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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중국이 뜬금없이 ‘민주주의국가’라고 우기는 이유? - 美 '민주 대 전제' 프레임 주장에 적극 대응차원 - 美주도 '민주주의를 위한 정상회의'에 대한 반발 의도 - 시진핑, "중국식 민주주의' 강조했지만... 오히려 비웃음
  • 기사등록 2021-11-25 15:32:46
  • 수정 2021-11-26 16: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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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민주주의 국가’라고 우기는 시진핑]


중국의 시진핑 주석이 뜬금없이 ‘중국은 민주주의 국가’라고 우기고 나서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동안 미국이 중국을 ‘권위주의적 정권’ 또는 ‘전제주의적’ 정권이라고 몰아 붙여 왔었는데 중국이 이에 정면으로 대항하기 위해 스스로 ‘민주주의’라는 단어를 꺼내들면서 미국의 이러한 ‘딱지 붙이기’에 반격을 시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사실 미국의 反중국연대를 구성하는 가장 큰 배경 중의 하나는 전제주의 중국이 세계의 패권 장악을 시도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명분이었다.


12월 출범하는 ‘민주주의를 위한 정상회의(Summit for Democracy)’도 따지고 보면 중국의 최대 약점이 “민주주의적인 구석이라곤 전혀 없다(doesn’t have a democratic bone in his body)”는 점 때문에 중국을 포위하기 위해 출범하는 것이다. 중국을 지목한 이 지적은 지난 2월 바이든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을 향해 일갈한 말이기도 하다.


특히 ‘민주주의를 위한 정상회의’는 중국 입장에서 보면 사실상 중국을 배제하기 위한 국제적 연합체로 UN이 할 수 없는 일들을 중국만 겨냥해 할 수도 있고, 더불어 중국을 완전 포위하는 반 중국 블록이라는 점에서 중국이 민감하게 대응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바로 이러한 미국의 ‘민주주의를 위한 정상회의’에 정면으로 도전하기 위해 중국도 민주주의 국가라는 말을 꺼내든 것으로 보인다.


시진핑 주석은 지난 10월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 공산당 중앙 인민대표대회 업무회의에서 진정한 ‘민주(民主)’의 개념에 대해 작심발언을 쏟아냈다.


시 주석은 우선 “민주는 전 인류의 공동가치로 중국 공산당과 중국 인민이 시종 중요한 이념으로 견지하는 것”이라면서 “민주는 소수 국가의 특허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시진핑 주석은 ‘민주’의 개념으로 4가지의 준거와 8가지 기준을 제시했지만 한마디로 궤변이고 중국식 민주를 견강부회(牽强附會)식으로 나열한 억지 주장에 다름없다. 요점만 설명하자면 이렇다.


*민주주의의 4가지 준거


①인민이 투표권을 가졌고 또 참여권도 있는가?

②지도자가 공약으로 내세운 것들이 후에 얼마나 실현되었는가?

③정치과정의 제도와 법률이 진정으로 집행되는가?

④권력이 진정으로 인민의 감독과 제약을 받는가?


*민주주의의 8가지 기준


①국가 지도부가 법에 따라 질서 있게 교체되는가?


②전체 인민이 법에 따라 국가와 사회업무, 경제와 문화사업을 관리하는가?


③인민군중이 이익요구를 원활하게 펼칠 수 있는가?


④사회 각 방면이 유효하게 국가의 정치생활에 참여하는가?


⑤국가의 정책결정이 과학화, 민주화를 실현하는가?


⑥인재가 공평경쟁을 통해 국가 관리 시스템에 진입할 수 있는가?


⑦집권당이 헌법과 법률 및 규정에 따라 국가업무를 수행하는가?


⑧권력 운용이 유효한 제약과 감독을 받는가?


그런데 시진핑 주석은 이러한 4가지 준거와 8가지 기준에 중국은 이미 “중국식 민주주의 제도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면서 반면 “미국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시진핑 주석은 무슨 근거로 중국에서 민주주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을까? 바로 전국인민대표대회(全人大)와 지방의 각급 인민대표대회로 구분되는 ‘인민대표대회’ 제도를 통해 민주주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 지난 11월 5일 실시된 중국 베이징 차오양구(區) 인민대표 선거에서 유권자가 투표함에 투표용지를 넣고 있다. 중국에서도 5년마다 형식적으로는 한국의 구·군의원에 해당하는 구·향·진 인민대표를 뽑는 직접선거를 한다. [사진=차오양구 인민대표대회 소셜미디어]


지난 11월 5일, 시진핑 주석은 자신의 거주지가 있는 베이징 중난하이(中南海) 투표소에서 베이징 시청(西城)구 인민대표를 뽑는 선거에 투표를 했다. 이 장면은 중국의 관영매체를 통해 대대적으로 보도됐다.


시 주석은 기표한 후 초대형 중국 국기 앞에 놓인 붉은 투표함에 투표용지를 넣었다. 그는 “인민대표를 뽑는 것은 인민이 국가의 주인이라는 것을 구현하는 것”이라고 했다.


5년마다 치러지는 이 직접선거는 구, 향, 진 인민대표 등 ‘기층(基層) 인민대표’를 뽑는 선거다. 중국은 그 윗 단계부터는 간접선거로 치러진다.


구 인민대표는 상위 기관인 시(市), 성(省)의 인민대표 선출에 참여하고, 이들은 다시 헌법상 중국의 최고 권력 기관인 전국인민대표대회(국회 격) 대표 3000여 명을 뽑는다.


베이징에서는 이날 구 인민대표 4898명, 향·진 인민대표 1만1137명을 뽑았다. 이 선거를 시작으로 시 주석의 3연임을 최종 승인하는 14기 전인대(2023년 3월 출범) 구성 작업이 본격화됐다.


그런데 구 인민대표를 뽑는 선거에 입후보를 누가 했는지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공약도 없고 단지 단체 대화방을 통해 학력과 경력 정도만 알려져 있을 뿐이다. 한마디로 깜깜이 선거라는 의미다.


단체대화방을 통해 후보의 이름과 경력을 알게 된 것도 이번 선거에서 처음으로 적용된 것이다. 지난 2016년 선거에서는 투표장에 게시된 입간판을 통해서 알게 되었을 뿐이다.


그런데 투표 참여 여부가 신상에 유리하고 공산당 입당 등 여러 평가에 반영되니까 어쩔 수 없이 투표에 참여하는 것이다.


더불어 아무나 입후보를 할 수도 없다. 공산당 당국의 승인을 받지 못하면 출마가 금지된다. 실제로 전직 인권변호사 등 14명이 지난 10월 베이징 기층 인민대표에 출마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결국 후보자 등록은 이뤄지지 않았다. 오히려 출마 의향을 밝혔던 14명은 경찰의 감시·면담·강제 퇴거 등의 공포와 압력에 시달렸다고 했다.


이러한 선거 제도를 시진핑 주석은 “중국의 국정과 실제에 부합하며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 실현을 보장하는 좋은 제도로서 인류의 정치제도 역사에 있어 위대한 창조”라고 했고, 이러한 “인민민주주의가 미국식 민주주의보다 더 낫다”라고 우기는 것이다.


그러면서 시진핑 주석은 “단일한 잣대로 인류의 오색찬란한 정치문명을 심사하는 것 자체가 비민주적”이라거나 “민주 실현이 천편일률적일 수는 없다”는 궤변을 쏟아놓고 있는 것이다.


중국이 이렇게 뜬금없이 민주주의라는 용어를 부단히 사용하면서 중국식 민주주의를 꺼내든 이유는 앞서 언급한 바 있지만 미국의 ‘민주 대 전제’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나려는 것도 있고, 또 하나는 12월에 발족하게 될 ‘민주주의를 위한 정상회의’에 대응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민주주의 정상회의’에 뚜껑 열린 중국]


그동안 미국이 예고해 왔던 민주주의를 위한 정상회의 참가국 일정과 명단이 공식 발표됐다. 오는 12월 9일과 10일 이틀간에 걸쳐 열리게 되는 이 회의에 110개 국가와 정부가 초청됐다고 23일(현지시간) CNN과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 등이 보도했다.


이 회의는 이미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해 선거 운동 때부터 공약으로 내세웠던 것이고, 취임 후에도 지속적으로 이 회의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그런데 중국이 바로 이 ’민주주의를 위한 정상회의‘에 소위 ’뚜껑이 열린‘ 이유는 대만이 당당하게 초청대상국 명단에 들어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그래서 중국은 110개국 명단이 발표되자마자 즉각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4일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이 내달 화상으로 열리는 '민주주의를 위한 정상회의'에 대만을 초청한 것을 강력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자오 대변인은 이어 “미국이 대만의 분리주의 세력과 결탁하는 일을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고 중국 관영 CGTN, 글로벌타임스 등이 전했다.


주펑롄 중국 국무원 대만판공실 대변인도 “미국의 대만 초청은 '실수'”라며 "우리는 미국과 (대만) 섬 사이 어떤 형태의 공식적 교류도 단호히 반대한다. 이는 분명하고 일관된 입장"이라고 말했다.


주 대변인은 이어 “미국 정부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준수하며 대만 문제를 적절히 다뤄야 한다”고 촉구했다.


중국이 이렇게 반발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위한 정상회의‘의 출범 목표 자체가 대외적으로 공식화하지는 않았지만 ’민주 대 전제‘라는 프레임을 더욱 강화하려는 미국의 의도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시진핑 주석은 바로 그 프레임에서 벗어나고자 발버둥치면서 ’중국식 민주‘를 강조하고 있지만 그러한 중국의 주장이 미국에 의해 전혀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민주주의를 위한 정상회의‘에 중국은 초청받지 못했고, 대신 대만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는 것은 대만에게도 아주 중요한 의미를 던져준다. 과거 대만이 ’중화민국‘ 이름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공식 회원국가였던 것을 상기시키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국은 다양한 채널을 통해 ’민주주의를 위한 정상회의‘에 대만의 참여를 막으려 했고, 대신 중국도 참여를 원한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미국 입장에서는 중국의 주장 자체가 일고의 가치도 없는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에 원래의 안대로 추진된 것이다.


이는 시진핑 주석이 뜬금없이 ’중국식 민주‘를 그렇게도 강조하고 외쳤건만 미국의 귀에는 전혀 들리지 않았다는 것을 뜻한다. 당연한 일인데 중국 입장에서는 ’감히 중국을 빼고 대만을 넣었다‘면서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스인훙(時殷弘) 베이징 런민대 국제관계학 교수는 24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그간 민주주의 정상회의에 대만을 초청하는 문제를 모호하게 언급해왔다”며 “(초청을 강행한 것은)미·중 정상회담의 결과물이 얼마나 미약했는지를 보여주며, 양국의 갈등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주의 정상회의' 초청받은 대만]


’민주주의를 위한 정상회의‘와 관련해 중국의 분위기가 험악한 것과는 달리 대만은 환영 일색이다.


대만 총통부 장둔한(張惇涵) 대변인은 24일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대만을 ‘민주주의 서밋’에 초대해 감사하다”며 “탕펑 행정원 정무위원과 샤오메이친(蕭美琴) 주미 대만 대표처 대표가 참석해 민주주의를 수호하려는 대만의 굳센 신념을 전하겠다”고 말했다.


‘민주주의를 위한 정상회의’에 대만의 차이잉원 총통이 직접 참석하지 않고 '천재 해커' 출신의 성 소수자(트랜스젠더)인 탕펑(唐鳳·40·영어명 오드리 탕) 디지털 정무위원이 참석하는 것은 최대한 중국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의도인 것으로 보인다. 이또한 미국과 대만이 사전 조율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


['민주주의 정상회의', 어떻게 진행되나?]


미국 국무부는 ’민주주의를 위한 정상회의‘가 ▲권위주의 차단 ▲부패 퇴치 ▲인권 존중 증진이라는 세 가지 기본 주제에 초점을 맞춰 진행될 것임을 분명히 했다. 누가 봐도 중국이라는 전제주의 국가를 겨냥하고 있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백악관은 ’민주주의를 위한 정상회의‘에 대해 중국이 반발하는 것에 대해서도 "바이든 대통령은 '하나의 중국' 정책을 지지하는 원칙을 견지해왔지만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훼손하려는 시도에 대해서는 강력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대만의 ’민주주의를 위한 정상회의‘에 참여하는 것에 대해 시비 걸지 말라는 것이다.


이렇게 중국을 ’민주 대 전제‘ 프레임에 가두려는 미국의 계획은 이제 본격 실행 단계로 들어섰다. ’민주주의를 위한 정상회의‘는 아마도 미국의 동맹국과 우호국으로서 단단한 결속을 다지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 기구를 통해 반 중국 블록을 강화해 갈 것이고, 더불어 중국의 외교적 고립을 지향하게 될 것이다.


과연 ’민주주의를 위한 정상회의‘의 성과가 어떻게 나타날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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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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