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정세분석] 중국이 세계최대 희토류 공룡회사 만드는 이유? - 中, 美 주도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대응하기 위한 무기화 의도 - 한때 희토류 대국이었던 미국, 다시 희토류 대국 꿈꿔 - 中, 전면적 희토류 무기화보다 국부적 무기화 할 가능성
  • 기사등록 2021-12-06 22:07:12
  • 수정 2021-12-07 08:03:54
기사수정



[세계최대 희토류 회사 만드는 중국]


미국과 중국이 패권 전쟁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중국이 첨단 정보기술(IT) 제품과 군용 무기 생산에 필수인 희토류의 공급을 관리하는 세계 최대의 회사를 만든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일(현지시간) 독점 보도했다.


▲ 중국이 희토류의 공급을 관리하는 세계 최대의 회사를 만든다고 보도한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일(현지시간) 자 기사


WSJ은 이날 “중국이 만드는 세계 최대 희토류 회사의 명칭은 중국희토류그룹(China Rare Earth Group)이며 빠르면 이달 중 지하자원이 풍부한 중국 남부 장시성에서 중국민메탈사, 중국알루미늄주식회사, 간저우희토류그룹사 등 일부 국영회사를 합병해 출범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WSJ은 이어 “새 통합회사가 중국의 가격 결정능력을 강화하고 중국회사들 사이의 경쟁을 피하며 핵심기술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려는 서구의 움직임을 약화하기 위해 설립되는 것”이라면서 “전세계 전략 금속 공급망에 대한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한 전략인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중국 희토류의 세계 장악력은 얼마나 될까?]


그렇다면 중국이 전 세계 희토류 시장 가운데 얼마만큼의 장악력을 가지고 있을까? 우선 이에 대한 평가는 일정하지 않다. 일부 분석가들은 중국 광산이 전세계 희토류 생산의 70%를 차지하며 이들 희토류 금속을 합성해 자석을 생산하는 능력은 90%로 보고 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도 2019년 기준 중국의 희토류 생산량을 13만2000t, 매장량을 4400만t으로 발표했다. 이 기준으로 놓고 본다면 생산량은 전 세계의 63%, 매장량은 37%로 모두 세계 1위 수준이다.


미 백악관도 중국이 전세계 희토류 광산의 55%, 희토류 제련의 85%를 장악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해왔다.


어떤 분석이든 중국이 희토류에 관한한 지배적 영향력을 가지고 있으며, 이런 가운데 중국 정부가 직접 주도하는 중국희토류그룹이 설립된다면 이는 분명히 중국 정부 당국이 의도적으로 희토류 생산과 수출을 조직적으로 관리하겠다는 것이고 이렇게 되면 중국이 희토류를 무기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희토류가 쓰이는 곳은?]


그렇다면 희토류가 과연 무엇이길래 중국의 무기화를 우려하는 것일까? 희토류는 자성과 전도성 때문에 가치가 인정되는 17개 원소들을 말하는 것으로, 전기자동차, 스마트폰 터치스크린, 미사일 방어망 등 핵심 기술에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한마디로 20세기의 냉전과 미국·러시아 간의 대립이 전통 제조업과 그 원료인 석유와 가스를 기반으로 한 것이었다면 지금 미중간에 벌어지고 있는 패권전쟁은 재생에너지와 전기차, 드론, 인공지능, 첨단 무기를 대상으로 경쟁하고 있는 만큼 핵심 원료인 희토류와 희소금속 등을 두고 소리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보면 된다.


특히 희토류와 희소금속은 아주 소량으로 첨단 기능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문제는 희토류가 원재료 형태로 다량의 채굴이 어렵고, 대체재를 찾기도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중국이 세계 최대 희토류 회사 만드는 의도는?]


중국이 이렇게 세계 최대 희토류 회사를 만드는 가장 큰 이유는 미국과 중국간의 충돌 속에 미국이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나서면서 중국의 고립화가 본격적으로 가시화되는 것에 대한 대응인 것으로 보인다.


일단 반도체 분야에서 첨단 기술의 중국 유입이 완전히 막힌 가운데 세계의 공장으로서의 지위까지 잃어버리게 되면 중국은 하루 아침에 경제의 기반이 완전히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그러한 공급망 재편을 막는 유일한 방법이 중국의 시장 장악력이 큰 희토류 같은 것들로 무기화하는 수밖에 없다.


최근 우리나라가 중국발 요소수 문제로 온 나라가 흔들릴 지경이 되었을 때 중국의 언론들이 “중국의 공급망 위세가 얼마나 대단한지 깨달았을 것”이라면서 “중국을 화나게 하지 말라”고 경고한 것이 바로 그 예다.


다시말해 미국 주도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을 통해 ‘탈중국’이 가시화된다면 그러한 탈중국 흐름을 주도하는 나라들에게 치명타를 안길 수 있는 중국의 무기가 바로 희토류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희토류에 대한 중국의 지배력은 중국이 각종 신성장 기술제품 제조사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극적인 방식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분명한 대책이 필요하다.


중국은 이미 희토류 무기화를 해 본 적이 있다. 실제 2010년 중국과 일본이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영유권으로 분쟁을 벌일 때 중국은 일본에 대해 희토류 수출을 중단한 바 있다.


결국 중국이 이번 세계 최대의 희토류 회사를 만들기로 했다는 것은 중국이 희토류 산업을 중국정부당국이 직접 개입해 움직이겠다는 것이고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 세계가 핵심 기술과 부품을 중국에 제공하지 못하도록 연대하는 것을 방해하는 핵심적 무기로 사용하겠다고 선전포고를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할 것이다.


이와 관련해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연초 “중국은 희토류를 외국에 대한 반격수단으로 사용할 의도가 없다”면서도 "외국회사들이 중국의 이익을 해칠 경우 사용할 수 있다“고 보도했었다.


[한때 희토류 대국이었던 미국]


사실 미국은 지난 1980년대 초만 해도 희토류 대국이었다. 마운틴패스 시기로 알려진 1965년~1983년 시기에 전 세계 희토류 산업은 미국·브라질·인도·호주·남아프리카가 주도했다.


미국은 당시 캘리포니아와 네바다주 접경의 세계 최대 마운틴패스 희토류 광산에서 전 세계 희토류의 60%를 생산했다. 미국은 당시 희토류 원재료 광석 채굴부터 원재료의 분리와 가공, 산화물 제조, 금속 제조, 그리고 다양한 제품화로 이어지는 일괄 공급망을 가동했다.


그런데 이러한 미국 주도의 희토류 산업이 중국으로 넘어간 것은 바로 미국이 중국을 WTO체제에 들어가도록 만들면서 중국이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중국으로 산업 생태계가 넘어가면서 ‘21세기 석유’라고 하는 희토류와 희소금속 원료 생산과 소재 부품화 산업 생태계가 중국을 중심으로 형성되었던 것이다.


중국의 저렴한 인건비에 값싼 희토류까지 더해지면서 애플과 삼성·GM·BMW 등이 모두 중국으로 공장을 이전했다. 이렇게 미국의 러스트벨트에서 중국으로 이전된 경제적 가치가 약 4조 달러에 달하는데, 이는 독일의 국내총생산(GDP)과 맞먹는 규모이다.


중국은 이러한 산업 시설을 기반으로 2010년 이후 본격적으로 전기차·태양광·풍력·에너지저장장치 등의 첨단 제조업과 인공위성·반도체 등 디지털 제품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중국내 희토류 뿐만 아니라 아프리카·호주·중남미 등 해외에서 생산되는 금속들까지 독점적으로 차지하는 전략으로 전환했다. 한마디로 중국내 매장 희토류는 비축해 두고 수입 희토류를 먼저 사용하겠다는 전략을 세운 것이다.


중국이 아프가니스탄이나 미얀마와 깊은 유대 관계를 맺었던 것도 사실 희토류 때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최근 미국의 CNBC 방송 보도에 의하면 아프가니스탄은 희토류 자원 보유 가치만 1조~3조 달러로 추정된다.


그런데 미국은 중국의 그러한 희토류 비축 전략에 대해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 중국이 미국에 대항하는 세계 패권전략으로 나아갈 것이라는 생각을 꿈에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중국을 믿었던 미국이 이제 발등을 찍혔다고 보면 될 것이다.


[미국은 중국의 희토류 무기화에 대응하고 있나?]


그렇다면 미국은 중국의 희토류 무기화에 대해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미국은 이미 중국이 희토류 지배력을 전략적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보고 대응을 해 왔다. 그 역사는 10여년 전으로 돌아간다. 미국 하원 과학기술위원회는 2010년 3월 16일에 “희토류와 21세기 첨단산업”에 대한 청문회를 열어 미국 지질조사국(USGS)이 작성한 광물 보고서를 공개했다. 그런데 이 보고서는 충격적이었다. 2005~ 2008년 미국은 희토류를 100% 수입에 의존하고 있었으며, 특히 중국 수입에 91%를 의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미국내 희토류 광산은 값싼 중국산에 밀려 완전히 가동을 중단했다. 그런데 당시 보고서는 미국의 희토류 전략에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20세기 자동차 산업의 원료인 석유를 장악했던 미국으로서는 전기차의 원료인 희소금속을 장악하지 못하게 되면 21세기 미국의 위상 유지에 위기가 닥칠 수 있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그래서 이때부터 미국이 다시 깨어나기 시작한다.


이러한 중국의 희토류 장악 전략의 의도를 파악한 미국은 대 중국 견제전략을 본격화하게 된다. 그것이 지난 트럼프 정부때이며 이를 더욱 더 강화하고 있는 것이 바로 조 바이든 정부이다.


지난 2월, 조 바이든 대통령은 희토류의 공급망 위험을 줄이기 위해 보다 강력한 정책 수단이 필요한 핵심 4개 분야 가운데 하나로 지정하는 대통령령을 발령했었다.


그리고 미 국방부는 곧바로 호주의 리나스희토류사(Lynas Rare Earths Ltd.)와 기술투자계약을 체결했다. 국방부는 이 회사가 "중국 이외 세계최대 희토류 원소 광산 및 가공회사"라고 밝혔다. 계약에 따라 리나스사는 경질희토류 가공시설을 미 텍사스주에 설립할 방침이다.


백악관은 또 지난 6월, 보고서를 통해 “미국은 중국이 희토류 수출을 제한할 것을 예상해야 한다”면서 "전략적 및 핵심 재료 공급망의 회복력을 증대하기 위한" 국내 생산 및 가공능력을 확대하는 여러 조치들을 권고했었다.


미국은 또한 희토류 등과 같은 희귀자원을 중국이 장악하면서 무기화할 경우 글로벌 공급망 재편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보고 이에 대한 대책도 본격화했다. 미국내 19개 주에 매장된 희토류를 재생산할 방안을 찾도록 한 것도 그래서 나온 것이다.


미국은 또한 콩고민주공화국 등 아프리카나 희토류 등 희귀광물 생산국들을 글로벌 공급망으로 끌어들이면서 역시 중국의 희토류 무기화에도 불구하고 흔들리지 않는 방안을 폭넓게 강구중이다.


지난 10월 31일, 바이든 대통령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이후 한국·독일·호주·인도·캐나다·네덜란드·이탈리아 등 동맹 내지 우방국들을 포함시킨 ‘공급망 대책회의’를 개최한 것도 이같은 노력의 일환이다.


[과연 중국이 희토류 무기화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중국은 과연 희토류 무기화를 공식화할까? 일단 예상하기로는 희토류 무기화를 전면에 내세우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그 경우 사실상 미국과 전면전을 하자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을 중심으로 중국의 희토류 무기화에 대응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칫 중국의 희토류 무기화가 오히려 제 발등을 찍을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전면적 무기화보다 국부적 무기화, 곧 한국 같은 한 나라를 찍어 해당 국가를 위협하는 방식으로 무기화를 하면서 탈중국을 하지 못하도록 압박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결국 탈중국,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라는 도도한 흐름 속에 당연히 함께 해야 하겠지만 지나친 중국 의존도를 당장 줄여 가면서 위기의 최소화를 준비해야 하는 것은 각 나라가 할 몫일 것이다. 또다시 제2의 요소수 사태를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TAG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whytimes.kr/news/view.php?idx=10178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추부길 편집인 추부길 편집인의 다른 기사 보기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정치더보기
북한더보기
국제/외교더보기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