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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곰돌이 푸 잡는 시진핑’, ‘중국이 분노하는 이유? - 곰돌이 푸, 시진핑 조롱할 때 쓴다는 이유, 중국서는 금기어 - 이탈리아 전시회에 中 전시불가 압박했지만 거부당해 - 이탈리아에서의 곰돌이 푸, 상징성 크다
  • 기사등록 2021-12-03 13:59:38
  • 수정 2021-12-03 15:0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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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곰돌이 푸 잡는 시진핑’. 이탈리아에서 열린 전시회에 중국이 분노하고 있다. [사진=바디우차오]


[‘곰돌이 푸 잡는 시진핑’… 伊, 中반대에도 전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캐릭터인 ‘곰돌이 푸(Winnie the Pooh)’ 때문에 중국과 이탈리아가 한판 붙었다.


“중국의 현대 미술가이며 반체제 예술가인 바디우차오(巴丢草, Badiucao)가 중국 내 인권 문제를 주제로 이탈리아 북부 브레시아에서 ‘중국은 가깝(지않)다―반정부 예술가의 작품들(China is (not) near - works by a dissident artist)’이라는 제목으로 개인전을 지난 11월 13일 열려 했으나 중국이 이탈리아 정부에 압박을 가해 전시를 중단시키려 했지만 결국 그러한 시도가 무산되었다”고 11월 3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이 보도했다.


브레시아 시립미술관은 바디우차오의 회고전에 미국 애니메이션의 캐릭터인 '곰돌이 푸'가 등장하는 회화도 전시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곰돌이 푸’가 시 주석과 외모가 비슷하다는 이유로 중국 당국이 금기시하고 있고, 외국에서 시진핑 주석을 조롱할 때 쓰는 용어라는 이유로 중국 정부가 이탈리아 로마 소재 대사관을 통해 브레시아 시장에게 “해당 작품들은 반중국적 거짓말로 가득 차 있다”며 “사실을 왜곡하고 허위 정보를 퍼뜨리며 이탈리아 국민을 오도하는 동시에, 이탈리아 국민 감정을 심각하게 손상시킨다”는 서한을 보내면서 전시를 중단해 주도록 압박을 가했다.


심지어 “전시를 강행한다면 이탈리아와 중국의 우호적인 관계도 위협할 것이며 이탈리아의 대중국 무역에도 불행한 사태가 올 수 있을 것”이라며 은근한 경제적 위협까지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브레시아 시청과 전시 주최 측은 “전시가 중국의 그림자를 조명하는 것은 사실이나 사회 문제 비평은 예술의 순기능”이라면서 “언제나 표현의 자유를 옹호한다”는 내용의 답신을 보낸 후 예정대로 전시를 강행했다.


그런데 중국 당국이 공식적으로 항의하고 이를 거부하는 일련의 사건으로 인해 오히려 바디우차오의 중국 관련 전시회는 이탈리아 국민들의 관심을 집중시키면서 화제가 되었다.


[도대체 어떤 내용들이 전시되었길래?]


그렇다면 이탈리아에서 열린 바디우차오의 전시회에는 어떤 그림들이 걸렸길래 중국 정부 당국이 외교적 문제까지 삼으면서 저지하려 했을까?


가장 눈에 띄는 작품이 바로 총을 든 시진핑 주석 앞에 만화 캐릭터 '곰돌이 푸'가 눈이 'X'자 모양으로 된 상태로 엎드려있는 그림이다. 현재 이 그림은 중국의 소셜 미디어에 확산돼 많은 중국인들의 공분을 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코로나19의 외부 공개를 주도한 의료진 중 한명인 리원량에게 헌정하는 그림이나 시위대를 진압하는 경찰 등을 묘사한 그림도 있고, 2022년 예정인 베이징 올림픽을 주제로, 폐쇄회로(CC)TV 위에 스노우보드를 타는 사람을 그리는 등 중국의 감시체제를 비판하는 듯한 그림 등도 전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늑대의 꼬리를 단 채 음흉한 표정을 하고 뒷짐을 지고 있는 모습의 푸 옆으로는 '전랑'(戰狼, Wolf Warrior, 늑대전사·무력과 보복 등 공세적인 외교를 지향하는 중국의 외교 방식)이라는 글자가 써 있는 그림도 있고, 홍콩의 민주주의를 단절시킨 주역인 캐리람 행정장관을 희화화한 초상화도 있다.


이러한 회화 작품 외에도 1989년의 잔혹한 천안문 사태 이후 중국 인민해방군 병사들에게 주어졌다는 시계를 은유하는 64개의 시계 작춤도 있고, 흔들의자로 된 고문장치도 전시되어 있다.


[“곰돌이 푸는 억울하다!”]


‘곰돌이 푸’는 유명한 디즈니의 애니영화 주인공이다, 최근들어 가장 기억에 남는 영화로는 지난 2018년에 개봉된 ‘곰돌이 푸, 다시 만나 행복해'가 있다.



그런데 이 영화는 곰돌이 푸가 '가족과 나 자신의 행복에 집중하라'는 메시지를 던져 주면서 많은 이들에게 신선한 감동을 던져 주기도 했다.


특히 이 영화는 가족 영화를 표방하지만 3040 성인들에게 엄청난 감동을 주면서 화제를 끌기도 했다. 곰돌이 푸가 단순한 어린이용 캐릭터가 아니라 어른들의 멘토로 돌아온 것이다.


그렇게 서방진영 세계에서 상당한 호감을 가지고 있는 곰돌이 푸가 정작 중국에서는 절대 입밖으로 내서는 안될 금기어다. 이 곰돌이 푸를 서방 세계에서 시진핑 주석을 조롱할 때 쓴다는 이유 때문이다.


시진핑 주석은 ’곰돌이 푸‘에 빗댄 ‘시니더푸(Xinnie the Pooh)’라는 별명이 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닌 10월 26일, “이 비교가 시 주석을 화나게 해 묘사가 중국에서 금지됐다”고 보도했다.


시진핑 주석이 ‘곰돌이 푸’에 빗대지기 시작한 것은 2013년 미국 방문 때부터다. 당시 시 주석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나란히 걷는 모습이 마치 푸와 푸의 친구 호랑이 티거와 비슷해 크게 관심을 모았다.


이후 중국 당국은 푸가 등장하는 콘텐츠를 검열하는 등 민감한 반응을 보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2018년에는 중국에서 푸가 나오는 디즈니 영화 '크리스토퍼 로빈'의 상영이 불허되기도 했다.


사실 시진핑 주석과 곰돌이 푸를 비교해 보면 상당히 닮은 부분이 많다. 그래서 서방진영에서 시진핑 주석을 조롱할 때 곰돌이 푸를 차용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10월 미국 프로농구리그 NBA 스타 에네스 칸터가 연일 SNS에 '곰돌이 푸'가 그려진 신발 사진을 올리면서 중국 정부를 공개적으로 비판한 바 있다. 그는 실제로 10월 24일 열린 휴스턴 로케츠와의 경기에서 이 농구화를 신었다.


칸터가 트위터에 공개한 농구화 이미지를 보면, ‘자유중국’과 ‘중국을 자유롭게(Free China)’가 각각 한자와 영어로 쓰여 있다. 반대편에는 천안문 시위 진압을 비꼬는 일러스트와 칸터가 ‘곰돌이 푸’의 머리를 들고 있는 일러스트가 들어갔다.


그러면서 칸터는 자신의 트위터에 “중국 정부에 대한 나의 메시지는 티베트 독립”이라는 메시지가 담긴 영상을 올렸다. 그는 “잔혹한 독재자 시진핑과 중국 정부는 봐라. 티베트는 티베트인들의 것”이라고 적었다.


칸터가 중국을 비판하자 중국 당국은 즉각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서 칸터에 대한 검색이 되지 않도록 조치했다. 그리고 중국 최대 스트리밍 업체 텐센트는 보스턴과 뉴욕 경기의 생중계를 중단하기도 했다.


또 지난 4월에는 미얀마에서는 반중감정이 확산되면서 '곰돌이 푸 ' 가면을 쓴 시위대가 '보이콧, 메이드 인 차이나'라고 쓰인 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이는 일이 있었다.


이뿐 아니다. 지난해 9월에는 중국과 국경 문제로 갈등 중인 인도에서 '곰돌이 푸' 캐릭터로 시진핑 주석을 조롱하는 정치 풍자 애니메이션이 등장해 화제를 모은 적도 있다.


그것도 인도 유력 미디어인 인디아투데이그룹이 9월 하순부터 아예 뉴스 채널과 유튜브 등을 통해 이와 관련한 애니메이션을 내보내 더욱 주목을 끌었다.



이 언론사의 정치 풍자 애니메이션 코너 '소 소리!'(So Sorry!)를 통해 소개된 이 영상은 시 주석이 느긋하게 차를 마시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잠시 후 시 주석은 모디 총리가 중국산 앱을 파괴하는 장면을 보고 화를 낸다. 분노를 참지 못한 시 주석은 '초록색 괴물' 헐크로 변신할 수 있는 물약을 꺼내 마시고 곧이어 몸이 커지기 시작한다.


그러나 갑자기 헐크는 곰돌이 푸로 순식간에 바뀌고 만다. 푸는 변신에 실패한 상황에 좌절하고 푸의 손에는 '메이드 인 차이나'라고 쓰인 물약이 들려 있는 장면이 나온다.


이러한 영상은 시진핑 주석이 인도의 반중정서를 반격하려 했지만 하자가 있는 중국산 제품 때문에 뜻을 이루지 못한다는 듯한 의미를 담고 있었던 것이다.


'소 소리!'는 지난 2020년 6월에도 시 주석을 등장시켜 조롱한 바 있다. 당시에는 용을 탄 시 주석이 코끼리와 사자를 동원한 모디 총리에게 수모를 당했다. 시 주석의 용은 애니메이션에서 샤오미 등 중국산 제품으로 공격하지만 모디 총리가 이를 물리치는 내용이다.


[바디우차오(巴丢草)는 누구?]


그렇다면 중국을 발끈하게 만든 바디우차오는 과연 어떤 존재일까?


중국 상하이에서 태어나 대학에서는 법을 공부했던 바디우차오는 현재 35살로 10년 넘게 호주 멜버른에 망명 중이다.


지난 2011년 대만에서 천안문 민주화 사태 제작물을 보고 충격을 받은 후 정치 만화를 그리기 시작한 바디우차오는 중국을 비판하는 정치만화와 풍자 회화를 그려오고 있다.


그런데 바디우차오의 그러한 그림이 중국입장에서는 내용도 내용이지만 등장하는 인물들까지 불편하기 짝이 없다. 시진핑 주석은 물론이고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을 포함한 중국 고위 관료들 상당수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난 2018년에 홍콩에서 열리려던 전시회가 중국 공안의 구금·체포 위협 속에 취소되기도 했다.


[이탈리아에서의 곰돌이 푸, 상징성 크다]


그런데 여기서 하나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바디우차오와 손을 잡고 전시회를 개최한 나라가 이탈리아라는 점이다.


이탈리아는 전통적으로 중국 친화적 국가였다. 그래서 G7 국가이면서도 중국과 일대일로 참여국이기도 했다. 그러나 드라기 총리가 입각한 이후 이탈리아의 대 중국 태도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지난 6월에는 드라기 총리가 일대일로의 참여를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그러한 이탈리아에서 이번에 바디우차오의 전시회가 열렸다는 것은 상당한 상징적 의미가 있다. 이번 전시회가 물론 브레시아라는 지방자치단체가 결부된 것이기는 하지만 중국 정부가 당연히 국가차원에서 이탈리아 정부에게도 항의하고 또 전시회의 진행을 방해하려 했겠지만 그러한 중국 정부의 시도 자체가 무산되었다는 점이다.


그만큼 이탈리아를 포함해 유럽사회내에서의 반중정서가 강해지고 있으며, 이젠 중국의 위협과 압박도 통하지 않은 시대로 옮겨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래저래 곰돌이 푸를 주제로 한 바디우차오의 전시회가 중국이 처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


바디우차오의 전시회는 내년 2월까지 계속된다. 바디우차오는 11월 30일 자신의 트위터에 "비판이 멈출 때 민주주의는 죽는다"라고 썼다.


이렇게 중국은 절대 누릴 수 없는 표현의 자유가 어떻게 '민주주의'를 지켜내는지, '민주주의'는 또 어떻게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는지를 직접 증명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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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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