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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스포츠계, 중국 필요 없다”, 거대한 변화 시작 - 스포츠계, "中과 손잡고 일하는 것에 대해 깊은 회의감" - 펑솨이 사건이 던진 ‘스포츠계에서의 중국퇴출’ 움직임 - ‘차이나 리스크’가 이젠 ‘차이나 보이콧’으로 이어져
  • 기사등록 2021-11-30 20:35:06
  • 수정 2021-12-01 07:5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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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 “과연 스포츠계는 여전히 중국이 필요한가” 문제 제기]


전 세계에 중국 리스크(China Risk)가 확산되면서 내년 2월의 베이징 동계 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 가능성이 크게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차제에 스포츠계에서 중국을 아예 배제하자는 움직임이 일어나 주목을 끌고 있다.


▲ 지난 11월 24일(현지시간) 뉴옥타임스의 기사


지난 11월 24일(현지시간), 미국의 뉴욕타임스(NYT)는 “과연 스포츠계는 여전히 중국이 필요한가”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중국이 한때는 전 세계 스포츠의 엘도라도 같았지만 중국에 대한 세계인들의 분노가 확산되면서 중국에서 글로벌 스포츠계가 선택의 기로에 놓여 있다”면서 “중국이 큰 시장이기는 하지만 나머지 세계가 중국보다 더 큰 시장이기 때문에 스포츠계가 중요한 결단을 내려야 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NYT는 이어 “글로벌 스포츠계는 중국 시장의 가능성을 보고 그동안 정치적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깊은 연관을 맺어 왔다”면서 “그러는 사이에 국제 스포츠계는 중국에 고개를 숙이는 일들까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단순하게 중국 시장에서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 국제 스포츠계는 자존심을 팔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에 중국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사건들을 보면서 과연 글로벌 스포츠계가 중국에서 사업을 지속하는 것이 과연 합당한가?”라는 새로운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펑솨이 사건이 던진 ‘스포츠계에서의 중국퇴출’ 움직임]


그 본격적인 계기가 바로 세계적인 테니스 스타이면서 중국 관영언론에서 ‘우리의 중국 공주’로 칭송받았던 ‘펑솨이(彭帥)의 미투 사건’이다. 그녀는 지난 11월 2일, 국가 지도자급 인사한테 성폭행 당했다는 사실을 SNS에 올려 세상을 놀라게 한 바 있었다.


문제는 이 사건이 발생한 직후 중국 당국이 행한 처사다. 펑솨이의 SNS 계정은 곧바로 차단되었으며 펑솨이는 세계 스포츠계가 그의 안부를 궁금해 했지만 그의 생사를 포함해 아무런 정보를 얻지 못했다. 사실상의 실종상태였던 것이다.


그러다가 펑솨이 문제가 ‘베이징 올림픽 보이콧’ 운동으로까지 확산될 가능성이 보이자 중국 당국은 부랴부랴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토마스 바흐 위원장이 펑솨이와 22일 영상통화를 하도록 주선하면서 비로소 그녀가 살아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당시 IOC는 “약 30분 동안 이어진 통화에서 펑솨이가 ‘베이징(北京) 자택에서 안전하게 지내고 있으며 사생활을 존중받고 싶다’고 말했다”며 “그는 현재 친구 및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길 원하며, 앞으로도 테니스를 계속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이러한 IOC의 태도에 대해 국제 스포츠계와 국제인권단체는 분노했다. 우선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중국 테니스 스타 펑솨이의 안전을 확인한 IOC도 중국 인권침해의 공범 역할을 했다”고 비난했다.


소피 리처드슨 HRW 중국 담당 국장은 24일(한국시간) 기자회견에서 “IOC가 중국의 인권침해에 대해 적극적인 공모 역할을 했다”면서 "IOC는 사람이 어떠한 희생을 치르더라도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순조롭게 개최하는 데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한마디로 펑솨이의 미투 폭로에 대해 진실 여부를 캐는 노력은 전혀 하지 않고 있으면서 그저 베이징 올림픽 보이콧 확산을 막으려는 중국 당국의 계책에 IOC가 이용당했다는 것이다.


국제인권단체뿐 아니라 스포츠계에서도 중국 비판이 나왔다. 그 대포적인 단체가 바로 펑솨이가 소속되어 있는 여성테니스협회(WTA)다. WTA는 여자프로테니스 대회를 총괄하는 단체로 펑솨이의 미투 폭로 이후 줄곧 펑솨이와 연락을 시도했으나 연결이 되지 않는다고 언급한 바 있었다.


그러자 WTA는 해시태그 #펑솨이는어디에(#WhereIsPengShuai)를 SNS롤 통해 확산 시키는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 심지어 각국 정부에 유엔까지 동참했다.


결국 중국당국이 더 이상의 확산을 막기 위해 IOC 바흐 위원장과 화상통화를 하게 된 것인데 이에 대해서도 WTA는 강력한 문제제기를 했다. “펑솨이의 생사여부는 확인되었지만 그가 건강하고 검열이나 강압 없이 의사소통할 수 있는 상황인지를 두고 WTA의 걱정을 줄이거나 해소하지 못했다"고 밝힌 것이다.


WTA 대변인은 이어서 "IOC와의 통화는 우리의 요구 사항을 바꾸지 않는다.”면서 “우리가 원하는 것은 펑솨이에 대한 검열이 없는, 성폭행 문제 제기에 대한 완전하고 공정하며 투명한 조사"라고 주장했다.


스티브 사이먼 WTA 회장은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도 "비즈니스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면서 “여성은 존중받아야 하고 검열당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WTA가 이렇게 강력하게 중국에 대항하면서 불신을 제기하는 이유는 이번 펑솨이의 인터뷰 자체가 펑솨이의 개인 의도가 아닌 중국 당국에 의해 강요된 것이라 보기 때문이다. 그만큼 펑솨이의 신변이 자유롭지 않다고 본 것이다.


WTA는 “펑솨이가 중국테니스협회(CTA)와는 악연이 있어서 전혀 신뢰하지 않는다”면서 “그런데 이번 IOC 바흐위원장과 펑솨이의 인터뷰는 펑솨이가 신뢰하고 의지하는 WTA를 전혀 거치지 않고 CTA가 직접 나서 펑솨이와 직접적 관계가 없는 국제테니스연맹(ITF)를 거쳐 IOC 바흐위원장과 연결됐다”고 지적했다.


결국 펑솨이와 IOC 바흐위원장과의 영상통화는 펑솨이 개인 의견과는 무관하게 중국당국이 강제적으로 영상통화를 요구한 것이고, 팡솨이는 신변 안전 때문에 바흐 위원장과 영상통화를 할 수밖에 없는 처지라고 WTA는 추정하고 있는 것이다.


[NBA도 중국에 고개 숙였는데 WTA는 왜?]


미국의 자존심이기도 한 NBA나 영국의 프리미어리그, 그리고 포뮬러원 자동차 경주대회까지 모두 중국에서 수백만 달러의 파트너십을 맺고 중국의 비위를 맞추고 있는데 왜 유독 WTA는 중국에 왜 이렇게 강경하게 맞서는 것일까?


NYT는 이날 기사에서 “IOC마저도 상당한 이권을 보장하는 중국의 눈치를 보면서 펑솨이 사건을 잠재우기 위해 거들었다”면서 “그러나 중국을 향한 세계적인 여론이 앞으로 중국에 대한 분위기를 바꿀 수도 있을 것”이라 내다봤다.


그러면서 “퓨리서치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67%의 미국인들이 중국에 대해 부정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2018년의 46%에서 대폭 증가한 것”이라면서 “이러한 추세는 다른 민주주의 국가들에게서도 공통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했다.


그런데 선수의 신뢰가 있어야만 유지되는 WTA는 단체의 경제적인 이익만 보지 않고 WTA가 선수 뿐 아니라 세계인들의 신뢰를 얻기 위한 방향으로 중대한 결단을 내렸다는 것이다.


베이징 소재 차이나 스포츠 인사이더(China Sports Insider)의 스포츠 분석가인 마크 드레이어(Mark Dreyer)도 “WTA의 중국과의 대립은 중국과 서방 경쟁국들 사이에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그들 아니면 우리’의 심리가 고조되고 있음을 나타낸다”고 NYT에 말했다.


쉽게 표현하자면 전 세계 스포츠계에서 ‘중국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우리도 있다’면서 “중국의 시장보다 서방진영의 시장이 훨씬 더 크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칫 중국 눈치보다가 더 큰 시장을 잃을 수도 있다는 경고를 한 것이다.


그래서 일부 전문가들은 “WTA가 중국에 정면 대응하는 것은 이례적인 결정을 내린 것이 아니라 글로벌 스포츠계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예측까지 내놓고 있다.


그래서 드레이어는 “WTA의 위협이 다가올 대결의 신호로 작용할 수 있으며 이 경우 중국이 패할 수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프랑스 리옹에 있는 국제 스포츠 비즈니스 사이먼 채드윅(Simon Chadwick) 교수도 NYT에 “WTA가 중국에 대해 강력한 대응을 고려하는 것은 중국과 서방국가 진영과의 사이에서 벌어지는 ‘레드라인’을 반영하는 것으로 스포츠에도 어쩔 수 없이 정치와 사회 이데올로기가 반영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 내다봤다.


그도 그럴 것이 중국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인권 침해 문제나 자유민주에 대한 탄압을 뻔히 보면서도 그저 돈에 눈이 어두워 중국과 손을 잡는 것 자체가 중국이 그러한 악한 행동을 지속하도록 돕는 셈이 된다는 의미다.


사실 WTA가 중국과 강경 대치를 이어간다면 잃을 것이 상당히 많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WTA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계기로 중국에서 여성 테니스 인프라가 발전하면서 중국 진출 가능성을 타진해 왔다. 그래서 WTA는 아시아 본부를 베이징에 세웠던 것이다.


WTA는 2019년 중국 선전에서 'WTA 투어’를 개최했는데 당시 총상금이 무려 1,400만 달러나 되었다. 이는 같은 해 영국 런던에서 열린 남자프로테니스(ATP) 파이널에 걸린 900만 달러보다 규모가 클 정도였다.


그만큼 WTA가 중국 시장에서 가능성을 봤고 그래서 2021년 파이널 장소를 멕시코로 옮기기로 한 9월 WTA 발표 당시까지만 해도 WTA는 2022년부터 2030년까지 선전으로 돌아간다는 방침을 세우기까지 했던 것이다.


그런데 WTA는 이러한 모든 경제적 이득까지도 포기할 수 있다는 결단을 내렸다. 스티브 사이먼 WTA 사무총장은 NYT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펑솨이의 주장에 대한 독립적인 조사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WTA는 중국 내 활동을 중단할 것이고 철수하는 것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사이먼 사무총장은 그러면서 “WTA는 이러한 결정으로 인해 많은 손실이 불가피하지만 그럼에도 이러한 판단이 100% 옳은 것이라 확신한다”고 했다.


[비난받는 IOC]


반면 당장의 이익을 따르고 있는 IOC에 대해서는 비난이 폭주하고 있다. 물론 IOC는 기본적으로 '모든 정치적 논쟁을 배제'하고 '어느 국가와도 척을 지지 않는다'는 입장을 유지해 오고 있다. IOC의 대화 상대는 선수가 아니라, 국가별 올림픽 위원회(NOC)다. 그러다보니 IOC가 특정 국가의 문제에 대해 애매한 태도를 취하는 와중에 선수 개인의 안전은 무시되는 일들이 종종 발생하고 있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지난 8월의 도쿄 하계 올림픽 당시 벨라루스의 육상 선수 크리스치나 치마노우스카야가 선수단을 비판했다가 트랙에 서지 못하고 납치당할 뻔 했던 일이다. 결국 그는 망명길에 올랐지만 IOC는 이 사건에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해 비난을 받았었다.


올림픽 헌장 6조는 올림픽 대회를 "국가 간의 경쟁이 아닌 선수 간의 경쟁"이라고 분명히 규정하고 있지만 IOC는 국가간의 경쟁을 더 중시하면서 선수에 대해서는 무관심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시진핑의 공산당 1당 독재, 스포츠계도 中 손절]


NYT는 이 기사의 마무리에서 “이젠 유럽의 프로축구에서도 중국에 과도하게 기대하는 것에 대해 냉랭하게 바라보기 시작했다”면서 “정치적 긴장이 고조되고 세계적 중국 기업들의 부침이 심각해지면서 이젠 스포츠 마케팅 업계도 중국보다 미국과 유럽에 더 집중하게 되었다”고 썼다.


“중국 기업인 쑤닝(Suning)의 위기로 이탈리아의 인터밀란이 흔들리고 있으며, 영국에서는 프리미어 경기의 중국내 중계를 맡았던 방송 파트너가 제대로 돈을 지불하지 않으면서 심각한 문제를 겪기도 했다”면서 “이제서야 중국과 손을 잡고 사업하기가 아주 어렵다는 것을 서구 사회가 깨닫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시진핑 치하의 중국이 갈수록 민족주의 성향을 강화시키면서 중국의 스포츠까지도 정치가 깊이 배어들었다”면서 “전 세계를 반겼던 과거의 중국이 아니다”라고 일갈했다. 당연히 이젠 스포츠 업계도 중국과 손절할 때가 왔다는 것이다.


이렇게 이젠 스포츠계에서도 중국 축출 운동이 확산될 조짐이 일어나고 있다. ‘차이나 리스크’가 이젠 ‘차이나 보이콧’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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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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