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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美 ·中 충돌속 한국, ”올 것이 왔다!” “미국이냐, 중국이냐?” 선택의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2020-09-04
추부길 whytimespen1@gmail.com


▲ [Illustration=Hans India]


[美 비건, 인도·태평양판 다자안보기구 구상 공개]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열린 '미·인도 전략적 동반자 포럼'에서 유럽의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처럼 인도·태평양판 다자안보기구를 수립하는 구상을 공개했다. 미·중 신냉전 시대에 중국의 군사적 팽창을 봉쇄하겠다는 분명한 의지를 밝힌 것이다.


스티븐 비건 부장관이 밝힌 인도·태평양 집단안보기구 구상은 미국·인도·일본·호주가 참여하는 기존 '4국 안보 대화'(QUAD, 쿼드)에 한국·베트남·뉴질랜드 3개국을 더한 '쿼드 플러스(QUAD PLUS)'를 공식 기구화 하겠다는 것이다.


비건 부장관은 그는 "쿼드는 배타적이지 않다"면서 지난 3월부터 한국 등 3개국을 더해 7개국이 매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위협에 대응하는 차관회의를 열고 있다고도 소개했다.


[에스퍼 美 국방장관, 중국 겨냥한 군사동맹 구축 필요성 강조]


스티븐 비건 부장관의 ‘쿼드 플러스’ 발언에 이어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도 2일(현지시간) 하와이에서 열린 제2차 세계대전 종전 75주년 기념식에서 “제2차 세계대전 후 75년간 이어진 국제질서가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미국은 더 넓은 협력을 구축하고 있다”면서 ‘힘을 통한 평화’를 강조했다.


이는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군사동맹 구축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자유롭고 개방적인 질서에 대한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우리는 오래된 우방과 옛 적국을 포함하는 파트너들과의 광범위한 협력을 구축하고 있다”며 협력대상 국가로 한국·일본·호주 등 동맹국과 아세안 국가 및 인도·뉴질랜드, 태평양제도 국가를 지목했다.


[폼페이오 장관, '중국 견제' 동맹협력 강조하며 한국 언급]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도 2일(현지시간) 중국을 견제하는 미국의 노력에 동맹들이 합류하고 있다며 "인도·호주·일본 외에 한국이 미국의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언급해 주목을 끌었다.


폼페이오 장관은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인도의 남중국해 군함 파견에 "인도·호주·일본과 한국의 친구들이 자신의 국민과 국가에 대한 중국의 위험을 알게 됐다"며 "그들이 모든 전선에서 이를 물리치기 위해 미국과 협력하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라고 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특히 중국이 오랫동안 미국을 '뜯어먹었다'(rip off)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미국이 이에 대응해야 한다고 인정한 첫 대통령이라고 설명해 미국의 반중(反中) 의지를 강력하게 표명했다.


[미묘한 시기에 최종건·이도훈과 연속통화한 비건]


이렇게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잇따른 쿼드 플러스 구상을 밝힌 시점에 스티븐 비건 부장관이 한국 외교부의 최종건 제1차관,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연속 통화를 했다는 사실이 밝혀져 그 배경이 주목되고 있다.


외교부는 일단 2일 최종건 차관이 비건 부장관과 전화통화를 가졌다면서도 한미 카운터파트끼리 상견례 성격의 통화였다면서 의미를 축소했다. 그러면서도 외교부 관계자는 "양측은 최근 한반도 상황에 대한 평가를 공유했다"며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의 실질적 진전을 위해서는 남북·미북 간 조속한 대화 재개가 긴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이를 위한 여건 조성 및 추진 방안에 대해서도 협의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미 국무부는 “비건 부장관과 최 차관이 한미동맹의 지속적인 힘(enduring strength)에 관해 논의했다”면서 “한미동맹에 대해 한반도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평화와 안보의 '린치핀'(linchpin·핵심축)이라고 평가했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이렇게 비건 부장관이 미국, 일본, 호주, 인도로 구성된 '쿼드'를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와 유사한 수준으로 확대할 뜻을 피력한 직후에 가진 통화라는 점과 한국 외교부, 그리고 미국 국무부의 브리핑 내용 등을 종합해 볼 때 비건 부장관이 분명 한국의 쿼드플러스 동참을 요구했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최근 ‘대중국 견제 전선’에 한국이 동참할 것이라는 공개 메시지를 하루도 거르지 않고 발표하고 있고, 특히 비건 부장관과 최종건 차관과의 전화 통화 직후인 2일(미국시간, 한국시간은 3일)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중국을 견제하는 미국의 노력에 동맹들이 합류하고 있다”며 "인도·호주·일본 외에 한국이 미국의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언급한 부분을 주목해 봐야 한다. 우리 외교부가 확실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긍정적 언질은 준 것이 아닌가하는 추측이 나오는 이유다.


[한국 정부, “쿼드 참여 공식 요청 없었다”며 언급 회피]


현재 우리 정부의 쿼드 플러스 참여에 관한 공식 입장은 “(비건 부장관이 언급한) 한국이 참여 중인 7개국 협의체와 쿼드는 관련이 없으며 쿼드에 참여하라는 미국의 공식 요청도 없었다”는 것이다.


우리 정부가 이렇게 조심스럽게 쿼드 플러스에 접근하는 이유는 쿼드가 띤 반중(反中) 성격 때문이다. 특히 중국 외교 사령탑인 양제츠 방문 이후 우리 정부가 더욱 더 친중적 성향을 보이고 있는 시점이라 함부로 쿼드 플러스 자체를 언급하는 것조차 꺼려하는 분위기다.


우리 정부 내에는 '인도-태평양 라인' 자체가 우리보다는 일본의 국익에 맞는 것 아니냐는 생각도 분명히 있다. 특히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미중관계 모두를 따져야 하는 한국은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입장은 대중국 경제 봉쇄용 경제번영네트워크(EPN) 구상을 공개했을 때와 비슷한 상황이다.

그러나 스티븐 비건-마크 에스퍼-마이크 폼페이오로 이어지는 미국 외교 및 국방 사령탑들의 잇따른 쿼드 플러스 발언은 이미 유럽의 나토(NATO) 개념의 아시아판 쿼드플러스 계획이 공식화된 것으로 봐야 한다.


특히 중국을 견제하는 인도태평양 전략의 구체화 방안인 ‘쿼드’를 구성하고 있는 나라들과 입장이 같은 나라로 한국을 콕 집어 지적했다는 점은 ‘한국이 다른 진영에 속할 여지는 없다’는 강력한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미국이냐, 중국이냐?” 선택의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한미 간 소통에 핵심 역할을 해온 지한파인 빈센트 브룩스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3일 국방부가 주최한 '2020 서울안보대화 화상세미나'에서 "미국과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해 신중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아주 어려운 시기가 올 것"이라며 "한국도 북한도 아주 신중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중국은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지역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그렇게 말한 것이다.


미국과 혈맹 사이면서,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높은 한국 입장에서는 난감할 수밖에 없는데, 이를 두고 한국 입장에서 한국을 이해하려 애쓰는 브룩스 전 사령관이 "결국에는 선택의 시간이 올 것"이라고 조언한 셈이다.


브룩스 전 사령관의 말 그대로 미중 갈등 속에 한국은 ”미국 편이냐, 중국 편이냐“의 갈림길에서 줄을 설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국제정치학계의 '대가'인 존 미어샤이머 미 시카고대 석좌교수도 1일 열린 '2020 서울안보대화 화상세미나'에서 "한국은 미·중 사이에서 어느 한쪽도 전적으로 들지 않으면서 마치 얇은 얼음판을 걷고 있는 것 같다"며 "앞으로는 미중 안보경쟁이 더 격화될 것이기 때문에 어느 쪽이든 편을 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그동안 우리 정부가 취해 왔던 모호한 외교 전략이 더 이상 통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말해 준다. 벌써 ‘안미경중(安美經中;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을 추구하는 한국의 외교정책에 대한 비판들이 미국 내에서 쏟아진다.


미국과 혈맹이라면서 미국보다는 중국 쪽에 줄 서 있는 한국을 향해 ”전략적으로 함께 하지 않는 한국을 핵전쟁 위협까지 감수하며 계속 지켜야 하느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특히, 미국 다트머스대학 정부학과 제니퍼 린드(Jennifer Lind)와 대릴 프레스( Daryl Press) 교수가 내셔널 인터레스트 지에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올린 "조 바이든은 한·미동맹을 강화하겠지만 이게 미국을 위한 최선인가?(Joe Biden Would Strengthen the U.S.-South Korea Alliance, But Is That Best For America?)"라는 제목의 공동 기고문을 보면 지금 미국내 오피니언 리더들의 속내가 그대로 들여다보인다.


-"북한은 유사시 미 본토를 상대로 핵무기를 사용할 전략적 이유가 있으며 미국이 생존의 위험을 감수할 만큼 한국이 가치 있는 동맹인지 따져봐야 한다.“


-"냉전 동안 미국은 유럽을 보호하기 위해 그 끔찍한 위험을 떠안았지만, 현재 한국을 방어하기 위해 위험을 감수하는 게 타당한지는 불확실하다."


-"한국은 더 가치 있는 동맹이 되려고 일본과 협력해 쿼드에 참여하고,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동반자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중국을 맞상대하는 중대한 지역 임무는 함께하지 않고 중간적 입장을 취하면서 한국 자신의 생존을 위해 미국이 위험을 감수하길 기대하는 현 상황은 미국민을 설득하기 힘들다."


이들이 주장하는 결론은 이것이다.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동참하지 않고 '중립'을 외치는 한국에 더는 핵우산을 제공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민주당의 바이든 후보에게 한·미동맹 정책 전환을 촉구한 것이다.


이러한 미국내 여론은 한국의 선택에 대한 근본적 불신에서 비롯된다. 이러다간 자칫 한국이 바둑판에서 ‘버려진 돌’이 될 수도 있다.


스콧 스나이더 미 외교협회 한미정책국장도 지난달 19일(현지시간) ”미-중 경쟁을 감안할 때 중국을 선호하는 아무리 작은 선택도 미국 국민들로부터 매우 민감하게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스나이더 국장은 “많은 미국 관측통들은 한국이 미국과 동맹을 맺었기에, 이미 미-중 사이에서 근본적인 선택을 한 것이라고 본다”며 “한국이 미-중 사이에서 선택을 기피하거나 우려하는 듯한 모습을 보일 경우 미국인들이 의아하게 받아들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 평화연구소의 패트리샤 김 선임 중국정책연구원도 “중국이 국제 규범을 어기거나, 이웃나라를 위협하고 인권을 유린할 때, 한국이 미국 등 뜻이 비슷한 나라들과 함께 이에 맞서고 책임을 묻는 행동에 나서길 기대한다”면서 “미국도 한국과의 동맹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을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며, “폭넓은 분야에서 협의하고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원만히 진행하며, 주한미군 주둔을 확인하고, 한국이 중국으로부터 경제보복을 당할 경우 실질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서는 키스 크라크 미국 국무부 경제차관이 지난 6월 11일(현지시간) 중국에 맞서는 새로운 경제블록 구상인 경제번영네트워크(EPN)에 한국이 참여해줄 것을 요청하며 중국의 보복 조치에 직면할 경우, “미국은 한국을 돕기 위해 무엇이든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 “중국과 미국 중 선택하라는 게 아니다. 선택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지만 결국 어느 쪽을 신뢰하느냐의 문제”라고 했다.


분명한 것은 미·중간 갈등 상황 속에서 한국이 적당히 눈치 보면서 회피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진짜로 어영부영하다가는 미·중 양쪽으로부터 팽(烹)당할 수 있다.


이젠 미국이 단순한 안보만 가지고 의지하는 나라가 아니라 경제 공동체로서 중국의 빈자리를 메꾸겠다고 나섰다. 그렇다면 한국이 가야할 길도 명확해진다. 한·미 전략 동맹을 중심에 두고 행동하는 게 맞다는 것이다.


이러한 외교방향에 대해 김흥규 아주대 교수는 지난 6월 16일 열린 '니어와치포럼'에서 "혼돈의 시기에 미국과의 동맹은 단단하게 가져가면서 중국과도 연대할 수 있는 전략적 공간을 찾아나가는 노력을 해야 한다"며 '결미화중(結美和中)'을 제시했다.


다시말해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지지한다는 입장에서 한미 동맹이 지지해온 전략과 가치를 최우선 순위에 두면서도 중국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는다는 외교적 입장을 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만약 중국이 지난번의 사드 보복 같은 경제적 조치를 취한다면 강력하게 대응을 하는 것이 오히려 중국의 보복을 약화시키는 길이 될 것이라는 것이다.


지난해 샹그릴라 안보대화에서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가 했던 발언, 곧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전략에는 동의하나 역내 특정국을 배제하는 것은 반대한다”는 입장을 내 미국 주도 전략에 참여할 수 있다면서도 중국의 불만을 피할 여지를 만들었던 것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 우리처럼 미국과 상당히 가까우나 중국에 대한 ‘봉쇄’에 가담하기도 어려운 상황에 놓인 일본과 인도 등과의 공동전선을 펴는 것도 바람직하다. 그래서 쿼드 플러스 내에 또다른 한국-일본-인도 3국 협의체를 가동해 중국과의 관계 정립을 함께 해가는 방법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우리 혼자서는 힘들지만 공동으로 대응한다면 한결 나은 방법이 도출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가장 최악의 시나리오는 한국 정부가 미국이 아닌 중국의 줄에 서는 것일게다. 명시적으로 중국 줄에 서겠다고 말하지 않더라도 미국이 요구하는 쿼드 플러스 합류도 거부하고 미국이 주도하는 경제공동체인 EPN 참여 역시 꺼린다면 미국은 한국 정부가 미국이 아닌 중국 쪽에 줄을 섰다고 판단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당연히 이미 미국내에서 나오는 여론같이 한국에 대한 핵우산부터 거둬들일 것이다. 더불어 해외미군 재편 계획과 맞물려 주한미군의 대폭 감축 또는 철수도 현실화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대한민국이 어떻게 될지 보지 않아도 뻔하다. 제발 그러한 최악의 시나리오로 가지 않게 되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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