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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차이나 엑소더스’, 당황하는 중국 - 글로벌 기업들의 탈(脫)중국 바람, 갈수록 거세져 - 시진핑의 쌍순환경제, 공동부유 정책들이 탈중국 가속화 - 당황하는 중국, 달래기 나서지만 정작 정책은 180도 판이
  • 기사등록 2021-12-06 14:01:54
  • 수정 2021-12-06 15: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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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화된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 탈중국]


글로벌 기업들의 탈(脫)중국 바람이 거세지면서 중국 경제의 기반도 흔들거리고 있다.


골드만삭스의 2020 보고서에 의하면 미국 기업은 이미 탈중국을 상당 부분 완료했다. S&P500 기업의 총수입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율은 놀랍게도 2%도 안될 정도다. 그만큼 미국 기업들의 탈중국이 이루어졌다는 의미다.


이러한 탈중국화 바람은 이젠 제조업에 그치지 않고 IT기업 등의 빅테크 기업들에게까지 확산되고 있다. 지난 10월에는 마이크로소프트(MS)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 링크드인의 중국 내 서비스 중단을 발표했고, 미국 게임업체 에픽게임즈도 게임규제 강화 추세에 중국시장을 포기했다.


또한 야후도 중국시장 철수를 선언했고 12월 1일부터는 중국 본토에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도록 했다. 중국 내 개인정보보호법 시행에 따른 부담감 때문에 결국 탈중국을 결정한 것이다.


그동안 중국 시장에 깊이 의존했던 나이키도 이미 탈중국 대열에 들어섰다. 나이키는 이미 40여 개국에 생산기지를 두면서 공급망 다변화를 하고 있기 때문에 신장위구르 면화파동으로 아무리 베이징이 압력을 넣어도 느긋하게 대응하고 있다.


이러한 탈중국 바람은 우리나라 기업들에게서도 나타나고 있다. 삼성전자만 하더라도 산업 내 특화전략을 통한 탈중국을 하고 있다. 다시말해 미국이 압박하는 차세대 반도체는 중국에 더 이상 확대하지 않으면서 제재와 관계없는 범용반도체만 중국내에 유지하는 방법을 채택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베이징을 자극하지 않고도 사실상 탈중국을 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그래서 삼성은 5나노급 반도체공장은 미국의 애리조나에 짓고, 기존 중국 공장에선 범용반도체만 계속 생산하는 체제로 가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와 별개로 톈진의 스마트폰 공장 가동을 지난 2018년에 이미 가동 중단을 했고, 지난해 10월 중국 내 마지막 스마트폰 생산기지인 후이저우 소재공장의 가동도 중단했다. 가전분야에선 톈진의 TV 공장 가동을 지난해 11월 중단했으며, 이에 앞서 7월에는 쑤저우의 개인용 컴퓨터(PC) 생산공장의 문을 닫았다.


대신 삼성은 베트남 북부 박닌성과 타이응우옌성 휴대폰 공장 및 호찌민의 TV·가전 공장을 두고 가동 중이다. 탈중국을 한 대신 베트남 등의 동남아로 공급망 다변화를 하고 있는 것이다.


현대자동차그룹도 2019년 이후 가동을 중단한 중국 베이징1공장 부지 매각을 추진하면서 완전한 탈중국을 시도하고 있다.


SK도 그동안 최태원 회장의 '차이나 인사이더(China Insider)' 전략을 앞세워 중국시장에 적극적으로 투자해 왔지만 이젠 방향을 틀어 탈중국화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고 있다. 반면 베트남 등 동남아 시장에 대한 투자를 늘리며 시장 다변화를 추진 중이다.


[글로벌 기업들이 탈 중국을 하는 이유?]


그렇다면 글로벌 기업들은 왜 탈중국을 하는 것일까?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미국과 중국간의 디커플링 때문일 것이다. 글로벌 공급망 자체가 미국 주도의 새로운 체제로 개편되기 시작하면서 중국에 공급망 기반을 둔다는 것 자체가 기업에 리스크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미중간의 패권 싸움은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국가의 명운을 건 전쟁이기 때문에 어차피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지고 있다는 현실적인 측면도 있다.


미국 입장에서는 세계 패권에 도전하는 중국을 그대로 두었다간 앞으로 불과 30여년도 지나지 않아 세계 패권이 미국에서 중국으로 넘어갈 수도 있다는 위기감에 휩싸여 있다. 그런데 이는 단순한 패권만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 질서의 표준이 민주주의가 아닌 중국식 사회주의 공산체제로 바뀔 수도 있다는 점에서 중국을 제외한 수많은 국가들이 미국에 동조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의 미중 패권 전쟁은 단순한 영토 보존의 의미가 아닌 자유민주주의라는 보편적 가치를 지키기 위한 싸움이라서 쉽게 물러설 수도 없고, 당연히 자유민주주의 수호에 찬성하는 나라들이라면 미국이 주도하는 글로벌 경제질서 재편에 합류해야만 하는 것이다.


왜냐면 그러한 글로벌 경제질서 재편이 중국의 세계 패권을 저지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미 미국은 독일과 일본, 소비에트 연방같은 제국주의를 붕괴시킨 경험이 있다. 그 배경에는 결국 경제의 붕괴라는 핵심적 카드가 있었다.


특히 중국의 경우 미국의 인도하에 WTO라는 세계 경제 질서를 바탕으로 성장한 국가다. 그 말은 곧 중국 경제의 아킬레스 건이 세계의 생산공장을 통한 글로벌 공급망에 있다는 것을 뜻한다. 미국이 바로 이 점을 집중적으로 공략하기 위해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글로벌 기업들도 선택을 해야만 한다. 미국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참여하지 않고 중국 시장에 미련을 갖는다면 결국 미국 주도의 글로벌 공급망에서는 배제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글로벌 기업들이 앞다투어 탈 중국을 하는 것이다.


또 하나, 탈중국을 하는 이유로 중국 스스로 글로벌 기업들을 배척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우선적으로 시진핑 주석이 내세우는 쌍순환 경제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쌍순환 경제의 핵심은 ‘중국 제조 2025’로 반도체, 전기차 등 주력 산업에서 자국 기업 점유율을 70~80%까지 높이겠다는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외국 기업들은 중국에서 발붙일 수가 없게 된다.


과거 외교에서 죽의 장막을 쳤던 중국이 이젠 이미 글로벌화된 세상에서 경제에서도 죽의 장막을 치겠다는 것이어서 당연히 중국에 진출한 기업들은 짐을 싸야만 하도록 만들고 있는 것이다.


또한 시진핑의 장기집권을 향한 발판으로 삼고 있는 공동부유 정책이 글로벌 기업들이 탈중국을 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고 있다. 시진핑 주석이 지난 8월 공동부유를 제창하자마자 중국의 중앙 정부와 지방정부들은 빈부격차를 완화해 노동자 계층의 불만을 달래기 위한 조치의 일환으로 최저임금을 일제히 인상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은 곧바로 글로벌 제조 업체들에게 인건비 부담을 가중시키면서 ‘탈중국’을 가속화하게 만들었다. 2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NIKKEI)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올해 중국의 31개 성 단위 지역 중 20곳이 월 최저임금을 인상했다. 인상 수준도 최소 7%에서 많게는 10%까지였다.


문제는 이미 중국의 인건비가 동남아보다 비싼 편인데 또다시 임금 인상 러시가 이어지면서 글로벌 기업들이 ‘저임금’의 메리트를 더 이상 중국에서 누릴 수 없다고 판단하고 탈중국을 서두르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중국 내 제조업 근로자 기본급은 평균 531달러(약 62만5000원)이었는데 이는 태국 447달러, 베트남 250달러를 크게 웃돌았다.


이와 관련해 닛케이도 “삼성전자가 2019년 스마트폰 생산지를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이전했다”며 “추가 임금 인상은 더 많은 기업들이 중국 밖으로 공장을 이전하도록 압박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당황하는 중국, 글로벌 기업들 달래기에 나서지만...]


글로벌 기업들의 탈 중국이 현실화되자 중국 정부 당국은 당황하면서 글로벌 기업 달래기에 나서고 있다. 지난 2일에는 후춘화 부총리가 직접 나서서 “해외기업들이 활동하는데 부족함이 없도록 최대한 지원하겠다”면서 “글로벌 기업들의 국내 입국도 신속하게 하며 해외 기업들이 갖는 우려도 없애도록 하겠다”고 했다.


후춘화 부총리는 이어 “중국은 높은 수준의 국제 경제 및 무역 규칙을 벤치마킹해 더나은 비즈니스 환경을 만들겠다”며 “외국인 투자자의 시장접근을 완화하고 토지와 전력공급도 보장할 것"이라는 약속도 했다.


시진핑 주석도 지난 6월 9일 저장성 닝보에서 개최된 ‘제2회 중국-중동유럽(CEEC) 박람회 및 국제 소비재 박람회’ 개막식에 축하 서한을 보내 상호 협력과 상생이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시주석은 또한 해외에서의 중국 이미지를 개선하겠다면서 ‘전랑(늑대전사)외교’ 포기 발언도 했다. “국제무대에서 중국을 이해하는 친구들을 많이 만들기 위해선 겸손하게 세계와 소통해야 하고 사랑받을 만하며 신뢰할만하며 존경받을 수 있는 외교정책을 구사해야 한다”면서 그렇게 지시한 것이다.


[앞뒤 다른 중국, 글로벌 기업들에 대해 통제 강화]


그러나 중국 당국의 이러한 글로벌 기업 달래기에도 불구하고 실제 행동은 180도 다르게 나타나 글로벌 기업들을 더욱 실망시키고 있다.


지난 11월 25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중국 시장이 한때 14억 소비자를 둔 매력 넘치는 시장에서 점차 변화하고 있다”며 “일부 기업들이 철수를 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을 떠나는 이유는 검열 강화 등 사업 환경이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더불어 “공동부유 정책 기조 아래 기업들에 대한 광범위한 압박이 이뤄지고 있는데, 중국의 가장 영향력 있는 많은 기업들은 지난 1년 동안 규제에 직면했고, 기업들은 기부금을 크게 늘리며 몸을 바짝 낮추고 있다”고도 했다.


또한 지난 11월 22일에는 중국 정부 당국이 “대만 독립을 지지하며 중국에서 돈을 버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중국이 유지해 온 정경(政經) 분리 원칙을 사실상 폐기해 파문이 일었다.


이는 시진핑 주석이 1999년 대만과 가까운 푸젠성 성장 대리로 승진한 직후 대만 기업인들에게 “양안 관계에서 어떤 일이 발생해도 성 정부는 법에 따라 대만 기업의 정당한 이익을 보호할 것”이라고 했던 말을 완전히 뒤집은 것이라서 충격이 컸다.


이렇게 되면 대만에서 기업활동을 하게 되면 언제든지 중국 정부 당국으로부터 제재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글로벌 기업들은 또다시 움츠릴 수밖에 없었다.


중국에 투자한 한 기업인은 “과거 중국 공산당 간부들에게는 투자 유치가 최우선 과제였지만 이제는 돈을 좀 손해 보더라도 핵심 이익을 선명히 밝히는 게 중요해진 것 같다”며 “반도체 등을 둘러싸고 미·중이 본격적으로 경쟁할 경우, 중국이 자신의 ‘발전 이익’을 앞세워 미국에 협조적인 외국 기업에 대해 직간접적인 제재를 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고 했다.


이런 관점에서 중국 주재 미국상공회의소 ‘암참 차이나’가 “중국 정부는 반독점을 핑계로 미국기업 인수병합을 보이콧하고, 중국의 지방 정부는 외국 기업을 더욱 배척하고 있다”고 비난했던 것이다.


이렇게 탈중국은 기업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이 행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글로벌 시장 때문에 지금의 중국이 이룩될 수 있었지만 이젠 세계 패권 장악이라는 욕심 때문에 자신들의 성장기반인 글로벌 시장을 내쫓는 우를 범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진짜 중요한 것은 자신들이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모르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니 중국의 미래가 어떨지 더 이상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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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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