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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벼랑 끝에 몰린 중국 반도체, "희망이 없다!" - 중국 반도체 굴기의 희망, 빅펀드 운용에 부패사건 발생 - 칭화유니, HSMC 파산이어 中 유일희망 SMIC까지 미래 없어 - 시진핑 중점 지원에도 불구, 반도체 자급률은 겨우 10%대
  • 기사등록 2021-11-26 21:16:00
  • 수정 2021-11-27 08: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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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까지 몰린 중국 반도체, 희망이 없다!]


미국과 중국간의 패권 전쟁 한 중심에 있는 반도체 경쟁에서 중국이 완전히 코너에 몰리고 있다. 미국의 중국에 대한 반도체 굴기 압박에 정면으로 맞서 2025년까지 반도체 자급률을 70%로 높여 ‘반도체 자립’으로 가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으나 말처럼 쉽지도 않고 중국내 현실도 중국의 의지와는 딴판으로 흐르면서 중국을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부패사건에 휘말린 중국 반도체]


중국에서는 지금 갈 길 먼 반도체 굴기의 발목을 잡은 사건들이 연이어 터지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반도체 자립을 목표로 약 63조원 규모로 조성한 반도체 펀드의 운영 책임자가 휘말린 부패사건이다.


중국 공산당의 반부패 사정 기구인 중앙기율검사위원회는 19일, "가오쑹타오(高松涛·51) 전 화신투자관리(시노IC캐피털 Sino IC Capital) 부총재가 엄중한 위법 혐의로 현재 감찰 조사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중앙기율위가 말하는 ‘엄중 위법 혐의’란 고위직 부패 혐의를 조사할 때 쓰는 표현이라는 점에서 가오쑹타오의 범죄가 엄히 다스려야 할 중범죄에 해당된다는 것이고, 당연히 강력한 처벌을 받게 될 대상임을 의미한다.


2019년 11월부터 중국 정부가 ‘중국 제조 2025′ 목표에 따라 만든 ‘국가제조업전형승급기금’의 총경리를 맡았던 가오쑹타오 부총재는 한마디로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책임지는 핵심 인사, 그것도 자금을 굴리는 인사라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현재 알려진 바로는 가오 부총재가 화신투자관리 재직 당시에 투자를 집행했던 반도체 회사의 내부자 거래 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전해졌다.


가오 부총재가 연관된 화신투자관리는 시진핑 주석의 반도체 산업 육성 계획에 따라 반도체 스타트업과 연구개발(R&D)에 투자하기 위해 만들어진 펀드를 관리하기 위해 2014년 8월 만들어진 회사로 이 회사에 맡겨진 펀드 규모는 중국재정부, 중국개발은행 등 정부 기관과 중국연초, 중국이동 등 국유 기업들이 조성한 387억 위안(약 26조 원) 규모였다.


그런데 이 회사는 트럼프 당시 미국 정부가 중국에 대한 경제적 압박과 반도체에 대한 제재 등을 강화하자 반도체를 개발하는 신생 회사 등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부으면서 펀드자금이 바닥을 드러내자 중국 정부는 2019년 7월 2000억 위안(약 37조 원)을 추가 투입해 2차 ‘빅펀드’를 만들었다.


이렇게 추가로 투입된 펀드를 통해 이 회사는 중국 내 반도체 설계, 첨단 소재·장비 등 약 14만여개의 회사에 투자해 국내 반도체 공급망 구축에 나섰다.


그만큼 이 회사는 중국의 반도체 산업을 살리고 미국을 압도할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한 희망의 등불이었고 시진핑 주석의 간절한 꿈이 담겨 있는 그런 사실상의 정부 직속 기관이었는데, 이렇게 중요한 회사에서 문제가 터진 것이다.


구체적으로 어떠한 부패사건이 있었는지 알려진 것은 없으나 그동안 중국내에서 일어났던 사례를 통해 추정해 보자면, 아무런 능력도 없는 이들이 정부의 반도체 자금을 얻어내기 위해 그럴싸한 사업계획서로 현혹한 후 자금 지원을 받고 나서 먹튀하는 사례들이 왕왕 벌어져 왔는데, 가오 부총재의 부패 사건도 이런 일에 연루되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대표적인 예 중의 하나가 바로 ‘우한홍신(武漢弘芯)’이다. 이 회사는 반도체 1000억위안 사기극으로 더 유명하다. 이 회사는 반도체 개발을 한다고 돈을 끌어 들이더니 결국 올해 2월 말 전체 직원을 해고하고 파산했다.


미국의소리(VOA)는 “지난 해 10월 통계 데이터에 따르면, 중국에서는 1년여 동안 100억 위안급 이상의 반도체 프로젝트 6개(우한홍신, 난징더커마, 청두거신, 산시쿤둥, 구이저우화신퉁, 화이안더화이)가 휴업했다”고 보도했다.


왜 이런 일들이 이렇게 대대적으로 벌어지는 것일까? 중앙정부의 반도체 굴기에 맞춰 전문적인 지식도 없는 지방정부들이 너도 나도 뛰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마치 일반적인 제조회사 하나 만들 듯이 뚝딱 공장을 세우고 또 천문학적인 돈들을 쏟아 붓는다. 여기에는 또 이권과 부패가 함께 엮인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돈을 쏟아 붓는다고 제대로 된 반도체 굴기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칭화유니그룹 등 대형 반도체 회사들의 파산]


중국의 반도체 굴기 희망에 찬물을 끼얹은 사건은 또 있다. 중국의 자존심이라 일컬어 왔었고 반도체산업의 맏형인 칭화유니그룹의 실질적 파산이다. 칭화유니그룹은 지난 7월 9일 베이징의 법원에 파산신청을 한 상태다.


그것도 파산신청을 한 주체가 채권자인 후이상(徽商)은행이라는 점은 아주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 준다. 후이상 은행이 파산 신청을 한 이유는 칭화유니그룹이 작년 말 기준으로 320억 달러(약 36조원)에 이르는 빚이 있는데 “돈을 더 넣어봤자 회생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칭화유니그룹이 칭화대 산하 지주회사인 칭화홀딩스가 지분 51%를 가진 국유기업이라는 점이다. 시진핑 주석이 직접 방문해 힘도 실어줬고, 이 회사의 자오웨이궈(趙偉國) 회장도 일본 신문 인터뷰에서 “10년 내로 세계 5대 메모리 반도체기업이 되겠다”고 자신할 정도로 야망이 컸던 회사였다.


그러나 그러한 거대한 꿈들은 모두가 다 허상이었음이 그대로 드러났다. 자신들의 독자적 기술 자체가 거의 없는 회사였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미국이나 서방국들의 연계가 없는 칭화유니는 그야말로 동네 거간꾼이나 다름없는 속빈 강정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칭화유니는 서방세계의 기업들을 인수합병해서 초거대 반도체 회사로 키워보려고 했으나 때마침 터진 미국과 중국간의 충돌로 모든 꿈이 물거품이 되어 버렸다.


중국 국내외에서 발행 후 갚지 못한 채권이 1000억 위안(약 18조 원) 정도로 추산되는 칭화유니그룹을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그룹이 저장성 지방정부 등과 손잡고 인수하기 위해 중국 정부와 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과연 성사될지도 의문이다. 한마디로 미래가 별로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엔 중국 반도체 산업의 희망으로 포장됐던 중국 우한훙신(HSMC)이 자금난에 빠져 완전 국유화됐다. 그런데 상황이 이렇게 되고 나서 확인된 것은 HSMC가 완전히 정부를 속인 사기집단이나 다름없었다는 점이다. 구형 장비를 최첨단 반도체 장비로 속이고 기술을 부풀려 정부와 민간 투자금을 유치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까지 1년간 이 회사 최고경영자를 맡았다가 회사를 그만둔 대만 TSMC 출신의 반도체 업계 거물인 장상이(蔣尚義)는 퇴임 직후 “HSMC에서의 경험은 악몽이었다”면서 HSMC의 실체를 그대로 보여주어 충격을 준 바도 있다.


[중국 최대 파운드리 업체 SMIC의 암담한 미래]


지난 11월 11일, 중국의 6중전회가 끝난 날 중국과 홍콩 증시를 요동치게 한 사건이 벌어졌다. 중국 최대 반도체 위탁 생산(파운드리) 업체인 SMIC(중국명 中芯國際)의 대만계 이사 3명이 집단으로 사임한다는 발표가 나왔기 때문이다.


지난 2000년 대만계 미국인 장루징(張汝京)이 창업했지만 지금은 중국 정부 측 지분이 50% 이상인 사실상의 국유기업이 된 SMIC는 지난해 매출이 40억 달러의 세계 제5위의 파운드리 업체로 미국의 강력한 제재에도 불구하고 그래도 중국이 유일하게 희망을 거는 회사라고 할 정도로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대만계 이사 3명이 갑자기 줄사임을 하면서 요동을 치고 있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그들 3명이 사실상 SMIC가 이 정도 기술력을 갖게 된 원동력이 된 인물들이기 때문이다.


이날 부회장직과 이사직에서 동시에 사임한 장상이(蔣尙義)는 미국 스탠퍼드대 박사 출신으로 ‘텍사스 인스트루먼트(TI)’에서 일했던 인물로, 1997년 대만 TSMC에 합류해 이 회사의 반도체 제조 기술을 세계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량멍쑹(梁孟松) 공동 사장은 반도체 기술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인물이다.


사외이사 직에서 물러난 양광레이(楊光磊)도 미국 MIT대 링컨연구소 연구원 출신으로, TSMC에서 연구개발 책임자로 일한 적이 있다.


이렇게 SMIC의 핵심 기술인력들이 동시에 물러났으니 중국내에 난리가 난 것이다. 이들이 물러나면 함께 이 회사로 왔던 기술 인력들도 한꺼번에 사임한다는 의미이니 SMIC로서는 그야말로 미래의 기술 인력들까지 줄줄이 빠져 나갔다는 것을 뜻한다.


그런데 이들이 SMIC를 그만 둔 이유가 바로 미국의 제재 때문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이들이 SMIC의 기술을 진보시키려면 당연히 7나노 제품 개발과 생산에 필수적인 네덜란드 ASML사의 극자외선(EUV) 노광장비의 도입은 필수적이고 또다른 기술들의 해외 유입이 필요한데 이러한 모든 것들이 미국의 제재로 인해 막혀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의 회사 재직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들 핵심인력의 사임은 중국의 반도체 굴기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아무리 1000억 달러 이상의 투자금을 쌓아 놓은들 미래 기술 개발은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시진핑의 반도체 굴기 꿈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막다른 길에 내몰린 중국의 반도체 굴기]


지난 23일(현지시간) 유럽내에서 그래도 상당히 중국 친화적인 국가였던 이탈리아에서 글로벌 반도체 장비 제조사인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AMAT)의 자국 사업체에 대한 중국 기업의 인수 시도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는 일이 벌어졌다. 지난 2월 출범한 마리오 드라기 내각이 중국 기업의 자국 업체 인수 시도를 막은 건 이번이 세 번째다.


중국의 저장진성기계는 AMAT의 홍콩법인과 합작회사를 설립해 AMAT의 이탈리아 스크린 프린팅 설비 부문과 싱가포르 웨이퍼 설비 사업, 중국 내 자산 등을 잇따라 인수할 예정이었다.


이탈리아의 이러한 결정은 유럽연합(EU)이 방위산업 및 핵심기술 등 전략 부문에서 중국의 투자 확대를 경계하기 위해 외국인 투자 보고와 강도 높은 심의를 회원국에 요구하고 있는 것에 적극 부응하는 것으로 미국을 넘어 이젠 유럽까지 중국에 대한 목조르기에 동참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상황이 이러니 더 이상 중국의 반도체 산업이 미래도 없고 이젠 막다른 골목에 몰렸다는 탄식이 나오는 것이다.


이러한 중국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수치가 있다. 일본의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지난 10월 13일, 반도체 시장 조사기관 IC인사이츠를 인용해 지난해 중국의 반도체 자급률이 15.9 %에 그쳤다고 보도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15년 산업 정책인 ‘중국 제조 2025’를 발표하고 당시 10%에도 미치지 못했던 자급률을 2020년까지 40%, 2025년에는 70%로 높이겠다고 공언했지만 자급률은 여전히 10%대에 머물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반도체 자급률 저하는 세계 1위를 자랑하는 중국 자동차 시장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중국 자동차 분야의 반도체 자급률은 5%도 되지 않는다.


결론은 이것이다. 반도체 산업은 글로벌 분업 체제를 기반으로 하는 만큼 어느 국가도 자체 공급망으로 버틸 순 없다는 점이다.


그래서 닛케이는 이렇게 적시했다. “시진핑 주석은 국부 펀드의 투자 확대와 대학 전문학부 설립 등 정책을 총동원하고 있지만, 현실은 쉽지 않다”며 “경제대국이 된 중국이 더 내부적으로 돌아선다면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협력할 수 없어 자급률 목표 달성은 더 멀어질 것”이라 한 것이다.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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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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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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