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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터키의 신돌궐제국 구상, 중국은 왜 긴장할까? - 신돌궐제국, 중국에게는 역사적 악몽 되살리는 계기될 수도 - 당장 신장 위구르 독립운동 불지피는 계기될 것 - 中, 동쪽으로는 미국, 서쪽으로 돌궐제국과 대항한다면 치명적
  • 기사등록 2021-11-30 13:37:49
  • 수정 2021-11-30 15: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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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의 신돌궐제국 구상, 도대체 뭐길래?]


터키가 중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최근 터키가 카자흐스탄, 아제르바이잔,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등으로 구성된 '투르크어사용국기구'(Organization of Turkic States·OTS)가 출범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투르크어사용국기구'인 OTS는 사실상 6세기 중엽인 약 1500여년전부터 약 200년 동안 내몽골에서 흑해에 이르기까지 유라시아 지역 1000만㎢를 지배한 돌궐(突厥)이 1500년만에 부활한다는 점에서 앞으로 중앙아시아 지역의 지정학적 변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여기서 돌궐이란 원래 발음인 투르크(Turk)를 한국식 한자음으로 음차한 명칭이다.


돌궐은 6세기와 8세기 사이에 오늘날 내몽골에서 흑해에 이르기까지 유라시아 지역 동서남북에 걸쳐 1000만㎢가 넘는 광대한 제국을 건설했던 민족이다.


지난 12일 터키 이스탄불에서 공식 출범한 '투르크어사용국기구'인 OTS는 원래 2009년 10월 설립된 투르크 평의회(Turkic Council)를 모체로 한다.


터키와 카자흐스탄, 아제르바이잔, 키르기스스탄 등 4개국 연합으로 출범했던 투르크 평의회는 2019년에 우즈베키스탄을, 2020년에는 헝가리가 가입해 회원국이 5개국으로 늘었다. 그리고 올해 이스탄불 정상회의에서는 투르크메니스탄이 각각 참관국 자격으로 합류했다


이 OTS 회원국을 전부 합치면 인구만 1억6000만 명이고, 국토 면적은 450만㎢, 국내총생산(GDP) 합산 규모는 1조5000억 달러(약 1780조원)에 달한다.


그런데 이 OTS를 만든 이는 이 지역의 맹주를 꿈꾸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다.


지난 11월 12일 열렸던 이스탄불 정상회의에서는 2040년까지 외교정책과 지역안보, 경제 부문에서의 협력을 강화하기로 하는 내용이 담긴 '투르크어사용국 월드비전 2040'이란 명칭의 성명을 채택했다.


[중국이 OTS 출범에 긴장하는 이유?]


투르크어 사용국 간 연대를 강화하는 OTS가 공식 출범하자 중국은 바짝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분리 독립을 놓고 중국 중앙정부와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으며, 인권 탄압 문제로 주목을 받고 있는 신장 위구르 자치구 주민도 대부분 투르크계이기 때문이다.


사실 위구르족은 대부분 이슬람 교도여서 종교적으로나 언어적, 민족적으로 OTS회원국과 한 뿌리이기 때문이다. OTS입장에서는 당연히 위구르족의 해방에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고, 또 언어적 동질성과 민족주의적 연대를 통해 과거의 영화를 재현하려는 OTS의 행보는 당연히 신장 위구르의 독립을 추구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중국이 바짝 긴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중국 관영매체인 환구시보의 영문판 글로벌타임스는 지난 11월 16일 "투르크 평의회의 명칭을 OTS로 바꾼 것은 범 투르키즘의 부상을 상징한다"며 "OTS는 특히 극단적 민족주의의 부상을 부추길 수 있으며 이는 민족간 분쟁을 심화시켜 지역의 안정과 안보를 해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중국이 OTS의 출범에 신경 쓰는 진짜 중요한 이유가 또 있다. 바로 과거의 역사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중국에게 엄청난 위협을 끼쳤던 북방민족은 흉노(匈奴)였다. 흉노족은 춘추전국시대를 거쳐 최초 통일 왕조인 진(秦), 다음을 이은 한(漢)나라에게 까지도 엄청난 공포의 대상이었다.


그런데 이러한 흉노족을 넘어서는 또다른 공포대상이 바로 몽골이었다. 이들은 중국 땅에 아예 원(元)나라를 세워 운영하기도 했다. 나중에 청(淸) 왕조가 서북지역을 정복함으로써 두려움의 근원을 없애기는 했지만 그 후환은 아직도 남아 있다.


중국 서북지역에서 큰 활약을 펼치던 돌궐(突厥)이 중앙아시아와 지금의 터키 지역에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OTS는 바로 그 돌궐국가의 연합이라 할 수 있다.


한때는 수나라의 수도 장안을 점령하고 조공을 받았던 서역(西域) 비단길의 지배자이기도 했다. 그리고 중국이 통일국가로 강성해졌을 때는 고구려와 손을 잡고 중국에 맞서기도 했었다.


745년 후돌궐이 멸망할 때까지 약 200년에 걸쳐 돌궐의 침입에 시달려야 했던 중국은 이런 역사적 배경 때문에 돌궐족이 새로 뭉쳐 ‘돌궐제국 시즌2’를 준비한다는 소식에 두려움과 경계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돌궐제국 시즌2’인 OTS. 이러한 돌궐 국가의 연합을 통한 힘의 확대는 중국에게 여러 가지 신경을 쓸 수밖에 없도록 만든다. 당장 신장 위구르 지역의 독립운동 촉발 및 부추김도 문제지만 돌궐국가연합이라는 OTS가 힘을 얻게 되면 중국으로서는 미국과의 정면 충돌에 이어 돌궐국가연합과도 새로운 전선을 형성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또 하나, 중국이 OTS의 출범에 신경을 쓰는 이유는 이들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전통적인 실크로드의 중심국이자 중국이 추구하는 일대일로(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핵심 통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자칫 이들 국가와 외교적인 문제라도 생기게 되면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은 엄청난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


이런 측면에서 돌궐제국 시즌2에 해당하는 OTS국가들에 대해 중국이 그동안 ‘갑(甲)’의 입장에서 힘의 우위를 과시해 왔다면 이들 OTS국가들의 연합 강도가 강력해지면 질수록 중국이 오히려 을(乙)의 위치로 전락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점 역시 중국에게는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는 요소다.


[중앙아시아의 술탄 자리 노리는 에르도안]


여기서 하나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터키의 에르도안이 OTS 창설을 밀어붙이는 이유다. 한마디로 에르도안은 미국-중국-러시아 등이 지배하는 강대국 중심의 세계에서 또다른 자신들만의 리그를 만드는 것을 꿈꾸고 있다.


그러한 고리가 바로 투르크, 곧 돌궐인 것이고, 그 돌궐제국 시즌2인 OTS에서 술탄의 자리를 노리고 있는 것이다.


사실 터키의 에르도안이 OTS를 만들고 이들 세력의 강화를 노리게 된 것은 터키의 EU가입이 서방국가들의 반대로 무산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방향을 돌려 민족의 동질성을 가진 중앙아시아와 사실상 또다른 국가연합을 만들려 한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OTS의 세력 강화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특히 중국은 상당한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중동 전문매체인 알 모니터는 “최근 유럽·미국과의 관계 악화로 외교적 기반이 취약해진 에르도안이 OTS 확대로 존재감을 부각하고 있다”면서 “OTS 회원국 정상들이 언어적·민족적 동질성뿐 아니라 민주주의와 인권, 법치와는 거리가 먼 권위주의적 지도자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이들이 뭉치게 되면 국제사회에서 함부로 컨트롤하기 쉽지 않은 국가연합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한 OTS로 인해 가장 타격을 받게 될 나라는 중앙아시아에 지대한 공을 들여온 중국이 될 수밖에 없다.


더불어 중국의 신장 위구르를 직접 겨냥해 압박을 가한다면 중국은 동쪽으로는 미국과 일본 등의 세력, 그리고 서쪽으로는 돌궐제국 시즌2인 OTS의 압박을 받게 될 것이다.


[OTS 출범에 대한 미국과 러시아의 반응은?]


OTS의 출범에 대해 우선 러시아는 불쾌한 감정이 역력하다. 러시아는 그동안 전통적으로 중앙아시아 지역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해 왔는데, 이 주도권을 터키의 에르도안 대통령이 가져갈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반면 미국의 입장은 참으로 어정쩡하다. 우선 터키가 주도하는 OTS가 신장 위구르 지역의 분리 움직임을 부추겨 중국에 정치적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직간접적으로 지원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면서도 그리 안해도 인권 문제 등으로 미국과 관계가 썩 좋지 않은 터키의 에르도안 대통령이 OTS를 발판으로 더욱 미국에 강하게 맞설 수도 있다는 점에서 에르도안의 행보에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터키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회원국이라는 점, 그리고 터키가 NATO의 도움을 계속 받아야 하고 미국과 갈등하면서도 미국에 의존해야만 한다는 점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이 OTS를 이용해 미국과 정면충돌하는 위험부담을 감수하려 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OTS의 영역 확대와 위세를 떨치기 위해 중국과 정면 충돌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어 보인다.


이렇게 중국은 또 하나의 혹을 붙이게 되는 신세가 되었고, 더욱 더 북서부 지역의 신장지역에서 눈길을 뗄 수 없는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다.


여기에 갈수록 경제적으로 피폐해지고 있는 아프간의 탈레반이 OTS와 어떤 관계를 맺게 될 것인가의 문제도 중국에게는 엄청난 위협 요소로 작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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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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