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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120년전 거대한 청나라 멸망의 교훈을 망각한 중국 - 美 마주보는 적도기니에 해군기지 건설한다는 중국 - 세계 최장 독재국 적도기니, 석유부국이면서 국민 78% 극빈층 - 대양해군 꿈꾸는 중국, '뱁새가 황새 쫓다 가랑이 찢어진다"
  • 기사등록 2021-12-07 22:05:04
  • 수정 2021-12-08 05: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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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 “중국, 대서양 연안 적도기니에 해군기지 추진”]


“중국이 미국의 안보에 직접적인 위협을 가할 목적으로 대서양에 위치한 중앙아프리카 소국 적도기니(Equatorial Guinea)에 해군기지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5일(현지시간) 보도해 파문이 일고 있다.


▲ 아프리카 적도기니에 해군기지를 중국이 건설하려 한다는 소식을 전한 월스트리트 5일자 기사


미 정보당국 기밀 보고서 내용을 인용한 WSJ의 보도에 따르면, “중국이 아프리카의 적도기니 항구도시인 바타에 해외 첫 상주 군사기지 확보를 추진 중”이라며 “미국도 이를 눈치채고 차단하기 위해 전방위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바타항에는 이미 중국이 건설한 상업항구가 있어서 큰 배들이 얼마든지 드나들 수 있도록 되어 있고, 인접 국가인 가봉 등 중앙아프리카 내륙으로 통하는 고속도로도 연결되어 있다.


중국은 또한 적도기니 경찰의 훈련과 무장도 지원하고 있는데, 중국이 아프리카에서 집중적으로 펼쳐온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 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가 중국의 세계 패권 장악을 위한 군사전략으로 확장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국 정보기관들은 2019년부터 적도기니에서 중국의 군사기지 건설 움직임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은 이미 지난 2017년에 동부 아프리카 지부티에 첫 해외 군사기지를 건설했지만 중국 인민해방군이 1년 내내 머무는 상주 기지는 아니었다.


[강력 저지에 나선 미국]


중국이 적도기니의 바타항에 상설 해군기지를 구축한다는 첩보를 받은 미국은 곧바로 이의 저지에 나섰다. 중국이 만약 이곳에 해군기지를 구축한다면 미 동부 해안 맞은편에서 해군 전력을 재무장·정비할 수 있는 군사적 이점을 확보하게 된다는 점에서 미국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이다.


미군 아프리카사령부 스티븐 타운센드 사령관도 지난 4월 상원에 출석해 "중국이 미국에 가할 수 있는 가장 큰 위협은 아프리카 대서양 연안에 해군 시설을 짓는 것"이라고 증언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지난 10월 18일 존 파이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은 1979년부터 장기집권 중인 테오도로 오비앙 응게마 음바소고 적도기니 대통령과 그의 아들 테오도로 응게마 오비앙 망게 부통령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WSJ은 미국 정부 관계자가 “중국의 움직임을 포함한 특정한 조치가 국가 안보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적도기니에 분명히 알렸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전략적 요충지인 적도기니를 우군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외교적 지원도 지속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 3월 바타 인근 적도기니 군기지에서 탄약 폭발로 최소 100명이 사망하자 곧바로 도움을 제공했으며, 같은 달 적도기니군은 미국이 주도한 기니만 해상 훈련에도 참여했다.


현재 미 당국은 적도기니에 지속하고 있는 외교적 지원이 얼마만큼의 효과를 거둘지 알 수 없다고 밝혔다. 다만 “중국 해군의 주둔을 막기 위해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WSJ은 전했다.


[적도기니 껴안기에 나선 중국]


미국의 이러한 움직임에 중국도 적도기니를 껴안기 위한 작업을 더욱 강화했다. 미국의 존 파이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이 적도기니를 다녀간 직후인 10월 27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오비앙 대통령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서로의 신뢰를 확인하면서 중국은 적도기니의 발전을 위해 가능한 모든 지원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후 중국 정부는 "적도기니는 항상 중국을 가장 중요한 전력 파트너로 여기고 있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 아프리카 서부의 적도기니 [지도=구글]


[적도기니는 어떤 나라?]


과거 스페인 식민지였다가 1968년 독립한 적도기니는 현재 79세인 테오도로 오비앙 음바소고 응게마 대통령이 1979년부터 세계 최장 집권하고 있으며 그의 아들인 오비앙 망게가 부통령으로서 정권을 이어 받기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다.


표면적으로 적도기니는 아프리카에서 세 번째로 석유를 많이 생산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만 달러(2019년 기준) 정도로 아프리카 대륙에서는 드물게 높은 ‘부국’이지만 적도기니 국민의 76.8%가 하루 2달러 미만으로 생활하는 극빈층일 정도로 부패한 독재정권은 이 자원을 국민과 나누지 않았다.


이렇게 부자 나라이면서도 국민은 가난한 이유는 독재와 부패가 얽혀 있기 때문이다. 독재자 일가의 호화로운 생활은 2019년 스위스 당국이 대통령의 아들이면서 부통령인 오비앙 망게가 소유한 슈퍼카 25대를 부패 혐의로 압수하면서 만천하에 알려졌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2017년 '적도기니의 부통령이 인스타그램 플레이보이였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다뤘다. 여기에는 비싼 자동차와 주택을 자랑하는 오비앙 부통령의 모습이 실렸다. 또 같은 해 프랑스 법원은 부패 혐의로 기소된 오비앙 부통령에게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고 호화주택 등 그가 프랑스에서 보유한 자산을 압류했다.


특히 지난 3월 7일 일어난 대폭발사고는 사망자만 100여명에 이를정도였는데 이 폭발사고로 적도기니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당시 WSJ은 "이번 폭발은 응게마 정권에게 큰 시험대가 됐다"라며 "야권은 원유가 풍부한 적도기니의 취약한 의료 체계가 드러났다면서 정부가 위기에 잘못 대응한다고 주장한다"라고 보도했다.


특히 적도기니는 전국민이 넉넉하게 살 수 있을 만큼 원유를 보유했지만 2019년 국제통화기금(IMF)에 2억8천만 달러(약 3천억원)의 구제자금을 요청해 국제 인권단체가 반발한 적 있다.


1천500명 규모의 대통령 경호부대도 제대로 훈련받지 못해 응게마 대통령은 외국 용병에 경호를 맡겼고, 그의 일가도 이스라엘 사설 경비업체를 고용할 만큼 정부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한편, 미국 국무부는 오비앙 정권이 비사법 살인과 강제실종, 고문과 인권침해 등을 저지르고 있다고 비판해 왔다.


[해외군사기지 건설하려는 중국]


중국이 이렇게 적도기니에 해군기지를 건설하려는 이유는 중국이 꿈꾸는 세계패권 장악과 직결되어 있어서다. 다시말해 중국은 육해상 실크로드를 단순한 무역통로만이 아닌 군사적 연결고리로 활용하려 하고 있다. 특히 중국이 일대일로를 통해 구상하는 에너지 루트 확보 전략인 ‘진주 목걸이(String of Pearls)’에 군사기지 거점을 얹으려 하고 있다. 적도기니의 해군기지도 바로 이 ‘진주목걸이’ 구상을 현실화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1년여전만 해도 중국 국영 해운기업이 아랍에미리트(UAE) 수도 아부다비 인근 칼리파 항구에 중국 군사시설을 설치하려 했었는데 미국이 이를 간파하고 UAE를 압박해 공사를 중단시켰다.


또 지난 2019년에는 중국이 캄보디아 해군 기지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비밀 협정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 중국이 파키스탄·스리랑카 등에 건설한 민간 항구를 군사적으로 이용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중국은 지난 2017년에도 아덴만 인근 지역인 지부티에 첫 해외 군사기지를 건설하면서 군사·안보 분야에서 공격적 행보를 보여 왔다. 당시 중국은 지부티 기지가 평화 유지활동 협력과 재외국민 보호 등을 맡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아시아-중동-아프리카를 잇는 세계 요충지인 지부티의 중국 기지가 미국의 군사기지를 턱밑에서 견제하며 해양 패권 확보에 나설 수 있다는 점에서 촉각을 곤두세웠다.


실제로 지부티 내 중국 군사 기지와 미국 르모니에 기지는 불과 15㎞밖에 되지 않는다.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는 배들이 지나는 지역인 지부티에 건설된 중국의 군사기지는 항공모함과 핵잠수함 등이 기항 가능한 규모로 평가된다.


특히 지부티 기지가 ‘진주 목걸이(String of Pearls)’ 구상을 실현하기 위한 필수 거점이라는 점에서 미국은 크게 주목하고 있다.


[중국의 해외해군기지, 과연 대양해군 가능할까?]


중국은 시진핑 주석 집권 이후 미국과 신형 대국관계 수립을 천명했다. 기존의 평화적·방어적 대외정책에서 탈피해 ‘군사굴기’를 통한 패권 전략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시 주석 집권 2기가 시작되면서 중국군은 2035년까지 국방 및 군의 현대화를 실현하고, 21세기 중반까지 ‘세계 일류 군대’를 실현하겠다는 구상을 실현해 가고 있다.


그러나 시진핑의 해양강군 구상에도 불구하고 중국인민해방군 내에서 가장 취약한 부분이 바로 해군이기도 하다. 우선 중국 해군은 엄청나게 증강하는 해군력에도 불구하고 당장 동중국해와 남중국해를 지키기에도 벅차다.


심지어 항공모함이 기동을 해도 실질적인 항모전단을 구성하기도 쉽지 않을 정도다. 이러한 중국 해군의 실력은 지난 4월초 중국 항모 랴오닝(遼寧)항모전단을 바라보며 미 해군 머스틴함 함장의 ‘발 꼬기’ 사진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중국 해군의 최신예 구축함이라는 난창(南昌)함까지 함께 움직인 랴오닝 항모전단의 ‘발꼬기 굴욕’ 당시 미국과 일본 군함에 사실상 포위당했고 또한 농락을 당했음에도 아무런 조치를 하지 못할 정도로 작전능력의 한계를 고스란히 노출했었다. 당시 군사전문가들은 미 군함이 무인지경처럼 중국 항모전단에 끼어든 것은 중국 군함이 항모를 보호할 능력이 없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분석했다.


이러한 중국 해군에 대한 군사전문가들의 평가는 냉혹하다. 중국은 지난 4월 23일 하이난(海南) 싼야(三亞)에서 최신 전략 핵잠수함 등 3척의 신형 전함을 동시에 선보인 바 있었는데 이에 대해 서방의 전문가들은 “이들 전력들이 여전히 2류급 군사과학기술을 접목한 미 해군 모방형 전력으로서, 이들이 미 해군과 같은 원해(far sea)에서의 작전 완전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많은 시행착오와 노하우를 축적해야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더불어 “중국 해군이 미 해군과 질적 차이를 좁히기 위한 현대화보다 오직 양적 우세와 팽창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만을 지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질적으로 비교가 안되는 것을 양적 팽창으로 극복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중국은 해군 구축함들을 일반 상품 만들 듯 무수하게 생산해 여기저기 배치해 놓으면 미국과 같은 대양해군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 듯 하다.


그러나 대양해군이라는 것이 그렇게 말같이 쉬운 것이 아니다. 대양해군이 되려면 단순하게 해군이 갖는 무력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외교 및 경찰 기능도 중요하며 이를 뒷받쳐 주는 동맹 및 우방국들도 필수적이다.


더불어 특정지역만이 아닌 바다에 대한 통제권을 가져야만 한다. 그러면서도 탄도미사일 공격에서부터 상륙 공격에까지 가능한 전력을 구축해야 하며 해상 무역에 대한 보호능력도 있어야 한다.


중국은 단순하게 구축함 몇 대 보내면 대양해군으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지만 이는 초등학교 어린이 수준의 판단력일 뿐이다. 중국의 외교가 해군력을 뒷받침해 주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대양해군이라는 말은 전혀 어울리지가 않는다.


한마디만 하자. 대양해군? 아무나 말할 수 있는 단어가 아니다. ‘뱁새가 황새 쫓다가 가랑이 찢어진다’는 말이 있다. 과거 미국과 패권다툼을 했던 소비에트연방이 그렇게 해서 무너졌다.


중국은 아직도 120년 전에 그 거대했던 청나라가 멸망했을 때의 교훈을 벌써 잊어버린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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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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