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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베트남의 돌변, “대 중국 포위망 가세” - 中의 지속적 영토분쟁에 분노한 베트남, 反中 전선 가담 - 일본과 정상회담 갖고 반 중국 공급망 체인 가담도 약속 - 베트남의 반중 가담으로 아세안 국가들에게도 영향 가능성
  • 기사등록 2021-11-29 13:25:15
  • 수정 2021-11-29 15:4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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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일본과 대중 포위망 구축 논의]


사실상 중국의 동맹국이나 다름없었던 베트남이 오히려 중국 포위망 구축에 숟가락을 얹으면서 중국이 당황하고 있다.


지난 22일 일본에 도착한 팜 민 찐 베트남 총리는 24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중국 견제에 한목소리를 냈다고 일본 공영 NHK방송이 보도했다.


지난달 초 취임한 기시다 총리가 일본에서 외국 정상과 회담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회담에서 기시다 총리와 찐 총리는 동·남중국해에서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염두에 두고 법의 지배에 근거하는 국제 질서의 유지·강화를 위해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기시다 총리는 “베트남은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을 실현하기 위한 일본의 중요한 파트너”라고 말했으며, 찐 총리는 “기시다 총리의 취임이 양국 간 우정과 협력에 밝은 미래를 가져올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더불어 일본과 베트남이 가입돼 있는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중국이 가입 신청을 한 것을 계기로 높은 수준의 가입 기준을 유지하기로 뜻을 모았다. 이는 사실상 CPTPP에 가입을 신청한 중국의 회원국 인정을 해 주지 않겠다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CPTPP 가입에는 모든 회원국의 동의가 필요하다.


회담 직후 찐 총리는 “베트남은 역내와 그 너머의 평화와 안정, 개발, 번영을 위해 두 나라의 양자적 관계를 다음 단계로 승화시킬 수 있길 고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찐 총리는 “일본 기업의 서플라이체인(공급망) 다원화에 협력하겠다”고 밝혀 사실상 미국이 주도하는 자유민주주의 진영의 공급망 블록화에 베트남도 참여할 의사를 밝혔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베트남의 이러한 적극적인 우호협력에 일본의 기시다 총리는 “코로나19 백신 154만회분을 25일 찐 총리가 귀국하는 항공기에 실어 보내겠다”며 화답했다.


일본과 베트남 양국 정상은 지난 2일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상견례를 겸한 첫 회담을 실시한 바 있었는데, 결국 이달 들어서만 정상회담이 두 번이나 열린 셈이다. 그만큼 두 나라의 관계가 돈독해지고 있다는 의미다.


아베 전 총리와 스가 전 총리는 취임 후 첫 해외 순방에서도 가장 먼저 베트남을 방문했으며, 찐 베트남 총리는 기시다 총리의 취임 이후 가장 먼저 일본에 초청받았다.


현재 일본은 베트남의 3번째 수출·입 파트너다. 일본 내 베트남인 노동자는 약 44만명(2020년 10월 기준)이며, 전체 외국인 노동자의 25.7%로 1위다. 일본 내 베트남 유학생도 2014년부터는 한국을 제치고, 중국 다음으로 많다. 안보면에서도 베트남은 미·일이 끌어들이고 싶은 파트너다.


[베트남이 일본과의 관계 강화에 나선 이유?]


베트남과 일본이 급격히 가까워지는 배경에는 우선 두 나라가 상호 보완적인 경제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일본은 첨단 기술 등을 가지고 있고 베트남은 값싼 노동력과 부지를 가지고 있어서 그동안 중국이 역할을 해 왔던 ‘세계의 공장’을 대체할 수 있는 첫 번째 유력 후보지다.


이에 따라 일본은 공급망 다변화와 함께 탈중국 공급망 개선을 위한 첫걸음으로 베트남에 공을 들이면서 중국에 펼쳐져 있었던 공장의 베트남 이전을 꾀하고 있고, 반면 베트남은 일본을 중심으로 한 미국 주도의 공급망 체인에 발을 담금으로써 경제적 이익을 노리고 있다.


여기에 아시아 지역 안보 이슈에서도 베트남이 중국의 압박에 의해 남중국해의 자국 영토를 중국에 약탈당했고 지금도 지속적인 위협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베트남과 일본의 공조가 이루어진다면 상호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양국의 우호 관계는 더 깊어질 가능성이 높다.


베트남은 남중국해에서 스프래틀리 군도(Spratly Islands, 베트남명: 쯔엉사 군도, ·중국명: 南沙群島) 등의 영유권 문제를 놓고 중국과 대립하고 있다.


그런데 일본과의 이러한 협력에 먼저 손을 내민 쪽은 베트남이었다. 찐 총리는 23일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일본의 기업, 금융 및 투자 자본이 베트남으로 진입하는 장벽을 낮추는 등 유리한 조건을 만들어 주겠다"고 밝혔다.


찐 총리는 24일에도 일본 기업인들과의 간담회에서도 의약과 도시개발, 철도 건설 사업 분야에서 일본 기업 측의 이익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일본의 자본을 베트남에 유입시켜 상호 윈윈하는 모델을 만들자는 의미다.


그러자 일본도 즉각 화답했다. 기시다 총리는 "호찌민의 하수도 시스템 정비를 위해 108억 엔(약 1,115억 원)의 차관을 제공하겠다"며 "일본에 온 베트남 기능실습생의 생활환경과 사회복지 여건 향상을 위한 노력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일본은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베트남에게 힘을 실어줬다. 두 총리는 회담 직후 공동 성명을 통해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일방적인 행동에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며 "국제질서 유지를 위해 양국은 앞으로 협력을 계속하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일본의 기시 노부오 방위상과 베트남의 판 반 장(Phan Van Giang) 국방장관도 이날 회담을 갖고 양국의 상호 방위전략에 대해 논의하기도 했다.


이러한 상호 공조로 말미암아 베트남은 절실했던 강대국의 외교적 지원을 챙겼고, 일본 역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 등 4개국 안보협의체 쿼드(Quad)의 동남아 영향력 확대라는 이익을 얻은 셈이 됐다.


또한 남중국해 문제 공동 대응의 신뢰를 바탕으로, 함정 등 일본 군수장비를 베트남이 구매하는 것을 승인했다. 이 계약 역시 일본은 실리를 챙기고, 베트남은 중국에 대항할 힘을 손에 얻는 구도를 형성할 수 있게 됐다.


이와 관련해 도쿄 고쿠시칸 대학의 동아시아 문제를 전문으로 하는 국제 관계 교수인 야코프 진버그(Yakov Zinberg)는 25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일본 기사다 총리와 베트남 찐 총리의 이날 회담은 곧 열릴 예정인 기사다 총리와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의 회담에 큰 선물이 될 것”이라면서 “일본과 베트남 정상들 사이에서 논의되고 있는 모든 것이 중국과 관련되어 있고, 중국에 대한 포위망을 형성하기 위한 관계 구축에 집중되어 있다”고 말했다.


또한 템플대학교 도쿄캠퍼스 정치학 교수인 히로미 무라카미(Hiromi Murakami)는 “올해 초 미얀마 군부 쿠데타 이후 미얀마에서 철수한 일본 기업들에게 베트남이 더 중요해졌다”면서 "일본 기업은 베트남에서 확장할 수 있는 큰 기회를 보고 있으며 경제 발전을 통해 베트남 정부가 중국에 더 확고하게 대응할 수 있기 때문에 정부가 이를 장려하고 있다"고 SCMP에 말했다.


[베트남의 돌변, 중국에게는 엄청난 손실]


베트남이 이렇게 일본과 급격하게 가까워진 배경에는 중국의 외교 실패가 도사리고 있다. 일본의 닛케이(NIKKEI)는 지난 9월 13일, “중국의 상당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베트남의 마음을 사로잡으려는 외교적 시도가 불발로 마무리됐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미국의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8월 베트남을 방문하면서 베트남과의 관계 강화를 시도하자 이를 방해하기 위해 곧바로 왕이 외교부장이 동남아 순방 첫 방문지로 베트남을 선택해 상당한 외교적 지원과 함께 협박성 외교까지 펼쳤으나 중국 뜻대로 흘러가지 않음으로 인해 상당한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도 지난 8월 26일, 베트남을 향해 “중국에 대항하는 미국의 전략에 선봉대 역할을 하는 것은 전략적 자살에 해당한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환구시보는 이날 사설에서 “베트남은 동남아 국가중 유일하게 중국과 육지와 바다를 모두 접하고 있고 경제 총규모는 중국의 광시(廣西)장족자치구와 대체로 비슷하다”면서 중국에 경제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베트남이 소위 균형외교를 한답시고 미국과 관계 강화를 하고 있는 것에 대해 강력하게 비판을 했다.


그러나 중국의 이러한 외교적 노력과 협박에도 불구하고 베트남은 완전히 중국에게 등을 돌렸다. 베트남이 이미 중국의 진짜 모습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지난해만 해도 중국은 베트남을 소원하다 싶을 정도로 냉대해 왔다. 올해 초에도 왕이 외교부장이 동남아시아 국가를 순방할 때도 베트남을 제외했다. 또한 3월에도 중국이 미얀마의 정치적 위기를 대응하기 위해 중국 푸젠에서 열린 동남아시아 관계국 회의에도 유독 베트남만 제외시키기도 했다.


그런 빈틈을 미국이 공략하고 나선 것이다.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이 베트남을 방문한데 이어 해리스 부통령까지 베트남에 찾아가 미국과의 관계 강화를 시도했던 것이다.


미국이 특히 아프가니스탄 철군 이후 대 중국 견제 전선 강화를 위한 외교적 노력에 가장 중심에 둔 국가가 바로 베트남이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동남아시아 순방 중에서도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하면서 심혈을 쏟은 곳이 바로 베트남이다. 지난 8월 22일 싱가포르에 도착한 해리스 부통령은 24일 베트남으로 건너가 26일까지 머물렀다. 지난 7월의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 방문 이후 또다시 베트남 다독이기에 나선 것이다.


그러면서 미국이 베트남에게 집중적으로 공략한 것은 중국의 위협에 대한 공동 대응이다. 미국은 아프간 철수의 이유가 바로 중국 때문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이렇게 미국이 외교적 틀을 다잡아준 후 일본이 미국과 조율한 후 베트남에 대해 실질적 혜택을 주기 시작했고, 그 결실이 이번 일본-베트남 정상회담으로 이어졌다고 보면 된다.


결국 베트남이 일본과 준동맹국 수준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는 것은 곧 미국과의 관계도 그만큼 가까워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불어 미국이 주도하는 反중국 글로벌 공급망 계획에 베트남도 참여하기로 했다고 보면 될 것이다.


이렇게 같은 공산당이 지배하는 국가들이면서도 베트남은 중국을 전혀 믿지 않고 오히려 중국의 반대편에 서는 대전환이 이루어진 것이다.


특히 아세안의 핵심 국가이기도 한 베트남이 反중국 라인에 본격적으로 서게 되었다는 것은 주위의 다른 국가들에게까지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중국은 더욱 위기감을 느낄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중국의 외교는 완전 실패했고, 날이 갈수록 고립되어 가고 있다. 그 배경에 중국의 위협에 대한 대응이 자리잡고 있다. 그래서 ‘자업자득’이라 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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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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