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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중국이 경제정책 실패를 자백한 이유? 중국 성장률 4%대 추락, ‘코로나 쇼크’ 작년 빼면 최악 2021-10-19
추부길 whytimespen1@gmail.com



[중국 성장률 4%대 추락, ‘코로나 쇼크’ 작년 빼면 최악]


중국 경제가 결국 최악의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18일 발표한 3분기 경제성장율이 4.9%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는 앞서 블룸버그 통신, 로이터 통신이 내놓은 전문가 예상치(5~5.2%)를 하회한 수치다. 중국 정부 당국의 공식적인 발표가 이 지경이면 실제는 얼마나 더 추락했을지 상상하기도 어렵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중국 정부 당국이 이러한 최악의 경제성장률 하락에 대해 중국 정부 당국의 실책을 인정하며 사실상의 고해성사를 했다는 점이다. 18일 오전 중국 베이징의 국무원 신문판공실(정부 홍보실 격)에서 열린 3분기 경제 성장률 기자회견에서 푸링후이(付凌暉) 국가통계국 대변인은 “중국의 전력과 석탄 공급이 지나치게 부족했다”면서 “여러 요인으로 최근 일부 지방에서 전력을 제한하면서 정상적인 생산이 영향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또 “부채에 의지해 맹목적으로 확장해 온 일부 부동산 기업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다”는 말도 했다.


푸링후이 대변인의 이러한 발언은 내외신 기자의 질문에 답변하면서 나온 것으로 중국 당국 관계자가 공개석상에서 ‘부족’과 ‘맹목성’ 등 정책 실패를 스스로 인정하면서 문제점을 거론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날 발표된 성장률이 관련 통계 집계를 시작한 1992년 이후 코로나 팬데믹 기간인 지난해를 제외하면 가장 최저치였고 올해 1분기(18.3%), 2분기(7.9%)에 비해서도 너무나도 엄청난 추락을 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중국중앙방송(CCTV) 기자가 시장 전망치(5.0%) 아래로 떨어진 이유를 묻자 푸링후이 대변인은 “3분기에 들어서면서 국내외 도전이 증가하고, 세계적인 코로나 확산, 세계 경제 회복세의 둔화, 국제 벌크상품 가격의 급등, 중국 일부 지역에서 코로나와 홍수 발생 등의 다중 충격, 경제 구조 조정 압력이 두드러졌다”면서 그 배경을 설명했다.


다만 경제성장률 저하 요인을 외부적 환경으로 인한 것으로만 들었지 시진핑 리스크 등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었다.


그러면서 푸링후이 대변인은 “3분기까지 국내 생산 총액이 전년 대비 9.8% 성장해 연간 목표치인 6% 이상을 상회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올해 경제성장률이 전반적으로 괜찮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푸링후이 대변인은 또한 전력 부족에 따른 경제 둔화 가능성도 지적했다. “최근 국무원(정부) 상무회의에서 에너지 생산과 공급에 대한 중요한 조치를 내렸다”면서 “이들 조치가 효과를 거두면 석탄·전력 공급 부족 상태가 해소되면서 경제 운영에 끼치는 제약도 줄어들 것”이라고 본 것이다. 물론 그의 이러한 낙관적 전망대로 이뤄질지는 아직 미지수지만 푸링후이 대변인은 일단 “9월 이후 전력 생산 증가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며 “에너지 부족은 일시적 현상”이라고 한 것이다.


이날 기자회견장에서는 헝다(恒大)그룹의 사실상 파산과 관련된 질문들도 나왔다. CNBC 기자가 “8~9월 부동산 투자 감소가 경제 성장률 둔화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가”에 대해 질문을 하자 푸 대변인은 “올해 들어 부동산 시장의 불합리한 수요를 억제하고, 실질 수요는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한편, 부동산 기업이 부채에 의지해 맹목적으로 확장하는 현상을 제한했다”며 “정부 통제 범위에서 부동산 시장이 움직이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부동산이 경제 성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지난 3분기 동안 부동산 증가치는 2년 평균 4.8% 성장했다”면서 “상반기보다 1.3% 하락하는 데 그쳐 전체적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대답했다.


또한 무역·투자·소비 부분이 성장률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하여 “최종 소비 지출, 즉 내수의 성장 기여도는 64.8%”라면서 “자본 총액, 즉 투자 기여도는 15.6%, 상품 및 서비스 수출의 성장 기여도는 19.5%”라고 설명했다. 이는 이미 중국 경제가 무역과 투자 중심에서 내수 위주로 전환했다는 의미로 설명을 한 것이다.


[중국 경제, 얼마나 심각한 것인가?]


물론 중국 정부의 공식 발표로는 이러한 최악의 경제성장률이 일시적인 것이고 얼마든지 극복해 갈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이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이 많은 중국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중요한 것은 중국 정부 당국이 발표하는 다양한 경제 지표들만 봐도 중국 경제가 쉽사리 회복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특히 최근들어 시진핑 주석의 공동부유 제창과 맞물려 빅테크 기업 및 사교육 시장에 대한 규제를 포함하여 적극적인 시진핑식 사회주의 추진으로 인한 산업 전반에 걸친 엄청난 퇴보는 중국 경제에 엄청난 부정적 여파를 던져줄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그러한 조짐이 보이고 있다. 중국 정부 당국이 발표한 경제 관련 지표를 그대로 믿는다 하더라도 그 지표만으로도 중국 경제는 이미 회복하기 힘든 길로 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지난 9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9.6으로 PMI 지수가 50 아래로 떨어진 것은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지난해 2월 이후 19개월 만에 처음이다.


9월 생산자물가지수(PPI) 또한 전년 동월 대비 10.7% 올랐다. 이는 생산 단가가 상승하고 있다는 점에서 제조업 채산성은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이와 함께 소비 활력을 보여주는 9월 소매판매 증가율 또한 4.4%에 그쳐 두 자릿수를 넘던 예년 수준에 크게 못 미쳤다.


문제는 9월 이후 중국 경제가 활력을 되찾을 수 있는 모멘텀이 과연 준비되어 있는가 하는 점이다. 불행하게도 지금의 중국 경제는 이와는 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중국의 심각한 전력난이 완전히 해소되어 중국내 공장이 정상적으로 가동되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어쩌면 곧 닥치게 될 겨울 한파까지 중국 경제를 덮치면서 ‘세계의 공장’ 역할을 했던 중국 경제의 활력 되찾기는 내년 봄으로 미뤄질 가능성이 아주 높다.


또한 호주와의 외교 갈등으로 석탄 수입도 줄어들었고 발전용 석탄 가격도 급상승하면서 이러한 문제가 산업계 전반에 어떠한 주름살을 안기게 될지도 주목거리다. 한마디로 저임금, 저물가의 특색을 강점으로 했던 ‘세계의 공장’ 중국이 특장점을 잃어버리면서 중국의 세계 경제에 대한 영향력도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하나 더 있다. 지난 여름 내내 이어졌던 대규모의 홍수 등으로 인해 석탄 생산 중심지인 산시성에 엄청난 피해들이 생기면서 난방 수요를 앞둔 겨울을 앞두고 전력난은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중국의 부동산 경기는 최성수기인 가을임에도 최악이다. 헝다그룹의 사실상 파산에 이은 부동산 업계 전반에 흐르는 최악의 냉기류는 중국 경제의 근간이 되었던 건설업과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미치면서 중국 경제에 심각한 주름살을 안길 것이다.


중국 경제에서 최소 25%에서 30% 정도를 차지하는 부동산 시장이 급격하게 위축된다면 이러한 상황이 중국 경제에 얼마나 부정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될지 예상 조차가 불가능하다.


더더욱 중요한 것은 시진핑 주석의 공동부유 강조가 중국 경제에 미칠 영향이다. ‘절대지존’인 시진핑의 지시라 ‘공동부유’를 무시할 수도 없다. 이미 중국 최상의 정책 지표가 되어버린 공동부유 실천을 위해 중국 경제는 어쩔 수 없이 희생당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사방을 둘러봐도 긍정적 희망을 줄 수 있는 상황이 없다보니 그 직격탄을 중국의 기업들이 고스란히 받게 되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아시아 최대 알루미늄 생산 기업인 중왕(忠旺)그룹의 위기다.


진룽제 등 중국의 경제매체들이 18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중왕그룹은 15일 공시를 통해 “본사 및 계열사에서 심각한 경영 문제가 발생했다”면서 “자력으로 해결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발표했다. 심각한 경영난으로 정상가동 하기 어려워졌다는 의미다.


문제는 중왕그룹이 중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다. 알루미늄은 산업 전반에 쓰이는 기본재료다. 그런데 중왕그룹은 아시아 최대이고 당연히 중국에서 가장 많은 알루미늄을 공급하는 회사다. 그러한 회사가 무너진다는 것은 중국 경제에 어떠한 파급효과를 미치게 될지 짐작하기도 어렵다.


[문제는 경제 성장 회복시킬 카드가 없다는 점]


이미 언급한 바 있지만 중국은 지금 투자와 생산, 소비 모두 확 줄어들고 있다. 경제 체력이 급격하게 위축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로이터 통신은 “원자재 가격 급등, 코로나19의 산발적 확산, 중국 정부의 거친 규제로 인한 민간 경제 위축, 헝다 사태, 전력 대란 등 악재가 겹치며 회복세의 힘을 잃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이어진 플랫폼·교육·게임기업 등에 대한 규제가 경기 둔화를 부추긴 요인이라고 지적한 것이다.


문제는 중국 정부 당국이 경제 회복을 낙관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실제 중국 경제 전망은 어둡기만 하다는 점이다. 더구나 이를 뒤집을만한 마땅한 카드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더 큰 문제다.


중국 현지의 탕젠웨이 교통은행 금융연구센터 수석연구원도 “정부 규제가 소비와 서비스업에 타격을 줄 수 있다”며 “소비 증가 속도가 코로나19 발생 이전 수준을 회복하기는 한동안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헬렌 차오 뱅크오브아메리카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블룸버그에 “투자 수요가 매우 약하고, 공급 측면도 전력 위기 영향이 상당히 심각하다”면서 “4분기 성장률이 3~4%대로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렇다면 이러한 암울한 상황을 급반전시킬 카드는 있을까? 이에 대해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루이스 쿠이즈 이코노미스트는 “기대에 못 미친 3분기 성장률에 대응해 중국 정부가 유동성 공급, 인프라 개발 확대, 부동산 정책 일부 완화 등의 조치를 꺼낼 것”이라고 봤다. 대표적으로 대출우대금리(LPR)와 지급준비율 인하 카드가 꼽힌다.


문제는 그리 안해도 국가채무가 급증했고 지방정부의 부채마저 이미 지방정부의 GRDP를 넘어설 정도로 한계 상황을 초과했는데 또다시 부양책 카드를 꺼내 든다면 당장은 위기를 헤쳐 나갈 수 있겠지만 그 후유증은 더욱 심각한 파도로 중국 경제를 덮칠지 모른다.


한마디로 이미 조짐이 보이는 스태그플레이션을 더욱 악화시키면서 자칫 회복 불가능한 상태로 빠지게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지난 14일 발표한 9월 중국의 생산자 물가지수(PPI) 상승률은 10.7%다. 이러한 수치는 통계 집계가 시작된 1996년 이후 25년 만에 최고치다.


이와 관련해 로이터통신은 “통화완화 정책은 중국의 부채와 부동산 거품 해소에 장애 요인이 될 수 있다”며 “소비자 물가가 아직은 낮지만 치솟는 생산자 물가가 중앙은행에 골칫거리”라고 지적했다.


결국 중국의 이러한 경제 악화는 시진핑 주석의 3연임 고집과 맞물려 있다. 내년 2월의 베이징 동계 올림픽과 11월의 당대회가 기다리고 있는 상황에서 시진핑 주석의 이미지 개선과 강력한 집권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무리한 수를 투척하면서 중국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고 보면 될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중국 정부당국이 중국 경제의 어려운 현실을 전혀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지난 14일 “올해 중국 경제가 안정적이며 주요 거시 경제 지표도 합리적인 구간에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니 마땅한 해결책도 나오지 않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푸링후이 대변인이 경제 정책 실패를 스스로 인정하면서 문제점을 거론했다는 것은 상당히 의미가 있다. 중국인들조차 지금의 중국 경제를 바라보면서 ‘최악의 상황’이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중국 정부가 이를 분칠하고 화장하여 덮기에는 역부족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면서도 지금의 중국 경제가 중국 내부적 요인이 아닌 외부적 변수 때문이라는 것을 강조했다는 것이 푸링후이 대변인의 포인트다.


다시말해 지금 중국 경제의 추락은 미국과의 충돌로 인한 미국 정부의 압력으로 중국이 피해를 보는 것이고 세계의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이 중국 경제에 악영향을 미쳤다면서 ‘시진핑 리스크’를 덮으려 애를 썼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중국의 경제 위기 원인을 중국 내부가 아니라 중국밖으로 시선을 돌리도록 유도하기 위해 스스로 경제의 어려움을 자백했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그런 식의 해법으로는 중국 경제가 반등할 기회를 영영 얻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지금부터 주목할만한 포인트는 중국 경제가 얼마나 더 추락할 것인가 하는 점이고, 중국 정부가 이러한 위기를 만회하기 위해 어떠한 시도들을 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더불어 중국 정부 자체가 가지고 있는 공산당 리스크와 시진핑 리스트를 덮기 위해 어떠한 행동들을 할 것인지도 관심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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