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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1-12-27 23: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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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이 20일 서울 용산구 한미연합사 회의실에서 열린 취임 2주년 기념 출입기자단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미연합사령부 제공)


로버트 에이브럼스 전 주한미군 사령관이 한반도 전시에 대비한 작전계획(작계)에 중국 문제를 넣자는 발언을 했다. 이를 놓고 주한미군을 중국 대응에 활용하려는 미국 군 당국의 속내가 드러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에이브럼스 전 사령관은 지난 25일 미국의 소리 방송 인터뷰에서 중국 문제를 한미 작계에 포함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2010년 이후 한반도와 그 주변에서 중국이 그들의 존재감을 크게 늘린 것은 비밀이 아니다. 지난 3년 동안 중국이 한국 방공식별구역을 침범한 사례가 300% 늘었다"며 "이 모든 것은 작전계획에서 다뤄야 하는 것이다. 현재의 전략계획지침에는 없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에이브럼스 전 사령관은 작계에 중국 문제를 포함시켜야 한다고 제안했지만 현 한국 정부가 이를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제가 2018년 11월 한국에 도착했을 때 지금의 작전계획을 상세히 검토했고 이어 2019년 3월 유엔사와 연합사, 주한미군의 사령관으로서 첫 훈련을 하면서 2010년 이후 모든 변화를 반영하기 위한 새로운 작전계획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다"고 밝혔다.


이어 "그리고 2019년 여름 이 전략계획지침 갱신에 대한 공식 요청서를 제출했다. 그런데 2019년 미한 안보협의회(SCM)에서 한국 국방부는 새 전략계획지침에 대한 필요성을 지지하지 않았다"며 "여전히 2020년 4월 한국 국방부는 연합사령관으로서 제가 필요로 하는 것을 지원하지 않았다. 이것은 이미 오래 전에 시행됐어야 할 일이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결국 일찌감치 한미 작계에 중국 대응 문제를 포함시켰어야 한다는 게 에이브럼스 전 사령관의 주장으로 풀이된다.


에이브럼스 전 사령관의 발언에 한국 군 당국은 이해가 안 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미 작계는 한반도 전시에 대비한 계획인데 여기에 중국 문제가 왜 들어가느냐는 것이다.


한미 전략기획지침이란 양국 국방부 차원의 정책적인 지침을 한미 합동참모의장으로 구성된 군사위원회에 하달하는 문서다. 한미 합참은 이 지침에 따라 작계를 만들게 된다.


작계는 한반도 전시 때 한미 연합군의 대응 계획이다. 현재 적용되고 있는 작계 5015는 북한의 핵·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WMD), 사이버전, 생화학전에 대비한 계획을 포함하고 있다.


작계 5015는 예전 작전계획을 통합하고 새로운 내용을 추가해 2015년 확정됐다. 핵심 내용은 북한 핵무기 사용 징후 포착 시 선제타격, 북한 급변사태 발생 시 한미연합군 투입 등이다.


이처럼 작계 5015에는 북한에 대한 대응이 포함돼있을 뿐 중국에 대응하는 내용은 포함돼있지 않다.


국방부는 이해가 안 된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부승찬 국방부 대변인은 27일 정례브리핑에서 "한미 정상회담에서 좋은 성과가 있었고 이번 SCM(한미 안보협의회의)에서 오스틴 미 국방장관, 라캐머라 주한미군 사령관과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서 최상의 성과를 거둔 이 시기에 에이브럼스 전 사령관이 왜 이런 말을 했는지 그 의도를 알 수 없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부 대변인은 에이브럼스 전 사령관이 작전계획에 중국 대응 문제를 넣어야 한다고 주장한 데 대해서도 "한미가 승인한 전략기획지침은 북한의 위협에 대비한 작전계획을 발전시키기 위한 지침을 제공하고 있다"며 "이와 관련해 에이브럼스 전 미군사령관이 중국에 대해 언급한 것은 매우 의외"라고 꼬집었다. 작계가 북한 대응을 위해 만들어진 것임을 잘 아는 에이브럼스 전 사령관이 이런 발언을 한 것 자체가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성탄절을 즈음해 벌어진 이번 설전은 한미 군 당국이 주한미군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름을 보여준다.


한국 정부는 주한미군이 북한 위협 대응에 전념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한국은 매년 미국 의회에서 통과되는 국방수권법 중 주한미군 병력 규모에 집착하며 혹시나 미국이 미군 병력을 줄일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한국은 미국과 중국 간 우발적인 무력 충돌이 벌어질 경우 여기에 한국군이 끌려들어가는 것을 꺼리고 있다.


반면 미국 정부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확대해 중국 위협에 대응하려 하고 있다. 중국과의 전략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미국은 베이징을 타격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주한미군을 활용하려는 유혹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런 시각차가 있는 상황에서 한미 군 당국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현 한국 정부는 독립국가로서 당연히 전작권을 가져야 한다며 환수 의지를 드러내고 있지만 미국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여러 이유를 대며 전작권 전환을 원치 않는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다.


전작권이 전환되면 상징적이기는 하지만 한미 연합군의 최고 사령관이 한국군 4성 장군으로 바뀐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으로서는 작계를 바꿔서라도 주한미군과 한미연합군의 중국 대응 가능성을 열어두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과 중국 간 전쟁이 벌어질 때 한국군이 중립을 선언하며 전열에서 이탈하지 못하도록 보증을 받아두려는 미국 정부의 의도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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