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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美의 유럽 구하기 대작전, 대서양 건너는 LNG선 - 러시아 푸틴의 에너지 무기화 무력화 카드될 듯 - 1월 미-러 담판 앞두고 선수친 미, 과연 러시아의 대응은? - 1월 담판 결과에 따라 바이든-푸틴 둘 중 하나는 위상 추락
  • 기사등록 2021-12-27 13:41:26
  • 수정 2021-12-27 15:5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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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에너지 대란 막기 위한 미국의 대 전략]


러시아가 벨라루스와 폴란드를 거쳐 독일로 연결되는 '야말-유럽 가스관'을 통한 가스 공급을 닷새째 중단하면서 유럽 전역이 심각한 에너지난에 봉착할 위기를 맞자 미국이 유럽구하기 대 작전에 나섰다.


미국은 유럽의 에너지 대란을 막기 위해 미국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10척 이상이 대서양을 횡단해 유럽으로 향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독일 디벨트와 블룸버그 통신 등이 24일(현지시간) 보도한 바에 따르면 미국에서 유럽으로 향하는 최소 10척의 LNG선 외에도 20척은 목적지를 밝히지 않고 대서양을 횡단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발 공급물량은 주된 공급처인 유럽에 대한 러시아의 공급축소를 해소하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 운반선에 실린 LNG 500만㎥ 물량으로는 유럽 최대 가스소비국인 독일의 겨울철 가스소비량의 3분의 1 분량을, 여름철 기준으로는 한 달 분량을 메울 수 있다. 미국에서 LNG선이 유럽으로 향하고 있다는 소식에 급등하던 가스가격은 돌연 하락세로 전환해 순식간에 10% 하락했다.


유럽 지역 천연가스 가격이 치솟으면서 상황이 워낙 심각하다보니 아시아로 향하던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유조선이 유럽으로 방향을 트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가스 공급업체들이 아시아에 비해 유럽으로 수출하는 것이 수익성이 높을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 텍사스주 사빈에서 출발한 LNG 유조선은 대서양, 지중해, 수에즈 운하를 거쳐 인도양까지 왔다가 지난 15일께 수에즈 운하 쪽으로 다시 방향을 틀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2일 보도했다. 애초 예정된 판매처인 아시아로 가지 않고 중간에 방향을 틀어 LNG를 그대로 실은 채 유럽 시장으로 향한 것이다.


심지어 지난주 또 다른 미 LNG 유조선은 말라카 해협 근처에서 방향을 틀기도 했고, 호주 LNG 유조선이 중국에서 전량을 하역하지 않고 일부를 남긴 채 유럽으로 향하는 일도 벌어졌다. 해당 LNG 유조선은 크리스마스 이브에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도착했다.


컨설팅업체 ICIS의 알렉스 프롤리 애널리스트는 FT에 “호주 LNG 유조선이 유럽으로까지 가는 일은 2009년 이후 처음”이라면서 "유럽 천연가스 현물 가격이 치솟으면서 일부 유조선이 목적지를 변경하는 드문 일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달에 목적지를 변경하는 유조선이 15~20척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미 LNG선들의 유럽행이 가져올 효과는?]


이번 미국을 비롯한 호주 등 LNG선들의 유럽 대이동은 참으로 이례적이다. 이는 당장 유럽에서의 LNG 가격이 폭등하면서 기업 측면에서도 이익을 노릴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배후에는 미국의 국가대전략도 숨겨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원자재 정보업체 플랫츠에 따르면, 유럽과 아시아 지역 천연가스 가격차는 역대 최대로 벌어졌다. 현재 유럽 LNG 현물 가격은 Mmbtu(열량 단위)당 약 48.5달러인 반면 아시아 현물 가격은 Mmbtu당 41달러에 불과하다. 10~11월만 해도 아시아 천연가스 가격이 유럽 천연가스 가격인 Mmbtu당 평균 5달러 가량 비쌌지만 이후 가격이 역전됐을 뿐 아니라 가격차도 7.5달러 수준으로 벌어졌다.


이렇게 유럽에서의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한 이유는 러시아가 유럽으로 천연가스를 수출하는 주요 수송로 중 하나인 '야말-유럽 가스관' 운영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3일 연례 기자회견에서 “가즈프롬이 가스 수송 물량을 예약하지 않은 것은 독일과 프랑스의 고객이 구매 요청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면서 “유럽은 최근 단기 계약을 해왔다. 안정적인 공급을 받고 싶다면 장기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의 발언은 진실을 왜곡한 것임이 확인됐다. 실상은 러시아 국영 가스회사 가스프롬이 ‘야말-유럽 가스관’ 수송물량 경매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계속해서 러시아에서 벨라루스·폴란드를 거쳐 독일로 가는 가스 흐름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유럽은 지난 21일부터 야말∼유럽 가스관이 막히면서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했던 것이다. 이달 초의 두 배, 연초 대비 10배 이상 폭등했다. 이대로 가면 천연가스로 생산하는 전력이 줄어 유럽 전역에 대규모 정전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2006년과 2009년에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로 가는 가스관을 막는 바람에 프랑스와 이탈리아까지 큰 피해를 입었다. 이런 이유로 유럽국가들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사태와 묶어 에너지 무기화를 시도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사실 러시아의 에너지 무기화는 유럽사회의 경제 자체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점에서 미국은 지속적으로 이를 경계해 왔다. 그래서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에서 독일로 이어지는 노르드스트림2 가스관의 개통 자체에 반대해 왔던 것이다.


미국의 이러한 우려는 이미 현실화되었다. 올해 들어 러시아가 유럽의 경제가 다시 솟구치는 시점에 가스 공급을 줄이면서 유럽 도매시장에서 가스가격은 700% 이상 상승했다. 가격포털 베리복스는 내년에 독일 가스 소비자가격이 20%, 전기료는 10% 상승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결국 러시아에 대해 천연가스 공급을 의존하면 의존할수록 러시아는 에너지를 무기로 하여 유럽사회의 목줄을 쥐고 흔들 것으로 봤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독일의 메르켈 전 총리는 러시아의 에너지 무기화에 대해 크게 염려할 필요가 없다면서 바이든 대통령을 설득했지만 결국 메르켈 전 총리의 판단이 아주 잘못되었음이 이번에도 나타난 것이다.


미국 정부도 러시아의 에너지 무기화를 대비해 지난 수년간 남동부 유럽 국가들에 LNG를 가스로 변환할 수 있는 LNG터미널 건립을 유도해왔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당시 릭 페리 에너지장관은 미국 LNG가 "자유의 가스"라면서 이를 통해 유럽은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독일의 메르켈 전 총리가 적극적으로 러시아 가스관 이용을 주장하는 바람에 결국 노르드스트림2 가스관이 공사를 완료했지만 독일에서 메르켈 총리가 물러나고 숄츠 내각으로 바뀌면서 아직 사용 승인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이렇게 러시아의 에너지 무기화로 유럽사회의 겨울이 꽁꽁 얼어붙을뻔 했는데 미국의 LNG선이 대거 유럽으로 향하면서 일단 심각한 국면은 넘길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현재 북독일의 러시아 가스저장고는 거의 바닥을 보이는 실정인데, 어느 정도 여유를 되찾을 수 있게 되었다는 의미다.


[미국의 LNG선 유럽행이 미-러 담판에 미칠 영향은?]


이번 미국의 LNG선들이 유럽으로 대거 향하면서 급한 불을 일단 끌 수 있도록 만들었다는 것은 러시아 푸틴의 전략에도 상당한 차질이 발생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러시아 푸틴 대통령은 지금 유럽을 향한 에너지를 무기화하면서 유럽사회를 압박하고 있다. 푸틴이 이렇게 강경한 정책을 쓰는 이유는 우크라이나 때문이다. 우크라이나가 결코 나토에 가입해서는 안된다는 것인데, 이는 역으로 나토를 반드시 러시아의 통제권 하에 두어야겠다는 강한 의지를 불태우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푸틴대통령은 유럽사회의 추운 겨울을 무기로 차제에 유럽사회의 사실상 항복을 받아내겠다고 벼르고 있다. 그래서 이미 과거 소련위성국들에 진출한 나토군의 철수까지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러시아의 요구에 대해 1월초에 미국과 담판을 벌이겠다는 것이다. 러시아는 지금 1월초의 담판에서 미국이 러시아의 요구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우크라이나 문제 등에 대해 강경 대응을 할 것임을 분명히 내비쳤다.


문제는 군사적 충돌은 그것대로 문제지만 러시아가 겨울이라는 시기에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는 천연가스 공급 카드도 함께 쥐고 있다는 점에서 이 문제를 벗어나지 않고서는 미국이 협상에서 약세에 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번 미국 LNG선들의 대거 유럽행은 러시아의 에너지 무기화에 얼마든지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미국측 입장에서는 러시아가 에너지 무기화를 쓴다면 미국도 비장의 카드가 있다는 것을 노출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러시아의 카드는 결국 군사충돌 밖에 남지 않는다.


그러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압박은 결코 러시아가 유리하지 않다. 러시아는 단지 우크라이나 군만이 아닌 나토 대응군과도 대항해야 하고 미국의 지원까지도 대응해야만 한다.


이미 나토는 4만명에 달하는 신속대응군(NRF)의 준비 태세를 서두르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국경에 약 10만명의 병력을 배치한 것에 대응하기 위한 나토의 첫 군사 조처다.


20일(현지시간) 독일 일간 디벨트에 따르면, 나토는 지난 20일부터 신속대응군 내 초신속합동군(Very High Readiness Joint Task ForceㆍVJTF)에 사태 발생 시 5일 안에 위기 지역으로 투입할 수 있도록 전투준비태세를 지시했다. 기존의 투입 시한은 7일 이내였다.


2002년 창설된 나토의 신속대응군은 회원국이 돌아가면서 6400여 병력의 VJTF를 이끌게 되는데 현재 터키가 지휘하고 있다. 그런데 평소 러시아와 가깝던 터키의 외무장관도 24일(현지시간) "러-우크라이나, 러-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간 갈등이 위험한 수준에 도달했다"면서 “우리가 러시아와 포괄적 (협력)관계를 맺고 있기는 하지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문제가 생긴다면 터키는 우크라이나 편에 설 수밖에 없다”고 했다.


결국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공격을 감행한다면 전통의 우방국이었던 터키와도 등을 지게 되고 더불어 나토연합군과도 대응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여기에 미국 또한 러시아에 대한 경계 태세를 부쩍 높이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7일 화상으로 진행한 미ㆍ러 정상회담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략하면 강력한 경제 제재를 가하겠다"고 경고했다. 미국의 방안은 러시아가 아예 국제 무역을 할 수 없도록 막아버리겠다는 것이어서 러시아 경제에 엄청난 충격파를 던질 수 있다.


특히 바이든 정부는 과거 오바마 전 행정부 당시인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무력으로 병합한 뒤 겪었던 그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결의를 다지고 있다.


만약 이번에도 러시아 뜻대로 우크라이나 영토의 일부를 러시아가 탈취하는데 성공한다면 바이든 대통령의 국내외적 입지는 좁아들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미국도 강경 대응을 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특히 지난 2014년 당시 러시아가 공격을 감행하자 당시 바이든 부통령은 우크라이나 무장과 러시아에 대한 혹독한 제재를 밀어붙였으나, 대부분 오바마 전 대통령의 반대에 부딪쳐 결국 러시아의 군사적 행동을 제어하지 못했던 경험이 있다. 그래서 바이든 대통령이 지금 러시아에 대해 더욱 강경한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미국 LNG선들의 대거 유럽행은 다가오는 1월의 미국과 러시아 담판을 위한 미국의 선수치기가 시작되었음을 의미한다. 이는 그동안 러시아의 절대적 패로 여겨졌던 유럽사회를 향한 에너지 무기화가 패착이 될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그다음 러시아의 대응은 어떻게 될까? 위기의 우크라이나. 여기에 푸틴 대통령의 위상은 물론이고 바이든 대통령의 글로벌 리더로서의 역할에 대한 위상도 함께 달려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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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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