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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美 뒷마당 온두라스에 친중정부? 중국 헛물 켰다! - 온두라스, 친중 공약 후보 대통령 당선됐지만 태도 바꿔 - 카스트로 당선자, 미국 설득에 중국수교 카드 포기 - 美 사전에 특사 온두라스에 보내 카스트로와 외교적 협상
  • 기사등록 2021-12-07 14:27:22
  • 수정 2021-12-07 15: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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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두라스, 친중 공약 내세운 후보 대통령 당선]


미국의 뒷마당이라 할 수 있는 중앙아메리카의 온두라스에서 좌파 성향의 시오마라 카스트로 자유재건당 후보가 지난 11월 28일 치러진 대선에서 승리를 차지해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온두라스의 새로운 대통령 당선에 관심을 갖는 것은 카스트로 당선자가 선거 전 당시 친중정권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2009년 쿠데타로 축출된 마누엘 셀라야 전 대통령 부인이기도 한 카스트로 당선자는 12년 만에 정권을 교체한 인물로 최근 중남미에 다시 불고 있는 ‘핑크 타이드(pink tide·좌파 물결)’ 속에 미중 갈등의 대리전 양상으로 치러져 더욱 주목을 끌었다.


16세 때 셀라야와 결혼한 카스트로는 남편이 중도우파인 자유당 후보로 대선에서 승리하면서 2006년 퍼스트레이디로 대통령궁에 입성했다. 그러나 2009년 6월 군부 쿠데타가 일어나면서 남편 셀라야가 코스타리카로 추방되자 아내 카스트로는 쿠데타 무효와 남편 귀환을 촉구하는 시위대를 이끌며 여성 정치인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남편 셀라야가 망명생활을 마치고 온두라스로 돌아와 좌파 정당인 자유재건당을 만들었지만 대통령 단임제 헌법에 따라 대선 출마가 불가능해지자 카스트로가 2013년 대선에 직접 후보로 나섰지만 실패했고, 2017년 다시 후보로 나서 혁신통합당 후보와 단일화 과정에서 부통령 후보로 물러났다가 또다시 패배했다.


그러나 카스트로는 4년 만에 다시 치러진 대선을 통해 12년 만에 대통령궁으로 다시 입성하게 된 것이다.


[카스트로, 선거 공약에서 친중 선언했지만...]


이번 온두라스 선거에 가장 기대를 걸었던 나라는 아마도 중국일 것이다. 카스트로가 ‘중국과의 수교’를 통한 투자 유치를 선거공약으로 내걸었기 때문이다. 중국과 수교를 한다는 것은 그동안 외교관계를 이어왔던 대만과의 단교를 한다는 뜻이기도 해 대만으로서는 불안한 시선으로 온두라스 대선을 지켜봤다. 온두라스는 대만과 외교관계를 맺고 있는 세계 15개국 중 하나다.


미국 입장에서도 온두라스가 중국과 수교하면서 관계를 결속하게 되면 미국의 바로 앞마당에 반미국가가 탄생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주의 깊게 선거전을 주목해 왔다.


중국 관영 매체인 환구시보의 영문판 글로벌타임스도 지난 11월 29일 “온두라스가 중국과 외교 관계를 맺으면 온두라스 인근 중미 국가들이나 카리브해 국가들에 도미노 현상을 일으킬 수 있다”고 전했다. 그만큼 이번 온두라스 선거에 큰 기대를 걸고 있었다는 의미다.


환구시보도 지난 12월 2일자에서 온두라스 역사상 첫 여성 대통령이며 12년간의 우파 통치를 종식시킨 그녀의 살아온 역정을 소개하면서 당선되면 중국과 수교를 모색하겠다고 공언했다는 내용도 빠뜨리지 않았다. 대만의 영향력을 약화시키려는 중국의 기대감이 듬뿍 담긴 기사라 할 것이다.


그런데 반전이 일어났다. 카스트로 당선자 측이 돌연 중국과의 수교 계획이 없다며 달라진 입장을 보였기 때문이다. 로이터 통신은 지난 3일(현지시간), 카스트로 당선자의 제1부통령 러닝메이트인 살바도르 나스랄라(Salvador Nasralla)가 중국과 외교관계를 수립할 것이냐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답했다고 보도했다.


나스랄라 부통령 당선자는 이날 "중국과는 (외교) 관계가 없다. 대만과의 관계가 유지된다'며 "우리 교역 동맹, 가깝고 역사적인 동맹이 미국이다. 우린 미국과 싸우고 싶지 않다. 미국이 우리의 주요 교역 동맹"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카스트로 측의 또 다른 고위 인사도 중국과의 관계 강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나스랄라 부통령 당선자는 온두라스 일간 엘에랄도와의 2일 인터뷰에서도 "우린 미국의 지지를 받고 있다. 파트너인 인접 강대국과 싸울 이유가 없다. 미국이 우리 물건을 가장 많이 사주고 관계도 더 깊다"며 "중국(과의 수교)은 계획에 없다"고 말했다.


선거전 당시 대만과 단교하고 중국과 수교할 수도 있음을 시사했던 것과는 180도 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카스트로, 친중정권 왜 포기했을까?]


카스트로 대통령 당선자가 이렇게 선거 유세때의 공약과는 달리 중국과의 외교관계 수립 정책을 포기하게 된 것은 미국의 설득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온두라스의 대통령선거가 한창 진행 중이던 시기에 브라이언 니콜스 국무부 차관보를 온두라스로 보내 카스트로를 비롯한 선두 후보 2명에게 대만과의 관계가 유지되길 원한다는 뜻을 전달한 바 있다. 온두라스가 대통령 선거 이후 친중국가로 돌아서는 것을 막기 위해 전략적 접근을 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팀 케인 민주당 상원의원은 “(온두라스의) 외교 정책을 이래라저래라 하는 건 아니지만 (온두라스가) 중국과 더 가까운 관계 설정을 희망하는 건 이른바 ‘양털 깎기’를 당할 수도 있다는 걸 의미한다”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여기서 ‘양털 깎기’란 양털이 충분히 자랄 때까지 기다린 뒤 한꺼번에 털을 깎는 것처럼 중국이 투자 확대로 영향력을 최대한 높인 뒤 무리한 요구를 들이미는 방식으로 ‘약탈적 투자’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미국의 노력은 결실을 거두기 시작했다. 대선 직전 카스트로 측은 중국과의 수교와 관련해 결정된 바가 없다며 한발 물러났다.


이렇게 온두라스의 친중국 국가화가 좌절된 것을 확인한 미국은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을 통해 개표 결과가 절반밖에 나오지 않은 상황임에도 11월 30일 “정권 교체를 축하한다”는 성명을 냈다.


[온두라스 친중국가 좌절, 미국 외교의 승리]


이렇게 온두라스의 새 정권인 카스트로 당선자가 친중정권의 길로 가는 것을 포기하게 된 것은 미국 외교의 승리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원래 카스트로의 출신 자체가 사회주의 좌파도 아니고 우파정당 출신이었다는 점도 생각해 봐야 한다. 그러나 경제 발전을 위해 중국의 지원을 받으려고 중국 수교카드를 꺼냈으나 이 부분에 대해 미국이 설득하고 또 중국과 수교를 한 후 중국으로부터 ‘양털깎기’를 당할 가능성 등을 설명하자 카스트로 측도 수긍했다는 것이다.


또한 공식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오를란도 에르난데스 현 대통령의 퇴임 후 운명도 카스트로 당선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요인이 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오를란도 에르난데스 현 대통령은 미국 수사당국으로부터 마약범죄 연루 의혹을 받고 있어서 카스트로 당선자가 내년 1월 취임하면 지난 8년간 지켜온 대통령직과 더불어 면책특권도 상실할 것이기 때문에 곧바로 수사대상으로 체포될 가능성도 있다.


미 검찰이 에르난데스 대통령을 주시하고 있음이 드러난 것은 대통령 동생의 마약 밀매 혐의 재판 과정에서였는데, 당시 검찰은 2019년 에르난데스 대통령을 사건의 '공모자'로 지칭하며 마약 밀매 자금을 대선에 사용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또 멕시코 '마약왕' 호아킨 구스만을 비롯한 마약 밀매업자들이 대통령 측에 뇌물을 건넸고, 에르난데스 대통령은 그 대가로 미국으로의 마약 반입을 도왔다고 주장해 파문이 일었었다.


이 수사로 말미암아 대통령 동생인 토니 에르난데스는 지난 3월 종신형을 선고받았으나, 미 검찰은 에르난데스 대통령을 정식으로 기소하지는 않았다.


그동안 에르난데스 대통령 정권과 미국과는 대체로 우호적인 관계였으나 카스트로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퇴임후 곧바로 미국 정부에 의해 소환될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


카스트로 당선자도 미국 정부가 온두라스에 에르난데스의 신병인도를 요청할 경우 당연히 이를 허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카스트로 당선자가 친중정권을 포기하게 된 배경에는 미국과 에르난데스의 신병 처리 문제에 대한 합의가 있을 수 있다는 분석들이 나온다.


미국 입장에서도 온두라스 국민들이 에르난데스 현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가 현격하게 낮다는 점에서 에르난데스 현 대통령의 퇴임 후 즉각 마약연루 혐의에 대한 수사를 개시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그것이 카스트로 당선자에게 힘을 실어주는 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에르난데스 대통령이 퇴임 직후 평소에 가깝게 지냈던 니카라과로 망명할 수도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그러나 카스트로 당선자측은 이에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에르난데스 현 대통령이 죄값을 치러야 한다는 입장이라는 뜻이다.


결국 이러한 정치적 문제를 미국이 수용하면서 카스트로 당선자와 전격적인 외교적 타결이 이루어졌다는 분석들이 나온 것이다.


이로써 온두라스를 친중국가로 만들어 미국의 턱밑에서 미국을 압박할 전초기지를 만들려 했던 중국의 시도는 일단 좌절됐다.


[분노하는 중국]


완전한 친중국가로 변화될 것이라 믿었던 온두라스의 변신은 중국을 분노하게 만들었다. 온두라스의 카스트로 당선자 측이 중국과의 외교관계를 수립하지 않을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자 중국 외교부는 즉각 “미국이 온두라스의 팔을 비틀었다”면서 격한 반응을 보였다.


[환영하는 대만]


결과가 이렇게 나오자 대만 외교부는 온두라스 대선에서 카스트로의 승리가 확인되자 곧바로 새 정부와 협력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1일에는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이 대만 정부와 대만 국민을 대표해 온두라스 자유재건당 시오마라 카스트로 대통령 후보의 당선을 축하한다며 지속적인 관계증진 의지를 전달했다.


대만 총통부 장둔한(張淳涵) 대변인은 "온두라스의 대선이 민주적으로 순조롭게 끝난 데 진심으로 축하한다"며 올해로 수교 80주년을 맞는 중미의 주요 우방 온두라스와 경제무역, 공중보건, 교육 등 많은 분야에서 긴밀히 협력했다고 그간의 관계 발전을 상기시켰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우호적인 외교 관계를 바탕으로 카스트로 당선자의 새 정부팀과 함께 양국의 협력관계를 지속적으로 심화해 나가고 양국 국민의 복리 증진 및 양국의 번영과 발전을 촉진하자고 제안했다.


[온두라스에 이어 솔로몬제도도 반중국가 되나?]


온두라스의 이러한 흐름과 함께 남태평양의 솔로몬제도도 과연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 지난 11월 24일 반정부 시위가 일어난 솔로몬제도는 인구 70만명인 작은 섬나라로 호주의 북동쪽에 있다.


그런데 이 작은 섬나라도 친중과 반중으로 나뉘어 분쟁이 격화되고 있다. 솔로몬제도는 그동안 오랜 대만의 우방국이었으나 지금의 소가바레 총리가 지난 2019년 집권하면서 대만과 단교를 하고 중국과 수교를 했다.


그런데 중앙정부가 있는 과달카랄섬과 오랫동안 관계가 좋지 않았던 말라이타섬 주민들이 소가바레 총리의 친중정책에 반발하면서 반정부 시위가 벌어진 것이다. 말라이타 섬은 미국과 호주 등 서방의 지원을 받고 있어서 차제에 아예 독립을 하자는 의견까지 나올 정도로 철저한 반중국 형세를 보인다. 과연 솔로몬제도의 운명도 어떻게 될지 주목거리다.


[겨우 15개국과 수교한 대만의 앞날은?]


이와 관련해 주목받는 것은 대만의 미래다. 미국이 적극적으로 대만의 국제기구 참여를 독려하고 지원하고 있는 가운데 이미 지난 11월 18일 유럽 발트해 3국 가운데 하나인 리투아니아가 중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자국에 있던 기존 타이베이(Taipei) 대표부를 타이완(Taiwan) 대표부로 이름을 바꾸고 외교 관계도 격상했다.


그런데 최근들어 대만을 국제사회의 한 축으로 인정하려는 움직임들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EU의 대표단을 포함해 여러 나라들의 정치인들이 대만을 방문하면서 관계 증진을 노리고 있다.


이러한 국제사회의 흐름이 과연 대만의 외교관계 확대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두고볼 일이다. 분명한 것은 대세가 대만편으로 흐르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대만이 힘을 얻으면 얻을수록 중국은 분노가 가득한 외교부 성명들이 쏟아지겠지만 이미 도도한 물결을 탄 대만 외교의 파도는 앞으로도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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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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