게시의 의미를 알려면 그동안 정부회장이 인스타에 올렸던 게시물들을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정 부회장은 6일 오후 11시쯤 인스타에 ‘한국이 안하무인인 중국에 항의 한 번 못한다’는 제목으로 정부의 대북정책을 비판하는 내용의 기사 캡처 화면을 올렸다. 해당 기사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연설하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 그리고 게시물에 추가 내용은 적지 않았지만 해시태그에는 ‘멸공’, ‘승공통일’, ‘반공방첩’과 함께 ‘이것도 지워라’라고 쓰여 있었다.


정 부회장이 이렇게 ‘이것도 지워라’라는 해시태그를 단 이유는 자신이 최근에 인스타에 올린 게시물에 ‘멸공’ 태그가 붙은 게시물을 ‘폭력·선동’이라며 삭제한 데 대한 불만을 표출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인스타가 정 부회장의 ‘멸공’ 태그 글을 삭제하면서 세간의 화제로 떠올랐다. 정 부회장은 6일 조선일보의 “‘멸공’ 정용진 게시글.. 인스타그램 ‘폭력 선동’ 삭제했다”는 기사를 올리면서 항의 표시를 했다.


그리고 그 직전에는 자신이 게시한 글을 삭제했다는 인스타의 경고문도 게시했다.


인스타 측은 ‘시스템 오류’라며 삭제된 게시물을 하루 만에 복구 조치했지만 정 부회장의 분노는 사라지지 않았다. 그래서 정부회장은 7일 “인스타그램이 정치하나, 정용진 부회장이 분노한 이유‘라는 신문 스크랩 사진도 또 올렸다.


정 부회장의 인스타 게시물 삭제 건에 대한 댓글도 뜨거웠다. 특히 조선일보의 ’소국이 감히 대국에‘라는 기사에 달린 댓글만 7일 정오까지 무려 3600여개. 거의 대부분이 현 정부의 대중정책 비판과 중국 비난내용들이었다.


[정용진 부회장은 왜 멸공을 외칠까?]


정 부회장이 인스타에 "공산당"을 언급한 것은 지난해 11월 15일부터인 것으로 보인다. 이마트 자체 식품 브랜드(PB)인 '피코크'의 잭슨피자를 홍보하기 위해 빨간색 지갑을 손에 들고 사진을 찍었다.


그런데 정 부회장이 손에 든 새빨간 지갑 색상이 마음에 걸렸는지 "뭔가 공산당 같은 느낌인데 오해하지 마시기 바란다"고 적었다. 이와 함께 '피자는 잭슨피자', '난 공산당이 싫어요'라는 해시태그를 덧붙였다.


그런데 바로 이 게시물에 의외의 반응들이 터져 나왔다. 친여 성향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친중 정책을 펴는 현 정권을 겨냥한 글'이라고 풀이하면서 이를 이유로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에 대한 불매운동을 시작하자는 의견들이 나온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곧바로 역풍을 맞았다. 공산당이 싫다는 것을 왜 문재인 정권과 결부시키느냐는 것이었다.


정용진 부회장도 관련 기사 일부를 캡쳐한 사진과 함께 ”반공 민주정신에 투철한 애국애족이 우리의 삶의 길이며 자유세계의 이상을 실현하는 기반“이라는 내용이 담긴 옛 '국민교육헌장' 일부를 적었으면서 "난 초·중·고등학교 때 이렇게 배웠다"고 덧붙였다. 정부회장은 이후 더욱 공산당이 싫다는 코멘트를 인스타에 달기 시작했다.


정부회장은 추신수 선수로부터 받은 유니폼을 공개하면서 '#주절주절 난 콩 상당히 싫습니다 #노빠꾸'라고 썼다. 그러면서 듀오백(DUOBACK)이라고 적힌 의자 사진을 올리면서는 'Duo를 no로 바꿔야겠다. 콩콩콩콩콩콩 콩콩콩'이라고 적었다. 이는 'No Back'을 "노빠꾸"로 읽을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또한 ’콩‘은 공산당을 낮춰 부르는 뜻으로 해석된다.


정부회장이 이런 글을 쓴 것은 ’공산당이 싫다‘는 말에 대해 정치적으로 해석하지 말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함인 것으로 판단된다. 그냥 ’공산당이 싫다‘는 것인데 왜 이를 자꾸 정치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또 이를 기업운영과 연계시키려 하느냐는 무언의 항변인 셈이다.


사실 정 부회장이 공산당 관련 글을 올릴 때마다 신세계그룹의 경영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들이 나왔지만 정부회장은 이런 말들에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멸공‘을 외치고 있다.


실제로 정부회장은 지난해 11월 19일엔 ‘공산당 발언’으로 주주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고 소비자 사이에서도 반감이 일고 있다고 쓴 뉴스기사를 공유하면서 ‘콩콩 그래도 콩콩콩콩 콩콩콩’이라고 썼다. 한마디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산당은 싫다는 의미를 담은 것이다.


그리고 11월 20일엔 자사 야구단인 SSG랜더스의 유니폼을 입은 사진을 올리고는 ”Freedom is not free. 이것조차도 불편러들이 있다는 현실이 개탄스럽다 ‘라고도 썼다. 23일엔 ‘#총정리 난 공산주의가 싫다’라고 했다.


정 부회장은 실제 주위에도 “나는 이미 초·중·고등학교 때 이렇게 배웠다”면서 “그럼 공산주의가 좋은 사람도 있느냐”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이런 발언에) 불편해하는 것이 오히려 비정상적인 것 아니냐”라고 했다는 것이다.


신세계 그룹의 이마트는 1997년 중국에 진출했지만 실적 부진 등으로 2017년 중국 사업에서 완전히 철수했다. 그러나 계열사 중 정 부회장의 동생(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이 이끄는 신세계인터내셔날은 화장품 사업이 중국에 진출해 있고, 신세계면세점 역시 중국인들의 구매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른바 ‘정용진 스타일’을 주목하라!]


정용진 부회장은 대기업 오너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표현한다. 심지어 정치적 견해까지도 가리지 않고 솔직하게 드러낸다. 이러한 정용진 스타일 때문에 그의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무려 73만명을 넘어서게 된 것이다.


특히 정용진 부회장은 일반적인 대기업 오너 답지 않게 행보 자체가 아주 내츄럴하다고 평가받는다. 다시말해 개인적 견해가 기업의 입장은 아니지만 자칫 기업에 비난이 쏟아지거나 심할 경우 사업적인 타격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지만 정 부회장은 별로 개의치 않는다. 이러한 점이 오히려 소통의 폭을 넓히면서 대중의 환호를 받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정용진 스타일은 재벌그룹의 오너를 바라보는 일반인들에게 아주 가까이 있는 이웃집 형 같은 느낌을 갖게 만든다. 소통의 문턱을 대폭 낮췄다는 의미다.


이런 관점에서 정 부회장의 경계 없는 소통은 논란이 되면서도 더 친근하게 만드는 마력이 있다. 지난해에는 우럭과 가재 요리 사진을 올린 뒤 “미안하다. 고맙다”라고 썼다. 문제는 이 문구가 문재인 대통령의 세월호 희생자 추모 발언을 연상케 한다는 점이었다.


또 정 부회장은 소고기 사진과 함께 “너희들이 우리 입맛을 다시 세웠다. 참 고맙다”고 쓰며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세월호 분향소에서 ‘너희들이 대한민국을 다시 세웠다. '참 고맙다’고 쓴 방명록 글을 떠올리는 글을 인스타에 올리기도 했다.


그런데 이러한 게시글에 대해 정치적 논란이 일지만 정 부회장은 별로 개의치 않는다. 그런 점이 젊은 세대에게 더욱 화제가 되고 인기를 끄는 요인이 된다.


마키팅 전문가의 입장에서 본다면 정 부회장의 그러한 SNS 활용은 기업 마케팅에도 상당히 도움을 줄 것으로 판단된다. 정 부회장에 대한 호감도가 기업의 매출에도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정 부회장의 정치적 코멘트에 불편해 할 사람도 있겠지만 중요한 것은 정 부회장의 발언을 재벌가의 오너로 보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의 일원으로 본다면 당연히 할 수 있는 말이고 그게 무슨 문제가 되느냐고도 볼 수 있는 것이다.


또한 ’공산당이 싫다‘는 말은 지극히 보편적이고 대한민국에서 당연히 통용될 수 있는 말인데도 이러한 말조차 이념의 색깔로 들여다보는 시각에 대해 일침을 놓았다고도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일각의 우려에도 정 부회장의 꾸준히 톡톡 쏘는 멘트들이나 젊은 감각의 게시글들은 한국 사회의 소통의 폭을 넓히고 보편적 공감대를 이념의 편견없이 바라보도록 만드는데 공헌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이들에게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정용진 스타일은 기업 경영에도 그대로 나타난다. 정 부회장은 지난 3일 신세계그룹 신년사를 통해 "아무리 좋은 계획도 한 번의 실천이 없다면 무용지물"이라며 "실패해도 꾸준히 실천할 것"이라고 했다. 한마디로 신세계그룹만의 새로운 길을 걷겠다는 정 부회장의 의지가 담겼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신년사에서도 정 부회장이 자주 말하는 ’노빠꾸‘ 정신이 오롯이 드러나 보인다.


이렇게 정부회장의 ’노빠구 정신‘이 신세계그룹을 유통업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하는 비결이 된 것이다.


이러한 정용진 스타일이 정말 필요한 곳이 바로 정치권이다. 꼰대들의 이미지로 가득한 정치판에 정말 필요한 리더십이 바로 ’정용진 스타일‘이라는 것이다. 그런 연고로 국민의힘의 김종인 전 위원장이 정용인 부회장을 정치권으로 끌어 오려 했다는 소문도 나돌았던 것이다.


[정용진 부회장을 통해서 본 표현의 자유]


그런데 여기서 하나 짚고 넘어갈 것은 정 부회장의 인스타 게시물 삭제와 관련한 ’표현의 자유‘ 문제다. 인스타그램은 정 부회장의 멸공 관련 게시물을 삭제했다. 물론 나중에 실수라면서 복구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인스타측이 밝힌 ‘신체적 폭력 및 선동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살펴보면 ‘공공의 안전에 실질적인 피해나 직접적인 위협의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는 콘텐츠는 허용되지 않는다’고 규정돼 있다. 그렇다면 정부회장이 언급한 ‘멸공’이라는 말이 과연 여기에 해당될까?


분명한 것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인스타 측이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남용했다는 결론이 나온다.


특히 요즘에는 정부의 콘텐츠 삭제요청이 다른 선진국가에 비해 유독 많다는 점도 문제다. 구글 투명성 보고서는 우리나라 정부가 행정력을 동원해 삭제하는 인터넷 콘텐츠 규모가 선진국을 크게 앞지르고 있다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지난 2020년 한국 정부가 구글에 삭제를 요청한 콘텐츠 개수는 5만4330건으로 미국(9482건), 일본(1070건), 독일(1941건), 영국(829건), 프랑스(5475건) 등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마저도 정부의 삭제 요청에 대해 구글이 35%는 받아들이지 않았음에도 그 정도라니 그저 놀랍기만 하다.


유튜브 또한 마찬가지다. 전체 내용보다는 특정 단어만 들어가도 이른바 노딱(수익을 창출할 수 없는 콘텐츠)이 붙는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정 부회장의 게시물이 인스타에 의해 삭제된 것은 ‘멸공’이라는 해시태그 때문이었다. 그런데 진짜 문제는 멸공이라는 단어를 인스타에서 검색하면 수천개의 게시물이 뜬다. 심지어 ‘멸공’ 해시태그는 팔로우도 가능하다. 그런데 정 부회장의 게시물은 왜 삭제된 것일까? 혹시 파워 인플루엔서에 대한 선택적 삭제가 이루어진 것은 아닐까?


이것이 민주공화국이라는 대한민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다. 이것이 과연 독재를 이겨내고 민주정을 세웠다는 나라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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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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