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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바이든의 초강수, “푸틴, 도발하면 끝장!” - 푸틴과 121분 회담 가진 바이든, “최악 상황 경고” -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한뿌리라 생각하는 푸틴, 포기 못해 - 바이든, 글로벌 리더십과 직결, 우크라이나 강경대처
  • 기사등록 2021-12-08 13:54:15
  • 수정 2021-12-09 08:3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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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화상정상을 회담을 가졌다. [사진=백악관]


[푸틴과 121분 회담 가진 바이든, “최악 상황 경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정면으로 충돌했다. 양 정상은 7일(현지시간) 가진 화상회담에서 거친 언사를 주고받으며 대화를 이어 갔지만 대화의 주도권은 바이든 대통령이 쥐었으며 특히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지역에 대해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거나 침공할 경우 경제 제재 등 초강경 조처에 나설 것임을 경고했다.


121분간 이어진 이날 회담에 대해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주변에서 러시아의 병력 증강과 관련해 미국과 유럽 동맹의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며 “바이든 대통령은 또 미국과 동맹이 군사적 긴장 고조 시에 강력한 경제적 조처와 다른 조처로 대응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러면서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 보전에 대한 미국의 지지를 재차 강조하면서 긴장 완화와 외교로의 복귀를 요구했다.


“두 대통령은 자신의 관련 팀에 후속 조처를 위한 임무를 부여했고, 미국은 동맹, 파트너들과 긴밀히 조율해 이 일을 할 것”이라고 백악관은 전했다. “두 정상은 양국 간 핵군축을 다루는 전략적 안정 대화, 랜섬웨어에 관한 별도 대화는 물론 이란 등 지역적 문제에 관한 협력도 논의했다”고 백악관은 밝혔다.


이 회담과 관련해 CNN은 이날 “러시아가 침공을 감행할 경우 우크라이나 내 미국 시민을 대피할 방안도 모색 중”이라고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회담 후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영국 정상과 통화하고 결과를 전한 뒤 철저한 공조를 다시 한번 다짐했다. 9일에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통화를 하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지 입장을 밝힐 방침이다.


[러시아에 초강력 제재 카드 꺼내든 미국]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그야말로 초강수를 두었다. 이와 관련해 뉴욕타임스(NYT)가 지난 6일(현지 시각)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막기 위해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의 글로벌 결제 시스템 접근 차단을 비롯한 다방면의 제재를 살펴보고 있다”면서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접근 차단은 공식적인 국제 금융거래에서 퇴출시키는 초강력 경제제재로, 현재 이란과 북한에 가하고 있는 제재 수단”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그러면서 “유럽의회는 지난 4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경우 SWIFT에서 차단하는 결의안을 승인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미국은 푸틴 대통령의 측근 인사와 에너지 기업을 겨냥한 ‘돈줄 죄기’도 고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러시아 고위 지배층의 자산 동결을 비롯해 여행과 미국 은행·신용카드 시스템 접근 차단 등이 검토되고 있다”면서 “러시아 대형 은행과 직접투자펀드(RIDF)에 대한 제재, 투자자들의 러시아 국채구매 제한 등도 살펴보고 있다”고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그야말로 초강수다. 러시아가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에서 퇴출된다는 것은 한마디로 러시아의 수출입 자체가 전면 통제된다는 것이고, 이는 대외 경제 활동 자체가 전면 중단될 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어서 러시아가 미국의 이러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도발을 감행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만약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경우 우크라이나의 방어를 위해 추가적 지원을 할 것으로 보인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언론 브리핑에서 이같이 말하면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수호 의지를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설리번 보좌관은 “러시아에서 독일로 이어지는 가스관 '노르트 스트림-2'가 원활하게 운영되는 것을 보려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해선 안 된다고도 경고했다”고 전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과 메르켈 총리는 지난 7월 마지막 정상회담에서 노르트스트림-2 완공을 용인하기로 합의했지만, 필요시 제재를 가할 수 있는 보완책을 마련해 놓은 상태다.


특히 그는 “러시아가 2014년 크림반도를 침탈할 당시 서방이 하지 못한 일들을 할 준비가 돼 있다”는 강력한 언어까지도 사용했다고 밝혔다. 설리번 보좌관은 이어 “실무팀들이 후속 조처를 하고 필요하다면 구체적이고 강력한 조처를 할 것”이라면서 “미국은 모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항하는 푸틴]


이날 회담에서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위기의 책임을 러시아로 떠넘기려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크렘린 궁은 이날 회담에 대해 "정상 간 대화의 대부분이 우크라이나 분쟁과 2015년 체결된 민스크 합의 이행의 부진과 관련된 문제에 할애됐다"면서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정세 악화의 책임은 러시아가 아닌 나토에게 있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푸틴 대통령은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가 우크라이나 영토를 점령하려는 위험한 시도를 하고 있으며, 러시아 국경 인근에서 군사력을 증강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동진(東進) 금지를 보장할 조처를 요구했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서 어떤 약속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푸틴은 그러면서 “러시아는 나토의 동쪽 확장과 러시아 인접 국가들로의 타격용 공격무기 배치를 금지하는 신뢰할 수 있고 법률적으로 명시된 보장을 받는데 큰 관심이 있다”는 뜻을 전달했다.


푸틴은 또한 우크라이나 정부가 분리주의 반군이 통제하고 있는 돈바스 지역(우크라이나 동부)에 대해 취하는 도발적 행동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푸틴 대통령은 심각한 우크라이나 상황과 관련해서는 실무팀에 구체적인 검토를 하도록 하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 지난 11월 21일 우크라이나군이 NATO 회원국에 공개한, 우크라이나 주변의 러시아군 배치현황 지도. [사진=우크라이나 국방부]


[푸틴은 왜 우크라이나에 집착할까?]


그렇다면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은 미국 등 서방세계의 강력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우크라이나에 집착하는 것일까?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이유로 이렇게 국제사회에 강력하게 문제 제기를 하는 것은 우선적으로 러시아에 대한 존재감 부각을 들 수 있다.


러시아는 30여년전 미국과 쌍벽을 이루었던 G2에서 밀려나 국제시회에서 소외된 것에 대한 반발감이 있다. 그런데 군사력 제2위 국가로서 슈퍼파워국으로서의 복귀를 위해 의도적 도발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를 통해 미국과 중국의 대결로 압축돼 온 글로벌 패권경쟁 구도에서 러시아의 입지를 강화해 세력균형의 추를 이동하려 시도한다는 것이다. 결국 러시아가 원하는 것은 국제질서 측면에서 러시아의 영향력을 인정받으려는 것이다.


러시아가 이러한 생각을 갖도록 만든 것이 바로 글로벌 유가 인상이다. 국제적 에너지 가격 폭등은 러시아에게 새로운 자신감을 불러 일으켰다. 이를 통해 러시아는 풍부한 에너지 자원을 바탕으로 그간의 패권 경험, 그리고 세계 제2위의 군사력을 통해 미-중-러의 삼각 구도에 당당히 끼려는 구상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다른 측면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해 강력한 군사조치를 하는 이유로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하는 것을 결사적으로 막으려 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역사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한 몸(one body)’, ‘한 민족’으로 본다. 그래서 러시아와 같은 국경을 접하고 있는 발트 3국(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이 나토에 가입하는 것과 우크라이나가 그렇게 하는 것을 차원이 다르다고 판단한다.


▲ 우크라이나 관련한 푸틴의 논문을 소개한 러시아 대통령궁 웹사이트


러시아와 ‘한 뿌리’라고 생각하는 나라에 서방의 군사행동이 강화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푸틴의 이러한 생각은 지난 7월 12일 발표한 ‘러시아인과 우크라이나인들의 역사적 통일성에 대하여’라는 제목으로 무려 5000자에 달하는 논문에서도 드러난다. 푸틴은 이 논문에서 “두 나라의 분리는 양국에 대재앙”이라고 주장했다.


사실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예프는 중세 러시아의 모태가 된 키예프 루스(882~1240)의 중심 도시였다. 러시아 역사에서 ‘왕관의 보석’과 같은 존재라서 결코 포기할 수 없는 땅이다.


실제로 러시아 역사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했던 인물들도 우크라이나 출신들이 많다. 레닌과 함께 소비에트혁명을 일으키고 붉은 군대를 창설한 레프 트로츠키 초대 외무장관을 비롯해 브레즈네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도 우크라이나 출신이다. 심지어 현재 우크라이나 대통령인 젤렌스키도 러시아에서 코미디언을 했을 정도다.


여기에 푸틴의 정적으로 현재 감옥에 수감중인 알렉세이 나발니마저도 2014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별개 민족이라는 생각에 반대한다”며 “두 나라 사이엔 차이가 없다”,라고까지 말한 바 있다. 나발니는 유년 시절을 아버지의 고국인 우크라이나에서 보내기도 했다. 이렇게 러시아인들에게 있어서 우크라이나는 결코 뗄래야 뗄 수 없는 그런 관계라는 것이 지배적이다. 그래서 많은 러시아인은 1991년 소련 해체 후 우크라이나가 독립한 것을 아쉬워한다.


그런데 이렇게 러시아에게 있어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 우크라이나가 서방진영으로 넘어가는 것을 결코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 푸틴의 생각이다.


그래서 러시아 매체들은 “러시아와 같은 뿌리에서 나온 우크라이나가 서방의 통제 하에 들어가면서, 우크라이나어 사용을 강조하는 법이 통과되고,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공격의 교두보로 둔갑했다”며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 ‘우리의 리틀 브라더’ 우크라이나인들이 러시아군에 합세해 신속하게 전쟁이 끝날 것”이라고 선전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정작 우크라이나인들은 러시아와 생각이 다르다. 푸틴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한 몸이라는 개념에서 우크라이나 합병을 합리화하려 하지만 우크라이나인들은 앞으로 나토 가입까지 수십 년이 걸리더라도, 나토‧EU와 운명을 같이 하기를 원한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우크라이나 국민의 64%는 나토 가입을 희망했다.


특히 우크라이나인들에게는 러시아 스탈린 통치하였던 1932~1933년 잘못된 집단 농업화 정책과 수탈로 인해, 유럽의 곡창지대인 우크라이나에서 수백만 명이 굶어죽은 ‘홀로도모르(Holodomor‧기아 학살)’결코 잊을 수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절대 러시아 치하로 돌아가서는 안된다는 확고한 신념들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푸틴은 “미국‧EU가 우크라이나의 NATO 가입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법적인 보장(legal guarantee)’을 해달라고 요구한다. 나토 가입을 하지 않는 한 언제든지 우크라이나를 러시아의 품으로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을 비롯한 서방진영은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의견을 존중해야 하고,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의사에 반하는 러시아의 합병은 결코 인정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푸틴은 지난 2014년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 합병을 통해 “스탈린 이후, 러시아 영토를 확장한 첫 지도자”라는 칭송을 들은 바 있다. 그런데 러시아의 다가오는 대선은 오는 2024년 치르게 된다. 지난 7월에 이뤄진 개헌으로 푸틴은 다가오는 선거에서 또 당선된다면 2036년까지 러시아 대통령의 자리를 지킬 수 있게 된다. 사실상 종신 대통령을 하는 셈이다.


우크라이나는 어떻게 보면 그러한 푸틴 대통령의 야망을 채워주는 아주 중요한 디딤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한 팡파르를 미국을 비롯한 서방진영은 결코 용인하지 않겠다는 것이 이번 바이든-푸틴 정상회담에서 그대로 드러난 것이다.


푸틴은 과연 어떠한 결단을 내리게 될까? 분명한 것은 미국을 포함한 서방세계가 지난 2014년 크림반도 합병 당시와는 확연하게 분위기가 다르다는 점이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에게 있어 우크라이나 문제는 자신의 글로벌 리더십과 직결되는 문제라 결코 양보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푸틴 대통령이 아무래도 또다시 다음 기회를 엿보면서 슬그머니 꼬리를 내리는 식으로 결론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전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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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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