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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탕 재정준칙, 시행령으로 두면 정치에 끌려다녀" 정부가 발표한 '한국형 재정준칙'에 전문가들 비판 2020-10-06
김정희 whytimes.newsroom@gmail.com


▲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5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한국형 재정준칙 도입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정부가 지난 5일 발표한 한국형 재정준칙을 놓고 '맹탕 준칙'을 만들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필요에 따라 준칙을 비켜갈 수 있는 예외 조항들을 달아둔 데다 법이 아닌 시행령으로 규정해 사실상 구속력 없는 준칙이라는 강한 비판까지 나오는 모양새다.


앞서 기획재정부가 내놓은 재정준칙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과 통합재정수지 적자 비율을 각각 60%, -3% 내에서 관리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다만 올해 닥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버금가는 경제위기나 급격한 경기 둔화 등이 나타난다면 일시적으로 이 한도를 넘어설 수 있도록 예외 조항을 뒀다.


정부는 이번 재정준칙에 담긴 기준이 결고 느슨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기재부에 따르면 오는 2024년 국가채무비율은 58.6%에 도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통합재정수지 비율은 -3.9%를 기록하게 될 전망이다. 이를 감안한다면 "달성하기 쉬운 요건은 아니다"라는 게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의 설명이다.


[올해 통합재정수지 전망 -4.4%…'경기둔화' 때마다 올해처럼?]


기재부는 재정준칙에서 통합재정수지 -3%를 한도로 두고 '잠재GDP, 고용·생산지표 등을 토대로 일정한 조건을 충족하는 경기둔화가 발생하거나 우려되는 경우'에 한해 -4%까지 운용할 수 있도록 예외조항을 둔다고 밝혔다. 문제는 유례 없는 경제위기가 닥친 올해 통합재정수지 적자 비율 전망치가 -4.4%라는 점이다. 이를 두고 "경기둔화가 올 때마다 코로나19 경제위기처럼 재정을 운용하겠다는 얘기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기재부는 경기위기의 경우 발생 연도에는 국가채무비율 한도 60%를 적용하지 않겠다는 예외조항도 두고 있는데, 전문가들은 이 역시 구체적인 경제위기의 정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명목성장률 몇 %이하, 실업률 몇 % 이상 등 특정 거시지표 숫자를 정확하게 명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내용도 모호한데 안 지켜도 책임질 사람 없다?]


법이 아닌 시행령으로 규정하고 한도를 5년마다 바꿀 수 있도록 한 것 역시 비판을 받고 있다. 재정준칙은 최소한 법률에 담아 구속력을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 거세다. 국회예산정책처 등에 따르면 프랑스, 영국, 스웨덴, 스페인 등 주요국 대부분은 재정준칙의 법적 기반을 법률에 두고 있다. 특히 독일의 경우 채무비율에 대한 한도를 헌법에서 정하고 있다.


법이 아닌 하위 시행령으로 둘 경우 결국 재정의 '정치 도구화'는 그대로 이어질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김 교수는 "5년마다 바뀌는 정권의 스탠스나 정치권의 요구에 끌려다닐 수밖에 없다"며 "재정준칙이라는 용어가 무색해지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여기에 기재부는 이 '60%·-3%' 룰을 '재정여건 및 제도 등 환경변화를 감안해' 5년마다 고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두고 "모호한 내용의 준칙을 쉽게 바꿀 수 있도록 하고 심지어 책임을 지는 이도 없는 구조"라는 강한 비판까지 나온다.


[적용은 2025년…현 정부 씀씀이는 '상관無']


재정준칙의 적용 시점은 2025년(회계연도 기준)으로, 이는 현 정부의 씀씀이는 계속 이어가겠다는 의미와 사실상 다를 바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번 정부 내에선 (준칙을) 지키지 않겠다는 것이고 지금과 같이 쓰겠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정부가 설정한 '60%·-3%'에 대한 설득력도 부족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김상봉 교수는 "왜 60%인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고 했다. 때문에 어차피 적용 시점이 2025년이라면 더 논의를 구체화한 다음에 도입하는 게 낫다는 의견도 나온다.


 때문에 향후 국회 논의 과정에서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특히 기준 한도를 초과할 수 있는 예외조항, 즉 어느 정도를 경제위기나 경기둔화로 볼 것이냐가 큰 쟁점이 될 전망이다.[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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